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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꿈꾸는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교과서다. 조지 클루니는 또 어떤가? 지금의 그라면 쉽게 넘보기 힘든 산인 건 분명하다. 여기에 또 한명의 이름을 추가해도 될 것 같다. 연출 데뷔작 <곤 베이비 곤>(2007)을 시작으로 <타운>(2010)을 거쳐 곧 개봉을 앞둔 <아르고>를 만든 ‘감독’ 벤 애플렉 말이다. 1979년 이란 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르고>를 보고 나면, 취미나 호기심 정도로 감독을 하려는 배우들은 메가폰 잡는 걸 포기해야 할 것이며, 진지하게 연출에 대한 꿈을 꾸는 배우들도 진로를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지도.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다. “다시 커리어의 정점으로 올라왔다”는 맷 데이먼의 확신처럼 <아르고>는 벤 애플렉이 배우에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라 정의할 만하다.
단 세편만으로 감독으로 인정받는 동안 배우로서 벤 애플렉이 오랫동안
[벤 애플렉] 당당하게! 감독 벤 애플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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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는 텔룰라이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지난 10월12일 미국에서 개봉했다. 첫주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각종 영화제에 공개된 이래 2013년 오스카 후보로 강력하게 언급되는 중이다. <곤 베이비 곤> <타운>에 이어 안정된 연출을 보여준 벤 애플렉과, 극중 토니 멘데즈의 상관을 연기한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턴을 9월의 마지막 날에 만났다. 각본을 쓴 크리스 테리오와 <와이어드>에 기사를 쓴 조슈아 버먼과 가진 인터뷰도 전한다. 그리고 세편만으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벤 애플렉에 대한 짧은 글도 함께 덧붙인다.
2007년 5월 조슈아 버먼이 <와이어드> 매거진에 기고한 ‘The Great Escape’라는 기사는, 어둠 속에 묻혀 있었던 30여년 전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1979년 11월4일, 주 이란 미국대사관 직원들은 거리에서 들려오는 미국을 성토하는
[아르고] 미친 대탈출극? 톡 쏘는 정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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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 흘렀다. 해직이 되고 나서 무려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그렇게 오래일 줄 몰랐을 것이고 알았다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선택했고 지난 4년간 버텨왔다.
해직 4주년 행사를 하는 백범김구기념관에 조금 늦게 도착해서 해직기자이자 과동기인 정유신 기자를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고 자리까지 잡아줬다. 옆에는 역시 또 다른 과동기인 친구가 먼저 와 있었다. 잠시 행사를 지켜보다가 담배를 한대 피우러 행사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희망 펀드라는 이름으로 주위에서 도와주긴 했지만 생활이 어려웠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신청까지 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무심하게도 차분한 밤하늘이었다.
또 다른 친구는 아기 기저귀를 캐리어에 묶어서 끌고 왔다. 툴툴거리며 끌고 가는 기저귀를 보며 밑바닥이 꺼지는 웃음이 툭 튀어나왔다. 늦은 저녁자리가 마련된 오리고깃집에서 YTN을 사랑하는 이들의 웃음소리를 등으로 들으며 여러 가지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YTN 해직 언론인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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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애플의 키보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예쁘긴 하지만 키보드의 기본인 타이핑감이 너무 별로여서다. 특히 나처럼 키보드가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타이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하지만 모두가 나 같지는 않은지 요즘은 아이패드와 애플 무선 키보드를 함께 들고 다니며 유 용하게 쓰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하지만 아이패드와 무선 키보드를 따로 가방에 넣어다니는 건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탱그램의 스마트탑 케이스는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동시에 넣어 다닐 수 있다. 심지어 이 케이스를 펼치면 자연스럽게 거치할 수 있어 곧바로 노트북을 쓰는 것 같은 모습을 만들 수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패드와 무선 키보드의 크기를 오래도록 고려한 흔적이 묻어나는 제품이다. 3만원대.
[gadget] 펼치면 노트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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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579×153×200mm(H×W×D), 무게 2.57kg
특징
1. 기존의 히터와 다르다. 구석구석 균일한 난방.
2. 뭔가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는 안녕. 이제 맑은 공기로 난방할 수 있다.
3. 24시간 켜둬도 된다. 기계가 넘어져도 된다. 안전하니까.
4.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1∼37도까지 가능한 온도 조절 기능.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코를 훌쩍거리고 있다. 어쩐 일로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역시나 감기에 걸려버렸다. 두어달 전만 해도 여름이 1년 내내 지속될 것 같더니 가을은 일에 파묻혀 있다 화살처럼 지나가버렸고(아, 내 가을을 돌려다오) 벌써 겨울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이제 슬슬 월동준비에 들어갈 시점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뉴스와 신문은 벌써부터 올겨울이 유난히 길고 추울 거라는 둥, 최악의 추위가 다가올 거라는 둥 비관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다. 그 말이 실현되거나 말거나, 일단 준비는 해놓고 있어야 한다.
겨울에
[gadget] 월동준비는 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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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방은진 감독이 연출 데뷔작 <오로라 공주>를 내놓았던 해가 말이다. 전국 관객 110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약간 넘은 성적과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까닭에 두 번째 작품을 내놓기까지 이리 오래 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로라 공주> 이후 거의 7년이 지난 지금, 그가 두 번째 장편영화를 들고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용의자 X>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며 전개되는 논리적인 이야기와 강력한 반전으로 유명한 원작이 그의 손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했냐고? 취향에 따라 저마다 다른 판단을 내놓겠지만 분명한 건 <용의자 X>는 방은진의 색깔이 녹아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곧 개봉을 앞둔 어느 가을날 만난 그는 여유로워 보였다.
-예뻐진 것 같다.
=정말? 머리를 길러서 그런가.
-그런 것보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
=나 원래 예뻤다. (웃음) 안 그래도 제작보고
[방은진] 내게 없는 것을 원망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즐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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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장사의 신>인 이 책은 이자카야 체인을 여럿 거느린 우노 다카시의 요식업 성공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탭들은 모두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그의 원칙은 ‘사원은 모두 독립시킨다’라고 한다. <장사의 신>을 보면 그가 독립시킨 사원들의 신규 매점을 두고 메뉴니 하는 것들을 시시콜콜 같이 고민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장님이 아닌 아버지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장사 기술의 전수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조언을 듣고 있자면 꼭 요식업을 하겠다고 작정한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고 타인을 상대로 한 장사(어떤 의미에서는 잡지를 만들어 파는 일도 큰 의미에서 접객업 아닐까?)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철학과 잔기술이 고루 들어 있다. 이런 충고 어떤가. “어떤 때라도 경영자나 점장이 절대 입에 담아선 안되는 건 ‘한가하다’는 말, 바로 이 한마디야. 이건 친구끼리라도 말해선 안돼.” 특이한 메뉴 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성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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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8일에 개봉한 영화 중에는 다큐멘터리가 무려(!) 다섯편이나 있다. 진재운 감독의 <위대한 비행>, 손석 감독의 <인피니트 콘서트 세컨드 인베이전 에볼루션 더 무비 3D>, 닉 스트링거 감독의 <아기 거북 토토의 바다 대모험>, 김형렬 감독의 <맥코리아>, 그리고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이 바로 그 영화들이다. 그런데 이 영화들의 면면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다큐멘터리’라는 다섯 글자가 품는 이 세상의 넓음과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현장 그대로 찍어왔다는 뜻인가 하면 자연의 위대함을 담아내는 작업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회, 정치 풍자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스펙트럼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허구가 아닌 현실: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오늘>이다. 이 책을 펴낸 아시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이하 AND, 부산국제영화제 주관)는 다양한 아시아 다큐멘터리 영화
[도서] 아시아 다큐멘터리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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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1월23일까지
장소: 갤러리 스케이프
문의: www.skape.co.kr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작가 이형구가 2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 전시회가 한남동에 위치한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열린다. 기존 작업에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 벅스 바니의 해부학적 뼈와 골격을 만들어 <아니마투스>(animatus)라 명명했던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사람의 얼굴에 초점을 맞춘다.
왜 하필 얼굴일까. 작가는 사람의 얼굴로 운명을 이야기하는 동양의 관상(학)에 오래전부터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가 관상학에 입각하여 재창조한 얼굴 골격은 과장된 표정에 공상과학영화의 인조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극히 동시대적이다. 각종 성형수술을 통한 신체 변화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이니 말이다. 전시장에 놓인 얼굴들은 작가 자신의 다양한 얼굴 표정과 여러 인종이 가진 실제 얼굴의 골격을 조합한 것이다. 인공
[전시] 관상,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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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1월11일까지
장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문의: moca.go.kr
오늘 아침 신문에서 피카소, 마티스, 모네, 고갱 등의 미술 작품 7점이 도난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워털루 다리, 런던>(모네), <백황색 실내복 여인>(마티스), <광대의 머리>(피카소), <눈을 감은 여인>(루치안 프로이트) 등 도난당한 미술 작품의 이름을 따라 읽으며 새벽 3시 네덜란드 로테르담 쿤스트할 박물관을 찾은 도둑의 열정을 떠올려보았다. 눈에 불을 켜고 미술관 곳곳을 탐험했을 도둑만큼 열광적인 미술 관람객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낙엽 물이 들기 시작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을은 더 짧게 느껴진다. 소풍 오는 학생들도 놀러오는 가족들도 가장 많은 이 계절, 관람객은 유유히 미술관 앞뒤 동산을 거닐다가 미술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훔쳐갈 미술품을 찾는 도둑이었다면 당황했을 터, 지금 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올해의 작가상>에서는 작
[전시] 40대 작가들의 시대의식을 발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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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일단, 벤 폴즈 파이브가 돌아온 것에 감동하자. 추억은 미화되곤 하지만, 벤 폴즈 파이브는 그때도 분명 특별했다. 구성보다 음악이 그랬다. 13년 만의 새 앨범은 그때만큼의 특별함이나 신선함을 주진 않지만 벤 폴즈 파이브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여유롭게 풀어놓는다.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멜로디, 피아노를 받쳐주는 탄탄한 리듬, 멤버들의 화음, 모두 살아 있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솔로 활동이든 13년 만의 밴드 복귀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역동적인 음악을 마음먹을 때면 밴드보다 잘했던 원맨이 벤 폴즈고, 밴드 형태로 서정과 낭만과 상념의 음악을 목표로 할 때면 또 완연한 싱어송라이터 스타일로 돌변하는 밴드가 벤 폴즈 파이브다. 재회해서 반가우니 일단 맥주 한잔 나누는 기분으로 출발해, 늘 하던 방식으로 늘 그랬던 것처럼 건강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쏟아낼 뿐이다.
최민우/ 음악웹진 ‘웨이브’ 편집장 ★★★
기타 자리
[MUSIC] 응답했다, 13년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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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 전성시대다. 얼마 전까지 아역이라 하면 어리지만 ‘연기도 곧잘 하는 영특한 아이들’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재능있는 아역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최근에는 한 사람 몫의 연기자로 대우받고 있다. 최근 드라마의 초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대부분 아역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고만고만한 아역 연기자들 중에서 눈에 띄기도 어려워졌다. 이전에는 어린아이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우리에게 기억되기 위해서는 영특함 이상의 것이 필요해졌다. 게다가 잠시 반짝이고 스러져간 수많은 아역 연기자들을 봐오지 않았던가. 어릴 때부터 연기에 입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라서 배우로 남기는 더욱 어렵다.
보기 드문 ‘어둠’
그래서, 김새론은 눈에 띈다. 그저 아역이라서, 귀여워서, 연기를 잘해서 주목을 받는 게 아니다. 성인 못지않게 연기를 잘하는 아역 연기자들은 많다. 성인보다 더 예쁘고 귀엽고 발랄한 아역들도 많
[김새론]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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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다. 이 도시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은 서로를 모른다 해도 이미 얽혀 있다. 그것이 이 도시의 비정함을 낳는다. 가령 이런 식이다. 췌장암 말기에 놓인 아내(서영희)의 병원비를 위해 사채업자에게 5천만원을 빌린 남자(김석훈)는 돈을 갚지 못할 처지가 되자 사채업자에게 신장과 간 중 하나를 떼어주어야 할 판이다. 한편 그의 장기를 요구하는 악독한 사채업자(이기영)의 아내는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묵은 모텔 창문 너머로 감옥을 탈출한 탈옥수(안길강)가 영문도 모른 채 떨어져 죽는다. 그 탈옥수는 우연히 옥상에서 어느 췌장암 말기 환자의 자살을 막으려다 떨어져 죽은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채업자의 아내는 돈이 필요한 한 택시기사(조성하)에게 납치되는데 그 택시기사가 돈이 필요해진 이유는 자신의 뺑소니 범죄를 목격한, 그러니까 사채업자에게 장기를 적출당할 위기에 놓인 남자(김석훈)의 협박 때문이다. 이 남자도 돈이
사회 밑바닥의 그물망 <비정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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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위치한 ‘오픈 스페이스 배’에 모인 국내외 시각예술가들. 그들은 배밭에 위치한 숙소에서 합숙을 시작하며 작품활동에 매진한다. 이들을 찍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온 다큐멘터리팀도 분주히 움직인다. 어느덧 전시회 오픈 일정이 다가오고 전시회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파티에 묘령의 여인이 찾아온다. 묘령의 여인은 파티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예술가들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한다. 그리고 특별한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예술가들이 묘령의 여인과 접촉한 뒤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한다.
<부귀영화>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실황에 호러를 덧입혀 가공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10개의 챕터로 이뤄진 작품은 챕터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 이야기와 그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들려준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곁을 맴도는 묘령의 여인과 접촉한 뒤 사라지는 듯하지만 그들의 실종은 예술가 개인이 가진 트라우마와 더 연관이 있다. 묘령의 여인이 예술
예술가들의 연쇄죽음 <부귀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