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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숲>에는 살인자들이 산다. 모두 연쇄 살인범이다. 모두 사이코패스고 미친놈들이다.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살인의 덫을 놓기도 하고, 아이들을 납치해 잔인한 고문을 하다가 죽이기도 하고,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살인을 하기도 하며 아무나 보면 일단 죽이고 보는 살인범도 있다. 과연 이들 가운데 최강의 ‘똘아이’는 누구인가. 누가 가장 무서운 사이코패스인가. <인간의 숲>을 수차례 정주행하게 만드는 한편, 새로운 이야기가 올라오는 매주 월요일마다 ‘<인간의 숲> 00화’를 검색어 상위에 올려놓는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이 질문에 있다. 그들의 아귀다툼은 당연히 섬뜩하지만 때로는 뜬금없고, 종종 웃기기까지 한다. 애독자들이 내놓는 답은 결국 하나로 모아질 것이다. 작가가 제일 무서운 놈이다!
<인간의 숲>을 연재 중인 황준호는 이미 <악연> <공부하기 좋은 날> 등의 작품을 통해 웹툰계의 스타로 떠오른 작가다. 데뷔
이번 주에는 어떤 살인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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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인터뷰를 잘 안 하는데….” 그가 인터뷰에 선뜻 응한 건 지금, ‘영화에 매인 몸’이라서다. 요즘 훈(본명 최종훈) 작가의 프로필엔 김수현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자라는 소개가 포함된다. 촬영장이 작업실인 부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요즘은 촬영장 방문도 자주 한다. “영화사에 약속한 게 있다. 영화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하겠다고. 물론 영화사에서도 원작자에 대한 예우가 확실하다.” 촬영 중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뿐 아니라, 전작 <향연상자> <해치지 않아>도 이미 영화화 판권이 팔린 작품들이다. 추이를 보니 강풀작가라도 꺾을 기세다. “배급까지 확정된 건 <은밀하게 위대하게>밖에 없다. 사실 나 말고도 웹툰 작가들이 영화사와 계약을 많이 한다. 그런데 열개 계약하면 한 작품 될까 말까 한 실정이다. 적은 계약금만 주고 작품을 묶어놓고 그냥 버리는 거다. 만들 의지가 있다면 제대로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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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인쇄만화의 경계를 논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크롤을 내려보는 웹툰과 종이를 넘겨보는 인쇄만화의 형식을 두고, 만화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제기하느라 바빴다. 웹툰 작가의 처우는 턱없이 낮았다. 이 모든 것이 불과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과도기를 지나 웹툰은 빠르게 그 자체의 영역을 확보했다. 그간 웹툰 작가들은 본연의 가치를 찾았고, 더불어 ‘비교적’ 나쁘지 않은 고료를 확보했다. 인기를 모은 웹툰이 인쇄만화가 되고, 또 영화 원작이 되는 순서가 이상하지 않은 시절이다. 웹툰 진영은 이제 신진 ‘만화가’의 양성, 커뮤니티 형성을 주도하며 안정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바야흐로 웹툰 전성 시대다. 지난해 6인의 웹툰 작가에 이어, 올해는 8인의 웹툰 작가를 만났다. 지금 당신이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할 목록에 기초한 선정이다.
언제 어디서나, 웹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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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이 한창인 11월 중순, 남산 자락에 자리한 동국대학교 교정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계절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캠퍼스를 거니는 학생들의 발걸음에도 여유가 실려 있다. 도심에서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서울 시내 여느 대학들이 갖지 못한 동국대만의 자랑이다. 이곳이 수많은 한국 영화인, 연극인들의 모교가 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국대 연극학부와 영화영상학과는 2006년까지는 한몸이었다가 현재는 예술대학 연극학부와 영상미디어대학 영화영상학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2013학년부터는 다시 같은 예술대학에 소속될 예정이다. 이름은 달라도 한지붕 아래에서 재능있는 영화인, 연극인 양성에 힘쓰고 있는 연극학부와 영화영상학과를 찾았다.
졸업 전까지 무려 10편 이상의 작품에 참여
학술관 지하 2층에 자리한 무용실에서는 신영섭 학부장의 지도 아래 ‘뮤지컬제작실기’ 발표 작품으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준비 중인 학생
[동국대학교] 50년 역사와 전통에서 탄생한 수많은 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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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살 때 서울에서 여자애가 전학 왔다. 자갈 깔린 마당을 코스모스로 두른 2층 양옥집에 살던 걔는 ‘도시 여자’답게 촌뜨기들과 말도 섞지 않았다. 기억하는 건 검은 자가용을 타고 학교에 오고 집에 가던 실루엣뿐. 소문이 돌았다. 아버지가 정부 일 하는 무서운 군인이래, 집안에서 정한 약혼자가 있대. 코찔찔이 나는 코스모스나 뜯으며 정체불명의 여자애가 궁금했다. 하긴 무슨 상관이람. 어른이 된 그녀는 어디서 소고기나 사 묵고 있겠지.
<서칭 포 슈가맨>은 소문에 대한 이야기다. 남아공을 뒤흔든 정체불명의 뮤지션을 추적하는 여정이 탐정영화처럼 펼쳐진다. 결론은 어쨌든 해피엔딩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모든 과정이다. 그의 앨범은 실패했지만 성공했다. 그는 죽었지만 살았다. 이 모순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한편 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팝 산업의 유년기’에나 가능했을 것이기도 하다. 유튜브와 대자본이 음악 산업을 좌우하는 21세기에는 아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지금은 기대할 수 없는 판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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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넷에 가지 않아도, 82쿡에 가지 않아도 슬금슬금 들려온다. 결혼한 친구들의 파란만장한 ‘시월드’ 입성 스토리가. 예비 시어머니가 초대면에 뚱뚱하다며 지적하자 (그런 집안에 절대 시집가지 말라며 파르르 떠는 나를 무시하고) 독하게 다이어트를 해 평생 가장 예쁜 모습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친구나, 똑똑한 딸에게 기대가 컸던 부모님 반대에도 수년을 버텨 연애결혼에 성공한 친구나, 끝없는 주말 맞선 출석에 지친 끝에 비교적 무난하고 안정된 상대와 중매결혼을 한 친구나 입을 모아 하는 충고를 요약하면 딱 한마디. “결혼은 현실이야.” 그리고 덧붙이길, “너 진짜 걱정된다. 정신 차려”.
그러나 먼 옛날 과년(瓜年)의 기준이었던 나이 열여섯… 의 곱절 이상 나이를 먹었음에도 긴장감이나 현실감각이라곤 없이 살아온, 로맨스포비아인 동시에 지독한 로맨티스트라는 딜레마를 가진 내가 진짜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된 것은 요즘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보면서다. 제목 그대
[최지은의 TVIEW] 결혼 선행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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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사를 뒤져보면 여러 가지 것들이 회화의 은유로 사용되어왔다. 가령 플라톤은 회화를 ‘거울’에 비유했고, 로마의 저자 플리니우스는 회화를 ‘그림자’와 연관시켰다. 어느 여인이 먼 길을 떠나는 사랑하는 연인을 벽에 세워놓고 그림자의 윤곽을 따라 그린 것이 회화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화가들은 회화를 ‘창문’에 비유하기도 했다. 아마도 원근법 때문이리라. 르네상스 회화의 과제는 사물의 외관을 넘어 아예 3차원 공간의 환영을 창조하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회화를 창문으로 여긴 것이리라.
창조자, 제작자, 모방자
먼저 가장 오래된 ‘거울’의 비유로 돌아가보자. 플라톤의 어느 대화편(<국가> 10편)에서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인 글라우콘에게 놀라운 창조자에 대해 언급한다. “이 재주꾼은 모든 가구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흙에서 나는 모든 것을 만들며, 모든 동물도, 즉 다른 것들은 물론 자기 자신마저도 만들어내며, 이것들에 더해 땅과 하늘 그리고 신들, 그리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세계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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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쩐 일로 여행이 잦다. 산만 한 덩치로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도 고역이지만 여행 준비를 하면서 짐을 싸는 일도 매번 어렵다. 짐을 싸는 건 여행 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 미리 예측하는 일이라서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소설가라면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보는 일에 도가 텄을 법도 한데 소설과 현실의 상상은 무척 다른 모양이다. 여행 중에 아프면 어떡하나, 일회용 면도기가 없는 곳도 있지 않을까,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이어폰과 헤드폰 중에는 어떤 게 나을까, 비행기에서는 헤드폰이 낫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다 들고 갈 수도 없고, 안 들고 갈 수도 없다. 여행 고수들은 최소한의 짐을 꾸리는 일에 익숙하다는데, 고수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최후의 가방을 꾸리면서 짐싸기의 효율을 평가해본다. 한번도 쓰지 않은 것들이 꼭 있다.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공항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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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타이에 와 있다. 몇몇 도시를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업에 종사하는 타이 건축가들을 만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검열로 인해 선전영화나 멜로물밖에 만들지 못했던 라오스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스릴러영화가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 성공을 배경으로 또 다른 영화가 제작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곁들여서. 영화의 제목은 <지평선에서>이다. 감독의 이름은 에니세이 케올라. 라오스 태생이고 호주와 타이에서 공부했다. 국제영화계에서의 지명도는 잘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한 나라의 영화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처음에는 다 이렇게 시작하지 않을까.
이전에 라오스의 루앙 프라방을 다녀온 이후 라오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관심이 생겨서 자료를 찾아보았을 때만 해도 어떤 타이 감독이 만든 멜로물(<Sabaidee Luang Prabang>, 2008)
[architecture+] 문화예술의 배경이 되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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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거리 버스 안이다. 무려 4시간을 타야 한다. 무료하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예전에 라이선스 패션지 섹스 칼럼니스트들을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편의 성인 영화가 만들어져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주인공. E잡지의 H기자. 키가 180cm가 넘는 훤칠한 외모의 H는 살기 위해서 섹스하고 섹스하기 위해서 사는 부류의 남자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 당시 썼던 포주와 창녀 인터뷰를 시작으로 간 크게 일본 AV 여배우와의 인터뷰까지 감행했던 그는 생리기간만 되면 온갖 짜증을 내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가 당시 사귀던 여자에게 따귀를 맞았다. 그때부터 섹스보다 모터사이클을 더 좋아하게 됐다. "섹스에 임하는 우리나라 여자들의 자세가 일관되지 못하다.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뉴요커처럼 행동하다가 갑자기 유교적 잣대를 들이민다. 그게 우리를 발기불능으로 몰고 있다. 하지만 내 새빨간 이탈리아제 모터사이클은
[SO WHAT] 어머, 섹스 칼럼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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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100년(1995년) 이후 그나마 가장 뚜렷이 부상하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목하 마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2012년에도 일정한 소산을 낸 서브 장르를 꼽으라면 파운드 푸티지 영화(Found Footage Film)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참 안 어울리는 노장 마이크 니콜스가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전면구사했다는 <더 베이>의 리뷰가 나오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서 찍은 <레이드>로 오랫동안 권태에 몸을 꼬던 액션영화광들의 급소를 찔러준 가레스 에반스 감독이 파운드 푸티지 옴니버스 <V/H/S>의 속편 연출자로 물망에 올랐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마이클 베이의 제목 미정 SF가 파운드 푸티지 스타일이란 소문은 좀 됐다. 말할 나위 없이 할리우드의 파운드 푸티지 유행은 투자 대비 수익의 크기와 직접 관련이 있다. ‘파운드 푸티지’라는 항목을 하위 장르의 색인에 등재시킨 <블레어 윗치>(1999)는 6만달러로 찍어 전세계에서 2억5
[신 전영객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영화들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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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목표물에 고정하고, 가슴은 26년 전 그날의 울부짖음을 잊지 않는다. 목표물인 ‘그분’이 사정거리에 들어서자 방아쇠를 당기고 있던 그의 검지는 그의 심장만큼이나 쿵쾅거렸을 것이다. 전두환(장광) 암살 계획의 완수에 방점을 찍는 <26년>의 고독한 저격수 ‘미진’(한혜진)의 심경이 딱 그랬을 것 같다.
심미진. 아름다울 미(美)자에, 나아갈 진(進)자. ‘아름다움이 씩씩하게 나아가리라’라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어준 예쁜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삶은 이름만큼 늘 아름답진 않았다. 태어난 해인 1980년 5월 광주, 어머니는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고, 아버지 또한 훗날 광주항쟁의 후유증으로 ‘그분’의 자택 앞에서 한줌의 재가 되어야 했다. 한혜진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미진이 “잃을 게 없는 친구”라고 느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작이 대체로 약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다 보니 맡은 인물이 늘 가난했다. 사실, 솔직히 여배우가 이런 역할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한혜진] 잊지 말아주세요,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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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정의감이 아니라 의무감 때문이었다.” 진구는 강풀의 웹툰 <26년>을 접하기 전까지 “5.18이니 4.19니, 이렇게 날짜로 기억되는 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부모님이 모두 전라도 분이지만 부모님에게서 먼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들은 기억도 없다. 4년 전, 영화사 청어람에서 웹툰 <26년>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진구는 웹툰을 보고 뒤늦게 그날의 아픔을 간접 경험한다. 일종의 부채의식은 “나같이 진실을 몰랐던 사람에게 그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발전했다.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먼저 영화사에 매달렸”던 건 그래서다.
당시엔 주인공 곽진배 역할도 아니었다. 역할의 크고 작음보다 중요한 건 참여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 선한 마음이 통했는지 진배는 결국 진구의 몫이 됐다. 진배는 웹툰에서 영화로 옮겨오면서 가장 많이 변한 인물이다. 조근현 감독은 진배를 통해 영화에 쉼표를 찍기 원했다. 그리하여 진배는 거칠고 냉정하고
[진구] 당신도 아시나요,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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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라. 쏴라. 제발 쏴버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강풀 작가의 웹툰 <26년>의 마지막회를 본 사람이라면 그런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4, 5년 전 <26년>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이 영화의 제작을 기다린 수많은 영화팬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여러 정치적인 외압설을 겪은 뒤 지난 7월 가까스로 크랭크인한 <26년>(감독 조근현)이 현재 후반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개봉일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크랭크업한 뒤 오랜만에 만났다는 진구와 한혜진도 더이상 진배와 미진이 아니었다. 진구의 오른쪽 눈에는 칼자국 흉터가 없었으며, 한혜진 역시 추리닝, 운동화 차림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튜디오에서 표지 촬영하는 내내 두 사람의 눈빛만큼은 진배와 미진의 그것이었다. 이 영화를 꼭 보았으면 하는 ‘그분’을 향한 눈빛이었다.
[26년] 두 청춘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