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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본 건 <씨네21>의 독자모델 지면에서였다. “사촌조카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일한다. <씨네21>이 많이 밀어주면 좋겠다. 문진경 파이팅!”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 그럼 한번 밀어보자. “여성영화제 일을 할 때 변영주 감독님을 통해 조영각 집행위원장님을 소개받았다. 계약기간이 다 되어가던 때라 초조하다고 했더니 이력서를 한번 보내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한동안 연락이 없기에 떨어진 줄 알았다. (웃음) 지금은 홍보팀에서 일하며 매체 담당을 맡고 있다.” 다짐을 물었더니 “아, 그거라면 (대답할) 준비 많이 했다. (웃음)”고.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감출 수가 없어 영화 만드는 현장에 갈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절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막연하게 좋아한다고 해서 거기 뛰어드는 건 오히려 그런 분들에게 민폐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런 분들이 잘 만든 작품들을 열심히 소개하고
[이 사람] 영화에 대한 애정 하나로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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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사회비판 영화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대기업 삼성의 부당함을 직접 고발하는 영화들이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가족>은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박철민, 윤유선 등 배우들의 캐스팅을 이미 마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의 성격상 제작비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이에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는 지난 11월1일부터 온라인 펀딩 사이트 ‘굿펀딩’을 개설하고 제작비 모금을 시작, 현재 1차 모금액인 1억원의 84%가량을 확보한 상태다. 총 10억원의 제작비를 목표로 개인투자나 후원은 물론 기업펀딩도 꾸준히 확보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의 박성일 PD는 “고발극이라기보다는 휴먼드라마로 봐주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과 전복을 꿈꾸는 게 아니라 같이 바꿔 나가자는 취지에서 제작
[국내뉴스] 진실의 소리를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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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토론 다음날 건강검진이었는데, 이번에도 노심초사 결과표 기다릴 판이다. 내 나이에도 밤잠 설치면 괴로운데 나이 든 분들은 어떨까. 그냥 박근혜 찍으라는 뜻인지. 자정이 넘도록 TV 앞에 앉아 ‘공영’ 방송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방송3사에 중계방송된 방송기자클럽 토론은 앞선 두분과는 달리 한분에게만 후광 조명을 비췄다. 몸 전체에서 은은하게 빛이 나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가 연출되는 효과를 거뒀다.
박근혜 후보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 금지,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오후 5시까지 방과후 수업 무료 제공 등을 약속했다. 소득에 따라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 전체적으로 50% 감면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야권이 단일화로 정신없는 동안 방송의 후광을 받으며 신나게 ‘지르고’ 계시는 듯했다. 대학 입시나 고교 서열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재정 고민도 없이 나온 교육공약으로 평가받았는데, 과연 내용을 다 알고 발표하시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박근혜와 갸루상이 갖지 못한 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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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리미어는 달라요
하나같이 시네필들의 마음에 쏙 들 영화들이다. 레오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 파벨 파블리코브스키의 <파리 5구의 여인>, 리 대니얼스의 <프레셔스>…. 11월29일부터 12월5일까지 열리는 2012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16편의 보석 같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104쪽 참조.
2. 거장과 신예의 겸상
우치다 겐지 감독의 <열쇠 도둑의 방법>부터 신도 가네토 감독의 유작 <한 장의 엽서>까지. 매년 서울의 멀티플렉스에서 만나보았던 일본영화제가 올해는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11월29일부터 12월3일까지 열린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만화경’이라는 주제로 장•단편 포함, 총 47편이 상영된다.
3. 전설을 소장하다
<오페라의 유령>이 뮤지컬계의 전설이라면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은 공연실황영화계
[must 10] 프리미어는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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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지금 한국 대중문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장르다. 소재나 주제, 장르와 형식 면에서 다종다양한 웹툰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상상력이 다 모여 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머천다이징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웹툰을 한국 크리에이티브의 젖줄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만화잡지 시장의 사멸과 포털 사이트의 경쟁 속에서 탄생한 웹툰은 이제 정착 단계를 넘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언제까지 포털에서 웹툰을 공짜로 제공(일부는 유료긴 하지만)할지는 알 수 없지만 웹툰 독자 입장에서는 이토록 풍성한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는 웹툰을 광 스크롤로 후다닥 볼지라도 이를 만드는 작가들은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다. 윤태호와 함께 웹툰계에서 ‘거장’으로 꼽히는 강풀은 <26년> 후기에서 허영만 화백과 이두호 화백의 만화론을
[에디토리얼] 그들의 발과 엉덩이에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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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0일, 영국을 대표하는 해로즈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만다린호텔에서 영화 <호빗>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간달프를 연기한 이안 매켈런과 골룸 역의 앤디 서키스, 그리고 빌보의 마틴 프리먼이었다. 영화를 미처 볼 수 없었던 기자들의 영화에 대한 강한 호기심 덕분에, 간담회 자리는 배우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서로의 의견과 기대감들을 나누느라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한국, 꼭 한번 가고 싶다
간달프 역의 이안 매켈런
간담회장의 문이 빼꼼히 열리며, 노신사 이안 매켈런이 등장했다. 화이트 와인잔을 손에 거머쥐고 들어온 그가 한 첫 질문은 “한국에서 온 기자가 있던데 누구인가요?”였다. 이안 매켈런과의 인터뷰는 “한국에 꼭 한번 가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서부터 시작됐다.
-<반지의 제왕>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가 있었다. 정말 한국을 방문할 생각이 있나.
=(웃음) 당연히! 한국인이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다
간달프, 골룸, 빌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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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보다 더 하고 싶었던 이야기. 감독직 수락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호빗>의 공식적 입장 표명은 이렇다. 그건 모르겠다만, 확실히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보다 더 욕심을 부린 건 분명해 보인다. 애초 2부작 제작이 3부작으로 늘었고, 초당 24프레임이 48프레임이 됐다. <호빗>의 제작 마디마디엔 고비가 있었고, 피터 잭슨은 그 위기의 순간에 굽히지 않고 강행을 택했다. 내용은 아무리 봐도 아이들 침대 머리맡에서나 읽어줄 동화책인데, 규모는 이미 그 수용 범위를 벗어났다.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우린 이미 <반지의 제왕>을 한참 돌아와, <킹콩>과 <러블리 본즈>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을 거친 관객이다. 피터 잭슨 감독에게 <호빗> 제작 전말을 들었다.
-반지 원정대만큼이나 제작까지 험난한 과정이 아니었나. 제작사와의 소송건, 제작에서
정말로 중간계에 있다고 느끼게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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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원정대 출범 10주년을 계획한 게 분명하다. 2001년 <반지의 제왕>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피터 잭슨이 60년 전으로 시계태엽을 감는다.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호빗>)의 시작이다. 자신이 이룩한 영화 100년사의 ‘신화’를 고이 모셔두는 대신 깨뜨릴 각오로 임한 ‘뜻밖의 여정’이다. <반지의 제왕>보다 더 방대해진 이야기, 더 코믹한 캐릭터로 중무장했단다. <호빗>을 미리 가늠해볼 촬영장 모습과 피터 잭슨과 가진 전화 인터뷰, 런던에서 가진 배우 이안 매켈런, 앤디 서키스, 마틴 프리먼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어느 쪽이 호빗인지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
요요현상인가. 어쨌든 푸근해진 예전의 상태로 돌아온 피터 잭슨 감독(연출력도 다시 <반지의 제왕> 때로 돌아갈 거라 믿으며!)과 <호빗>의 주인공 빌보 배긴스 역의 마틴 프리먼(왼쪽부터).
뉴질랜드 관광코스 추가요
거대한 판타지의 서막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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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는 사회적 층위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징후를 내밀하게 그려내는 데 평생을 바친 미국 작가다. 독일계 미국인으로 태어나, 미군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 포로의 입장에서 미군의 범죄적 만행을 경험한 보네거트는 가해자가 형성하는 세계관의 혼란스럽고 분열적인 성격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했다. 그의 소설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을 논박없이 조용하고 간단하게 뒤집어낸다. “그러므로 죄는 용서받아도 사람은 용서받을 수 없다.”
정지영의 접근은 커트 보네거트의 접근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다. 보네거트의 소설에서 분열하는 건 언제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인 반면, <남영동1985>에서는 피해자인 김종태가 분열하고 가해자인 이두한은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신념을 보여준다. 이 차이는 역사적 유전자의 차이에서 올 것이다. 보네거트의 인물들은 주로 사해진 죄 혹은 종료된 역사 위에 홀로 남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남영동1985>의 인
죄는 용서받아도 사람은 용서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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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는 중론에 피하고 싶었다. <경계도시2>를 끌어안고 보낸 세월의 여파가 여전히 남은 터라, 참혹한 현실은 물론이고 현실보다 잔인한 텍스트 역시 외면하고 싶었다. 지독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인간이 별 소리를 다 한다는 타박이 들리는 듯하지만, 모자란 인간이니 사실이 그렇다.
<남영동1985>와의 대면은 가을비 내리는 강남에서였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잠룡들이 시사회에 총출동한 덕분에, 극장은 스릴 넘치는 대한민국 정치의 현장이 되었고, 관객은 졸지에 ‘유권자’로 격상하여 후보들과 손을 잡는 흥미진진한 풍경이 벌어졌다. 초단위 전략으로 움직이는 잠룡들이 꼼짝없이 두 시간을 공들이게 만든 영화 <남영동1985>. 궁금증이 더했다.
영화는 직격탄이다. 차(車), 포(包) 떼고 직진이다. 러닝타임 106분 중, 길어야 10분 정도를 제외한 시간은 고문 그 자체에 몰두한다.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 515호, 이곳에서 일하는 회사원(
참여로 이어지는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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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네.”
왜 하필 <클레멘타인>이었을까. 영화 속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김근태 코에 수건을 덮고 물을 부으면서 이 곡을 휘파람으로 불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 일제시대 때 지은 커다란 강당 2층에 음악실이 있었다. 강당 옆 아카시아 꽃들이 하얗게 늘어지고, 향기가 교실 창문을 넘어오던 어느 초여름날. 까까머리들은 선생님 피아노에 맞추어 목청껏 이 노래를 불렀더랬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어떤 녀석들은 제풀에 눈시울도 조금 붉어졌다. 한때 그 고문기술자가 고등학교 선배라는 소릴 어디서 들었었다. 그도 까까머리 시절 그 음악실에서 나처럼 눈시울 붉히며 이 노래를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1985년 9월 남영동에서 전기고문, 물고문에 못 견뎌 나는 발가벗기고 두눈이 가려진 채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면서 항복한다고, 용서해 달라고 두손으로 빌었다. 그때 고문자인 김수현, 백남은,
그도 까까머리 시절 그 노래를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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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부러진 화살>이 개봉할 당시 <씨네21>은 <의뢰인>을 연출한 손영성 감독에게 정지영 감독의 인터뷰를 부탁했다. 그때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정지영 감독은 “오늘 이 약속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이 김근태 의원의 영결식이더라고. 아침 8시에 영결미사로 시작해서 10시에 청계5가에서 노제를 지낸대요. 그리고 마석 모란공원으로 가는 거 같은데, 여기에 딱 걸렸어. 그래서 나는 어제 추모미사를 드렸어요. 내가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여하튼 한번은 인사를 해야겠다 싶어서….” 그 이야기를 들은 손영성 감독은 “딸 결혼식을 앞두고 병원에 들어가서 운명하신 거나, 고문당사자는 목사가 됐다는 그런 씁쓸함이 영화의 에필로그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다”며 “한 이상주의자가 현실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패퇴하는 모습이라고 볼 때, 감독님 영화 속의 캐릭터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박근혜 후보가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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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명들은, 사람들이 바뀌면서 계속되던 비명은 송곳같이, 혹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번쩍거리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돼지기름처럼 끈적끈적하고 비계처럼 미끄덩미끄덩한 것이었습니다. 살가죽에 달라붙은 그 비명은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 88번지.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들었던 수많은 비명에 대해 고(故) 김근태 의원은 이렇게 묘사했다. ‘번쩍거리는 비명’은 상상할 수 있는 소리이나, ‘끈적끈적하고 미끄덩미끄덩한 비명’은 가늠이 어려운 소리다. 가혹한 고문으로 쓰러져가는 사람들의 비명은 단지 육체적인 고통만을 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비명은 아픔 때문에 저지르는 비명이자, 가슴에 삭이고 삭였다가 간신히 내뱉은 비애였을지 모른다. 예상할 수는 있으나 1985년 그때, 남영동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종태, 고문 당한 모든 이의 대표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1985>는 김근태가 들었던 바
여기가… 남영동…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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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시절, 수많은 이들이 고문을 당했던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은 현재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운영 중이다. 고 김근태 의원과 박종철 열사 등이 이곳에서 당한 고문의 기록과 함께 그들이 있었던 고문실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불과 2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과거가 그렇게 먼 기억처럼 전시 중이다.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1985>는 전시관의 유리를 깨고 그 안에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품이다. 상영시간 내내 고문실을 벗어나지 않는 이 영화의 관객은 꼼짝없이 고문실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자의 고통을 버텨내야 할 것이다. 사방이 막힌 이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까? <남영동1985>의 영화적인 선택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고, 남은 질문은 정지영 감독에게 직접 물었다. <경계도시>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과 인권문제에 앞장서 온 김형태 변호사, 그리고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 <소수의견>을 쓴 손아람 작가에게 <남영동1985&
이제 당신이 칠성판에 오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