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술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호프집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는데 70년대 록 음악이 흘러나왔다.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두들기거나 흥얼대다 각자 좋아하는 밴드에 관해 떠들게 되었다. 레드 제플린을 필두로 딥 퍼플이나 레인보우, 지미 헨드릭스, 비틀스, 롤링 스톤스까지. 여기까진 좋았다. ‘록의 기원이 뭐냐’라는 질문이 나오기 전까진. 한 사람은 그 기원이 블루스에 있다 하고, 또 한 사람은 재즈에 있다고 서로 박박 우겨대다가 분위기가 제법 험악해졌다. 나로선 도대체 그 따위가 왜 중요한지 알 수도 없거니와 누구 편을 들기도 애매해 지켜만 봤다. 사실 블루스나 재즈나 결국 흑인음악 아닌가? 거기에 백인들의 컨트리 음악이나 포크가 조금 섞인 거고. 하긴 그까짓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하랴’마는, 문제는 서로가 자신의 생각만 정답이라고 믿고 우기는 아집과 독선이었다. 마치 와우각상쟁, 그러니까 달팽이 뿔 위에서 하는 싸움질처럼 무의미해 보였다.
그러다 참다 못한 다른 이들이 화
[SO WHAT] 재능이야? 열정이야?
-
※<스토커>의 결말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있습니다.
이십세기 폭스 서치라이트 로고가 깔리는 박찬욱의 영화를 한국의 극장에서 보는 경험은 좋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박찬욱이 연출하고 정정훈이 촬영했지만 이것은 니콜 키드먼과 미아 바시코프스카와 매튜 구드가 주연하고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력이 들어간 할리우드영화다. 박찬욱의 영화가 보여주는 형식적 미감과 관객을 습격하는 윤리적 동요의 기운은 <스토커>에서도 여전하다. 훨씬 세련되고 단정하며 여운도 만만치 않다. 동시에 송강호, 최민식, 이영애, 임수정 등이 나오는 박찬욱의 한국영화에서 느꼈던 윤리적 동요보다는 충격이 덜하다. <스토커>는 간단히 정리하면 불온한 피를 타고난 가족의 얘기다. 미친 삼촌이 돌아오고 그 삼촌에게 여주인공 인디아(미아 바스코프스카)는 근친적 욕망을 느낀다. 삼촌 찰리(매튜 구드)는 그녀의 욕망을 격발하는 존재이다. 그녀의 욕망에는 성욕뿐만 아니라 그것과 불가분의 관계로 접착된
[신 전영객잔] 그녀는 우리와 섞이지 않는다
-
크리처 슈퍼바이저 유태경
-<미스터 고>에서 크리처팀의 역할은 무엇인가.
=모델링팀이 고릴라의 형태를 만들어 크리처팀에 보낸다. 크리처팀은 고릴라가 움직일 수 있도록뼈대를 만들어 심고, 움직임에 따라 적절하게 형태가 변형될 수 있도록 만든다. 고릴라의 여러 움직임을 테스트한 뒤, 그 데이터를 애니메이션팀에 전달한다. 애니메이션팀은 그 데이터를 이용하여 이야기가 요구하는 고릴라의 움직임을 연출한다. 애니메이션을 끝낸 데이터는 다시 크리처팀으로 보내지고, 크리처팀은 털을 붙이고 옷을 입히는 등 필요한 요소들을 점검한 뒤 여러 파트에 전달한다. VFX 제작 파이프라인의 중간에서 크리처팀은 렌더링팀, R&D/FX팀, 애니메이션팀 등 여러 팀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릴라의 움직임을 구상하기 위해 참고했던 자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감독님, 정성진 슈퍼바이저와 함께 일본의 동물원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하오코’라는 고릴라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긴 시간 동안
[미스터 고] 진짜 고릴라와 영화적 고릴라의 접점 찾았다+털의 디테일에 주목하라
-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의 역할은 무엇인가.
=애니메이터들이 고릴라의 표정, 움직임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일이다.
-애니메이션팀은 총 몇명이고,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
=총 26명이다. 일단 2명은 모션 캡처를 담당하고, 애니메이터마다 장기가 다 달랐다. 드라마적인 움직임을 잘 구현해내는 아티스트가 있는 반면, 액션 연기를 잘 만들어내는 아티스트가 있다. 물리적인 움직임을 잘 표현하는 아티스트도 있고. 슈퍼바이저로서 적재적소에 이들의 업무를 배치하는 게 중요했다.
-이 영화는 모션 캡처보다 애니메이션의 비중이 훨씬 컸다고 들었다.
=영화 <아바타>나 <킹콩>은 모션 캡처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고릴라의 신체 구조가 사람과 다르다보니 모션 캡처보다는 애니메이션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동물에 비해 고릴라가 작업하기가 수월한 편인가. 아니면 어려운 편인가.
=수월한 편은 아니다. 때로는 두발로 걷기도 하고, 때
[미스터 고] 내가 직접 고릴라가 돼야 했다
-
-
-3D 프로듀서라는 파트는 낯설다.
=3D 촬영에 필요한 시스템 선정과 운영 예산 관리부터 촬영팀과 함께 3D 촬영 기술공정을 개발하기까지 3D와 관련한 모든 일을 관장한다. <미스터 고> 박성준 총괄 프로듀서는 “예산과 시간 소요가 보통 2D영화 제작비의 20%가 넘어가면 대한민국에서 3D영화의 정착은 힘들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할리우드나 <용문비갑> 같은 중화권 프로젝트에서는 3D 프로듀서가 따로 있어 3D 파트가 다른 파트와 원활하게 소통하며 효율적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스터 고>에 합류했을 때 이 영화만의 3D 촬영에 어떤 기대감이 있었나.
=고릴라라는 디지털 캐릭터를 실사 촬영한 3D 영상에 얹는 시도가 도전이었다.
-촬영 전, 테스트 과정에서 레퍼런스로 활용한 영화나 영상이 따로 있었나.
=매일 아침 러닝머신에서 <아바타>를 100번 이상 봤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자극받아, 박현철 촬영감독님과 촬영팀
[미스터 고] 기술보다 감성을
-
크리처? 매치 무비? 들어는 봤으나 정확한 뜻을 모르는 VFX 전문용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creture 크리처
말 그대로 ‘창조물’을 내놓는 공정이자 VFX 제작 파이프라인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공정이다. <미스터 고>의 크리처팀은 고릴라 모형이 움직일 수 있도록 뼈대를 만들어 심고, 움직임에 따라 적절하게 고릴라가 변형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한다. 그리고 R&D팀과 애니메이션팀 사이에서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돕는다.
lighting 라이팅
영화의 조명과 마찬가지로 3D애니메이션에서도 빛이 중요하다. 색온도, 노출량, 방향 등 빛의 여러 요소가 이야기와 캐릭터의 분위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 속 조명과 차이라면 털의 재질까지 라이팅 영역에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미스터 고>의 라이팅은 털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게 관건이었다. 보통 조명을 받은 부분은 반짝거리게, 그렇지 않은 부분은 그림자로 표현해야 한
[미스터 고] 온전한 생명이 이렇게 태어나다
-
도대체 어떤 ‘물건’이 나오려고. <미스터 고>의 제작진은 현재 4년째 출산의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고릴라 두 마리가 이 난산의 주범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조차 150컷 이상은 등장하지 않았는데, <미스터 고>의 고릴라들은 무려 1천컷이 넘는 장면에 등장하며 주연배우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난산의 원인은 깐깐한 ‘부모’에게도 있다. <미스터 고>의 연출적, 기술적 총괄 지휘를 맡은 김용화 감독과 정성진 슈퍼바이저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인 디지털 캐릭터가 완성되기까지 자식 같은 고릴라들을 세상에 내놓을 생각이 없다. 그들의 공식적인 출산 예정달인 7월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미스터 고’(릴라)가 자라고 있는 덱스터디지털을 찾아 한국 영화계의 최전방에 자리한 VFX 기술의 양수 속을 파고드는 수밖에. 그리고 이미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라는 ‘아이’를 함께 키워본
[미스터 고] 내가 고릴라인가, 고릴라가 나인가
-
올여름, 한국 극장가에 고릴라 ‘배우’가 등판한다.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연기 대결을 펼칠 이 고릴라는 과연 디지털 캐릭터의 한계를 뛰어넘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아시아 최초로 주연급 디지털 캐릭터를 선보이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서 선보인 김용화 감독의 흥행 감각, 한국영화 최초의 풀 3D 촬영 등 이 영화를 기대하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역시 화제의 중심에는 주인공 고릴라 링링이 있다. 150여명이 넘는 국내 VFX(시각 특수 효과) 전문가들이 4년간 매달려 키워내고 있는 이 주연급 디지털 배우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김용화 감독의 제작사 덱스터디지털을 찾았다. 제작비 250억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작진이 경험했을 수많은 우여곡절을 듣는 것은 영화가 개봉하는 7월 즈음으로 미뤄두고, 지금은 고릴라를 직접 키워본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을 때다.
[미스터 고] 3D 고릴라 이렇게 키웠습니다
-
벌써 3번째 시즌을 맞이한 뉴스타파를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 또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이명박 정권 초기 해직되었던 언론인들이 모여서 만든 뉴스타파였기에 부디 단명(?)하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명은커녕 3번째 시즌을 맞이했고, 심지어 인력이 더 보강된 것을 보면서 마냥 즐겁게 프로그램을 시청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막상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시작하면 다 사라지고, 그저 프로그램의 수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굳이 김용진 기자나 최승호 PD라는 이름을 열거하지 않아도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최종 편집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같은 언론인으로서 샘이 날 지경이다. 할 말을 다 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으니 비판을 주로 하는 탐사보도에 있어 가히 교과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 좋은 방송을 공중파나 케이블 채널을 통해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다행히 최근 시민방송 <RTV&g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뉴스타파와 뉴 플랫폼
-
에어프라이어는 뭐랄까, 피가 등장하지 않는 호러영화 혹은 해피 엔딩이 없는 로맨틱코미디 같은 물건이다. 기름 없이 몸에 좋은 튀김을 만들어낸다는 발상이 장르의 전제를 뒤엎는 장르영화 설정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재료 자체의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켜 바삭할 정도로 익힌다는 원리인데, 대략 2년 전쯤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주부들 사이에서 <악마의 씨>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비할 만큼 열띤 반응을 얻었다. 그렇다면 속편이 나오는 게 정해진 수순이다. 필립스의 뉴 에어프라이어가 그 결과물이다. 2편이라면 1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게 당연하다. 그래서 필립스는 기존 모델에 베이킹 전용팬을 더했다. 덕분에 튀김이나 구이뿐만 아니라 빵, 쿠키 등도 가능해졌다는 뜻. 이쯤 되면 오븐의 대안으로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특히 줄리아 차일드의 후예를 꿈꾸지만 남은 음식을 처리할 자신이 없는 싱글들에게는 아담한 사이즈마저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거다. 30만원대.
[gadget] 튀김부터 케이크까지
-
특징
1. 와이파이 환경이 아니더라도 전용 앱만 설치하면 스마트폰, PC 등과 바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스피커.
2. 다양한 색상의 캐시미어 커버를 씌운 디자인이 독특하다. 커버는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교체 가능.
3. 스피커 방향에 상관없이 동일한 출력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벽에 소리를 반사시켜 안정적인 사운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리브라톤의 독자적인 기술력 덕분.
4. 가장 ‘저렴한’ 소형 모델이 59만원이다. 무게(1.8kg)보다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선뜻 집어들기가 어렵다.
북유럽을 여행해보진 못했다. 하지만 북유럽 이야기라면 대략 이틀에 한번꼴로 들으며 산다. 스티그 라르손이나 헤닝 만켈, 요 네스뵈 같은 작가들의 스릴러는 이미 한국에서 스테디셀러 대접을 받는 눈치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역시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그러니까 내가 직접 가보지도 않은 채 상상한 북유럽이란 용 문신을 한 소녀와 변태적인 연쇄
[gadget] 북유럽 스피커
-
한국형 판타지 문학의 효시. 누적판매량 1천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 시리즈. <퇴마록>의 등장은 비단 잘 팔리는 책 한권 정도가 아니라 한국 문학의 다양성을 넓힌 일대 사건이었다. 이른바 퇴마록 세대 이후 장르 문학이 쏟아져나왔고 판타지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었다. 그 뜨거운 팬심은 2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하긴 악몽 같던 영화 <퇴마록>의 충격에도 견딘 그들 아닌가. 3월13일 <퇴마록>을 기억하는 이들의 심장을 달굴 소식이 전해졌다. <퇴마록>이 12년 만에 <퇴마록 외전>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우혁 작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퇴마록>의 3부작 영화화 계획까지 밝혔다. 흥분한 팬들은 희망이 뒤섞인 상상을 쏟아냈고 영화가 곧 만들어질 것처럼 들썩이고 있다. 과연 영화 <퇴마록>은 ‘원작 파괴자’라는 악명을 딛고 다시 한번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한
[이우혁] 스토리에 대한 발언권만은 보장받고 싶다
-
살다보면 천재지변처럼 가혹하고 결정적인 방식으로 삶의 진로를 영원히 바꿔버리는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건이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를, 국가를 뒤흔드는 규모의 것일 때, (예술)판의 지각변동은 하나의 경향이 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 9.11 이후 미국의 파괴와 상실의 기억을 끌어안았다면(그래서 눈물어린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주었다면), <선셋 파크>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에 사라지지 않고 있는 불황의 유령에 여전히 사로잡힌 미국의 초상을 보여준다. 명망있는 출판업자는 예전처럼 유망해 보이는 젊은 작가의 소설을 선뜻 출간하지 못하고 있으며, 높은 평가를 받는 중견 작가의 신간은 미국의 독립 서점들의 부도 때문에 얼마나 반품이 들어올지 제대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고, 벌이가 불규칙한 이십대 4명이 돈을 벌어 집을 구하기보다 불법의 위험을 무릅쓰고 빈집을 무단점거하는 쪽이 더 설득력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폴 오스터를 좋아하세요?
-
한국 축구팬들에게 이동국은 애증의 이름이다. 누구는 한국 최고의 골잡이 계보를 잇는 선수라 치켜세운다. 기록이 그 주장을 증명하고 있다. K리그 318경기에 출전해 141골 53도움(2012년 12월 기준)을 기록하고 있고, 태극 마크를 달고 A매치 총 95경기에 출전해 30골을 넣었다. K리그, A매치 모두 세 게임당 한골을 넣은 기록만 놓고 보면 그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만큼 나쁜 스트라이커가 아님이 분명하다. 하지만 또 누구는 한국 축구의 고질병을 상징하는 선수라 평가절하한다. 단적인 예이긴 하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게임인 우루과이전 때,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서 날린 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던 장면은 두고두고 안타깝다. 골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골 결정력뿐만 아니라 약한 몸싸움, 느린 발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사람들은 그를 욕한다. 당신이 어느 쪽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든지 간에 이동국은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선수”다. 이동
[도서] 성공, 실패,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