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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해 좀 안다고 자부했던 관객도 <링컨> 앞에서는 당혹감부터 느낄 수 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잔혹 동화 <워 호스>의 연장선상에서 미국 신화의 한 조각을 베어낸 이 영화에는, 마치 링컨의 그것과 같은 노감독의 고집이 배어 있다. 링컨이 일궈낸 승리는 필히 남북전쟁에서 75만 병사가 흘린 피로 얼룩지고, 타협에 능했던 그의 온건한 메시지도 극히 비타협적인 영화적 만듦새로 수송된다. 이는 이제까지 그의 영화를 맘 편히 즐겨왔던 관객에게 인식과 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 연유가 궁금해서 인터뷰를 모아봤다. 그는 왜 14년이나 <링컨>에 매달렸고, 왜 전과 다른 방식으로 <링컨>을 완성했는가. 명쾌한 답변은 요원해 보이나, 그 빈 괄호가 더 중요한 단서일 수도 있겠다.
-언제 처음 링컨에 사로잡혔나.
=5, 6살 즈음 삼촌을 따라 링컨 기념관에 갔었다. 한참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한 거
두려워해야 돌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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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각자의 이순신이 있듯이, 미국인들에겐 각자의 링컨이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비유는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에게 링컨은 미국 그 자체의 동의어에 가깝다. 그가 노예제를 영구적으로 폐지한 13조 수정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면, 혹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면 미국은 지금 북부 중심의 합중국과 남부연합이라는 각각의 뿌리를 지닌 두 국가로 나뉘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링컨이 중대한 소명을 완성한 직후 피살당했다는 사실이 그의 국부(國父)적 지위에 순교자적 이미지를 더했을 것이다. 실존한 한 개인의 삶 자체가 건국신화가 된 드문 경우이며, 오늘의 세계에서 한 국가의 국민에게 그만한 압도적 무게를 지닌 인물은, 중국의 마오쩌둥을 제외한다면 거의 없을 것이다.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편견으로 가득한 D. W.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1914)에서조차, 링컨 피살 소식을 들은 남부인들이 그를 “우리의 유일한 북부 친구”라고 부른다.
2000년대
오! 숭고하고 더러운 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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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동시대 감독의 명단을 작성하라면, 우리는 주저없이 맨 위 상단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올리겠다. 지난 40여년간 철저히 관습적인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작업해온 그는 과거 미국 감독들이 남긴 시네마의 위대한 유산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찰해왔고, 2000년대 이후로는 그 성찰의 깊이가 더욱 심원해지고 있다. 그런 스필버그가 10년 동안 매달린 영화이기에, 나아가 그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신화를 다룬 영화이기에, <링컨>이 나오기만을 우리는 고대해왔다. 그리고 비로소 <링컨>이 나왔을 때 이 영화를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스필버그의 오랜 지지자 허문영의 왼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는 지난해 <워 호스>를 비롯해 우리가 최근의 스필버그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다. 그의 글은 우리가 놓쳤던, 그리고 심지어 지금도 놓치고 있을지 모르는 스필버그의 행로의 변경을 더듬기에 훌륭한 안내문이 되어줄 것이다.
신화,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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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은 한권의 그림책 같다. 동화 같은 이야기에 대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색감이나 구도가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보는 것 같다. 수지의 가족과 집을 보여주는 오프닝에선 마치 팝업북을 만지는 듯한 재미도 있다. 클라이맥스의 미니어처 촬영도 빼놓을 수 없는데, 김혜리 기자가 언급한 대로 <작은 사랑의 멜로디>(정말 사랑스러운 영화!)와 <파리대왕> <찰리 브라운> <오즈의 마법사> 등과 함께 60∼70년대의 풍광 혹은 비디오게임과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음악은 수지의 ‘프렌치 시크’를 대변하는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Le Temps De L’amour>도 좋았지만, 나로선 오프닝과 엔딩의 ‘오케스트라 가이드’가 더 재밌었다. 오프닝의 레너드 번스타인의 <청소년을 위한 오케스트라 가이드>는 58년부터 72년까지 CBS에서 방영된 인기 프로그램의 제목(한국에서는 &l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60년대, 그때 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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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장르의 명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대치동 서스펜스’나 ‘강남엄마 호러’가 어떨까 했지만 아무래도 광의의 표현으로 ‘한국형 교육 스릴러’ 정도가 무난할 것 같다. 지난해 JTBC <아내의 자격>에 이어 시청자를 오금 저리고 얼어붙게 만드는 드라마,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이하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얘기다.
<아내의 자격>의 서래(김희애)가 남편과 시부모에게 등 떠밀려 대치동으로 이사하며 무방비 상태로 초등학생 아들의 사교육 전쟁터에 뛰어들게 되었듯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의 수아(송선미) 역시 우연한 계기로 강남 상위 1%를 위한 명문 유치원에 딸 예린을 보내게 된다. 이미 <아내의 자격>에서 국제중 입시명문학원 레벨 테스트 신의 비장함에 압도된 바 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는 유치원생의 삶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겁에 질렸다. “여기 아이들
[최지은의 TVIEW] 배운 엄마들의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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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으로 초점이 나간 장면을 본다고 해서 덜 보는 건 아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사진을 회화에 도입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회화라는 매체로 사진을 그린 최초의 화가들 중 한명이다. 하지만 리히터를 수많은 포토리얼리스트들과 구별시켜주는 것은 이른바 ‘리히터의 블러’(Richter’s blur)라 불리는 효과다. 사진을 그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는 하나같이 초점이 나가 흐릿해 보인다. 미술평론가 할 포스터는 이 블러가 리히터의 작품의 ‘푼크툼’을 이룬다고 말한다. 왜 그는 사진을 흐리는 걸까?
사진과 회화의 차이를 넘어
‘리히터의 블러’에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매체에 대한 반성이다. 리히터가 작업을 시작했을 때, 매체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그린버그의 모더니즘, 즉 잭슨 폴록에서 출발한 미국의 추상운동이 사실상 종말을 고한 상태였다. 모더니즘의 추상이 결국 사진이 던져준 충격에 대한 회화의 반응이었다면, 추상의 운동이 생명력을 다한 이상 사진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궤뚫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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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까지만 해도 ‘올해의 음반 베스트100’이나 ‘올해의 영화 베스트10’ 같은 목록을,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그래미 어워드 등을 빠뜨리지 않고 챙겨 보았다. 혹시 내가 모르고 지나친 음반이나 영화가 있으면 어쩌나, 엄청난 걸작을 모르고 지나쳤으면 어떡하나 걱정하곤 했다. 걱정도 참 팔자로 많을 때였다. 얼마 전부터 ‘걸작 따위 지나갈 테면 지나가버려’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있으므로 수많은 명작들이 나 모르게 세월의 뒤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모두들, 굿바이! 동시대 작품들을 부지런히 챙겨 읽고, 보고, 듣는 건 참 재미난 일이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 건져낼 수는 없다. 그랬다간 허리 부러진다. 그물코를 널찍하게 만든 다음 큼지막한 것들만 챙겨야지 그물코를 너무 촘촘하게 만들어두면 걸리는 고기들이 너무 많아서 그물이 찢어질 수도 있다.
음반이나 책이나 미술작품을 만나는 데도 운명 같은 게 작용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책이 어느 날 뒤통수를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흥을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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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건강보험료 영수증을 받아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 일년에 병원이라고 해봐야 겨우 두세번 갈까말까다. 그런데 매달 18만원에 가까운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보험료는 요지부동이다. 회사에서 내주는 게 없으니 그전보다 2배나 많이 내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 비해 수입이 줄어들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거냐고 담당 국가기관에 물어보니 집이 있어서 그렇단다. 대출 받아서 집 사게 만들어놓고, 그 월부금을 다 갚기 전까지는 사실상 내 집도 아닌 채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데, 집이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많은 건강보험료까지 챙겨가는 국가가 밉다. 미워도 너무 미워서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으로 살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다.
그래서 이 영화 <남쪽으로 튀어>가 진심으로 잘되길 바랐다. 영화가 잘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전기세에 포함되어 나오는 공영
[SO WHAT] 최해갑과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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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1일 일기에 <스토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등장했던 동네 슈퍼와 여관이 각각 편의점과 모텔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서울 시내치고 오래 한결같았던 두곳이 마치 영화에 담겼으니 이제 됐다는 듯 사라져버렸다. 거리는 변했지만 하굣길로 쏟아져 나온 여학생들은 다들 해원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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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씨에게.
해원아, 라고 불러보까 했지만 만약 홍상수 감독이라면 당신에게 존대를 할 것 같다는 짐작에 해원씨라고 쓰기로 합니다. “외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졌다”고 당신이 정리한 꿈과 산책을 따라가는 동안 해원씨가 여러 번 딱하고 예뻤습니다. 아니, 딱해서 예뻤고 예뻐서 딱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맨 처음 예뻤던 건 ‘해원’이란 이름이었어요. 저처럼 흔한 ‘혜’자가 이름에 든 여자는 ‘해’자가 가진 의연함과 아득히 푸른 기운을 동경하곤 합니다. 그렇게 남다른 이름을 궁리해 붙여준 부모라면 딸에게 유난스러울 것도 같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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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어느 밤에 서간체 형식의 짧은 칼럼 하나를 쓴 적이 있다. 양영희의 다큐 <디어 평양>에 관한 것이었는데 양영희가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그려낸 방식에 대해 내가 느낀 감동을 적었고 그 표현 중에는, “당신의 영화가 보여준 만드는 자로서의 ‘나’와 카메라와 대상으로서의 존재 그 사이에서 뛰던 관계의 맥박을 나는 쉽게 잊기 힘듭니다”라는 감탄의 표현도 있었다.
양영희는 왜 아들들을 북송시킨 아버지의 과오를 역사의 자리에서 냉정하게 다시 생각하지 않는가. 그건 일종의 회피가 아닌가, 하고 비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위의 칼럼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웬만한 영화평론가보다 뛰어나고 날카로운 영화적 안목을 갖춘 유명감독 한분이 사석에서 내게 위의 칼럼을 언급하며 그와 같이 <디어 평양>을 비판했다. 내게는 그 영화의 어떤 결여된 객관성을 지적하는 말로 들렸는데, 그 비판이 일견 정당하다고는 생각했어도 공감은 끝내 못했던 것 같다. 그 영화의
[신 전영객잔] 슬픔은 어디서 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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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아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세요?’라고 되묻는 표정. 이민기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얼굴이다. 어리둥절한 표정 연기에 있어서 이민기는 독보적이다. <해운대> <퀵> <오싹한 연애>에서 철딱서니 없거나 범상치 않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을 때의 그 얼굴들을 떠올려보자. <연애의 온도>에서도 이민기는 곧잘 그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 표정이 이민기를 아니, 이동희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연애의 온도>에서 이민기는 여자친구 영(김민희)과 엮이기만 하면 감정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않는 남자 동희를 연기한다. 동희는 3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해방감을 느끼지만 금세 보고 싶다고 징징댄다.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쪼잔하게 복수를 감행하고, “홧김에”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는 충동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게 다 영이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민기는 자기감정에 충실한 동
[이민기] 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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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면 김민희 없는 <화차>(2012)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가 연기한 강선영은 비밀을 간직한 위태로운 여자였고, 위태로운 만큼 감싸주고 싶은 여자였다. 김민희의 얼굴은 강선영의 아슬아슬함이었고, 그것이 곧 <화차>의 긴장감이었다. 김민희도 <화차>가 자신의 경력에서 의미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강선영을 선뜻 내려놓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화차>가 끝난 뒤 세고 어려운 영화를 다시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러나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마다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느 순간 <화차>를 떠나보낼 수 있었어요.” 마침 <화차>와 전혀 다른, 말랑말랑한 연애담 <연애의 온도>의 ‘영’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은행원 영은 사내연애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중이다. 직장 동료들 몰래 3년간 사귄 남자친구 동희(이민기)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다시는 그의 얼굴
[김민희] 나를 훔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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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부대인 '지 아이 조'가 테러리스트 '코브라' 군단의 음모로 인해 최대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에 살아남은 요원들이 팀의 명예를 회복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반격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 '지 아이 조 2'는 오는 3월 28일 개봉 예정이다.
[이병헌]"복면 벗으니 감정 연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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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날, 이민기와 김민희가 봄기운을 몰고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연애의 온도>에서 3년 사귄 사내커플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를 연기한 두 배우는 서로 특별히 반가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화 속 영과 동희처럼 오래 알고 사귄 벗 같았다. 영화에서 워낙 싸우는 신이 많아서 두 사람 사이가 더 자연스러워졌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 제일 처음 좋아한 연예인이 김민희였다”고 고백한 이민기도 “사랑해서 드는 정보다 싸우면서 드는 정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특출난 캐릭터가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든 부딪힐 것만 같은 평범한 캐릭터로 만난 두 배우. 이들이 보여줄 보통의 연애는 과연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까.
[연애의 온도] 봄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