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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과 수경을 쓴 한 중년 여성이 금속 탐지기를 활용해 강 밑바닥을 수색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예분(김자영). 1년 전 불의의 사고로 중학생 손녀딸을 강에서 잃은 이후 예분은 운영하던 장례식장마저 방치한 채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런 예분의 삶에 한 소녀가 등장한다. 손녀와 친구 사이였던 지윤(홍예서)이다. 이제 곧 보호자 없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꾸려가야만 하는 지윤 역시 아직 친구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상태다. 영화는 예분이 찾고 있는 무언가를 지윤이 갖고 있는 듯한 암시를 하고, 그렇게 물비늘에 가려져 있던 사건의 진실이 차츰 수면 위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홈리스>를 연출했던 임승현 감독의 신작 <물비늘>은 상실 이후를 견뎌내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각자가 지니고 있는 죄책감을 어떻게든 흘려보내고자 하는 두 여성의 연대를 담담히 그려낸다. 여러 가지 장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연출이 특징적이다. 무엇보
[리뷰] ‘물비늘’, 당신들의 단잠을 위한 혼신의 물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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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일본 전역에 거대 괴수 화위수가 잇따라 출몰한다. 화위수에 대응하는 팀인 화특대가 있지만 나날이 강해지는 화위수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어느 날 우주에서 정체불명의 은빛 거인 울트라맨이 날아와 화위수를 무찌른다. 하지만 위협은 나날이 커져 이번엔 인류를 멸종시키려는 외성인의 마수가 뻗치기 시작한다. <신 울트라맨>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기획과 제작, 각본, 편집, 총감수까지 한 특수촬영물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일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일본 아카데미에서 촬영상, 조명상, 미술상, 신인배우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완성도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 전작 <신 고질라>처럼 인간의 악한 본성과 일본 정부의 무능, 환경 파괴를 비판하려 하지만 주제가 피상적이다. 기술적으로도 아쉽다. 촬영과 편집, 액션 연출뿐 아니라 최종 빌런의 병기인 젯톤의 디자인 등 전반적으로 <신세기 에반게리
[리뷰] ‘신 울트라맨’, <신세기 에반게리온>보다 먼, 특촬보다는 가까운 안노의 이상한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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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8살인 미국 감독 올리버 스톤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원자력’이다. 그는 원자력이 기후변화가 감지되는 지구를 구원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호소한다. 원자력을 인류 멸망과 등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대기를 망치지 않는 최선의 미래 에너지로 생각해 달라고 말이다.
‘나우’(now)가 들어간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금 당장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속히 전환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노장 감독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퀴리 부인> <해저 2만리> 등의 고전영화를 끌어오는데, 그 자료들이 이 영화의 특색이 된다. 그러나 전 세계인에게 보내는 그의 간곡한 영상 메시지는 대단히 위험하게 느껴진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제로에 가깝게 설명하며 원전 사고를 “수많은 산업 재난에 비하면 그리 치명적이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고 원전 사고 피해자를 소수라 칭한다. 감독이 각국의 원자력발전소 관계자를 만나 직접 인터뷰하는 후
[리뷰] ‘뉴클리어 나우’, 대단히 위험하게 느껴지는 영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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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앨리스(카미유 로)는 한 남자와 함께 고속도로의 한 주유소에 도착한다. 남자가 차에 기름을 채울 동안 앨리스는 편의점에 들러 마실 것을 사려는데이상하게도 편의점은 텅 비어 있다. 편의점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애초에 앨리스가 새벽에 길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꼬리를 무는 의문점에 대한 생각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찰나, 돌연 총성이 울린다. 상점 건너편의 스나이퍼(스타사 스타닉)가 쏜 총에 상처를 입은 앨리스가 근처에 놓여 있던 무전기를 통해 구조를 요청하는데 놀랍게도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의 주인은 마치 앨리스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오묘한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노 엑시트>는 지속적으로 스릴러물을 연출해온 프랑스 칼포운 감독의 장점이 돋보이는 영화다. 무엇보다 편의점이라는 친숙하고 단출한 공간에서만 극이 진행된다는 폐쇄적 설정 자체가 자아내는 긴장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감독은 대사 곳곳에 미국 현대사회에 산재한 사회문제와 관련된 단서
[리뷰] ‘노 엑시트’, 이 좁은 곳에 긴장감과 상징까지 빼곡이 담아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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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여기는 레스보스야. 근데 너희들 나한테 이모라고 부르지 마. 나는 명우 형이야, 알았지?” 영화는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를 20년 넘게 지키고 있는 윤김명우의 밝고 경쾌한 인사로 시작된다. 1956년생,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청춘 같은 쾌활한 에너지로 가득 찬 윤김명우가 들려주는 허심탄회한 이야기 속에는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공간의 역사가 녹아 있다. 그렇게 영화는 1970년대 명동 ‘샤넬 다방’ , 2000년대 ‘신촌공원’ , 오늘날 ‘레스보스’까지, 국내 레즈비언 공간들을 개괄하며 한국 여성 퀴어 문화와 공간의 역사를 조명한다. 단순한 술집을 넘어 수많은 이들에게 유일한 위로와 환대, 용기와 지지의 장소가 되었던 곳, 결코 녹록지 않았던 삶을 그같은 특별한 공간에서 비롯된 연대와 결속으로 견뎌온 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고도 현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퀴어의 방>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권아람 감독의
[리뷰] ‘홈그라운드’, 공간 이상의 공간, 그 소중한 기억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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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스트 아워>와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으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가즈 히로가 길게는 5시간의 작업을 거쳐 브래들리 쿠퍼를 20세기의 전설적인 지휘자로 완벽히 바꾸어놓았으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거장의 예술적 고뇌와 그 이력을 파헤치는 직업적 전기가 아니다. 영화의 골격은 철저히 부부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요컨대 이 매혹적인 뉴욕의 음악 드라마는, 비상한 예술적 재능과 그만큼의 깊은 우울에 휘감겼던 어느 결혼 생활의 복잡한 생애를 위해 바쳐진다. 브루너 발터의 대타로 25살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오른 레너드 번스타인의 재능만큼이나 칠레 출신의 배우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의 천부적 매력과 우아한 지성, 내면적 강인함이 눈부시게 묘사되는 이유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워터 프론트> 등의 영화음악과 뮤지컬, 작곡과 지휘 등을 넘나들면서 당대 클래식계에 파격을 선사했던 번스타인의 직업적 외연은 양
[리뷰]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마에스트로의 지휘, 비르투오소의 연기로 완성된 결혼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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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방송 작가 혜영(한선화)이 휴가를 내고 모처럼 고향 부산을 찾는다. 얼마 만의 귀향인지 혜영은 부산대교가 주황색에서 회백색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이번 방문에서야 알았다. 부산 영도에서만 몇십년째 거주 중인 엄마 화자(차미경), 맏언니 혜진(한채아), 늦둥이 동생 혜주(송지현)는 아버지의 제사랍시고 고향에 온 혜영이 반갑지만 낯설다. 제사가 끝나도 혜영은 서울로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가족들은 그런 혜영에게 의문을 품는다. 한편 화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건망증이 잦아진다. 가까운 기억을 잊기 일쑤고 하지 않던 실수도 반복해 저지른다. 혜영은 이상함을 느껴 화자와 병원을 찾고, 화자는 지금의 건망증이 단순 노화에 의한 증상이 아님을 진단받는다. 한편 혜영은 어깨너머로 들은 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화자의 과거를 문득 기억해낸다. 화자는 조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뒀고, 화자의 식구는 어머니를 일본 교토에 남겨둔 채 영도에 와 지금껏 사는 중이다. 어느 날 세 자매는
[리뷰] ‘교토에서 온 편지’, 누구 하나 서운하지 않게 고루 부친 네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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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백남준은 학창 시절 12음 기법을 처음 만든 아방가르드 작곡가 아널드 쇤베르크에게 매료돼 작곡가가 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백남준은 미지의 나라에서 온 낯선 이방인이었다. 고독과 외로움에 고통받던 어느 날, 그는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의 공연을 보고 예술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이후 당대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함께 플럭서스 그룹에서 활동한다. 야심차게 준비한 파르나스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의 실패 후 그는 TV 방송의 본고장 뉴욕으로 이주하고 새로운 기술을 예술에 접목하는 다양한 실험에 도전한다.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한국계 감독 어맨다 킴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예술의 혁명가로서 미디어아트라는 예술 분야를 개척하고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백남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에서 백남준의 글을 낭독하는 내레이션은 <
[리뷰]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시대를 앞선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에 대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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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1월21일,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 위에서 민중의 심판을 받은 뒤 사람들은 새로운 영웅을 갈망했다. 민주주의 실현의 성지로 떠올랐던 광장은 광기와 공분의 장으로 전환된 지 오래고, 사람들은 계급사회를 향한 단죄와 처벌에 중독된 듯 끝없는 판정을 원한다. 불안한 국가 정세 속에서 때마침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낸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은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1799년 브뤼메르 쿠데타를 통해 마침내 황제 자리에 오른다. 한편 한 사교파티에서 우연히 마주친 조세핀(버네사 커비)에게 첫눈에 반한 나폴레옹은 그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나폴레옹>은 역사가 다루지 않은 나폴레옹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다. 대포를 터뜨릴 때마다 두손으로 귀를 막거나, 연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야트막한 허세를 부리거나, 이역만리 전쟁터에서 조세핀의 외도를 알게 된 직후 프랑스로 돌아가는 충동적인 모습이 그렇다. 동시에 세계사적
[리뷰] ‘나폴레옹’, 현대에 도착하지 못하고 그 시절에 갇혀버린 영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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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다 돌연사한 복자(김해숙)는 사망한 지 3년째 되는 날 저승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고 가이드(강기영)와 함께 이승으로 내려온다. 미국에서 명문대학(UCLA) 교수로 재직 중인 자랑스러운 외동딸 진주(신민아)를 만날 설렘도 잠시, 그녀가 도착한 곳은 미국이 아닌 생전에 그녀가 살았던 김천 백반집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곳에서 진주는 복자의 레시피로 백반 장사를 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고생하고 살지 말라고 악착같이 진주를 가르쳤던 복자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억장이 무너진다. “왜 이러고 있냐? 빨리 가!”라고 아무리 말을 걸어도 영혼인 복자의 목소리는 진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영혼은 살아 있는 사람을 만지거나 대화할 수 없다는 저승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밤이 되고 복자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진주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진주는 복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복자는 진주에게 아무런 도움을
[리뷰] ‘3일의 휴가’, 희생을 부추기는 모성애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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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소녀>의 남아름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카메라 앞에 세운다. 카메라를 든 딸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아버지, 여성운동에 앞장선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앞선 세대인 부모님을 향해 한길로 수렴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도박 중독에 빠진 <위험사회>의 영길(박건우)은 집을 마련하고 가족을 꾸리려는 평범한 꿈을 가진 청년이다. 룰렛 게임의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트럭을 전당포에 맡기면서 그는 수렁으로 발을 깊숙이 들인다. 지난 6월과 9월, 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먼저 만난 극영화 <위험사회>의 김병준 감독과 다큐멘터리 <애국소녀>의 남아름 감독이 한자리에 모였다. 두 감독의 공통분모는 경콘진의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지원을 받아 올해 첫 작품을 관객 앞에 내놓은 신인감독이라는 점이다. 인터뷰는 수줍은 웃음으로 서로에게 답변 순서를 양보하며 시작되었지만 이내 영화에 관한 진지한 말로 채워졌다.
- <애국소녀>
[인터뷰] ‘시대와 공명하는 주제를 논할 때’, <애국소녀> 남아름 감독, <위험사회> 김병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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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가족, 어린이. 평범한 일상을 가리키는 세 키워드는 박홍준, 오정민, 김다민 감독이 각각 선택한 소재다. 세 감독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일상 속에서 익숙한 나머지 놓치고 말았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박홍준 감독의 <해야 할 일>은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 해고 통보를 전해야 하는 인사과 직원의 비애를 보여준다. 비껴갈 수 없는 차가운 현실을 묵묵히 버티는 현대인의 얼굴을 느낄 수 있다.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대가족의 동상이몽을 다룬 <장손>은 오정민 감독의 사회비판적 위트와 온기가 잘 드러난다. 세대 갈등과 가족이 감춘 미스터리를 비밀스럽게 담아낸다. 마지막으로 어린이 주인공 동춘이 바라본 현실을 장난스럽고 유쾌하게 그린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사교육의 무게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통통 튀는 상상력 속에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의식을 짚어낸다. 경콘진의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세상에 나온 세 영화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
[인터뷰] ‘세대와 노동문제, 장르 면에서의 다양성을 꾀한다’, <해야 할 일> 박홍준 감독, <장손> 오정민 감독,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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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에서 주최하는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지원 사업은 창의적이고 동시대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다양성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궁극적으로 영화 산업 생태계의 균형과 활성화를 촉진시키고자 했으며 그 결과,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해당 지원 사업을 통해 총 88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더 많은 영화인이 영화적 상상을 작품으로 구현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도록, 영화가 더 많은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경콘진이 실질적인 도움을 더하는 것이다. <씨네21>은 경콘진의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영화를 완성시킨 다섯명의 감독을 만났다. 구조조정의 현실을 그려낸 <해야 할 일>의 박홍준 감독, 대가족의 미스터리를 담은 <장손>의 오정민 감독, 어린이의 관점을 예리하게 포착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김다민 감독, 사회 인식의
[커버] 우리의 영화는 계속된다,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참여한 감독 5인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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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 3년째 되던 날, 복자(김해숙)는 혼자 남은 딸 진주(신민아)를 만나기 위해 인간 세상에 돌아온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바쁜 삶을 살고 있을 거란 복자의 예상과 달리, 진주는 김천에 위치한 복자의 텅 빈 집에 남아 홀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메뉴판도 없이 그날그날 자기 기분에 맞춰 백반을 내어놓는 숙련된 솜씨는 진주가 지난 3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가늠하기 충분하다. 복자는 딸에게 말을 걸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없는 영혼이 되어 사흘간의 휴가를 얻었지만, 마음은 영 소란스럽다. 도대체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엄마와 딸의 미묘한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유영아 작가는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3일의 휴가>를 써내려갔다. 어머니의 딸이기도, 딸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중첩된 교집합 속에서 가장 보편적인 애증을 끄집어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한참 동안 마음의 파도를 마주했다는 육상효 감독은 따스한 겨울 볕을 활용해 진주와
[인터뷰] 식탁 위의 위로,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유영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