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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월31일까지
장소: 국제갤러리 2관
문의: www.kukjegallery.com
한때 내로라하는 스타였던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김 빠진 라면처럼 시들시들해지는 모습을 여럿 본다. 장 미셸 바스키아가 그림으로 남긴 ‘영웅적인 흑인 아이콘’들은 여전히 생명력이 있을까. 흰 이빨을 드러낸 까만 피부의 악동이나 춤을 추듯 몸을 움직이는 청년의 모습은 영원히 늙지 않을 것만 같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바스키아 개인전에는 미국 팝 아트의 부흥 속에서 ‘검은 피카소’라 불린 한 악동 작가의 제스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작가는 27살 때 세상을 떠났지만 8년간 열성적으로 그려낸 작업에서 그는 여전히 젊고 도전적이다.
바스키아는 7살 때 어머니에게 <그레이의 해부학>을 선물받았다. 정규 미술교육을 한번도 받지 않았지만 작가는 그가 보았던 숱한 거리의 이미지, 친구들, 당대 스타들을 낙서처럼 그리며 벽화를 만들었다. 80년대 뉴욕 미술계의 스타덤에 오른 바스키아는 자전적
[전시] 낙서가 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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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28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문의: ilminart.org
전시장 1층에 있는 사진들을 보고 오프닝날 관람자 몇이 내뱉은 탄성. 아, 너무 예쁘다. 사진가 이득영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전시에 선보인 그의 신작은 색감도 구도도 사진 상태도 확연히 ‘예쁘다’는 형용사가 어울려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단풍 든 나무와 호수, 구획된 공간은 최상의 ‘조경’ 상태를 보여준다. 절정에 이른 단풍과 극도로 꾸며진 인공풍경의 조합이다. ‘에버랜드’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어쩌면 불가능한 장소다. 에버랜드와 ‘사파리’, ‘자유이용권’은 포털 사이트 연관검색어다. 지난해 10월30일, 이득영 작가가 헬기를 타고 고공에서 찍은 공원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기묘하고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미지로 다가온다. 작가는 ‘파라다이스’의 시각에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에 접근했다고 말하는데, 사진을 보다보면 ‘공원’을 둘러싼 각개각투의 욕망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공원의 소유자와 방문자가 이 지상낙
[전시] 에버랜드, 네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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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이라면 몰라도, 톨스토이라니. 영국의 로맨틱코미디 명가 워킹타이틀이 러시아의 걸작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도 의문이었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푹 꺼진 눈매에, 남자아이같이 호탕하게 웃던, <오만과 편견>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깡마른 그 배우가 안나 카레니나를 맡았다고? 다음은 모두의 우려와 달리, 자신만의 안나를 성공적으로 연기해낸 키라 나이틀리의 이야기다.
모험이다.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한다는 건.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의 정부(情婦)다. 수도사 같은 남편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자, 젊고 치기어린 군인 때문에 하나뿐인 아들도 내버리는 매정한 여자다. 영국의 스타 여배우로서 키라 나이틀리가 선점하고 있는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21세기의 엘리자베스 베넷(<오만과 편견>), 스포츠 브래지어를 하고 축구장을 누비는 활기 넘치는 스트라이커(
[키라 나이틀리] 날 사랑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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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설인> 뫼비우스의 띠
[올드독의 영화노트] <설인> 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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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사랑의 밀어 따위는 없다. 머리끄덩이 잡기는 예삿일. “너 같은 미친X는 정말 처음”이라는 발사에 “이런 개 같은 XX가”라는 폭격으로 받아치는 식이다. 연애 초기의 설렘과 흥분이 가라앉은 오래된 커플에겐, 식어버린 온도에 딱 맞는 ‘생활형 연애’가 남아 있을 뿐이다. <연애의 온도>는 3년째 비밀연애를 해온 직장동료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의 결별 스토리다. ‘헤어져’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마이클 더글러스, 캐서린 터너가 죽자고 부부싸움을 하던 <장미의 전쟁>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메가톤급 치졸한 공방전이다. 선물했던 노트북은 부서져서 되돌아오고, 호의로 줬던 돈은 모두 빚으로 셈해지는 살풍경의 현장에서 사랑은 지긋지긋한 현실이 된다.
사랑에 빠지는 건 3초의 찰나로도 가능하다지만, 그 사랑에서 벗어나는 데는 그 몇백 곱절의 노력이 필요한 게 연애다. <연애의 온도>는 지극히 사실적인 상황과 구어체
야단법석 결별 스토리 <연애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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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짚고 가자. <부러진 화살>이 공개되기 전까지 정지영 감독은 과거에 머물렀다. <남부군>의 명성과 거장 감독이라는 타이틀은 유효했지만, 현재진행형 감독의 수식을 붙이긴 어려웠다. <부러진 화살>이 거둔 평단과 흥행의 성공 이후, 연이은 <남영동1985>의 문제제기로 정지영 감독은 궤도를 되찾았다. 정지영 감독의 부활은 그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고, 한국 영화사에 뜨겁고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한국 영화산업 최고의 전성기에 중견감독의 활동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같은 연배의 이두용, 이장호, 고(故) 박철수 감독이 뭉쳐 만든 네편의 옴니버스 단편영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은 그 질문에 대한 우회적인 답변의 영화다. 정지영 감독의 시장에서의 입지가 고무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 영화를 네 감독은 대규모 자본의 도움 없이 감독으로서의 노련한 연출력과 현재의 고민을 접목해 완성했다.
이
한국 영화사에 바치는 질문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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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9일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박철수 감독의 유작 <생생활활>은 <녹색의자>(2003) 이후 저예산 디지털영화로 맥을 이어온, 성(性)과 영화의 엄숙주의로부터 탈피를 주장했던 박철수 영화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현대판 <데카메론>’이라는 카피답게 100여분의 상영시간 동안 자그마치 스무개의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이 영화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간호사 이야기, 성매매 방지 특별법에 대한 토론, 페티시 산업 종사자와의 인터뷰, 성에 대한 학제간 논의 등을 통해 오늘날 성에 관련된 고정관념과 제도들이 어떻게 비틀리고 억압된 성의식을 창출하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망한다.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 출연했던 오인혜가 배역을 바꿔가며 때로는 감독의 시선에서, 때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에서 이 천태만상의 이야기 속을 유람한다.
<생생활활>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어떠한 구심점이나 일관된 맥락 없이 자유분방하게 연결
‘현대판 <데카메론>’ <생생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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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감독이 관객에게 뉴욕을 꿈꾸게 만들었다면 오멸 감독은 보는 이가 제주를 앓게 만든다. 그의 제주는 늘 ‘웃프다’. 인물이 처한 상황의 비루함은 여유로운 삶의 리듬과 유머로 전도되고 그 누구도 일방적인 동정을 갈구하지 않는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제주 4.3 사건을 ‘제사’(祭祀) 형식을 빌려 스크린 위로 소환한다. 작품은 ‘신위-신묘-음복-소지’라는 소제목으로 분절된다. 하지만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살고 싶었는가’이다. 감자의 제주 사투리인 ‘지슬’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숨죽이며, 달리고, 항거하고, 배반하면서까지 살아남고 싶었던 이들의 삶에 대한 열망을 응축하고 있는 상징물이다. 그들은 집을 떠나 캄캄한 동굴에 숨어서, 죽은 어미의 품에서 꺼내온 지슬을 먹는다. 그리고 삶의 고통이 무색하게 지슬은 늘 달다.
감독은 희생자의 범주를 제주도민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권력의 틈바구니에
삶에 대한 열망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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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케(오마 사이)는 심장에 문제가 생겼고, 지아니(가드 엘마레)는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베르다(조이 스타르)는 상대팀 선수를 폭행해 수감 중이고, 레앙드리(프랑크 두보슥)는 실축의 트라우마를 못 이겨 삼류 배우가 되었으며, 마약과 유흥에 찌든 마란델라(람지 베디아)는 방탕한 생활을 그만두지 못한다.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이들은 축구팀 ‘FC몰렌’의 대표선수들이다. 이 구제불능의 팀을 이끄는 감독, 오베라(호세 가르시아)도 만만치 않은 말썽꾼이다. 한때 국가대표로 잘나갔던 오베라지만 지금은 알코올 중독과 가난으로 점철된 시궁창 인생이다. 딸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FC몰렌의 감독이 된 오베라는 구단주가 주는 압박 속에서 팀을 재정비하고 프랑스컵 대회에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자벨 위페르, 마리온 코티아르, 르네 젤위거, 니콜 키드먼 등 쟁쟁한 여배우들과 작업하며 우아한 연출을 특기로 삼아온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이력을 상기하면 <드림팀>은 다소 낯설고, 귀여워
구제불능 축구팀 <드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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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의 ‘역사 놀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통해 나치군에 피의 복수를 함으로써 유럽 역사를 재구성한 타란티노가 미국 노예제 역사에 메스를 들이댄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를 내놓았다. 영화명을 빌려온 세르지오 코르부치의 1966년작 <장고>처럼 흑인 노예 장고(제이미 폭스)가 주인공이긴 한데, 이 노예가 쇠고랑을 벗는 건 한순간이다. 장고는 착한 사마리아인 같은 독일인 현금사냥꾼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의 도움을 받아 금세 멋진 말을 타고 미국 평원을 달리며 헤어진 아내 브룸힐다를 찾아다니는 총잡이 낭만주의자로 변신한다. 말하자면 얼굴색만 다를 뿐 영락없는 미국 서부극의 주인공이다. 그는 브룸힐다가 미시시피에서 가장 악독한 농장 캔디랜드의 노예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농장주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찾아간다.
“(<장고>는)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지옥의 불구덩
총잡이 낭만주의자 <장고: 분노의 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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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국가는 인간을 보호하는 울타리인 동시에 억압하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기에 더 폭력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바바라>는 국가와 체제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때 생기는 부조리에 초점을 맞추며 냉전시대 동독에서의 삶을 재현한다. 출국신청서를 냈다는 이유로 베를린에서 시골의 작은 병원으로 좌천당한 바바라(니나 호스)는 감시와 통제의 눈길 속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잠깐의 외출의 대가로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탐문과 알몸 수색을 받아야 한다. 서독에 있는 애인이 출장 올 때마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 속에서 잠시밖에 볼 수 없다. 그녀에게 지금 여기의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며 여기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을 위해 잠시 유보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이곳을 탈출하여 연인과 새 삶을 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 삶으로 출발하기 직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영
냉전시대 동독에서의 삶 <바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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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만을 위해 모든 걸 던지는 비련의 여인. 영국 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타이틀의 여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19세기 러시아 상류계층의 여인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캐스팅부터 상영 언어, 로케이션까지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조 라이트가 <안나 카레니나>의 연출을 맡으며 직면했던 문제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제작비 3천만파운드를 두고 러시아에 촬영지를 예약했다 취소하기를 여러 번, 결국 조 라이트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촬영을 세달 앞두고 <안나 카레니나>의 주요 배경을 극장으로 바꾼 것이다(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은 런던 근교의 셰퍼튼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하지만 조 라이트의 이 대담한 시도는 <안나 카레니나>의 영화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보는 이가 되새겨볼 새도 없이 숨가쁘게 무대의 막이 오르고 내리며,
19세기 러시아 귀족들의 사회 <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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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소프틀리> Killing Them Softly
감독 앤드루 도미닉 / 출연 브래드 피트, 레이 리오타, 제임스 갠돌피니 / 수입,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개봉예정 4월4일
범죄 조직이 관리하는 도박판이 털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로는 중간 관리인 마키(레이 리오타)가 지목된다. 상부에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잔혹한 킬러 잭키 코건(브래드 피트)을 파견한다. 잭키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피와 살이 튀는 하드보일드 범죄극의 소용돌이 안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전작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로 단번에 주목할 만한 신예로 떠오른 앤드루 도미닉이 연출했고,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으로 출연하였으며, 제작까지 맡았다. 영화는 1974년 출간된 조지 V. 히긴스의 소설 <코건의 거래>를 원작으로 하였으나 오바마 시대의 어떤 초상화가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Coming Soon] 피와 살이 튀는 하드보일드 범죄극 <킬링 소프틀리> Killing Them Sof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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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월드 시네마’ 기획전이 열린다. 3월21일부터 4월25일까지 총 13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1930년대부터 2000년까지 동서양의 걸작들이 선보인다. 상영 목록을 보면 공통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영화제에서 거의 상영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윌리엄 와일러, 존 포드처럼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유명 감독에서부터 인도의 샤트야지트 레이, 일본의 미조구치 겐지,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프랑스의 알랭 레네, 독일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영국의 마이크 파웰 등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모았다.
<벤허>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윌리엄 와일러지만 이번에 상영하는 <작은 여우들>은 낯선 편이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형제간의 재산싸움을 그린 실내극이다. 팝음악 가사에도 등장한 눈이 큰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가 악녀로 등장한다. <분홍신>으로 유명한 마이클 파웰과
[영화제] 낯선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