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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1월30일까지
장소: 사간동 갤러리 현대
문의: 02-2287-3500
작가 최우람의 작업은 스케일 면에서 일단 압도적이다. 또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시선을 잡아끈다. 몇해 전 중국 상하이의 한 비엔날레에서 최우람의 작업을 보았을 때 허공에서 날렵하게 돌아가는 작가의 키네틱 아트는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기계 자체의 광물적인 아름다움과 유기적인 움직임마저 가지고 있기에 최우람의 작품은 죽어 있는 사물이 아니라 마치 실제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그가 이름 붙인 ‘기계 생명체’들을 전시장에 선보인다. 먼저 최우람의 <우로보로스> (Ouroboros)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둥근 꽈배기 원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리스어로 ‘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의미를 가진 ‘우로보로스’는 최우람에게 와서 형태를 증식하는 괴기스러운 동물-기계가 되었다. 바다사자 모습을 하고 있는 작품 <쿠스토스 카붐&g
[전시] 기계와 교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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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2월26일까지
장소: 아르코미술관
문의: www.arkoartcenter.or.kr
2012년은 재난에 관한 전시와 작품, 대화의 자리가 유난히 많았다. 2012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전시기획자 조선령은 ‘재난학’이라는 신조어를 우리 앞에 꺼내놓는다.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재난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일까. 재난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방금 깔깔 웃었던 웃음을 싹 씻어야만 할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알고 있다. 똑같은 모니터 화면에서 얼마나 많은 지진, 해일 등의 재난장면이 방송되어 나왔는지. 이번 전시는 재난 대응법이나 재난에 관한 경험담보다는 “오늘날 재난이 가져오는 세밀한 감각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들의 눈과 손을 빌린다. 국내 작가를 비롯해 캐나다, 루마니아, 일본에서 건너온 여섯 작가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재난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전시장을 걷다보면 어느새 전시장 입구에서 바라보았던 재난학이라는 문장과
[전시] 재난, 감각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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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데프 잼에서 모타운으로 레이블을 옮기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지만, 니요의 음악 스타일은 여전히 그대로다. 2000년대 R&B의 아이콘인 그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세련되고 우아한 세계를 그대로 지켜간다. 가끔 과거의 향수를 건드리기도 하지만 양념 정도에서 멈춘다. 나무랄 데 없는 웰메이드 R&B. 니요와 모타운의 이름값은 지켰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화려한 데뷔 시절, 비욘세와 리아나의 작곡가로 부각되던 한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니요의 노래는 한결같다. 어느 곡 하나 거슬리지 않는 세련된 R&B를 고수한다. 멜로디는 유연하고 리듬은 과하지 않은 선에서 센스를 유지하는 한편 보컬 또한 적정선을 유지한다. 하지만 너무 오래 지속해온 전법이라 더는 즐거운 긴장을 주지 못한다. 완성도 이상으로 모험이나 반란 같은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 시점.
최민우/ 음악웹진 ‘웨이브’ 편집장 ★★☆
‘듣기 좋은 멜로디’
[MUSIC] 너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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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바꾸겠다던 테크노 여전사, 영원히 소녀일 줄 알았던 이정현이 엄마가 되어 돌아왔다. <범죄소년>에서 그가 맡은 장효승은 33살의 미혼모다. 17살 때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한 뒤 아들이 3살 때 가출한 그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뒤, 그는 아들(서영주)이 소년원에 있다는 사실을 듣고 찾아간다.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낀 그는 아들과의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들의 여자친구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혼모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데뷔작 <꽃잎>(1996), 공포영화 <하피>(2000)에서 보여준 강렬한 모습이나 <파란만장>(2011)의 무당은 잠깐 잊어도 좋다. 강이관 감독의 영화 속 인물이 그렇듯이 <범죄소년>의 이정현 역시 사실적이고 섬세한 연기를 펼쳐낸다.
-강이관 감독은 “실제 미혼모들의 연령대가 10대가 많아서 아들 역을 맡은 서영주 씨와 나이 차가 크게 나지 않았으면 좋
[이정현] 무당? 미혼모? 배우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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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휴 잭맨을 만났다. <가디언즈>의 부활절 토끼 버니의 목소리를 연기한 휴 잭맨을 인터뷰하기 위해 각국의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적 불문, 성별 불문, 나이 불문, 모두가 휴 잭맨에게 반했다. 30분 남짓 진행된 인터뷰가 끝나고 휴 잭맨이 자리를 뜨자 기자들은 ‘휴 잭맨은 진정한 나이스 가이’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까칠하고 인색하기 그지없는 기자들이 휴 잭맨에게 이렇게 호의적인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그는 모든 일에 성심성의를 다한다. 단적으로, 그에게 애니메이션 더빙은 단순히 캐릭터에 자신의 목소리를 덧입히는 작업이 아니다. 실사영화를 찍듯 온전히 캐릭터 하나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휴 잭맨은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모범 배우다. <가디언즈>는 두 아이를 둔 ‘아빠’ 휴 잭맨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아내 데보라 리 퍼니스와 아들 오스카 맥시밀리안, 딸 에바를 향한 마음
[휴 잭맨] 토끼가 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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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아르고> 무심한 얼굴
[올드독의 영화노트] <아르고> 무심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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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원 남짓한 월급을 쪼개 5명의 청소년을 후원하고 남은 돈으로 생명보험을 들었는데, 그 보험의 수혜자 역시 불우 청소년 후원 재단. 고아로 태어나 중국집 배달원으로 가난하게 살았지만 언제나 자신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이웃에 사랑을 베푼 천사 같은 남자. 이우수씨의 이야기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이웃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라고 한다. 실수로 어떤 사건에 휘말려 수감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감옥 안에서 어느 소식지의 불우 청소년 사연을 읽으면서 선행을 베풀기로 결심한 것이다. 출소한 뒤에도 그의 후원은 계속됐다. 그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들은 편지를 통해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이우수씨는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따뜻한 마음을 베풀었다. 그의 선행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질 때쯤, 그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철가방 우수氏>는 고 이우수씨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는 이우수(최수종)씨가 자장면을 배달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에
천사 같은 남자 <철가방 우수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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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이혼한 유림(유선)은 딸 은아(남보라)와 함께 새 출발을 시작한다. 고교 1학년인 은아는 한살 위의 동급생 조한(동호)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에게 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약속 장소에 조한과 어울리던 남학생들이 나타나고 은아는 성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그녀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이,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라는 신분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법적인 처벌을 피해간다.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재판이 끝난 뒤 가해자들은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시작하고, 은아는 점점 참담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돈 크라이 마미>는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다. 김용한 감독은 성범죄를 ‘영혼살인’에 비유하며 그 처참한 실상을 알리고 현 법체계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은아와 유림이 겪는 절망과 분노를 화면에 결대로 담아내는데, 힘겨운 감정을 쏟아낸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주인공의 정신적 고통이 지극히 물리적인 파동을 남기며 잘 전달된다. <돈 크
‘영혼살인’ <돈 크라이 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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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1985>는 고 김근태 의원이 남긴 수기 <남영동>을 모태로 한 영화다. 정지영 감독은 이 책 가운데 22일 동안 벌어진 고문의 과정을 발췌했다. 1985년 9월의 어느 날, 주인공 김종태(박원상)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온다. 고문관들의 구타와 욕설은 그를 짓이긴다. 그들이 알고자 하는 건,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잠시 일을 쉬고 있는 김종태가 하고 있던 생각이다. 김종태는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에게는 바로 고문이 자행된다. 그의 입에서 “나는 빨갱이다!”라는 자백이 나올 때까지 고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물고문이 끝나고 나면 수십장의 갱지에 ‘그들이 원하는’ 진술서를 쓰고, 다시 물고문을 당하고 또다시 진술서를 쓰는 일이 반복된다. 김종태는 끊임없는 고문에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아직 모든 고문이 끝난 건 아니다.
남영동 대공분실 직원들이 가한 고문의 방식부터 당시 김근태가 들었던 비명소리와 라디오 소리, 건물 밖에서 들리던
고문은 멈추지 않는다 <남영동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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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희망이 사라졌을 때 누군가를 만나 특별한 순간을 보낸다면 다시 희망을 얻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떠나야 할 시간>과 <생수>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 <사이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는 작품이다. <떠나야 할 시간>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두 남녀에 관한 드라마다. 여자(황수정)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고, 남자(기태영)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감옥으로 이송되던 중이었다. 호송차가 사고를 당하면서 남자는 극적으로 탈출하고, 우연히 여행 중이던 여자를 만나게 된다. 죄책감과 절망 속에서 삶을 살아가던 남자는 여자와의 여행을 통해 위안과 희망을 얻기 시작한다. <생수>는 바닷가 절벽 위에서 자살하려는 남자 송장수(박철민)를 주인공으로 하는 블랙코미디다.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기 직전, 그는 물을 마시고 싶어 근처에 있는 다방에 커피를 주문한다. 당연하게도
절망 속 희망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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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2012년 10월까지 진행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영국 아레나 투어 공연 실황을 그대로 담은 작품이다. 1969년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는 유다의 시선에서 예수에게 질문을 던지는 파격적인 내용을 가진 싱글 앨범 <<슈퍼스타>>를 작곡, 작사해 발표하고 1971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40년 넘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서사는 예수의 마지막 7일간의 행적을 중심으로 예수와 유다,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빌라도의 고뇌와 갈등이 중심을 이루지만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설정하고 헤롯이 쇼 프로그램의 유쾌한 MC로 등장하는 등 서사를 재구성하며 공연 내내 귀를 지배하는 록 음악과 함께 화려한 무대와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영화라기보다는 공연 실황을 그대로 담아낸 영상물에 가까우며,
생생한 현장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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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4대에 걸쳐 로저(유덕화) 가족의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엽덕한)가 갑작스런 중풍으로 쓰러진다. 가족은 이미 해외로 이민을 갔고 로저 역시 수시로 중국으로 출장을 가 거의 집을 비운 거나 마찬가지다. 아타오는 자기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행을 자처한다. 그곳에서 아타오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적응하려 하고, 로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정성을 다해 병원을 찾아 아타오의 말벗이 된다. 로저의 어머니 역시 병원을 찾아 지난날을 회상한다. 하지만 타오의 건강은 점점 더 악화된다.
부제가 ‘여인칠십’ 정도 될 것 같은 <심플 라이프>는 허안화가 <객도추한>(1990), <여인사십>(1995), <이모의 포스트모던 라이프>(2006), <천수위의 낮과 밤>(2008) 등을 통해 줄곧 다뤄왔던 여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직접적으로는 <객도추한>의 이방인의 정서, <여인사
가족적인 단란함과 생경함 <심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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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디 록페스티벌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2011년 한국의 인디밴드들을 미국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서울소닉’ 프로젝트로 SXSW에 참가했던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한국 밴드들과의 합동공연과 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이에 그들은 자비를 들여 3주간 무려 19회의 공연을 계획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공연은 만만치 않다. 첫 공연의 관객 수는 3명. 공연 중이지만 관객은 로데오를 타는 데 열중하기도 한다. 그들의 무대도 화려하지 않다. 피자집 지하에서 공연하기도 하고 콧수염 파티나 비치발리볼장에서 공연하기도 한다. 공연한 대가로 피자를 무제한으로 먹기도 하고 금목걸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피자집 공연에서 생각지도 못한 다른 밴드의 젊은 음악을 만나기도 하고 평생을 록을 하며 음악여
잠자고 있는 삶의 에너지 <반드시 크게 들을 것2: WILD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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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추억: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이하 <유신의 추억>)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비추는 몽타주로 시작한다. 도시는 발전했고, 그 속의 사람들은 바쁘다. 스크린 밖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은 이제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었던 올해 개봉한 다큐멘터리들처럼 <유신의 추억>도 그들이 잊고 있던 사실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두 개의 문>은 용산의 그날을 목격하게 했고, <MB의 추억>은 5년 전 이맘때의 이야기를 통해 우스운 선택을 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유신의 추억>은 그보다 먼 과거에 관한 이야기다.
1972년 10월17일,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혁한다”고 선언했다. 선언과 함께 국회가 해산됐고,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으며 다음달에는 유신헌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약 90%에 달하는 투표율에 역
과거라는 미래의 거울 <유신의 추억: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