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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개봉한 순서대로 쓰시오. 입사 시험에 이 문제를 내면 지원자 중 몇명이나 정답을 맞힐까. 많지 않을 것이다. <씨네21> 기자라면 쓱쓱 써낼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대뇌의 회백질이 비교적 덜 손상된 것으로 보이는 젊은 기자들에게 실제로 물어봤다. 아침마다 보양식을 챙겨먹는다는 김성훈 기자는 <생활의 발견> 다음 <밤과낮>으로 훌쩍 건너뛰었다. 이제껏 블랙아웃을 경험한 적 없을 정도로 주당인 송경원 기자는 <강원도의 힘>을 빠뜨렸고, <하하하> 이후 작품들은 순서를 헷갈렸다. ‘에이,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알죠’라고 자신했던 이후경 기자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아닌 <극장전>을 다섯 번째 영화라고 확신했다. 심심풀이 땅콩 퀴즈를 던지다 문득 무례한 의구심이 솟구쳤다. 홍상수 감독은 과연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g
[에디토리얼] 홍상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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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 로커>에 이은 캐스린 비글로의 전쟁영화 <제로 다크 서티>가 3월7일 개봉한다. 주인공이 누군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던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북미 개봉한 뒤에도 비밀스러운 제작 과정 때문에 여전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9.11 이후 10여년간 음침한 수용소와 무미건조한 사무실을 오가며, 서류더미에 파묻혀 서방세계 ‘악의 축’ 오사마 빈 라덴에 다가갔던 미국 첩보국의 실체가 어떻게 재구성됐는지 그 제작기를 소개한다. 이름하여 <제로 다크 서티>를 위한 26가지 보고서다.
A 아보타바드 Abbottabad
2011년 5월2일 새벽, 수십발의 총성이 파키스탄의 평화로운 북부도시 아보타바드의 하늘을 갈랐다. 이윽고 덥수룩하게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쓰러졌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라고 부르던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의 습격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9.11 테러의 주범이 아프가니스탄의
악(惡)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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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의 성공이 한국 영화계에 어떤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섣불리 답을 내놓기는 이르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의 주요 관객이 20∼30대에서 10∼40대로 확대됐음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어떻게 그들을 계속 극장에 붙들어둘 것이냐다. 그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기 위해 장르의 날을 세우거나 작가의 색깔에 하이라이트를 주기보다 휴먼드라마의 보편성에 기댄 영화들이 많아지리라 점쳐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 ‘가족’이라는 코드 혹은 소재가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자극하는 데 만능키로 등장한다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CJ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을 ‘가족영화’ 대표선수는 <고령화가족>이다. 투자사업부 박철수 부장의 표현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에 새로운 질문을 던질” 이 영화는 반오십을 바라보는 영화감독이 다시 가족과 한지붕 아래 살게 되면서 겪는 사건사고가 줄기를 이룬다. 이 밖에 김성수 감독의 <감기>에
방점은 가족에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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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7번방의 선물> 1천만 관객 돌파!’ NEW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자 흥행을 기념하는 <7번방의 선물> 포스터 배너가 기자를 맞았다. 사무실 곳곳에 여기저기서 보내온 축하 화환도 눈에 띄었다. 잔칫집다운 분위기였다. 사실 NEW는 최근의 <7번방의 선물>은 물론이고 301만여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한 <헬로우 고스트>(2010), 490만여명을 불러모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등 가족 관객을 메인 타깃으로 한 영화를 전략적으로 내놓으며 흥행에 재미를 봐왔다. NEW 한국영화팀 김형철 부장에게 가족 관객에 대한 NEW의 투자•배급 전략을 듣기 전에 일단 1천만 돌파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1천만이라는 관객을 예상했나.
=원래 500만 관객을 목표로 놓고 준비했다. 영화의 웃음과 울음을 공감해준 관객 덕분에 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의 웃음과 울음 코드를 많은 관객이 공감해
“따뜻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면 관객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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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게 많아졌다.” 쇼박스 한국영화팀 김도수 부장은 40대 관객의 증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관객층이 다양해진 만큼 투자/배급사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란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 가지고는 안돼, 좀더 영화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장년층의 극장 유입 현상을 지켜보면서 ‘영화를 좀더 쉽게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는 “다양한 영화를 아우를 수 있는 쇼박스의 원칙을 강조”한다. “<도둑들>은 가족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전 연령층을 아우른 장르영화였다. 그런 영화를 꾸준히 내놓을 수 있다면 40대 이상 관객도 쇼박스 영화를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다.”
-<7번방의 선물>(1월23일 개봉) 개봉일로부터 2주 전,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박수건달>(1월9일 개봉)이 먼저 개봉했다.
=두 영화 모두 시나리오, 기획 등 여러 면에서 비슷했던 작품이다. 개봉이
“판타지적 설정이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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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7번방의 선물>이 개봉 첫주였던 <신세계>를 재역전했던데?” 인터뷰가 끝난 뒤 점심 먹으러 내려가는 CJ E&M 센터의 엘리베이터 안은 온통 <7번방의 선물> 얘기뿐이었다. <댄싱퀸> <완득이> <써니> <늑대소년> 등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최근 CJ엔터테인먼트 역시 40대 이상 관객과 가족 관객의 증가에 힘입어 흥행작을 여럿 내놓은 바 있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사업부 박철수 사업부장에게서 최근 관객층의 변화가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 및 제작 전략에 끼치는 영향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7번방의 선물>이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과거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와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에는 실화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블록버스터 장르가 사회적인 이슈를 일으키면서 1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인가, 예년과는
“40대 이상은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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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관객.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지만 달성하는 순간 하나의 의미가 된다. 지난 2월23일 <7번방의 선물>이 한국영화 사상 8번째 1천만 영화로 기록됐다. 27일 현재 누적관객수는 1060만명을 넘어 역대 한국영화 관객 순위 7위(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로 올라섰으며 최근 추이로 볼 때 기록은 계속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신세계> 개봉과 함께 상영관이 579개까지 줄어들었지만 일일관객수는 여전히 14만명가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덕분에 좌석점유율은 다시 오르고 있다. 말하자면 이미 1천만명이나 영화를 봤음에도 관객은 여전히 <7번방의 선물>을 ‘골라’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1천만 고지를 달성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새로운 1천만 영화의 등장
한편의 1천만 영화 주위에는 필연적으로 유사한 영화들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1천만 혹은 그에 준하는
중년의 티켓 파워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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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지난해 10대 히트 상품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애니팡, 갤럭시 2012 시리즈, 차량용 블랙박스, 런던올림픽 스타, 에너지 음료, LTE 서비스, 고급형 인스턴트 커피, 관객 1억명 시대의 한국영화, 캠핑 상품. 삼성경제연구소는 아홉 번째 히트 상품으로 ‘관객 1억 시대의 한국영화’를 꼽으며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함께 즐기는 문화 상품이 2012년 인기를 모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확실히 지난해 한국영화 1억명 관람 시대는 40대 이상의 관객과 가족 단위의 관객이 극장에 몰렸기 때문에 열릴 수 있었다. 그것은 20, 30대 젊은 관객이 극장가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변화다. <씨네21>은 2013년 현재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과 가족 단위의 관객이 극장에 몰려들고 있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사업부 박철수 사업부장, 쇼박스 한국영화팀 김도수 부장, NEW 한국영
흥행 공식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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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는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음을 은근히 쥐어짜던 연출, <썸머워즈>의 단련된 액션 연출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모두 ‘청춘’과 ‘성장’을 키워드로 삼은 작품이라 더 그랬다. 물론 <늑대아이>는 청춘드라마와는 거리를 둔 작품이지만, 늑대인간을 모티브로 모성애를 끌어내는 과정이 식상하거나 유치하진 않았다. 물론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웃는 하나는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어코 날 울렸으니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
엔딩 곡은 <어머니의 노래>다. 미디어 아티스트 다카기 마사카쓰가 만들고 재일동포 3세인 안 샐리가 불렀다. 이 곡에서 다카기 마사카쓰는 전작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미니멀한 편곡을 선보이는데, 덕분에 재즈 보컬리스트로 유명한 안 샐리의 자상한 톤이 극단적으로 강조된다. 피아노가 천천히 그 뒤를 따르는 이 곡은 자녀가 독립해서 집을 떠난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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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TV채널을 돌리다 KBS1 드라마 <광개토대왕>에 멈추면 신기하게도 늘 이마부터 턱까지 꽉 차는 정면 클로즈업 숏이었다. 사이즈와 각도 변화가 단조로운 장면이 거듭 반복되었으니 유독 기억에 남았겠지. 점치는 기분으로 일부러 채널을 돌려보던 어느 날인가는 무려 다섯명이 한 화면에 등장해 내쪽에서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광개토대왕> 이후, 좀 다른 의미로 클로즈업 숏이 눈에 띄는 드라마를 꼽자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일 것이다. 많고, 예쁘고, 화사하다.
여주인공 오영(송혜교)의 클로즈업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목구비 중 어디 한 군데가 닮았다고 해서 자신이 ‘송혜교 닮았다’는 말을 지껄이는 자들은 저 아름다운 균형과 조화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배우가 본래 미인인 까닭도 있지만 거의 모든 클로즈업이 아름다운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최상의 앵글을 찾은 것처럼 눈을 사로잡는다. 화
[유선주의 TVIEW] 클로즈업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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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확인해보니 2010년 봄이다. 그날도 나는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1000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고양시에 자리한 대곡역을 지날 즈음, 싱가포르에 있는 류상욱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암에 걸렸다는 비보를 접하고 며칠 뒤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울기 시작했고, 오히려 그가 눈물을 거두라며 위로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나는 그의 얼굴보다 목소리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엄격한 얼굴과 달리 경쾌한 편인 그의 목소리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에도 눌리지 않았다. 지난해 말, 류상욱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상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겠다는 결정. 나는 한참 운 뒤에야 그의 얼굴을 보러 오피스텔에 들어가곤 했다. 신기한 것은 그의 눈이 예전보다 더 맑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리도 빨리 그를 데려가려는 하늘이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건지 모른다. 나와 지인들은 그의 옆에서 변함없이 수다를 떨었고, 나는 고개를 돌린 때에도 그가 지그시 바라보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시네마천국으로 떠난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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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2편 <이노센스>(2004)의 포스터는 형편없이 망가진 여성 로봇의 모습을 보여준다. 헝클어진 로봇의 모습이 왠지 섬뜩하면서도 어딘지 성적으로 야한 느낌을 준다. 그 이미지의 원조는 아마도 독일의 초현실주의자 한스 벨머가 제작한 소녀의 인형이리라. 그가 제작한 인형은 나무와 금속으로 된 골격에 석고로 만든 몸통(torso)을 붙이고, 빗자루 손잡이로 만든 한팔과 두 다리에 금속 막대와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관절을 만들어 붙인 것이다. 그의 인형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학대당한 신체로, 거기에서는 죽음의 섬뜩함이 성적 판타지와 떼어낼 수 없게 밀접히 결합되어 있다.
폭력과 섹슈얼리티
벨머가 인형의 제작을 시도한 데에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어머니가 1931년에 베를린으로 이사 오면서 고향집에서 가져온 어린 시절의 장난감 상자였다. 그 안에는 타로 카드, 유리구슬, 인디언 복장 등 유년 시절에 갖고 놀던 온갖 잡동사니와 더불어 망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죽음/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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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품위있는 문장과 족집게 같은 비유로 아름다운 노래들을 소개해왔던 이 칼럼에 드디어 위기가 찾아왔다. 다른 노래들에 정을 붙여보려 해도 잘되질 않는다. 이러지 말자고 나 자신을 추슬렀지만, 쉽게 되질 않는다. 이러면 안된다고, 돌아온 샤이니도 있고, 섹시한 씨스타19도 있고, 귀여운 레인보우도 있고, 길쭉길쭉한 나인뮤지스도 있는데, 왜 하필 그들이냐고, 가수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멋없이 뚱뚱한 아저씨를 꼭 소개해야 하느냐고, 묻고, 되묻고, 마음을 다잡아보았지만 내 마음이 뜻대로 되질 않는다. ‘형돈이와 대준이’에 빠져든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오래전부터 정형돈의 팬이었다. <개그콘서트>에서 ‘아하 그렇구나’를 노래할 때도, <무모한 도전>에서 심은하 헤어스타일로 소와 줄다리기를 할 때도, 그를 좋아했었다. 아마도 그를 좋아한 이유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심드렁한 표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막상 뭔가 맡기면 못하는 게 없는데 일단은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뇌를 드라이클리닝해,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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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7일 일기에 <플라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링컨>의 포스터 이미지. 에이브러햄 링컨의 음성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제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상상해서 창조한 음색과 그의 옆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어린 날 읽은 위인전 속 흑백 사진을 별수 없이 대체하고 말겠지. 이렇게 영화가 또, 역사를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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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잇 업!”(Black it up!)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에게 마지못해 이끌려 커플 댄스를 연습하는 팻(브래들리 쿠퍼)을 보며 친구 대니(크리스 터커)가 외치는 잔소리다. 실제로 극중에서 이 대사는 “흑인의 흥을 좀 넣어봐”라는 의미겠지만, “음영을 좀 넣어보자”라는 연출의 모토로 들리기도 한다. 비유하자면 데이비드 O. 러셀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스모키 화장을 한 로맨틱코미디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현대인이 앓는 신경증의 오케스트라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등장인물의 묘사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아주 가느다란, 먹구름의 은빛 테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