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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어대는 대한문 앞에서 41일째 굶고 있는 사람이 있다. 정우 아저씨, 정우 오빠, 정우 형, 정우 삼촌, 이런 이름으로 불리면 딱 어울릴 쌍용차노조 김정우 지부장. ‘밥이, 사람이,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이 하늘이고 하느님’임을 너무나 잘 아는 그가 스스로 곡기를 끊은 지 40일이 넘은 오늘.
성실하게 일해온 회사에서 졸지에 해고되어 올망졸망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과 거리에 나앉게 된 수많은 해고노동자 가족들, 도대체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나는가. 복잡해 보여도 실은 이유는 명백하다. 제 분수보다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도 더 가지고자 하는 ‘소수의 그 누군가’의 탐심!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씩의 밥그릇을 가지고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열개의 밥그릇을 자기 몫으로 쟁여놓고도 더 많은 밥그릇을 탐하는 ‘그 누군가’에 의해 노사간의 갈등은 언제나 불거진다. 경기가 좋으면 열개의 밥그릇을 늘려 스무개를 가지려 하고, 경기가 안 좋아져 열개의 밥그릇이 아홉개로 줄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2012년 어느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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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크리스마스 파티를 경험해본 결과 내린 결론은 한 가지다. 이 시기에는 절대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해선 안된다는 것. 거리 가득 쏟아져나온 사람들의 어깨에 치여 다니다가 햄버거로 허겁지겁 저녁을 때운 뒤 귀가하기 일쑤다. 그러니 누군가의 거실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훈훈한 영화를 같이 보며 와인이라도 기울이는 게 훨씬 영리한 계획일지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새삼 프로젝터가 궁금해진다. 신제품은 아니지만 옵토마의 풀 HD급 프로젝터인 HD83은 여전히 눈에 띄는 후보다. 별도의 송수신기 없이 3D 안경만으로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물론 3D 프로젝터라는 것 자체는 이미 신기할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흔한 스펙이 되었지만, 50000:1의 탁월한 명암비는 HD38가 충분히 자랑으로 내세울 만한 특징이다. 퓨어모션 기술을 탑재해 3D는 물론 2D 화면 역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재현하며 특히 섬세한 색감 표현에 강점을 보인다.
[gadget] 다시 보자 3D 프로젝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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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곡의 템포 조절 및 구간 반복이 용이하기 때문에 춤 연습을 하기에는 최적의 하드웨어다. 특히 오토 배틀 모드는 스트리트 댄스 전용 스피커라는 제품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능이다.
2. 휴대성만 고려한다면 저가 모델인 STZ-D10S이 낫다. 하지만 거리의 소음을 제압하려면 좌우 스피커가 각각 10W 출력을 지닌 고급형 STZ-D10Z이 필요할 듯.
3. 확실히 안방보다는 거리에 더 잘 어울릴 터프한 외관.
약 50년 뒤엔 전화기가 어떤 물건이 되어 있을까? 기기 하나에 온갖 기능을 구겨넣는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이걸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의 신제품들이 지향하는 바는 팔방미인이다. 이것저것 못하는 게 없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잘하는 한 가지를 찾기도 어려운, 심심한 상향평준화라고 할까? 전문성보다는 범용성이 생산과 구매의 첫 번째 기준이 됐다는 이야기다. 파이오니아의 스피커 라인인 스티즈 오디오는 이런 흐름 가운데서 도드라지는 예외라 할 수 있겠
[gadget] 댄서들의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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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배우.’ 지금이야 무척 어색한 표현이지만 1990년대 중후반 한국 영화계에 김의성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를 단골로 수식하던 표현이었다. 지금의 젊은 관객에게야 거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지금의 그 역시 기억을 떠올리기조차 민망해하지만 한때 그는 <억수탕>(1997), <바리케이드>(1997) 등 충무로의 잘나가는 주연급 배우였다. 1990년대 중후반, 변화하는 한국 영화계의 상징이 장선우와 박광수로부터 홍상수와 김기덕으로의 이동이었다면, 홍상수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에 출연하고 김기덕이 <악어>(1996)와 거의 동시에 준비했던 두 번째 영화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에 출연할 ‘뻔’했기에 그의 갑작스런 퇴장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그는 거의 15년 만에 돌아와 출연한 홍상수의 <북촌방향>(2011) 이후 <건축학개론>을 지나 &l
[김의성] 좀더 뻔뻔하게, 여기저기 부딪히며 재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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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옌에게 묻는다면 별로 좋게 대답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대하는 대답, 이 모든 고난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편이 죽는 편보다 낫다는 답은 돌아올 것 같지가 않다. 그럼에도 모옌의 소설을 읽을 때면 그 강력한 생명성에 압도된다. 생명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온몸의 구멍에 보이는 호기심, 그곳으로부터의 냄새, 소음과 분간되지 않는 자연이 교접하는 소리와 온통 늙어가고 빛 바래는 것들에 대한 강렬한 응시가 모옌의 장기다.
아름다운 경구는 여기 없다. 그럴듯한 문장을 건져내고 위로받으려고 노력해봐야 그게 불가능하다는 명징한 깨달음을 얻어갈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말을 누가 하는지,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 지금 이 언어가 향하는 대상은 누구인지, 시간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반쯤 정신을 잃고 6인실 병동의 침대에 누워 옆 침상들에서 들려오는 말에 정신을 열어놓고 있을 때 벌어지는 일이 이 책을 읽는 이를 덮친다. 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살아간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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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무늬영원>은 소설가 한강이 12년 만에 펴낸 중•단편 소설집이다. 그간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주로 장편소설로 독자들을 찾았던 그녀이기에 이번에 출간된 <노랑무늬영원>이 더 반갑다. 계간지에 발표했었던 단편 6편, 중편이자 표제작 <노랑무늬영원>을 엮은 이 책은 줄곧 한강의 작품을 관통하던 상처와 회복 사이의 고민을 전면에 드러내 보인다. 특히 첫 작품 <회복하는 인간>과 마지막 작품 <노랑무늬영원>에서 그 고민은 더욱 도드라진다. 먼저 <회복하는 인간>은 우연히 입은 화상을 치료하면서 언니와의 관계와 언니의 죽음으로 비롯된 마음속 상처를 바라본다. 표제작 <노랑무늬영원>은 교통사고로 손을 다쳐 더이상 붓을 들 수 없게 된 화가 현영의 갈등과 좌절을 이야기한다. 두 작품 모두 물리적 상처와 회복을 통해서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셈이다. 이는 같이 수록된 <왼
[도서] 상처와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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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2월16일까지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문의: 1588-0688
괴테는 “인생길에는 모두가 걸려 넘어지는 돌부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살다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돌부리를 마주친다. 역시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베르테르에게도 돌부리가 있다면 단연 그의 영원한 사랑 롯데일 것이다.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발하임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우연히 마주친 롯데를 보고 사랑에 빠지는 베르테르의 운명적 순간에 집중한다. 불타오르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베르테르는 밤새 그린 롯데의 초상화를 그녀에게 선물하고 답례로 푸른 리본으로 묶은 책을 선물받는다. 설렘도 잠시, 운명은 푸른 리본과 함께 엉키기 시작한다. 롯데에 대한 마음을 더욱 키워가는 베르테르는 곧 롯데에게 완벽한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베르트의 등장과 함께 극은 롯데, 알베르트, 베르테르의 삼각관계를 대두시킨다.
[공연] 새롭게 만나는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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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2월16일까지
장소: 76스튜디오 극장
문의: 02-6012-2845
극단 골목길은 자타공인 대학로의 대표적인 배우 양성소로 꼽힌다. 박해일, 윤제문, 고수희 등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의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황영희, 김영필, 엄효섭 역시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배두나, 방은희, 김영민, 조재현, 고수에 이르기까지 골목길 무대에 한번 서보겠다며 ‘제발로’ 찾아온 배우들도 적지 않다.
이토록 화려한 진용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10년 전 극단 골목길의 창단은 그들의 무대만큼이나 소박했다. 무대가 없으면 트럭을 빌려 막을 올리고, 조명이 없으면 형광등을 켜놓고 공연하고, 등퇴장로가 없으면 배우들이 알아서 바닥에 숨었다가 일어나며 연극을 만들던 시절이었다.
그 뒤로 10년, 현재 골목길은 대학로를 대표하는 중견 극단으로 성장했다. <선착장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 등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
[공연] 다시, 그때 그 골목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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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더이상의 파티 뮤직은 없다!”는 홍보 문구를 보면서 내가 같은 앨범을 듣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 나에게 이 앨범은 굉장히 모호하게 다가온다. 비트는 심장을 들뜨게도 하지 못하고, 멜로디를 부르는 화려한 초대손님들은 이 음악을 플로어용과 감상용 중간 어디쯤의 애매함으로 자리하게 한다. 반사적으로 플로어에 달려나갈 만큼 매혹적이진 않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어느 유능한 감독이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아 블록버스터 속편을 제작하는 과정과 비슷해 보인다. <The Girls>처럼 독단적이고 뻔뻔해서 재미있던 작업 대신, 리한나와 교감하고 플로렌스 웰치의 호흡을 따라가면서 발표한 빌보드 공략집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계획된 주류 음악과 무관하게 자기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느라 앨범의 흐름이 산만한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완성도가 무너지진 않는다. 또 다른 데이비드 게타의 출현.
최민우/ 음
[MUSIC] 흔들어,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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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관리가 안돼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 이후 8개월 만에 <음치클리닉>에서 고음불가 캐릭터로 돌아온 배우 박하선은 반복해서 말한다. 그런데 사실 ‘그냥 관리가 안되는’ 그녀의 표정이야말로 그녀의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결정짓는 제1원소다. 10년 동안 짝사랑한 남자의 마음에 들고자 안되는 <꽃밭에서>를 부르고 또 불러보는 동주는 음이탈만큼이나 표정이탈에도 일인자다. 사랑 앞에서 쩔쩔매던 그녀가 돌아서 헤비급 박치기, 산낙지 주사(酒邪)에 온 얼굴을 내던질 때, 상대배우 윤상현의 말마따나 그 나이에 그녀처럼 “잘 내려놓는” 여배우가 어디 흔할까 싶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녀는 한결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보는 사람마저 긴장을 풀고 그녀의 표정을 좇아가게 만드는 소탈한 흡입력은 여전했다. 그 내려놓음이 가능하기까지 짧지 않은 우회로를 지나온 그녀가 자신 앞에 놓인 연기의 미로 속으로 다시 들어서려는 모습 또한
[박하선] 열심히 하니 내 캐릭터에게도 해뜰 날이 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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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아녜스의 해변> 잘 단련된 유머감각
[올드독의 영화노트] <아녜스의 해변> 잘 단련된 유머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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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에서 체포될 당시 그의 배낭에는 그가 직접 쓴 노트와 문서들이 들어 있었고, 볼리비아 정부는 사후 그의 기록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영화는 볼리비아 정부가 공개한 체 게바라의 육성 자료로 시작된다. 아내에게 안부를 묻고 시를 낭송하는 체 게바라의 생생한 육성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영화는 볼리비아 정부가 공개한 볼리비아 무장투쟁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노트 29권 중 그때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3권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체 게바라의 마지막 친필과 메모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와 사색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글을 쓰고자 했던 마음과 시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는 그의 기록들에서 그가 사상을 행동으로 옮겼으며 그 행동으로 새로운 이론적 성찰을 이끌어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혁명 운동의 종점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은 아닐까라고 질문하며 그의 행적을 따라간다.
체 게바라의 사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혁명 운동의 새로운 시작점 <체 게바라: 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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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무장강도들이 현금수송 차량을 강탈해 400만달러를 가지고 달아난다. 경찰은 시 외곽을 빠져나가는 모든 차량을 검문한다. 휴게소 앞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일당은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나던 네이트(제임스 카비젤)의 차량을 발견하고 그의 차에 있던 짐과 현금이 든 가방을 바꿔치기 한다. 일당은 검문을 당하지만 무사히 통과하고 곧바로 네이트 가족의 뒤를 쫓아간다. 네이트의 차를 발견한 일당은 속도를 높여 따라가지만 위험을 예감한 네이트도 본능적으로 속도를 높여 달아난다. 하지만 네이트는 과속으로 경찰에게 단속되고, 부동산 사기로 18개월형을 받고 나와 보호관찰을 받고 있던 네이트는 유치장에 다시 갇힌다.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에 숙소를 잡은 네이트의 부인은 그날 밤 일당들의 습격을 받지만 때마침 출동한 경찰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다음날 네이트는 풀려나고 가족은 다시 여행을 떠나지만 경찰의 보호에서 벗어난 그들을 일당은 계속 추적한다.
영화에서 네이트의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가족간의 불신 <트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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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스카우트다. 그는 선수에 대해 공개된 데이터만 가지고 판단하기보다는 직접 경기를 관람하며 선수를 관찰하고 공이 글러브에 들어갈 때 나는 소리와 같은 자신의 직감과 선수의 자질 등 여러 조건들을 고려하여 선수를 스카우트한다. 하지만 그는 시각을 점점 잃어가고 있으며 그의 낡은 스카우트 방식은 컴퓨터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구단의 최신 부류들과 충돌하고 그의 자리도 위협받는다. 하지만 구단은 그를 믿어보기로 하고 거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를 뽑기 위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스카우팅 여행을 떠난다. 한편 거스의 딸 미키(에이미 애덤스)는 장래가 촉망받는 변호사로, 성사되면 승진까지 장담받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거스를 걱정하는 친구 피트(존 굿맨)가 찾아오고 미키는 고민 끝에 일을 잠시 멈추고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가족간의 소통과 화해를 다룬다. 아버지는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불통이며 6살 때부터 아버지와 떨
소중한 가치를 돌이켜보는 순간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