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세 감독의 ‘연출세미나’ 지상중계
거의 6개월 만이다. 지난 5월 <미스터 K>(현재 제목은 <협상종결자>(감독 이승준)) 하차 이후 이명세 감독은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의 초빙 교수가 되어 후학을 양성하는 중이다. 한국영화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그가 진행하는 수업이, 특히 미장센 관련 내용이 무척 궁금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장이 아닌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다소 수척했지만 여유로워 보였다.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명세 감독은 편하게 대답했다. “잘 지내고 있지. 원래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은 없었어. 그런데 김동호 위원장님께서 간곡하게 부탁을 하셔서….” 10월18일 열린 이날 수업은 이명세 감독이 진행하는 ‘연출세미나’였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그는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감독의 역할과 태도를 강조했다. “한국 스탭이든, 외국 스탭이든, 저예산이든, 블록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가다 3
-
15년 공소시효가 끝난 후 살인 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과 그를 법으로 잡을 수 없는 형사의 끝나지 않은 대결을 그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오는 11월 8일 개봉 예정이다.
[정재영]"평범한 얼굴 때문에 어려움 많아"
-
세스는 1993년부터 96년까지 <팔루카빌>이라는 만화 시리즈를 작업했다. 이번에 번역출간된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는 그 <팔루카빌> 시리즈의 에피소드 일부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코믹스 저널>에서는 ‘20세기 코믹스 베스트 100’을 꼽으면서 이 작품을 52위에 올렸다. 주인공과 작가의 이름이 같은 것은 그들이 사실 동일인이기 때문이다. 북미에서 자전적 코믹스들이 등장한 1990년대의 인기 작가 중 하나인 세스는 만화에서 주변인들을 등장시켜 사실성을 더했는데 <너 좋아한 적 없어>의 체스터 브라운도 세스와 절친한 동료 만화가다. 주인공 세스는 만화를 좋아한다. 그것도 옛날 <뉴요커>에 실렸던, 지금은 구하기 힘들고 작가 이름도 이제는 잊혀진 그런 만화들을 좋아한다. 그러다 한 작가, 캘로에게 매혹된다.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이제는 작품을 구해보기도 힘든 그 작가가 사망한 도시가 세스 자신이 유년기를
[도서] 당신, 괜찮아요?
-
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은 ‘3호선 버터플라이 사운드’의 지속성을 알려주고 이들의 세계가 완성됐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트랙이다. 노이즈와 멜로디가 한 공간에 자리하고, 실험성과 서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이번 앨범은 11년 전, 3호선 버터플라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구상했던 음악이 이제 완전하게 구현되고 있음을 알린다. 곡의 승리, 그리고 사운드의 승리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깜깜한 동굴이 생각난다. 등불 하나 없지만 길을 안내하는 매혹적인 소리를 따라 우리는 알 수 없는 곳으로 빨려들어간다. 가끔은 <너와 나>처럼 상큼한 사운드에 안심하기도 하고, <쿠쿠루쿠쿠 비둘기>처럼 익숙한 선율을 만나기도 하지만, 초현실적인 현대무용의 O.S.T로 쓰일 법한 <제주바람 2011807>처럼 무겁고 무서운 소리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탐험을 멈추기 어렵다. 결코 헤어
[MUSIC] 점점 더 좋아져
-
-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초등학교 6학년 유타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듬어 시골을 찾아간다. 이미 댐이 건설되어 물에 잠겨버린 지 오래인 마을 근처에서 딱정벌레를 잡으려 산속을 헤매던 유타는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정신을 잃는다. 잠시 뒤 유타의 눈앞에 이미 물에 잠겨 없어졌을 터인 마을이 나타난다. 알 수 없는 힘으로 3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유타는 1970년의 시골마을에서 한달 동안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낸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마을을 떠나는 순간 마법이 풀리면서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타는 갈등에 휩싸인다.
도시와 시골의 경계는 휴대폰 전파가 닿는 곳까지라고 말한 이가 있다. <반딧불 언덕에서>의 우다 고노스케 감독은 곤충 채집을 할 수 있는 곳부터가 시골이라 말하고 싶은가 보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던 시절을 추억하는 애니메이션 <반딧불 언덕에서>는 추억이란 이름의 마법을 통해 관객을
진한 여름밤 내음 <반딧불 언덕에서>
-
제목의 번역이 나쁘지 않다. 원제 ‘Happy Few’를 ‘포 러버즈’라고 옮겼는데, 그것이 ‘Four Lovers’처럼 들리기도 하고 ‘For Lovers’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 중의적 표현이 이 영화를 적절히 요약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네 연인을 위한 영화다. ‘두’ 연인이 아니라 ‘네’ 연인이다. 라셀(마리나 포이스)과 프랑크(로쉬디 젬) 부부, 테리(에로디 보체스)와 뱅상(니콜라스 뒤보셀) 부부가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미사여구로 치장할 필요 없이, 처음에는 ‘스와핑’이 목적이었다. 가족의 안정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라셀은 뱅상과, 프랑크는 테리와 몸을 섞는다.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일탈을 꿈꾼다”는 라셀의 내레이션대로다. 하지만 성적 모험이 주는 짜릿함이 옅어지고 양쪽 관계가 안정기의 문턱을 지나면서 네 사람은 어떤 선으로도 분별해내기 어려운 공동의식을 지니게 된다. 서로를 향한 약간의 질투와 의심과 피로와 환멸 같은 것마저 공유하게 되어
일탈을 꿈꾸다 <포 러버즈>
-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보던 고교생 오가(나카무라 아오이)는 줄리엣의 미모에 홀려 덜컥 교내 연극부에 가입해버린다. 그런데 가입과 동시에 선배들은 모조리 은퇴해버리고, 졸지에 리더가 된 오가는 클럽 해체를 막기 위해 새 멤버 영입에 나서게 된다. 삼고초려 끝에 단짝친구 카지(이케마쓰 소스케)까지 합류하면서 오합지졸의 다섯 멤버가 모이고, 합숙 훈련과 여학교 방문, 경로당 공연 등 소소한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이들의 열의와 유대감도 커져간다.
<고 보이즈: 마지막 잎새 사수 프로젝트>에는 과장된 캐릭터를 중심으로 만화 같은 상황이 빈번히 등장한다. 존재감이 없는 한 멤버는 수시로 투명인간처럼 사라지며, 뒤늦게 합류한 축구부 소년은 가히 백지에 가까운 뇌를 지녔다. 로미오 코스튬으로 순간변신하는 것도, 귀신인 패전군인과 만나는 것도 이 영화에서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엉뚱발랄한 상상을 좋아하고 캐릭터들의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관대할 수 있다면 즐거운 관람이 될
시끌벅적 소동극 <고 보이즈: 마지막 잎새 사수 프로젝트>
-
상현(조승우)과 동현(류덕환)은 특별한 쌍둥이 형제다. 그들은 아버지(최일화)의 보살핌 아래 바깥세상을 모른 채 30여년을 어두운 집 안에서 살아왔다. 순종적인 성격의 상현과 달리 숨어 지내는 생활이 불만인 동현은 남몰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며 소설가를 꿈꾼다. 아버지는 이런 동현을 위해 우연히 놀이동산에서 만난 승아(남상미)에게 아들을 도와 함께 책을 만들어줄 것을 간청한다.
얼굴이 앞과 뒤에 달린 샴쌍둥이(이제껏 보아온 샴쌍둥이들과 달리 두개의 목이 아니라 하나의 목으로 이어져 있다) 상현, 동현 형제는 스스로를 ‘괴물’이라 자책한다. 하지만 그들이 얘기하듯 그들을 괴물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괴물이다. 오히려 그들은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형제다. 언제나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긴 하지만. 평생 한번도 마주보지 못한 형제는 어쨌건 함께 살아야 한다. 목을 매 세상을 뜨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나의 자살=형제의 타살’에 이르는 기구한 운명이다. 어쨌건 그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형제 <복숭아나무>
-
1979년 테헤란, 혁명으로 축출한 국왕이 미국으로 망명하자, 이란 국민들은 항의의 표시로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고 직원들을 인질로 삼는다. 이 가운데 6명의 미국인들이 캐나다 대사관저로 도피하고, 이들을 무사히 구해내기 위해 구출 전문가인 토니 멘데즈(벤 애플렉) 요원이 투입된다. <혹성탈출>에서 영감을 받은 토니는 유령 영화제작사를 차리고 억류된 사람들을 현장답사 중인 스탭으로 위장시키는 엉뚱한 작전을 계획한다.
‘아르고’는 이 가상의 제작팀이 만들어낸 가짜 SF영화의 제목이다. 그러나 정작 ‘아르고 작전’ 자체, 할리우드와 CIA가 손을 잡고 미국 언론과 이란인들을 상대로 벌인 희대의 사기극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 아르고 작전의 전모는 18년간 기밀에 부쳐졌고, 2007년 한 잡지에 상세한 탈출기가 실리면서 본격적으로 공개되었다. 영화보다도 더 극적인 작전이었던 셈인데, 덕분에 관객은 ‘아르고’라는 가상의 SF영화와 이를 유희하는 현실의 ‘
팽팽한 긴장감이 들어차다 <아르고>
-
인선(윤주)은 엄마(설지윤)에게서 출생에 관한 진실을 듣게 된다. 너는 강간으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의 결과였다고 표독스럽게 고백하는 엄마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인선은 생부인 방준(임대일)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방준 전처의 친척으로 위장한 인선은 방준의 집에 머물게 되고, 인선과 방준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위험한 동거를 시작한다. 방준과 함께 살면서 인선은 방준의 인간적인 모습에 동요하고, 방준과 인선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는다.
연극계에 오래 몸담았던 중견 배우 임대일은 ‘불쾌함’이라는 감정을 피부에 느낄 정도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주역이다. 핸드헬드로 촬영한 화면과 툭툭 끊어지는 편집은 영화에 거친 인상을 심지만 그렇게 이어붙은 화면들은 불안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로 기능한다. 공들인 듯한 미장센과 피아노 선율은 이 거친 작품에 묘한 음산함과 세련됨을 얹어주며 완급을 조절한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두 남자의 음담패설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불편
‘불쾌함’이라는 감정 <나쁜 피>
-
“큰 송곳니와 발톱을 가진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올 거야.” 조성희 감독의 전작 <짐승의 끝>에 등장한 이 구절은, 신작 <늑대소년>에 관한 예언처럼 들린다. <늑대소년>의 철수(송중기)는 상대를 단숨에 찢어발길 수 있는 이와 발톱, 무시무시한 근력이 깃든 육체 복판에 순정 100%의 심장을 지닌 존재다. 관객은 오랜 외국생활 끝에 고국을 찾은 한 노부인의 회상을 경유해 그를 만난다. 47년 전, 폐를 앓는 소녀 순이(박보영)는 요양차 이사한 시골집 창고에서 야수 같은 소년과 맞닥뜨린다. 가뜩이나 투박한 촌이 싫었던 소녀는, 말도 못하고 짐승처럼 행동하는 소년을 구박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를 가르치고 보호하며 마음을 기울인다. ‘철수’라고 불리게 된 소년의 가슴에도 소녀를 향한 무조건적 신뢰와 애정이 싹트고 둘의 관계는 순이네를 마을에 이주시킨 부잣집 아들 지태(유연석)의 질투를 부른다.
전작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에서 과
미소년으로 환생하다 <늑대소년>
-
헤아려보면 퀴어 멜로드라마의 구역에서 흡족한 작품을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일단 이성애 관계가 중심인 드라마를 다룬 영화보다 표본 수가 적으니 당연하고, 두 번째로는 비주류적 소재를 영화화시키는 1차 목표에 탈진한 나머지 과장과 감상주의의 유혹에 말리기 쉽다. 이성애자의 패러다임에 끼워맞추어 동성 커플에게 남녀 역할을 작위적으로 분담시키는 오류는 숱한 함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최고의 퀴어영화에 주어지는 테디베어상을 탄 아이라 잭스 감독의 <라잇 온 미>는, 에이즈 공포와 거대한 불관용에 맞선 인정투쟁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어낸 21세기에 비로소 연애의 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퀴어 러브스토리의 상을 예시한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덴마크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 에릭(투레 린드하르트)은 전화데이트를 통해 변호사 폴(재커리 부스)을 만난다. 대외적으로 여자친구까지 둔 폴은 처음엔 방어적 태도를 취하지만 오래지 않아 에릭의 생일 파티를 주최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라잇 온 미>
-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감독 톰 후퍼 / 출연 휴 잭맨, 러셀 크로, 앤 해서워이, 아만다 시프리드, 헬레나 본햄 카터, 사샤 바론 코언 / 개봉 12월20일
<킹스 스피치>의 감독 톰 후퍼가 뮤지컬계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레미제라블>의 영화화에 도전했다. 빵 한 조각에 대한 유혹으로 19년 동안 감옥에 수감된 뒤 영원히 도망자의 삶을 살게 된 장발장(휴 잭맨)은 운명의 여인 판틴(앤 해서웨이)을 만나지만, 병약한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딸인 코제트(아만다 시프리드)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둔다. 장발장은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의 끈질긴 추적에 맞서 자신과 코제트를 지켜내려 한다. 톰 후퍼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뮤지컬영화의 일반적인 관행인 프리 녹음을 거부한 채, 세트장에서 배우들이 실황으로 노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절절한 목소리로 판틴의 운명을 노래하는 트레일러 속 앤 해서웨이의 모습만 보아도 이 영화가 연
[Coming Soon] 빵 한 조각의 유혹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올드독의 영화노트] 유리병 편지
[올드독의 영화노트] 유리병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