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플로리다 해변가에서 태어났지만 아기 바다거북 토토가 살아가야 하는 곳은 바다다. 태어나자마자 꽃게와 갈매기를 상대로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는 토토. 무사히 바다로 입수한 토토는 멕시코 만류를 타고 여행하던 중 소용돌이에 휩쓸려 북쪽으로 떠내려간다. 장장 25년의 세월이 흐르고, 토토는 후손을 낳기 위해 고향인 플로리다의 해변가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닉 스트링거 감독은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의 생태를 담은 자연다큐멘터리를 거북의 일생에 관한 한편의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관객은 토토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25년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토토의 시점으로 간접체험하게 된다. 그 체험을 돕는 것은 전적으로 촬영의 몫이다. 로리 맥기니스 촬영감독은 미니어처 카메라를 사용해 아기 거북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포착했고, 토토의 25년을 연속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장소를 돌며 다양한 연령대의 거북을 촬영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여기에 화려한 음향과 절묘한 편집을 더해 극영
쉽게 보기 힘든 삶과 죽음 <아기 거북 토토의 바다 대모험>
-
출퇴근을 위해 서울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던 김형렬 감독은 지난 4월 무렵 지하철 기본요금을 5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보게 된다. 예고 없는 일방적 통보에 김형렬 감독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그 내막을 캔다. <맥코리아>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를 고발하는 시사 다큐멘터리다. 글로벌 투자은행이자 금융 서비스 그룹인 맥쿼리는 국내민간투자사업 중 총 13개 사업장에 1조8천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중 12곳이 정부로부터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를 적용받고 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는 기업이 투자할 때 예상한 수입에 실제 수입이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그 금액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물론 그 정부지원금은 국민 세금으로 책정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서울지하철 9호선은 맥쿼리를 비롯한 민간투자사업 투자자들이 최대 주주로 있기 때문에 시민의 불편에는 아랑곳없이 이윤 추구가 최우선 목표다. 우면산 터널과 마창대교, 인천대교, 인천공항 고속도로 또
소통의 불능 <맥코리아>
-
<북극의 눈물>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진 다양한 생태•자연•환경 다큐멘터리들은 브라운관과 스크린 사이의 거리를 점점 더 가깝게 만들어놓았다. 진재운 감독의 다큐멘터리 <위대한 비행> 역시 창원시가 지원하고 KNN부산경남방송이 기획, 제작하여 지난 5월에 방영했던 5부작 다큐멘터리 <위대한 비행>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3만여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도요새이다. 몇날 며칠, 바닷길을 한번도 쉬지 않고 날아 이동하는 이 새는 수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날갯짓을 멈추면 바다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다. 갯벌에 도착해 쉬면서도 하루에 두번씩 어김없이 찾아오는 밀물을 피해야만 한다. 오랫동안 쉼없이 날아야 하기에 허기진 배를 충분히 채울 수도 없다. <위대한 비행>은 이 고단한 도요새의 극적인 여정을 조용히 따라간다.
그렇다고 <위대한 비행>에 도요새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도요새
도요새의 시선 <위대한 비행>
-
태어나는 것을 제외한 인생의 모든 일들은 ‘선택’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선택은 때로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경우가 많다. 백연아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미쓰마마>는 바로 이런 힘든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카피 그대로 ‘결혼하지 않은 엄마’, 세명의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애써 이들의 (힘든) 삶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을 이해하려는 섣부른 시도가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 되어 미혼모들의 삶을 더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세명의 미혼모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현되는 ‘싱글맘’들의 모습이 대부분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말뿐만 아니라 몸으로 보여준다. 다른 ‘엄마’들이 그러하듯 이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며 사회생활을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여가를 보낸다. 이때 이들을 묶어주는 것은 ‘엄마’(母)라는 가족 내 역할이지 ‘결혼하지 않은’(未婚)이라는 사회적 상태
씁쓸하지만 달콤한 세상 <미쓰마마>
-
-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없는지 알고 있다.” 김재환 감독은 전작 <트루맛쇼>에서 맛집 조작의 뒷거래 현장을 몰래카메라로 생포했다. <MB의 추억>에서도 거짓말하는 TV가 등장한다. 맛집이 대통령 선거로, 소비자가 유권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2007년 12월19일 대선을 앞두고 MB는 ‘준비된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전국 각지를 돌며 유세 중이다.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이른바 ‘747’공약을 내세운 MB는 과반수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5년이 지난 지금, MB가 내놓은 공약 중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되레 국민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했다. 3년 동안 22조원을 퍼부어 4대강을 파헤쳤고, 불법 민간인 사찰도 서슴지 않았다. 물가는 곱절로 뛰어올랐고,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학생들에겐 물대포로 화답했다. ‘살려주이소, 살려주이소’, 국민의 애원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 <M
보이지 않는 거짓말 < MB의 추억 >
-
“빨리, 잭. 방아쇠를 당겨.”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할 나이의 삼형제가 돼지우리에 모였다. 형들의 보챔에 막내는 서투르게 장총을 장전하지만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보다 못한 형 하나가 리볼버를 꺼내든다. 막내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탕 소리와 함께 아기돼지 한 마리가 쓰러진다. 단번에 눈길을 잡아끄는 이 오프닝은 주인공 본두란 삼형제의 성격과 관계를 제시하며 영화 전체의 기조를 요약적으로 전달한다. 바로, 폭력에 대한 가감없는 묘사다.
1931년 금주령이 내려진 미국의 프랭클린 카운티, 성인이 된 삼형제는 밀조, 밀매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1차대전 때 부대 전체가 바다에 빠져 죽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는 큰형 하워드(제이슨 클락), 같은 해 마을을 덮친 스페인 독감을 혼자 이겨내는 바람에 가장이 된 작은형 포레스트(톰 하디)는 자타가 공인하는 ‘불사조’로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인정을 아직 얻지 못한 막내 잭(샤이어 라버프)은 매일 자신도 사업에 끼워
범죄와의 전쟁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
-
영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추리문학이 하나의 장르문학으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가 ‘사회구조의 불안정성’ 때문이라는 분석을 들은 적이 있다. 안정된 구조의 사회 혹은 변화 가능성이 많지 않은 사회라야만 일상적으로 예측 가능한 논리가 유효한 추리소설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간의 한국영화들에 가장 빈번하게 원작을 제공하는 것은 일본의 미스터리 스릴러 혹은 추리소설들이다.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에 이어 <용의자 X>를 통해 또다시 한국영화의 원작자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구성력과 폭발력있는 반전때문에 사랑을 받았고 일본에서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이 되기도 했다.
원작 <용의자 X의 헌신>은 니시타니 히로시에 의해 2009년에 이미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방은진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원작에 충실한 영화를 또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일본 작품과는 차별적인 각색을 강조했다.
진실과 행복의 딜레마 <용의자 X>
-
<내가 살인범이다>
감독 정병길 / 출연 정재영, 박시후 / 개봉 11월 예정
대담한 쇼다. 이두석이라는 연쇄살인범이 자신의 살인 행각을 기록한 자서전을 내놓으며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다. 잡으면 되지 않냐고? 불가능한 일이다.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다. 15년 전 이두석을 놓쳤던 형사 최형구가 어떻게든 끝을 보기 위해 다시 나섰다. 정병길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살인범이다>는 ‘<살인의 추억>의 범인이 다시 세상에 나온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한다. 정병길이라면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2008)를 연출한 그가 맞다. 이 영화가 그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다. 줄거리를 보아하니 이번에는 액션보다는 속을 알 수 없는 범인과 그를 다시 쫓는 형사의 머리싸움이 볼만할 것 같다. 박시후가 연쇄살인범 이두석을, 정재영이 형사 최형구를 연기한다.
[Coming Soon] 잡을 수 없는 범인 <내가 살인범이다>
-
Q. <루퍼>에서 주인공 조(조셉 고든 레빗)는 미래에서 온 자신(브루스 윌리스)과 한 공간에서 만납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게 가능한가요?
A. 매주 수요일이 되면 저 역시 미래의 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영화 속 조처럼 30년까지는 아니고 정확히 일주일 뒤의 저를 말이죠. 그게 가능하다면 편집장 몰래 다음주 제가 쓰게 될 기사의 한글 파일을 요청할 거예요. 그가 줄지, 안 줄지는 모르겠지만요.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는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저의 상상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시간여행도 시간여행이지만 빛의 속도로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아간 브루스 윌리스의 신체가 온전하게 유지되는 것도 신기해하던 차였습니다. 정재승 교수는 “하하, 시간여행 자체가 이론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거라 빛의 속도로 통과한다고 해서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뭉개지는 일이 가능한지 얘기하는 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cinepedia] <루퍼>에서 주인공 조(조셉 고든 레빗)는 미래에서 온 자신(브루스 윌리스)과 한 공간에서 만납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게 가능한가요?
-
-안녕하세요. 인터뷰 시간에 좀 늦으셨네요. 일이 많으신가봐요.
=죄송합니다. 아까 출근카드에 도장 찍는 걸 깜빡해서요.
-뭐 죄송할 것까진 없고요. 그럴 수도 있죠 뭐.
=죄송합니다.
-왜 계속 죄송하다는 말씀만 하시는지. 괜찮다니까요.
=우리 회사가 겉으로 보기에는 금속제조회사지만 사실 살인청부업을 하고 있거든요. 다들 철저한 회사원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아서 그냥 할 말 없을 때 ‘죄송합니다’라고만 하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딱 봐도 매우 간지가 좋으시지만, 오늘만큼은 좀 넥타이도 확 푸시고 다리 쭉 뻗고 편히 계셔도 됩니다.
=또 죄송하지만 그게 잘 안되네요.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복장 제약도 너무 많아요. 우리 모두 다들 회사 다니는 죄죠. 매달 사장님 돈을 뺏어가서 죄송하고, 일하느라 전기 써서 죄송하고, 다이어트 겸 굶어도 되는데 꼬박꼬박 밥 먹어서 죄송하고….
-무슨 밥 먹는 것까지 그러시나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오늘도 무사히!
-
올해로 아흔살을 맞은 알랭 레네의 새 영화 <당신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가 지난 9월26일 프랑스에서 전국 개봉했다. 비록 그의 첫 장편이자 누벨바그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히로시마 내사랑>(1959), 더 가깝게는 260만 관객으로 그의 작품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던 <우리는 그 노래를 알았다>(1997)에 견줄 만한 성공은 아니지만, 레네의 신작은 개봉 첫주 만에 7만184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과연 노장의 내공이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장 아누이의 <유리디스>와 <사랑하는 앙투안>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레네와 그의 시나리오 단골 파트너 로랑 에비에의 각색을 거친 이 작품은 원작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선보인다. 열두 배우들이 차례로 극작가 앙투안 다탁의 부고를 알리는 전화를 받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전화를 받은 이들은 모두 과거에
[파리] 노장의 품격
-
[정훈이 만화] <도둑들> 주옥같은 사업구상
[정훈이 만화] <도둑들> 주옥같은 사업구상
-
“맥쿼리를 아십니까?” <맥코리아>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의 수익 구조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김형렬 감독은 국민이 이용하는 기간시설을 특정 기업에서 독자적으로 수익산업화하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맥코리아>를 만들었다. 이들의 계산법에는 많은 교묘한 시스템이 엮여 있지만 김형렬 감독은 많은 이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쉬운 방향으로 <맥코리아>를 풀어간다. 맥쿼리라는 풍차 뒤에 정부기관이라는 거인이 버티고 있음을 그는 짐작하지만 결국 그 실체에는 조금도 닿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감독은 거인의 그림자라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분투한다. 평범한 프로듀서로 살던 그가 돈키호테가 되어 거대 기업과 정부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어야 했던 이유를 들어봤다.
-왜 <맥코리아>를 찍게 됐는지 궁금하다.
=지난 2월 무렵 맥쿼리가 투자한 민자도로의 지도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직접 9호선을 타고 출퇴
[클로즈 업] 불씨 역할만이라도 하길
-
박루슬란 감독은 고려인 4세다. 타슈켄트사범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뒤 한국으로 유학 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수학했다. 장편 데뷔작인 <하나안>으로 제14회 타이베이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박루슬란 감독은 의외로 자신이 고려인이라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나안>을 고려인의 삶과 미래에 관해 말하는 영화일 거라고 짐작했다면 그것은 틀렸다. 고질적인 우울함과 싸우며 삶을 개척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 그것이 <하나안>이다. 희망의 메시지를 말하면서도 오히려 ‘하나안(약속의 땅)은 없다’는 박루슬란 감독. 고려인으로서의 그의 삶과 그가 생각하는 ‘약속의 땅’에 관해 짧은 대화를 나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나고 자라면서 핏줄을 거슬러 올라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동포라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주민 국가 중에서 고려인 비율은 우즈벡이 가장 많다. 사춘기를 지
[클로즈 업] 민족성보다는 인간에 관한 고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