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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앞에 앉은 인자한 표정의 부처. 시종일관 형태를 알 수 없는 브라운관 송출 시그널. 차곡차곡 쌓인 텔레비전들. 백남준 작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보편적 이미지들이다.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백남준의 대표 작품을 한 꺼풀 벗겨내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삶과 태도를 들여다본다. 평범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장난스러운 친구로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한 예술가로서 그가 무엇을 좇고 무엇과 싸워왔는지 다양한 시각 자료를 빌려 이야기한다. 안정과 생존이 전세계적 구호였던 60년대, 백남준은 자기 안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혼자만의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그 시간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다시 기록한 이가 있다.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백남준의 불안과 기쁨, 고민과 행복을 넓은 시야와 구체적인 일화로 관객에게 고백한 어맨다 킴 감독이다.
- 영화 소재로 백남준 작가를 선택한 이유는.
= 그의 작품은 오늘날 젊은 작가들이 작업한 것처럼 무척 현대적이다. 심지어 그는
[인터뷰] 끊임없이 사유하라, 그리고 질문하라 ,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어맨다 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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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강의실 풍경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 큰 차이는 없다. 실습과목이 절반 이상이다 보니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대부분의 수업을 대면으로 진행했고 학생들이 마스크를 철저하게 끼고 촬영하러 다녔다.
- 실습 중심의 커리큘럼이 강점인 전공이다. 이러한 강점을 잘 살린 강의를 하나 소개한다면.
= 학기마다 있는 영화제작워크숍. 팀별로 단편영화 한편을 완성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법, 프리프로덕션부터 포스트프로덕션까지 영화 제작과정 전반을 단계별로 실습할 수 있다. 우리 전공 워크숍이 다른 영화과 워크숍과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 방학 8주 동안 담당 교수가 다음 학기에 워크숍 강의를 들을 학생들과 미리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완성된 이야기가 사전에 준비돼 있을 때 학생들이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걸 잘 알기에 계속할 생각이다.
- 실기 60%, 면접 40%를 합산해 반영한다. 좀더 비중
[인터뷰] “영화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답변이 당락을 좌우한다”, 김재영 동국대학교 DUICA 영화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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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설립된 동국대학교 전산원이 동국대학교 DUICA(이하 듀이카)란 명칭으로 새롭게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다. 새 시대의 핵심 인재들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기관을 목표로 재탄생한 만큼 영화학, 컴퓨터공학, 경영학, 사회복지학, 건강관리학 등 10개의 폭넓은 전공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으로서 고교 내신과 수능 성적 반영 없이 100% 면접 전형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며 4년제 학사 과정보다 단기간에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영화영상제작과 연기라는 투 트랙을 갖춘 듀이카 영화학 전공은 어떤 미디어 환경에서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 영상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영화기획 및 제작, 이론과 비평, 연기까지 다양한 전문지식을 두루 습득할 수 있는 5학기제를 실시한 건 그 때문이다. 앞으로도 큰 틀은 흔들지 않되 변화하는 업계의 흐름을 교과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이면서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1~2학기에는 영상 기술과 연기에 관한 전문적인
[동국대학교 DUICA 영화학 전공] 워크숍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전문 영상인을 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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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의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평균 ‘18%, 40%’다. 한국은 ‘9%, 40%’다. 보험료율을 대폭 올리지 않으면 기금이 바닥나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3~4할대 보험료율을 짊어지는 날이 온다. 그렇지만 요즘, 보험료율은 조금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무려 50%로 올리자는 주장이 연금 개혁을 교란한다. 한국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약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소득대체율이 낮아서가 아니다. 사각지대가 넓고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이 많아서이다.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수혜 계층은 중상위층으로 쏠릴 뿐이다. 한국 사회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마다 ‘더 있는 쪽’부터 챙기는 데 스스럼이 없다.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에 “부자는 빼고 서민만 증세하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헛소리였다. 명목 세율은 그대로 두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식의 증세였는데, 고소득자일수록 부담이 확 늘고 연봉 3450만원 소득자는 약간 더 부담하
[김수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콘크리트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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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고즈넉’을 찾아 헤맨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쓰는 표현인지는 모른다. ‘고즈넉하다’는 것은 여행 다큐멘터리를 볼 때나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남의 기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한국어지만 이국적으로 들리기도 하는 이 단어를 소리내 발음해보라. ‘고즈넉’(GOES-NUCK). 넋이 어딘가로 가버릴 만큼 고요하고 아늑한 상태. 이런 건 일상에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기분이나 분위기가 아니다. 대체 어디를 가야 ‘고즈넉’을 찾을 수 있을까? 내게 ‘고즈넉’을 알려준 TV다큐멘터리는 그것이 모두 한옥에 있다고 말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고구마를 먹고 아랫목 구들장에서 몸을 지진다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재’나 ‘헌’으로 끝나는 ‘한옥 스테이’를 찾아봐.” 여행과 캠핑이 취미인 친구 A의 조언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외국어에 ‘재’와 ‘헌’을 결합한 이름의 숙소들이 근사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나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접 아궁이에 불을 때거나 집 곳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가라 가라 갇혀 확 갇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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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영화 <싱글 인 서울> 속 예리가 사랑하는 대상은 ‘회식과 술’이다. 지이수가 분한 책 디자이너 예리는 회사에선 백지처럼 무감한 얼굴로 일하다가도 회식 자리에만 가면 만면에 화색이 돈다. 예리가 회식 자리에서 보여주는 폭탄주 말기는, 그 자체로 신통한 묘기면서 <싱글 인 서울>의 최대 스펙터클이다. 지이수는 거듭된 연습으로 “피멍이 든 손에 붕대를 감아가”며 예리의 퍼포먼스를 만들어갔다. “처음엔 숟가락으로 맥주병을 여는 것도 어려웠다. 맥주병 뚜껑에 숟가락을 연직 방향으로 세운 다음, 소주병으로 손잡이 부분을 치는 것이 핵심이다. ‘폭탄주 이모’로 유명한 포항의 고수에게 교습을 받으려고도 연락했는데, 그분 스케줄이 나보다 빡빡해서 무산됐다. (웃음)” 지이수는 세편의 셀프 오디션 비디오를 박범수 감독에게 보낸 후 예리 역을 거머쥐었다. 각각 현진(임수정)과 윤정(이미도) 그리고 이름 모를 외국영화의 대사였다. “내가 얼마나 작품 전체를 볼 수 있는지, 자
[WHO ARE YOU] ‘싱글 인 서울’ 지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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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 그리고…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오른쪽)과 그의 페르소나 정우성. 이 두 남자의 영화적 협업은 늘 시대를 관통해 우리에게 도달한다. 두 사람의 순수한 웃음이 인상적인 이 한장의 사진은 무려 23년 전, 중국 대륙의 <무사> 촬영 현장에서 찍은 것이다.
[ARCHIVE] 23년 전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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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고전 여성 서사
역사가 기록에 소홀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일본 헤이안 시대의 작가 세이 쇼나곤이 쓴 수필들은 가식이 없어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최근엔 여성의 몸으로 청나라 해적왕에 오른 정일수 선장의 일대기에 강하게 매료돼 있다.
버나 보이
요즘 가장 빠져 있는 아티스트. 나이지리아 출신의 뮤지션이다. 세계 각국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음악만이 할 수 있는 크로스 컬처의 힘을 믿는다.
도자기
우리 가족 모두가 도자기를 사랑한다. 아시아 출장길에 오를 때면 도자기에 관한 역사서도 잔뜩 사서 돌아온다. 특히 명나라 왕조의 도자기에서 보이는 모던함과 우아함이란!
기 들릴의 그래픽 노블 <평양>
크리에이터로서 미지의 공동체에 언제나 감정적인 끌림을 느낀다. 북한은 난공불락의 나
[LIST] 아델 림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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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네버랜드>
왓챠 / 플레이지수 ▶▶▶▶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 학대 혐의를 둘러싼 지난 35년은 법정 싸움, 거짓 증언, 유해한 보도 행태와 일부 팬들의 집단 린치로 얼룩졌다. 그동안 피해자 제임스 세이프척과 웨이드 롭슨은 45살, 40살의 중년이 되어 10살, 7살의 고통에 대해 말하고 또 말한다. <리빙 네버랜드>는 2019년 <HBO>에서 방영된 후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리빙 네버랜드>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들의 증언을 경유해 가해자의 심연을 어루만지기까지 한다. 인류 최고의 팝스타이자 소아성애자인 그는 평생 외로웠다. 이것이 인간인가? 영화는 이것 또한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플레져>
왓챠, 티빙, 웨이브, 시리즈온 / 플레이지수 ▶▶▷
니냐 티버그의 <플레져>는 포르노 현장의 신음을 보이스 오버로, 촬영을 위해 음모를 제모하는 모습을 깊은 클로즈업으로 담아낸
[OTT 추천작] ‘리빙 네버랜드’ ‘플레져’ ‘페어플레이’ ‘이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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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 감독 필감성 / 극본 김민성, 송한나 / 출연 이성민, 유연석, 이정은 / 티빙 / 플레이지수 ▶▶▶▷
교통사고, 실패한 수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후유증을 남긴다. 감정을 상실하자 <비밀의 숲>의 황시목(조승우)은 검사가 됐고, <Dr.브레인>의 고세원(이선균)은 뇌과학자가 되었다. 그러나 금혁수(유연석)는 연쇄살인마가 되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기로 한다. <운수 오진 날>은 금혁수가 다수의 살인을 저지른 뒤 묵포로 가 밀항을 시도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다. 살인의 종결인가, 잠시 멈춤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택시 운전사 오택(이성민)은 이 불쾌한 여정에 자신도 모르게 동참한다.
피 맛에 미친 늑대와 속절없이 쫓기는 착한 양의 구도는 익히 보아왔다. 특히 살인마와 택시 운전사의 뜻하지 않은 동행이라는 로그라인은 마이클 만의 걸작 <콜래트럴>을 빼닮았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왜 다시 한번 영상화되
[OTT 리뷰] ‘운수 오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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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카우리스마키가 돌아왔다. 그의 세계를 지탱하는 두축인 데드팬(무표정한 얼굴) 코미디와 룸펜 프롤레타리아 캐릭터도 여전히 강고하다. 헬싱키의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노동자 안사(알마 푀위스티)는 어느 날 유통기한이 지나 팔지 못하는 음식을 챙겼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한편 건설 현장 노동자인 홀라파(유시 바타넨)는 술 없인 밤낮으로 기능할 수 없다. 누구 하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 없어 고독한 두 남녀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다. 무료하고 쌉쌀한 둘의 일상에 연애라도 허락되면 좋으련만 핀란드의 현실과 날씨는 얄궂게도 큐피드의 화살이 오묘히 비껴가게 한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속 캐릭터들이 처한 현실과 이들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냉담하다. 하지만 안사와 홀라파를 보듬는 카우리스마키의 시선만은 무뚝뚝하지만 안온하다. 영화 중반 이후 등장하는 강아지의 이름을 포함해 정색하고 시네필을 웃기려 드는 영화의 유머 코드가 잊을 만하면 관객을 사로잡는다. 술과 음악, 영화와 음식
[Coming soon] ‘사랑은 낙엽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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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위기 속에서도 영화 교육과 제작은 지속되고 있다. 봉준호, 허진호, 장준환, 최동훈, 윤성현, 조성희, 이옥섭, 김세인 등 주요 감독들이 거쳐간 국립 영화교육기관인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1984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이래 연출, 촬영, 프로듀싱, 애니메이션 등을 전공한 700여명의 영화인을 배출했다. 동문회는 올해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OTT 시리즈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 등 4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11월24일, 숭실대학교 형남홀에서 배우 이세영의 사회로 열린 포럼 행사 ‘포텐’의 현장을 간략히 전한다.
1부 포럼에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과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작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가함께했다. 올해 흥행에 성공한 두 작품을 만든 과정을 소상히 공유한 두 사람은 극장가의 위기 속 한국영화의 미래에대한 우려와 응원의 목소리를 한데 보탰다
[씨네스코프] 콘텐츠의 미래가 이곳에, 한국영화아카데미 40주년 기념 행사 ‘포텐’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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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뉴욕 극장가를 찾아온 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한달 넘게 미 전역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바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다. 지난 10월27일 뉴욕과 LA에서 한정 개봉한 이 작품은 11월10일부터 미 전역에 추가 개봉한 후 추수감사절 연휴가 지난 현재까지 극장가를 지키고 있다. 미국 비평 전문 웹사이트 메타스코어에서 8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은 <바튼 아카데미>는, 로튼 토마토에서 96%의 신선도를 기록하는 등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IMDb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8.4점의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 후보작으로도 거론 중인 이 작품은 1970년 뉴잉글랜드 지역의 가상의 사립 기숙학교 바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이어지는 짧은 겨울방학 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 집에 돌아갈 수 없는 학생들과 이들을 감독하는 운 없는 선생님(폴 지어마티), 그리고 이들의 급식을 담당하는 요리사(데
[뉴욕]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눈 쌓인 학교에서 크리스마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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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12 사태를 그린 <서울의 봄>이 개봉 8일째인 11월29일에 누적 관객수 271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천만 영화 <범죄도시3>에 이어 올해 한국영화 두 번째 흥행작이었던 <밀수>의 8일차 스코어 241만명을 뛰어넘었다. 익명의 영화계 관계자 A씨는 “특히 2주차 평일이 되어도 관객수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무적이다. 최근 극장가엔 드문 일”이라며 이후의 흥행 추이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문화가 있는 날’이었던 11월29일을 제외한 27일, 28일의 평균 관객수가 개봉 1주차 평일의 평균치를 웃돌았다. <서울의 봄>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이명진 마케팅팀 팀장은 “개봉주와 비교했을 때 2주차 스코어 드롭률이 없는 것은 긍정적인 입소문의 방증이다. 관객들이 자체적으로 역사 자료를 만들어 SNS에 공유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 천만까지?, <서울의 봄> 개봉 2주차에도 거센 흥행 이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