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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에 걸려 4년째 투병 중인 17살 소녀 테사(다코타 패닝)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은 순간들을 채워가기로 한다. 비록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또래들의 경험을 쉽게 공유하지도 못하지만, 그녀 곁에는 일탈을 함께해줄 단짝친구 조이(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있고, 이혼한 부모도 딸의 치료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한다. 은밀히 침대맡에 숨겨둔 위시리스트를 하나둘씩 실행해가던 어느 날, 테사는 착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옆집 소년 아담(제레미 어바인)을 만나게 되고 곧 그와의 풋풋한 인연이 시작된다.
시한부 소녀, 버킷리스트, 이웃집 소년,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랑과 이별. <나우 이즈 굿>은 이 단어들로 조합 가능한 가장 익숙한 이야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보다 단조롭고 정적이다. 하지만 <나우 이즈 굿>을 단순히 말랑말랑한 틴에이지 로맨스
시한부 소녀의 버킷리스트 <나우 이즈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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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유족을 위로하는 여자의 말에는 자신감이 없다. 그녀는 사실 자신의 죄의식을 위로하는 중이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 등을 연출한 민병훈 감독의 신작인 <터치>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수렁에 빠져 있다. 어쩌면 그들의 문제는 자신이 저지르는 짓이 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할지 모른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터치>는 이들을 더 깊은 절망에 빠뜨린 뒤, 다시 건져올리는 이야기다.
국가대표 사격선수였지만 현재는 알코올 중독자인 남자 동식(유준상)은 중학교 사격팀의 코치로 일하고 있다.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모를 둔 학생과의 갈등으로 그는 실업 위기에 처한다. 동식의 아내인 수원(김지영)은 간병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돌보는 시한부 환자에게 불법 약품을 판매하거나, 뒷거래를 통해 자식들이 버린 노인들을 무료요양시설에 보내는
‘생명에 관한 1부’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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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여의고 20년을 무료하게 살아온 월터 베일(리처드 젠킨스) 교수는 학회 참석차 뉴욕에 간다. 월터가 없는 동안 뉴욕에 있는 그의 아파트엔 불법 이민자 타렉(하즈 슬레이맨)과 자이납(다네이 거리라)이 들어와 살고 있다. 월터는 오갈 데 없는 그들을 아파트에 잠시 머물게 해주고, 타렉은 보답으로 월터에게 젬베 연주를 가르쳐준다. 밝고 경쾌한 젬베 소리는 오랫동안 굳어 있던 월터의 삶에 활기와 리듬을 되찾아준다. 월터와 타렉, 자이납이 가족이 되어갈 무렵 타렉이 단속에 걸려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 수감되고, 월터는 타렉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월터의 마른 일상을 깨운 것은 젬베가 불러오는 낯선 리듬과 생의 활력이다. 있으나 마나 한 자유의 여신상 따위보다도 곁에서 살을 부비고 지내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월터에게는 필요했다. 미국인인 월터, 시리아인인 타렉, 세네갈인인 자이납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인간적인 유대를 맺는다. 점차 이들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서
진정한 다문화 가정 <비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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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인 세인트클레어초등학교에 견학 온 호기심 많은 유치원생 마코(도마쓰 하루카), 미코(우란 사키코), 무츠코(고토부키 미나코)는 출입이 금지된 과학실에 몰래 들어가 놀기로 한다. 인체해부 모형을 발견한 꼬마들은 모형에 온갖 낙서를 하고 사라진다. 자정이 되고, 인체 모형은 생명을 얻는다. 천재과학자를 자칭하는 인체해부 모형 큔스트레키(야마데라 고이치)는 꼬마들의 낙서에 분노해 부하 고스(다구치 히로마사)와 함께 꼬마들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방과 후의 미드나이트 파티’를 열어 유인에 성공한 큔스트레키는 꼬마들을 이용해 소원을 이뤄주는 메달 세개를 손에 넣으려 한다. 하지만 꼬마들은 큔스트레키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는 다케키요 히토시 감독의 6분짜리 단편 <방과 후 미드나이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인체 모형의 신나는 밤을 다룬 짧은 에피소드는 세 꼬마와 유령들이 뒤엉켜 벌이는 거친 소동극으로 발전했다. 다케키요
거칠한 난폭한 세계 <방과 후 미드나이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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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드 다운>은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내레이션과 함께 환상적인 이미지로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은 위와 아래가 거꾸로 상반된 두 행성이 정반대의 중력으로 존재한다는 설정인데, 각각의 중력이 지배하는 서로 다른 두 세계는 결코 접촉할 수 없으며 이중 중력으로 엇갈린 채 마주보고 있다.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우연히 만난 하부 세계의 아담(짐 스터지스)과 상부 세계의 에덴(커스틴 던스트)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아담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상부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특별한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이기에 체온이 높아져 몸이 타버리기 전에 빠져나와야만 한다. 게다가 국경수비대에 발각되어 추격을 당하기에 이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금지된 사랑을 하는 아담과 에덴은 비밀의 숲에서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제한된 만남만 갖는다. ‘서로 다른 세계’라는 설정은 과학적 호기심도 자
결코 맞닿을 수 없는 두 행성 <업사이드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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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들을 기억하는가? 영화감독이 되려는 아줌마의 고군분투를 사랑스럽게 담아낸 자전적 작품 <레인보우>(2010), 세 남녀의 달콤쌉싸름한 동상이몽을 다룬 <키친>(2009), 감성적인 공간 운용으로 극한의 공포를 담아낸 <4인용 식탁>(2003), 연쇄살인사건을 회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던 <거울 속으로>(2003). <가족시네마>는 이 개성 넘치는 장편 데뷔작을 만든 감독들의 최근작을 한데 모은 옴니버스영화다. SF영화부터 블랙코미디까지, 서로 다른 분위기의 네 중편영화를 묶는 키워드는 ‘가족’이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내이고, 엄마이자 아빠인 주인공들은 저마다 위기에 봉착하고, 일순간 벼랑 끝으로 몰린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매일같이 지하철 2호선을 타며 시간을 보내는 한 실직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고, 태어날 아기에 대한 부담감은
‘파이팅’ <가족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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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최형구(정재영)는 연쇄살인범을 쫓아 필사의 추격전을 벌이지만 범인은 그의 입을 찢어 큰 상처를 내고 도망친다. 17년 뒤 공소시효는 끝나고 이두석(박시후)은 자신을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히며 범행 행적을 기록한 자서전 <내가 살인범이다>를 출간한다. 이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이두석은 팬층까지 형성하며 스타가 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살인자가 스타가 되는 이러한 상황이 용납될 리 만무하다. 이에 유가족은 이두석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영화의 전면에 흐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고발과 풍자다. 연쇄살인범이 공소시효가 끝나고 법의 효력이 사라지자 책을 출간해 엄청난 돈을 벌고 고급 호텔에서 경호원까지 두고 생활하며 스타가 된다는 비윤리적인 설정 위에 영화는 언론과 십대의 문화, 여성, 계급 등 다양하게 현상과 문화들을 비판한다. 기자회견장에서 남성 기자는 여성 기자에게는 발언권을 주지 말라는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 <내가 살인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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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감독 피터 잭슨 / 출연 마틴 프리먼, 이안 매켈런, 리처드 아미티지, 케이트 블란쳇, 올랜도 블룸, 크리스토퍼 리, 엘리야 우드, 앤디 서키스 / 개봉 12월13일
‘뜻밖의 여정’은 호빗이 아닌 피터 잭슨을 위한 수식어다. <반지의 제왕> 수익배분 소송, 제작자에서 연출로의 선회 등 그간 <호빗: 뜻밖의 여정>과 관련한 사건들이 끊이질 않았다. 마침내 개봉 소식이 도착했다. 골룸의 고향 뉴질랜드엔 12m 초대형 골룸까지 설치됐다.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 격인 이번 시리즈에는 프로도의 삼촌 빌보 배긴스가 팔 걷어붙이고 난쟁이족을 돕는다. 사나운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난쟁이족의 보물과 왕국을 찾아가는 모험이라니, 아무래도 어린이용 동화책이 연상된다. 뭐, 어쨌든 <반지의 제왕>에서 더이상 새로울 건 없다는 회의주의자들도 많다. 마음이 흔들린다면
[Coming soon] 역사가 새로 시작된다 <호빗: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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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가 형태에 깃든 아름다움에 제압될 때가 있다. 배우의 얼굴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때가 그렇고, 혹은 현란한 카메라의 움직임에 감탄을 하면서도 우리는 경험과 혼동되는 이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올해 네 번째를 맞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프로그램을 살피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시(city)를 주제로 한 이들 12편의 작품들이 관객에게 게슈탈트적 영화감상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분명 건축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 일은 특수한 경험이다. 영화를 향한 이러한 형태학적 시선, 올해에도 그 통로는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ECC의 아트하우스 모모로 정해졌다. 11월8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통해 건축을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하고, 또한 건축물과 호흡하며 가을 산책을 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을 건축영화제에서 만나는 것은 기존의 리얼리스틱 내용 분석에 새로운 시선을 부여해준다. 피아노 소리가 들
[영화제] 인간과 자연을 연계하는 건축으로 영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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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아이들을 보라는 말이 있다. 영화의 미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미래, 애니메이션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왔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이 11월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한국만화박물관 상영관 및 부평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다. 단지 한국 애니메이션만의 미래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제학생애니메이션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 39개국 1207편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축제에서는 27개국 67편의 엄선된 작품들을 통해 미래의 거장들을 미리 만날 수 있다. 프랑스의 에콜 에밀 콜을 비롯해 월드프리미어로 세계 최초 공개되는 작품들도 다수 있으며 감히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그 표현과 주제도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좀처럼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15편의 장편애니메이션과 디즈니의 거장 에릭 골드버그의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볼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지면 관계상 다
[영화제] 애니메이션의 미래와 현재를 함께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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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보면 형사가 범인을 검거하다가 가게의 집기를 파손하고 그 가게의 주인도 다치는데 이럴 경우 피해보상은 누가 해주나요?
A. 영화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죠. 작게는 기물파손에서부터 때로는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때도 있고요. 물론 모두 형사나 경찰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는 아니지만요. 하지만 이럴 경우 분명 피해보상을 ‘나라’에서 해주는 것은 분명한데 정확히 어느 부서에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피해보상은 누가 신청해야 하는지 저도 궁금했습니다. 영화에서는 화려한 액션과 긴장감을 위해 물건만 부술 뿐 피해보상을 하는 과정은 보여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경찰민원콜센터 182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민원상담사는 “보통 범인 검거 시 생기는 기물파손 등의 문제는 해당 경찰관이 소속 경찰서에 직접 피해보상 신청서를 제출해서 보상 절차를 진행한다”며 궁금증을 해결해주었습니다. 직접 피해보상 절차까지 진행한다니 ‘범죄소탕’은 역시
[cinepedia]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보면 형사가 범인을 검거하다가 가게의 집기를 파손하고 그 가게의 주인도 다치는데 이럴 경우 피해보상은 누가 해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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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철수씨, 늑대소년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직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의….
=별 말씀을요. 요즘 들어 송중기의 재발견이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사실 전 발견된 지 오래됐잖아요?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때 이미 <씨네21> 표지를 했고 <마음이2> 같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고요. 하지만 늘 겸손해지려고 합니다. 그래서 <늑대소년>을 위해 준비도 참 열심히 했죠. 동물원에 가서 말 못하는 동물들의 습성을 연구했고요, 마임 전문가에게 마임도 배웠어요, 그리고 또 제가 우유 빛깔 송중기라고 불리는 것도 알지만 과감한 메이크업도 하면서….
-영화에서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버려진 소년이라 전혀 말씀이 없으시더니, 실제로는 참 말씀이 많으시네요. 말하고 싶어서 엄청나게 갈증이 심하셨겠어요.
=왜 아니겠어요. 나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와서 NG가 난 적도 있고요. 특히 내가 사랑하는 소녀 박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말하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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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경이 되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몬트리올에 모여든다. 한해 동안 칸, 베를린, 베니스, 로테르담 등의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와 예술성 높은 현지 영화를 소개하는 누보시네마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41회를 맞은 이 영화제는 10월10일부터 21일까지 열렸으며, 올리비에 아사야스, 홍상수, 켄 로치, 크리스티안 문주,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등의 영화를 상영했다. 하지만 이미 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에게 알려진 영화들을 다시 언급하기보다 누보시네마영화제 프로그램의 강점인 캐나다영화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몬트리올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누보시네마영화제에서는 퀘벡과 프랑스에서 제작된 프랑스어권 영화들이 많이 출품된다. 그중에서 퀘벡과 캐나다의 독립영화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포커스 부문의 상영작, <급류>(Le Torrent)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퀘벡 출신 감독인 시몽 라브와의 세 번째 영화 <급류>를 관람
[몬트리올] 캐나다의 시네아스트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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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늑대소년> 늑대소년, 결혼하다
[정훈이 만화] <늑대소년> 늑대소년, 결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