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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1월, 공석이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으로 부임한 최익환 원장은 빠른 속도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조직개편과 맞물린, 영화진흥위원회와의 모호한 관계, 혼란과 파행 운영으로 인한 위상 축소, 그리고 부산으로의 이전 등 여러 난제들이 겹치며 잡음이 끊이지 않던 영화아카데미에 들어와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으로 <그녀는 예뻤다>(2008), <마마>(2011) 등을 연출했던 그는 이미 그전부터 초빙교수로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제작연구과정 등 이미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커리큘럼을 효과적으로 계승하면서 다방면의 마스터클래스와 배급을 강화하는 등 영화계와의 ‘스킨십’에 주안점을 뒀다.
차기작을 준비하다 갑자기 ‘소방수’로 들어왔던 그이지만, 이제는 ‘감독’보다 ‘원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영화아카데미에서 어느덧 1년 반의 시간을 보낸 그를 만나 새로운 방향과 비전에 대해 물었다. 박기용, 장현수 등 이전
[최익환] 계속 재미난 실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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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죽이는 것은 너무 가벼운 벌일 것이다.” 앞부분에 인용된, 누구나 들으면 가볍게 웃고 넘어갈 마크 트웨인의 저 말처럼,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의 시작은 잔잔하다.
주인공 부부는 로맨스 소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쿨한 뉴욕 커플이다. 남편 닉은 1990년대 말 잡지계가 영광의 순간을 보낼 때 기자가 된다. 아내 에이미의 인생은 좀더 소설적이다. 그녀의 부모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청소년용 시리즈물을 쓰는 작가 부부다. 누구나 어린 시절 이 시리즈를 읽으며 자라고, 에이미는 그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산다. 자신감 넘치는 남자와 부유한 부모를 둔 아름다운 여자의 만남. 두 사람은 <어메이징 에이미의 결혼식 날>이 출간된 직후 결혼한다.
물론 그들의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뜻하지 않은 인터넷의 발흥으로 닉은 직장생활 11년 만에 실직한다. 에이미의 처지도 나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올해 최고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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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아버지> 등에 출연해 친근한 코미디 배우이자 유명한 미술수집가인 스티브 마틴이 쓴 장편소설. 미술품을 경매하는 소더비와 첼시의 갤러리 거리 등 뉴욕 아트마켓을 배경으로 여성 아트 딜러 레이시 예거의 이야기를 그렸다. “20세기 미국 미술시장을 반추하는 책 열권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추천사처럼, 현대 미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의 상품성을 획득하고 그 가치를 불려가는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도서] 20세기 미국의 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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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의해 <악마의 씨>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소설 <로즈메리의 아기>의 후속편. 이 이야기에 어떤 뒷이야기가 가능할까? 로즈메리는 30여년의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실제로 소설도 전작이 출간된 지 30년 만인 1997년에 발표되었다). 사악한 자들의 손에 넘어갔을 아들은 놀랍게도 정의를 구현한 지도자로 성장해 있다. 전작에서 암시된 음울한 분위기가 세기말 뉴욕으로 이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서] 정의를 구현한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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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버지가 20년 전에 남기고 떠난 스크랩북을 펼친다. 보수적인 목사 아버지와 진보 성향의 기자 아들(<씨네21>과 <한겨레21> 편집장을 지낸 고경태)이 <동아일보> 백지 광고부터 5월 광주, 중공 여객기 피랍을 비롯한 사건들을 바라본다. 여기에는 <고바우 영감> <두꺼비> 같은 네컷 만화도 있고, 당시로는 드물었던 컬러사진으로 실린 육영수 여사의 장례 사진, 수시로 등장하는 밑줄긋기와 메모가 있다. 아주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도서] 아주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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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여행>의 원제는 ‘Carnet de Voyage’, 즉 여행 수첩이다. 그래픽 노블 <담요>의 크레이그 톰슨이 책 홍보 여행 중에 만난 프랑스와 스페인, 모로코 거리의 기록을 담은 스케치북을 그대로 스캔해 만든 책이니 더 어울리는 제목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여행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톰슨은 카메라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 두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눈과 붓펜만을 사용해 기록했다고 한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불타오르는 긍정을 전도하는 성격과 거리가 먼 톰슨은 쉬지 않고 투덜거리고 그 순간을 기록한다.
1분에도 수십장씩 찍어 완벽하게 보정할 수 있는 사진을, 흑백의 스케치와 글이 대신할 수 있을까? <만화가의 여행>은 일단, 가이드북이기를 포기한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록이다. 자신의 무지로 인한 낭패의 순간도 숨기지 않고 기록했다. 스케치를 하는 톰슨에게 모로코 마라케시는 낙원이자 재앙이었다. “거리에서 그림 그리기는 별로 현명한 일이
[도서] 그림으로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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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하비, 이현학, 김휘. 네명의 영화과 자퇴생이 ‘어떻게 우리는 영상작업으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유럽에서 1년간 체류했는가’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잉여인간의 히치하이킹>(901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참조)은 스스로를 하릴없는 백수 ‘잉여인간’이라 칭하는 네 청년의 2000km 생존 여행기다. 이호재가 <씨네21>에 작품을 보내왔고, 정식개봉은 아직 미정이지만, 독특한 소재와 경험담이 녹아든 독특한 영상에 관심이 갔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이호재와 하비(왼쪽)를 만났다.
-유럽 숙박업체의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숙박을 해결한다는 무모한 도전을 어떻게 시작한 건가.
=이호재_방학 때 넷이 함께 영상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밤새워 작업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사이도 돈독해지더라. 그때 현학이가 불쑥 “유럽 가서도 이렇게 작업하면서 생활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하기에 내가 바로 실천하자고 했다.
-굳이 다니던 영화과를 그만둬야 했나.
=이
[flash on] 생산적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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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을 뿐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그 몸부림을 포기하는 순간 아이들도 성장을 멈춘다. <라자르 선생님>은 모두가 침묵할 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진정한 선생님에 관한 영화다. 전작들에서 꾸준히 사회문제를 이야기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의 소유자 필리프 팔라도 감독은 네 번째 장편영화 <라자르 선생님>을 통해 다시 한번 캐나다 교육현장의 어두운 일면을 드러낸다. 먼 나라 이야기지만 하루가 다르게 교사의 권위와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라자르 선생님>으로 로테르담, 로카르노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껏해야 우리 주의 2, 3개 극장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까지 올라서 기쁘고 놀라웠다.
-영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어느 날 프로듀서와 함께 에블린 드 라 슈네리에르 원작의 1인극(연극)을 보고
[flash on] 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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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진의 말을 빌리자면, <환상속의 그대>는 애도에 관한 영화다. 한 여자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그녀를 사랑했던 여러 사람들은 제각기 고통스럽다. 친구였던 기옥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이 고장난 자전거를 빌려주었기 때문에 친구가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기옥은 그 죄책감을 감당해낼 수 없다. 구겨진 상복처럼 방바닥에 널브러져 슬픔에 잠긴 기옥을, 이영진은 때로는 절절하고 때로는 코믹하게 연기해낸다.
영화배우의 이미지란 화려한 감옥과 같다. 영화배우는 자신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 모습 속에 갇혀버린다. 이미지가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관객의 뇌리에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자국이 새겨진다. 우리는 인상적인 데뷔작을 통해 뚜렷한 각인을 남긴 뒤 거짓말처럼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여배우들을 몇명 알고 있다. 그들은 끝내 박제된 자신의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하고 말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는 배우 이영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14년차
[이영진] 진짜 나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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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세상의 왕이 될 것이다.” 예언과 함께 2500여년 전 샤카이국의 왕자 싯다르타가 태어났다. 애니메이션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이하 <붓다>)은 성인(聖人) 붓다의 탄생부터 출가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왕족으로 태어나 근심 걱정 없이 자랄 일만 남은 어린 싯다르타는, 그러나 끊임없이 질문하는 아이다. ‘어째서 노예나 육체노동자가 가장 낮은 신분인 수드라인지, 왜 전쟁으로 살아 있는 생명에 상처를 입히는지, 과연 기도로 나라가 번영할 수 있는지’를 물으며 성 밖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더욱더 알고 싶었던 그는 마침내 누구나 죽을 때까지 삶의 고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고 출가한다. 한편 샤카이국을 지배하려는 코살라국에는 수드라 신분을 숨기고 장군의 후계자가 된 체프라가 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신분이 발각돼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붓다>는 싯다르타뿐 아니라 체프라를 서사의 중심에
인간적인 붓다의 모습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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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업, 일망타진해 검거함. 뜻 그대로 <라운드 업>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7월 프랑스에서 자행된 ‘벨디브 사건’의 전후를 담았다. 조(위고 르베르데즈)의 가족뿐 아니라 그들의 이웃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쓰레기들’, ‘악질분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치욕과 대학살의 상징인 노란 다윗의 별 배지를 가슴에 달고도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시에 들이닥친 프랑스 경찰은 이들을 마실 물도 화장실도 부족한 경륜장에 집단 수용한다. 프랑스 거주 유대인 2만4천명을 체포해 독일로 보내겠다는 나치 독일과 프랑스 비시 정부간의 딜이 성사된 결과다. 한편 경륜장에 함께 수용된 유대인 의사 다비드 샤인바움(장 르노)과 개신교도인 간호사 아네트 모노드(멜라니 로랑)는 고통받는 환자들 앞에서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끝내 이들은 남성, 여성, 아이들로 격리돼 죽음의 수용소로 향한다.
<라운드 업>은 잔혹한 학살장면을 드러내놓고 들추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반성문 <라운드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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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끝났다. 좋은 날들은 이미 지나갔고 왕년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인 닥(크리스토퍼 워컨)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술병과 권총 대신 혈압약과 붓을 쥔 그는 남은 삶을 조용히 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한물간 갱스터의 여생은 단짝친구 발(알 파치노)이 28년 만에 출소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한다. 세수하는 발의 등 뒤에서 몰래 총을 겨눈 채로 그는 거듭 망설인다. 귓가에는 며칠 전 수화기 너머로 들었던 보스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그 자식을 죽여. 그놈은 내 아들을 죽였어. 너를 유일하게 살려둔 이유도 그놈을 죽이기 위해서였어.” 기력이 떨어진 닥에게 유일한 친구를 죽이라는 명령은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몇 곱절 더 버겁게 만든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닥과 발은 요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친구 허쉬(앨런 아킨)를 구출해낸 뒤, 인생의 마지막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현명한 노인처럼, <멋진 녀석들>은
넉넉한 여유와 연륜 <멋진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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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천하영웅의 시대>(이하 <전국>)는 <손자병법>의 저자로 잘 알려진 병법가 손빈의 생애를 주축으로 멜로드라마적인 요소와 액션을 가미한 전형적인 대중용 팩션이다. 백가쟁명의 춘추전국시대, 한 스승 밑에서 수학한 손빈(쑨홍레이)과 방연(오진우)은 각기 제나라와 위나라의 군대를 이끌게 된다. 피할 수 없게 된 두 친구의 대결에 더불어 제나라의 아리따운 여장수 진석(경첨)과 위왕의 애첩이 된 방연의 누이 완(김희선)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전투 신과 궁중암투가 번갈아가며 제법 빠르게 진행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권의 여러 국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전국>은 2011년 중국 개봉 당시 단 6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미국 전역에서도 제법 큰 규모로 상영됐지만 영미권 비평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리뷰에는 하나같이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
전란의 시대 <전국: 천하영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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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김규리)은 자신의 이름 한번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지쳐간다. 무료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희영은 안락한 삶을 위해 떠나보내야 했던 첫사랑을 떠올리며 무작정 부산으로 떠난다. 한편 돈 때문에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한 택시기사 준호(유건)는 꿈도 희망도 없이 팍팍한 일상을 그저 버텨낸다. 우연히 부산에 내려온 희영을 태우게 된 준호는 어딘지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가 신경 쓰이고 급기야 첫사랑을 찾기 위한 그녀의 여정에 동참한다. 뜻하지 않는 동행 속에서 상대방의 상처를 감지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서로 위안이 되어준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도 잠시, 짧은 여행의 끝은 다가온다.
낯선 곳에서 만난 두 사람이 상대에게서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의미를 배워간다. <어디로 갈까요?>는 유사한 소재의 영화들에서 보여준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다. 돈을 위해 사랑을 버린 희영과 돈 때문에 꿈을 버린 준호는 절로 끌릴 수밖에 없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 <어디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