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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가정을 장식해온 거의 유일한 악기였던 피아노가 언젠가부터 서서히 밀려나고 그 자리에 유행처럼 새로운 악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카리나가 그랬고 우쿨렐레도 그러하다. 우쿨렐레는 기타처럼 생긴 하와이에서 온 4줄 현악기이다. 하지만 이 영화, <우쿨렐레 사랑모임>을 보는 데 이런 정보는 몰라도 상관없다. 악기 소리를 듣는 순간, 누구나 한번쯤은 어디선가 이 독특한 우쿨렐레의 소리를 들어봤다는 걸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우쿨렐레 사랑모임>은 제목 그대로 우쿨렐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그들이 우쿨렐레를 시작한 계기는 모두 다르지만 단 하나, 우쿨렐레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함께 노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가르친다. 영화 속 누군가의 인터뷰처럼 우쿨렐레는 이들에게 하와이 해변에 누워 칵테일을 한잔 마시는 듯한 ‘슬로 라이프’를 실현해줄 수 있는 악기인 것이다.
영화는 우쿨렐레 동호회인
알로하! <우쿨렐레 사랑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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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삶의 이유로 삼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10대 때 만나 줄곧 서로 사랑하며 살아온 남편에게 갑자기 버림받은 여자 카롤(헬렌 플로랑)은 말한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야 해. 난 평생 그 사람만 사랑했어. 이유를 찾지 못하면 내가 죽어.” <카페 드 플로르>는 그처럼 꿈에도 대안을 상상한 일 없는 절대적 러브스토리 둘을 따라간다. 21세기 몬트리올에서는 성공한 DJ 앙투완(케빈 파랑)이 소년 시절부터 운명으로 믿어온 카롤과 행복하게 결혼해 두딸을 두고 산다. 영화의 내레이터는 그를 “행복할 수밖에 없고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남자”라고 부른다. 한편 40여년의 시간 너머 1970년대 파리에서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아들 로랑(마랭 게리에)을 하루라도 오래 살게 만드는 것이 인생 목표인 홀어머니 자클린(바네사 파라디)이 분투하고 있다. 영화는 로랑을 “행복할 수 없으며 그 사실조차 모르는 소년”이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처럼 배신
절대적 사랑이야기 <카페 드 플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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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멤버 중에서도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의 이름이 두드러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작사·작곡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음악의 성격을 규정했으며 인기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폴 매카트니나 존 레넌에 관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리드 기타리스트 혹은 매카트니와 레넌 사이의 중재자 또는 그들 이후의 삼인자가 조지 해리슨이었다. 그가 비로소 자기의 음악적 활력을 펼친 건 비틀스가 결성된 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조지 해리슨은 자기가 만든 노래들이 발표할 길은 없고 쌓여만 가는 것에 조바심냈다고 한다. 하지만 훗날 그의 독창적인 음악적 세계가 점차 인정받게 된다. 그의 노래 <Something>을 두고 엘튼 존은 “지금까지 쓰인 역사상 최고의 연가다. 모든 면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들려준다”고 극찬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핸드 메이드’라는 제작사를 차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테리 길리엄의 <시간 도둑들>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조지 해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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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립영화들의 한결같은 개봉 풍경. 트위터를 하지 않던 감독들이 계정을 만들고, 개봉 뒤에 그 계정을 휴업한다.
트위터 초창기에만 해도 상업영화들 역시 신대륙인 양 러시 행렬을 이루었다. 개선나팔을 요란하게 불며 각종 이벤트와 행사도 벌였다. 하지만 곧 SNS가 흥행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자 뒤도 안 돌아다보고 철수했다.
상업영화 마케터들이 철수한 그 공백의 자리를 차지한 건 독립영화들. 어떤 독립영화 감독이 그 느릿한 손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안녕, 하고 멘션을 보낸다면 개봉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개봉을 앞두고 그제야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감독들이 더러 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되면 숱한 홍보글을 모스 부호 타전하듯 남발하다가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오는 순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때론 배급사의 집요한 요청에, 때론 이게 마치 이제는 정해진 개봉 일정이나 되는 듯 겸연쩍게 트위터에 로그인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로그아웃하는 것이다.
하면, 트위터가 독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웃어라, 가진 게 없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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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그는 2005년 이후 망명객이 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타지키스탄으로, 다시 프랑스로, 또다시 영국으로 테러 위협을 피해 옮겨다니는 실정이다. 인권운동가이며 진보주의자인 그의 비판적 시선과 의견을 곱게 보지 않는 이란 내 보수세력 때문이다. 2009년 개혁파 대통령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이후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에도 영화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고 또 하나의 결과물로 신작 <정원사>를 완성했다. 이 작품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 후반작업 지원부문 선정작 중 하나가 됐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였다는 후문이다. 부인, 아들과 함께 후반작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신작 <정원사>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ACF) 후반작업 지원부문에 선정됐다.
=나와 나의 가족이 부산영화제로부터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방면으로 지원을 받아왔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 같다. 14년 전에는
[모흐센 마흐말바프] “우리 가족은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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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첩보극이나 스릴러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주인공은 막 악당의 컴퓨터에 접속한 참이다. 상대에게 결정타를 먹일 만한 자료(뒷거래 장부, 불륜의 증거, 혹은 비밀스러운 연구 결과)를 찾아낸 뒤 자신의 USB에 옮겨 담는다. 이때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악당의 모습이 교차편집되고 주인공의 입에서는 초조한 혼잣말이 흘러나온다. “빨리, 빨리….”
샌디스크의 익스트림 USB 플래시 드라이브는 이런 장르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제품이다. 190MB/s의 속도로 대용량 파일을 전송, 저장 및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스릴러의 주인공을 비롯한 소비자의 대기시간이 크게 줄었다. 저용량 파일은 거의 즉시 전송되며 3GB를 옮기는 데도 겨우 20초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40GB 파일은 4분 내 전송이 가능하다). 단, 이 속도는 USB 3.0 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USB 3.0 지원 장치의 출하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니
[gadget] USB 속도전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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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크기 베이스 80x89.6x33.3mm, PD어댑터
21.6x63.6x31.45mm, TV어댑터 21.6x68.9x9.82mm
무게 베이스 78g, 어댑터 28g
특징
1. 와이다이(WIDI) 지원 없이도 PC 화면을 HDTV 스크린 및 프로젝터로 무선 전송.
2. 작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다.
3. 저작권 요구 사항 때문에 블루레이 디스크 콘텐츠는 지원하지 않는다. 단 DVD 재생은 가능.
일단 고해성사로 글을 시작해야겠다. 나도 불법 다운로드라면 남부럽지 않게 해본 과거를 갖고 있다. 조르주 프랑주의 <얼굴 없는 눈>이나 미켈레 소아비의 <델라모테 델라모레>처럼 소문으로만 전해 듣던 영화들을 비로소 발견한 곳 역시 음침한 어둠의 경로였다. <24>의 첫 번째 시즌은 작정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거의 하루 만에 해치웠던 것 같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마치고 나니 키퍼 서덜런드와 함께 24시간 동안 외동딸 뒤치다꺼리를 한 것만큼이나 피곤
[gadget] PC를 품은 HD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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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그라든 조국의 문학에 바치는 진혼곡.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그런 책이다. 쉽게 말하면 러시아 소설에 대한 책이고, 미국 웰즐리대학과 코넬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하기 위해 작성한 강의록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피해 가족과 함께 망명한 뒤 후일 영어로 작품 활동을 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롤리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은 그가 어디까지나 ‘러시아’ 작가였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책에 대한 책, 책 읽어주는 책이라고 하면 보통은 플롯 분석, 좋은 대목 인용, 작가와 작품의 의의 정리와 감상이 실리는데, 이 책은 그 이상이다.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러시아 작가, 검열관, 그리고 독자’라는 글로 시작하는데, 19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러시아 역사가 문학에 얼마나 치명적인 독이 되었는지를 비판한다. “정부와 혁명주의자, 차르와 급진주의자들은 모두 똑같이 예술에 대해서는 속물이었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러시아 문학에 바치는 진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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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한 인터뷰를 좋아한다. 그게 어떤 인터뷰냐고?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의 적절한 긴장감, 인터뷰이가 말하지 않았지만 문맥을 통해 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는 여백, 지루하지 않는 정리 등 여러 요소들이 적절하게 맞물려 읽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인터뷰랄까. 물론 그런 인터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지만. 독자로서 읽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똥파리>를 만든 양익준 감독의 문답을 담아낸, <Let’s Cinema Party? 똥파리!>가 쫄깃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불필요한 말꼬리 붙잡기, 인터뷰어의 말을 최대한 살린다는 의도는 잘 알겠지만 그럼에도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인터뷰이의 반복된 긴 대답, ‘인터뷰이의 말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편집자주의 부재 등의 아쉬움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인터뷰집의 미덕을 꼽으라면, 그건 아마도 언론에서 지면
[도서] 멋지다 양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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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7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문의: 1588-5212
“그 공연 또 하는 거야?” 뮤지컬 초심자들에게 가끔 받는 질문이다. 이참에 말하고 싶다. “무한재생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물론 그래서 지치기도 한다. 새로움에 대한 욕구는 늘 뿜어져나오니까. 하지만 봐도 봐도 재밌는 작품은 있지 않은가. 그게 영화든 책이든 음악이든 공연이든 말이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그렇다. 이 작품이 빛나는 이유는 뮤지컬 넘버와 이야기 구조의 힘에 있다.
이야기부터 보자. 400년 넘게 사랑받아온 소설 <돈키호테>의 삶과 꿈에 대한 주제가 잘 드러난다. 돈키호테는 살짝 맛이 간 사람이다. 미쳐서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적어도 돈키호테는 현실 때문에 꿈과 이상을 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현실’을 향해 돌진한다. 현실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 미친 세상에 세르반테스는 그리고 그의 분신인 돈키호테는 질문한다. 과
[공연]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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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29일까지
장소: 세종M씨어터
문의: 1544-1555
“부모님 모시고 와라.” 학창 시절, 회초리보다 더 오금을 저리게 했던 선생님의 한마디다. 그 말은 “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했기에…”를 내포하고 있으니까. 그 말을 그대로 표현한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올랐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무대에 학생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등장인물들은 아이들의 부모와 교장, 학생주임, 담임선생이다.
연극은 서울 강남의 어느 명문 중학교 상담실에서 시작된다. 한 여학생이 이른 아침 교실에서 목을 맸다. 자살한 아이는 ‘여드름의 신’을 줄인 ‘여신’으로 불렸다. “저는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귀찮고, 제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미안하다며 남긴 유서 끝에 가해자 5명의 이름이 있었다. 지목된 5명의 부모가 학교로 호출된다.
현직 교사의 눈이기 때문일까(하타사와 세이고가 2
[공연] ‘니 부모’가 우리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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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멋있고 박력있는 마초 요소의 총집결. 끊임없이 사자후를 터뜨리고 싸울 것처럼 덤벼드는 랩도 곁들인다. 가끔 소리를 제대로 구기면서 생기를 주기도 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사람 마음 녹여버릴 서정적인 노래를 띄운다. 문제는 2000년대 전후까지만 제대로 먹히던 전법이라는 것. 그래도 기본은 하지만 유지를 넘어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를 놓쳐버렸다. 여전히 뜨겁게 만들었지만 동시대 ‘핫’한 앨범의 범주에 넣긴 좀 어려워 보인다.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아직까지도 첫 앨범 <<Hybrid Theory>>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세간의 평가와 상관없이) 꾸준하게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앨범에 담아왔다. 이 다섯 번째 앨범은 그간 만들어온 앨범들을 정리하는 종합판 같은 성격의 앨범이다. 이들을 지지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이쯤에서 이들의 행보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최
[MUSIC] 린킨 파크의 종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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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할매가 요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