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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역대 최고 극장 매출, 역대 최대 관객수, 시장점유율 50% 회복, 수익률 상승, 두편의 1천만 영화와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무려 25편 등등. 수치만 보면 한국영화가 상승세인 건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산업의 성장이 영화계의 여러 구성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는가라고 묻는다면 누구도 쉽게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씨네21>은 2012년 한국영화의 호황에 대해 분석했다.
2007년 산업의 붕괴를 겪으면서 드러냈던, 그러나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영화산업의 여러 구조적 문제도 다시 짚어보았다. 현재 국회에서 ‘상영과 배급의 분리’ 같은 영화산업 관련 법률을 준비 중인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적 규제와 장치를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보았고, 한국영화제작자협회 소속의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 영화진흥위원회 김보연 정책센터장,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한국영화의
호황이다! 큰소리 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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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영동 1985'는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간의 잔인한 기록을 담은 실화로 故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를 바탕으로 영화한 작품이다.
오는 11월 22일 개봉.
[정지영 감독]"‘남영동 1985’, 대선에 영향 미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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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프로듀서의 ‘프리 프로덕션4’ 수업 지상중계
학생들의 동선이 궁금해 슬쩍 학생인 양 죽전역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에 끼어 앉았다. 5분이나 달렸을까 싶은데 어느새 학교다. 조금 일찍 도착한 까닭에 서관 복도를 배회하게 됐다. 김동호 대학원장이 직접 찍은 사진 속 영화인들의 웃음이 빈 벽을 채우고 있었다. 아마도 시간이 좀 지나면 이 벽은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현장스틸 혹은 그들의 작품으로 채워질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로 여기에 머무는 학생들의 시간을 영화제작과정 중에서도 프리 프로덕션 단계로 비유할 수 있겠다.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의 네 번째 수업은 프로덕션에 관한 수업이다. 김선아 교수가 진행할 ‘프리 프로덕션4’ 수업에서는 영화 제작에 관한 사전준비에 대해 배우며 아이템 및 시나리오를 개발하게 된다. 싸이더스의 전신인 우노필름에서 <돈을 갖고 튀어라>를 제작하며 프로듀서로 데뷔한 김선아 교수는 싸이더스가 영화제작사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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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은 떠오르는 게 많은 영화다. 일단 하나만 꺼내자면, 내게는 ‘워커홀릭의 다이어리’ 같은 인상을 남겼다. 제임스 본드는 죽을 때까지 일만 할 팔자랄까(오래전의 내 점괘도 그랬다, 엉엉). 이것 말고도 더 많지만 무엇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요원들의 태도나 “시간을 거슬러 간다”는 대사, 그리고 CG 따위 없는 풀 세트 촬영과 애스턴마틴 DB5에 이르기까지 ‘007 50주년 기념작’에 충실했다는 게 특히 인상적이다.
이런 노력은 음악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아델이 부른 <Skyfall>은 <제임스 본드의 테마>를 하모니와 코드 진행에 슬쩍 끼워넣고, 가상악기 대신 77명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했으며 유서 깊은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아델의 고풍스러운 음색이 아름답게 흐르는 이 곡은 비록 오프닝에만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구식영화처럼 천천히, 또한 우아한 영상과 꼭 맞아떨어져 기억을 재구성하게 만든다. <Rolling In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50주년 타이틀에 걸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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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개의 캠핑의자에 나란히 앉은 <무한도전> 멤버들.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공감하는 인원수를 맞히는 뿅망치 게임 간간이 ‘한계’, ‘체력 고갈’, ‘하차’ 등의 단어가 오간다. 전보다 쇠약해졌다는 노홍철이 유재석에게 받은 한약 항아리를 보기만 해도 멤버들의 마음씀씀이에 눈물이 나서 먹지 못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히자 ‘써서 못 먹는 것 아니냐’, ‘내가 먹을 테니 항아리만 가지라’며 다른 멤버가 끼어들어 넘치는 감정을 툭툭 털어낸다. 쓴 약을 대신 먹어주겠다는 제안을 내심 반기는 홍철의 표정에 예의 ‘사기꾼’ 캐릭터가 떠올라 깔깔 웃는데, 다시 그의 고백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추석 때나 생일 때 선물로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젠, 뭔지 알아? 동료가 날 생각하는 캐릭터가 무너질까봐 선물도 함부로 못하겠는 거야. 내가 평상시에도 ‘사기꾼’이었으면 좋겠고… (촬영 때 다른 멤버들의) 몰입도가 깨질까봐. 그게 방송을 해할까봐. 다른 팀한테는
[유선주의 TVIEW] 눈물 참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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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지역영화’라는 말을 건네면 보통 거부의 의사를 표시한다.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들과 거듭 만나면서 이유를 알게 됐다. 지역영화를 지방영화로 취급하는 문화, 달갑지 않은 건 당연했다. 이런 일도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영화제에는 단편영화 섹션이 있다. 출품작의 다수는 영화를 전공한 학생들의 작품인데, 서울과 근교의 일부 학교에서 나온 작품이 그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지역 영화학과 학생들의 영화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물어보니 학생들이 아예 출품을 꺼린다고 한다. 서울과 기타 지역 사이의 장벽은 영화판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근래 주목한 감독 가운데 몇은 지방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제주, 부산, 전주에서 작업하는 오멸, 김지곤, 함경록이 그들이다. 그들이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내 믿음은 확신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에서 김지곤의 <할매>를 본 순간, 내 아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마음의 영화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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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이 국제적으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한편으로 그것은 삼성이 ‘애플’이라는 회사의 견제를 받을 만큼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어떤 측면에서는 여전히 애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국에서 진행 중인 이 복잡한 소송의 결말을 아직 알 수 없다. 아무튼 삼성은 애플쪽이 자신의 기술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애플은 삼성쪽이 자신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
삼성과 애플 소송의 쟁점
이 소송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삼성과 애플의 대결은 한마디로 ‘기술’과 ‘예술’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삼성은 지난해 4월 서울지방법원에 낸 5건의 소장에서 애플쪽이 고속 패킷 전송 방식 통신표준 기술, 광대역 부호 다중 분할 접속 기술, 테더링 관련 기술 등의 기술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애플은 두달 뒤에 같은 법원에 낸 소장에서 삼성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융합’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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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라고 쓰면 엄청나게 멋있어 보일 거라고 (서울을 떠나기 전에는) 생각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몹시 부럽다. 아, 공항에 들어가기 전에 떡볶이를 먹었어야 했다. 아니, 공항에 가서라도 어떻게든 떡볶이를 찾았어야 했다. 낯선 나라의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을 잘도 먹는다고, 한국 음식 없어도 몇달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다고 자랑을 많이 했었는데, 아,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가.
하염없이 무너진 채로 엑상 프로방스에서 리옹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사람들과 떡볶이 얘기를 했다. 한 사람은 ‘신당동’이라는 지명과 ‘어묵’이라는 단어에 ‘멘붕’을 일으키고는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 문제의 음식을 먹고야 말았다. 리옹의 유명한 식당에 가서 현지인이 추천해준 음식을 주문했다. 이름은 참 예쁘다. 앙두이에트(Andouillette). 영어로 된 설명에는 돼지, 소시지, 어쩌고저쩌고 설명이 돼 있었는데, 추천이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칼칼하게! 더 칼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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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칠(big chill): 죽을 뻔한 경험이나 위험한 상태.
<새로운 탄생>(The Big Chill)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딱히 뭘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이 영화를 딱 한번, 그것도 20년쯤 전에 비디오로 빌려서 본 기억이 있을 뿐이다. 자살한 친구의 장례식에 모인 대학 동창들의 이야기가 줄거리인 이 영화의 그 무엇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일까. 호화 출연진의 명연기? 대단한 사운드트랙? 오가는 대화들의 멋진 향연? (“자연은 하나의 거대한 화장실”, “우린 안 떠나, 절대 안 떠나” 같은.)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중년들의 불안?
하지만 나보고 한마디로 다소 불경스러워도 좋으니 이야기하라면 이 영화는 ‘집에 안 가고 노는 재미’에 대한 영화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골이 깊고 풀어야 할 사연이 있는 대학 동창들. 이들은 그중 결혼한 한 동창 부부의 집에 며칠 동안 머물면서 함께 음식도 만들고 술도 마시고
[architecture+] 집에 안 가고 노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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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특성상 관람 전에 읽으면 감흥이 크게 반감됩니다.
말릭 벤젤룰 감독의 <서칭 포 슈가맨>은 1970년대 초 심금을 울리는 두장의 앨범을 내놓았으나 대중의 철저한 외면 속에 증발해버린 미국의 포크 록 뮤지션 시토 로드리게즈의 정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미 제3자에 의해 완료된 추적 과정을 복기한 다큐멘터리다. 본국에서 사장된 로드리게즈의 음악은 민들레 홀씨처럼 한 젊은이의 여행 가방에 실려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날아들어갔고 악명높은 인종분리 정책과 표현의 자유 탄압에 저항하던 그 나라 사람들의 폐부를 찔렀다. 불법 카피를 통해 들불처럼 번져나간 로드리게즈의 음악은, 영화 속 증언에 의하면 정치적 저항운동의 깃발로 옹립됐고 남아공 대중음악의 지형도마저 바꾸어놓기에 이르렀다. 음악은 복음의 반열에 올랐는데 정작 뮤지션 본인의 신상은 알려진바 없는 희한한 상황은 ‘도시 전설’이 싹트는 토양이 된다. 급기야 남아공 국민들은
[신 전영객잔] 아무도 몰랐던, 아무것도 몰랐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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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쓰려고 컴퓨터를 켠 순간이다. 인터넷 뉴스난에 볼드체로 떠 있는 ‘겁나게 부조리하고 생뚱맞아서’ 갸우뚱하게 되는 문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 박근혜씨가 “여성 대통령 탄생, 가장 큰 정치쇄신”이라고 했단다. 이런, 오늘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한마디 안 할 수 없겠다.
나는 여태 한번도 박근혜 후보가 ‘여성 대통령’에 연결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자타공인 ‘여성’과 ‘여성성’을 심히 애정하는 종족인 내가 여성이 분명한 ‘그녀’를 ‘여성성’을 담지한 존재로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녀는 분명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그녀의 가계로부터 전형적인 남성성을 훨씬 많이 느낀다. 심지어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소비되는 여성 이미지조차 ‘전통적이고 수동적인 현모양처 여성상’이라는 몹시 불편한 방식으로 뒤틀린 남성적 시각의 발현에 가깝다.
유신독재라는 가장 나쁜 형태의 남성적 폭력에 대해 진심의 반성 없는 불통을 그대로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콘서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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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불씨를 댕기는 소녀. 인간 엄마와 뱀파이어 아빠를 둔 르네즈미의 운명이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걷기 시작하고, 일곱살에 이미 10대 소녀의 성숙함을 지니게 되는 이 소녀의 특별함이 보수적인 뱀파이어 집단 볼투리가의 심기를 건드린다. 이전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 인간 벨라의 존재가 모든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었다면, 전세계에서 모인 뱀파이어들에 늑대인간까지 합세한 <브레이킹 던 part2>의 대규모 전쟁 한가운데는 ‘불멸의 아이’로 의심되는 소녀 르네즈미가 있다.
젖먹이 아기부터 여인의 모습이 엿보이는 10대 소녀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여기에 뱀파이어로서의 기질까지 소화해내길 원한다면 아역배우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제작진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질 수많은 르네즈미의 모습 중 가장 성장한 버전의 르네즈미를 캐스팅하려던 그들의 계획은 11살 소녀 매켄지 포이
[매켄지 포이] ‘천의 얼굴’을 그려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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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려온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로버트 패틴슨일 거라 생각했다. 패틴슨은 프랜차이즈가 첫발을 내디딘 2008년 이래, ‘<트와일라잇> 스타’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더 고군분투해왔다. 지난 4년 동안 바쁜 스케줄을 쪼개 그가 출연해온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진중한 시대극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부터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조우한 <코스모폴리스>까지, 로버트 패틴슨은 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법한 작품들로 필모그래피의 여백을 채워나갔다. 이러한 그의 행보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패틴슨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벨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향한 애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간 소녀에게 대다수의 소녀팬들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싶어 하는 반면, 청초한 외모의 뱀파이어 에드워드에게 그녀들이 바라는 건
[로버트 패틴슨] 소녀들의 판타지를 버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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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였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감독 루퍼트 샌더스와 키스하고 있는 사진 한장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사실 불륜 스캔들은 할리우드에서 새삼스러운 사건이 아니다. 사랑에 빠졌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다른 누군가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던 톱스타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좀 다르다. 대중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히로인, 벨라를 보는 잣대로 그녀를 바라본다. 스튜어트가 스테파니 메이어의 원작 소설 속 벨라와 같은 나이라는 점, 영화의 상대 배역인 에드워드 역의 로버트 패틴슨과 실제로 연인관계라는 점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스튜어트의 모습에 벨라의 이미지를 덧씌우게 만들었다. 불륜 스캔들이 터진 이후, <뉴욕 데일리 뉴스>가 스튜어트를 두고 ‘트램파이어’(헤픈 여자와 뱀파이어의 합성어)라 지칭한 건 그녀에게 쏟아지는 모든 비판의 화
[크리스틴 스튜어트] 삶의 전환점에 선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