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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로부터 ‘이방인’이라는 주제를 받은 에드윈 감독은 스스로 이방인이 되기로 한다. 우선 “한번도 들어보지도 가보지도 못한 곳에서 작품을 시작”하기로 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인도네시아의 세람섬. 자카르타에서 비행기 타고 3시간, 차 타고 1시간, 페리 타고 4시간, 또 차 타고 3시간, 보트 타고 1시간을 가야 닿는 섬. 그곳에서 에드윈은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이들과 충돌”하며 영화를 찍는다.
제목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부인’은 인도네시아의 작가 세노 구미라 아지다르마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에드윈은 이 문장에 매혹돼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부인>을 시작한다. 수캅과 할리마의 전설(누군가의 부인인 섬 출신의 할리마와 누군가의 남편인 외지에서 온 선장 수캅의 사랑 이야기)을 다룬 소설은 그 전설을 찾아가는 두 젊은 남녀에 관한 영화로 탈바꿈한다. 사와이 마을에 도착한 영화의 주인공 마리아나는 마을 주민들에게 수캅과 할리마의
전설, 거짓말,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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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영상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필리핀 실험영화의 현재라 불리는 존 토레스 감독, 그의 영감의 원천은 필리핀의 신화와 구전설화, 우화와 같은 토속적인 것들에서 온다. 자전적 성장담을 토대로 한 <나의 어린 시절>, 필리핀 파나이섬의 설화를 담은 <후렴은 노래 속의 혁명처럼 일어난다>에 이어 자신을 반인반마라고 믿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이상한 루카스>를 들고 토레스 감독이 전주를 찾았다. 필리핀의 더운 공기를 잔뜩 머금은 나른한 내레이션과 시골 마을의 다큐멘터리적인 영상, 초현실적인 이미지의 혼재는 보는 순간 분명 당신을 매혹시킬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후렴은 노래 속의 혁명처럼 일어난다> 등에 이은 네 번째 장편이다. 어떤 점에 착안해 만들었나.
=필리핀 감독 이스마엘 베르날에 대한 헌사 같은 작품이다. 80년대 40여편의 영화를 찍은 감독이다. 영화를 하면서 그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발자취를 따라가보
영화가 삶의 돌파구가 되는 매혹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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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명과 시스템에 대한 차가운 냉소와 구체적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모순되지 않았다. 잠언 같은 침묵의 시퀀스에 떠오르는 재난과 소멸의 이미지는 그의 시적 날인이자 핵심이다. 존 조스트 감독은 미국에 대한 알레고리에 가까운 시적인 실험영화 <타협>과 쓰나미가 훑고 간 잔해를 헤집는 온정 어린 다큐멘터리 <가쓰라지마 섬의 꽃>이라는 두 작품으로 전주를 찾았다.
-이번에 들고 온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2011년 나는 야마가타다큐멘터리영화제에 있었다. 그곳은 지진 쓰나미가 발생한 후쿠시마와 가까운 곳이었다. 영화제 이후 도쿄에서 워크숍을 하다 만난 일본인과 NGO단체에 요청하여 난생처음 가쓰라지마 섬을 방문했다. 당시 일정이 촉박하여 2박3일 동안 촬영을 해야 했고 거의 모든 촬영분으로 <가쓰라지마 섬의 꽃>을 만들었다. <타협>은 이듬해에 구리광산이던 뷰트 몬타나라는 지역에서 스크립트 없이 무보수로 배우들을 활용하여 한달 동안
인류는 붕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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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열리는 9일 동안 전주 곳곳에 카메라를 든 로랑 캉테 감독이 출몰했다. 개막작 <폭스파이어>와 한국경쟁섹션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로랑 캉테 감독은 올해 전주영화제의 얼굴이다. “특별한 기준을 두지 않고 관객의 한 사람으로 마음을 열어두고 영화를 보고 싶다”는 그는, 감독, 심사위원 역할에 이어 충실한 관객의 역할까지 자처했다.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막 전주에 도착한 로랑 캉테 감독을 만나 신작 <폭스파이어>에 대해 들었다. 소녀들의 성장담 속에 폭력과 차별의 시대를 점철시킨 <폭스파이어>는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스케치한다. <시간의 사용자들> <클래스> 등 그의 작품에서 익히 보았던 현대의 파리가 아닌 1950년대 미국으로 배경을 옮겨갔지만, 사회의 모순을 향한 로랑 캉테 감독의 예리한 질문은 그대로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남쪽을 향해>
이것은, 아메리칸드림을 거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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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4월25일~5월3일)에 화제의 인물이 없었다고? 천만의 말씀. 개막작 <폭스파이어>의 감독으로,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전주를 찾은 로랑 캉테부터 미국의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존 조스트 감독, 필리핀 독립영화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존 토레스 감독, ‘디지털 삼인삼색 2013’을 연출한 고바야시 마사히로, 장률, 에드윈 감독, 전주에서 처음 공개된 화제의 한국영화 <용문> <천안함프로젝트> <말하는 건축, 시티:홀>의 이현정, 백승우, 정재은 감독은 전주에서 신선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이들과의 진지하고도 즐거웠던 만남을 지면으로 전한다.
온고을 영화축제 9人9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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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 Elysium
감독, 각본 닐 블롬캠프 / 출연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 샬토 코플리 / 수입, 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코리아(주) / 개봉예정 8월15일
가난, 없음. 전쟁, 없음. 질병? 없음.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다. 하지만 영화 <엘리시움>은 여기에 한 가지 입주 조건을 내건다. 당신이 바로 ‘가진 자’일 것. 가난과 차별의 테마를 다룬 강렬한 SF영화 <디스트릭트9>을 선보였던 닐 블롬캠프는 차기작 <엘리시움>을 통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삶이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미리 경고의 메시지라도 보내려는 듯하다. 2154년, 인류는 양극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1%의 부유한 이들은 인간이 새롭게 건설한 우주 도시 엘리시움에서 풍요로운 삶을 시작한다. 반면 황폐화된 지구에 남은 99%의 인류는 온갖 종류의 질병과 위험에 노출된 상황. 지구의 블루칼라 노동자 맥스(맷 데이먼)는 우연히
천국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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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Pacific Rim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 출연 찰리 헌냄, 이드리스 엘바, 기쿠치 린코, 론 펄먼, 찰리 데이 / 수입,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 개봉 7월11일
외계 괴물과 거대 로봇 중 누구의 주먹이 더 셀까? 지금으로부터 머지않은 2025년, 거대한 태평양을 링 삼아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초반 탐색전에서는 일본 인근 심해저에 뚫린 ‘포털’을 통해 기습적으로 출몰한 ‘카이주’(怪獸)쪽이 다소 유리해 보인다. 등장하자마자 오사카쯤은 단숨에 뭉개버릴 위력이다. 그런 카이주들의 릴레이 플레이를 견뎌내기에는, 신개념 조종 로봇 ‘예거’(Jaeger)들로 무장한 범태평양연합방어군도 역부족일 듯하다. 하지만 개인적 아픔을 딛고 일어선 신참 랠리 안트로버스(찰리 헌냄)가 마코 모리(기쿠치 린코), 스탁커 펜테코스트(이드리스 엘바)와 함께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되살린다. 버려졌던 예거들과 다시 한몸이 된 그들은, 펜테코스
괴물 대 로봇, 태평양에서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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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Z> World War Z
제작 마크 포스터 / 배우 브래드 피트, 미레일 에노스, 매튜 폭스, 제임스 뱃지 데일 / 수입,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6월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에 맞먹는 세계대전 ‘Z’가 온다. 조류독감보다 끈질기고 신종플루보다 기습적인 좀비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확산이다. 무자비한 자연의 심판 앞에서 속수무책이 된 미국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우왕좌왕 도피 행렬 속에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과 그의 가족도 가세한다. 하지만 평범한 가장인 동시에 유엔 소속 위기관리 전문가인 제리 레인은 선상 대피소에 아내와 두딸을 맡겨둔 뒤 다시 길을 떠나기로 한다. 좀비들의 쓰나미로부터 지구를 건져내야만 가족도 살릴 수 있음을 알아서다. 인류 생존의 열쇠, ‘페이션트 제로’(첫 번째 환자)를 찾아 그는 폐허가 된 세계 각지를 떠돈다. ‘글로벌’ 시대의 부름을 받은 영웅과 좀비의 환생이 예견된다.
리뉴얼 지수 – 맑음
무릇 좀비란, 지난 수
글로벌 영웅과 좀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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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감독 잭 스나이더 / 출연 헨리 카빌, 에이미 애덤스, 러셀 크로, 케빈 코스트너 / 수입,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 개봉 6월13일
“이것은 우리의 명확한 첫 번째 발걸음이다.” <맨 오브 스틸>의 출격을 앞두고 워너브러더스픽처스의 회장 제프 로비노프는 이렇게 선언했다. 마블이 <어벤져스>로 세계관을 확립하고 <아이언맨3>로 마블 리그 2기의 서막을 알릴 때, 그들의 영원한 라이벌인 DC가 그냥 보고만 있었을 리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3부작 <배트맨> 시리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DC와 워너는 배트맨과 더불어 DC 최고의 영웅으로 손꼽히는 슈퍼맨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려 한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DC 히어로들이 집결할 <저스티스 리그>(2015년 개봉예정) 또한 한층 탄력을 받지 않을까. <맨 오브 스틸>은 크립톤 행성의 거대한 전투로부터 시작
슈퍼맨 앞에 무릎 꿇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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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감독 J. J. 에이브럼스 / 출연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칼 어번, 조 살다나, 안톤 옐친, 베네딕트 컴버배치 / 수입,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5월30일
엔터프라이즈호를 이끌고 지구로 귀환한 커크 함장(크리스 파인). 하지만 정체불명의 적에게 지구가 공격당하며 긴장이 고조된다. 무차별적인 테러가 스타플릿의 내부에서 일어나자 전세계는 충격에 빠진다. 테러범의 정체가 스타플릿의 최정예 요원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임을 안 커크 선장은 엔터프라이즈호를 이끌고 테러리스트를 쫓으려 하지만 적은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 무시무시한 힘과 증오 앞에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엔터프라이즈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전작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하 <더 비기닝>) 이후 4년 만이다.
<더 비기닝>을 통해 젊음을 얻어 새롭게 태어난 <스타트렉> 시리즈
진짜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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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어스> After Earth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윌 스미스, 이사벨 펄먼, 제이든 스미스 / 수입, 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코리아(주) / 개봉 5월30일
3072년,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전사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와 아들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는, 그곳이 바로 인류가 떠나고 황폐해진 ‘지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버려진 지구를 정복한 생명체들은 예측 불가능한 모습으로 진화해 그들을 공격하고, 우주선에서 탈출한 외계 생명체 역시 무차별적인 전쟁을 감행한다. <애프터 어스>는 지구에 불시착한 아버지와 아들이 공격적으로 진화한 생명체들에 맞서 생존이 걸린 극한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여기서 굳이 M. 나이트 샤말란의 전작 <라스트 에어벤더>(2010)의 악몽(?)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어린 소년의 사투’라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지만, 어쨌건 이 이야기는 그의 전작들 중 <빌리지>(2
제국의 종말, 지옥의 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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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지난 4월25일 개봉한 <아이언맨3>가 개봉 6일 만에 32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박스오피스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 한두해 동안 외화 성적이 부진했지만 올여름은 다를 것 같다. 먼저 5월30일 같은 날 개봉하는 M. 나이트 샤말란의 <애프터 어스>와 J. J.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시작으로, 6월에 찾아올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과 마크 포스터의 <월드워Z>에 이어 기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7월)과 닐 블롬캠프의 <엘리시움>(8월)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감독들의 면면이 참신하고, 공통적으로 SF영화라는 점에서 이 리스트는 뭔가 특별하다. 지난 몇년간 오직 슈퍼히어로들의 격전장이었던 서머 시즌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당신은 어떤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SF 블록버스터 기상도
맑음 흐림 비
SF의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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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아이언맨3> 오오오!!
[헌즈 다이어리] <아이언맨3> 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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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호 ‘디스토피아로부터’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편집자)
한때 지구인들은 험프리 보가트가 <카사블랑카>에서 담배를 피워물 때, 로렌 바콜이 <소유와 무소유>에서 멋들어지게 담배를 피울 때, 그 장면에 도취되고 매혹되었다. 담배를 물고 있는 제임스 딘은 열렬한 숭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흡연장면은 그저 추문에 불과하다. TV에서도 내쫓겨났고, 영화에서도 점차 추방되고 있다.
어쩌다 짧은 시간에 이런 반전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사랑이 그렇게 쉽게 변하니? 혹자는 문명사가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입을 빌려, 이것이 “문명화 과정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겠다. 배설과 도축처럼 더러운 것, 죽음과 관련된 장면 등이 삶의 외곽으로 점차 배제되는 과정이 곧 ‘교양’이고, 건강과 청결을 훼손하는 흡연 역시 도태시킬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일종의 교활한 말장난이다. 삶의 직접적 현장에서 더러운 장면들을 배제한 대가로, 지구온난화와 조류독감 같은 치명적인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나를 더럽힐 권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