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가 새롭게 선보이는 SF 영화다. 1990년대 미국, 한때 인간을 위해 봉사했던 로봇들이 자유를 외치며 반란을 일으킨다.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패한 로봇들은 이제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인 추방 구역, ‘일렉트릭 스테이트’에 모여 숨죽여 살아간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소녀 미셸(밀리 보비 브라운)은 전쟁으로 곳곳이 황폐하고 고철 기계 더미가 굴러다니는 차가운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러다 동그란 얼굴의 노란 로봇 ‘코즈모’가 미셸을 찾아오면서 그의 무미건조했던 삶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와 <에놀라 홈즈>로 국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새긴 밀리 보비 브라운이 고아 소녀 미셸 역할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누나 미셸은 동생 크리스토퍼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로봇 코즈모가 동생이 자기 대신 보낸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직감 한 뒤, 진짜 동생을 찾는 험난한 여행길에 오른다. 미국의 남서부를 가로질러야 하는 여정에서 괴짜 밀수업자 키츠(크리스 프랫)와 그의 조수 로봇 허먼이 미셸 일행과 동행한다. <쥬라기 월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은 비밀스러운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유쾌함만은 잃지 않는다. 로봇 허먼과 물샐틈없이 오가는 애드리브 연기로 유머를 구사한다. 1990년대를 재구성한 대체 역사적 디스토피아가 펼쳐지는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세상은 시몬 스톨렌하그의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기반으로 한다. 원작은 고요와 적막, 어렴풋이 느껴지는 혼란에서 공포를 상상하게 만들고 인간과 로봇의 신체와 의식의 연결이라는 SF의 단골 소재를 심오하게 건드리는 사이버펑크 스릴러다. 루소 형제가 창조해낸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세계는 원작이 드러내지 않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90년대 미국에서 인기 있었을,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로봇들로 인해 그곳은 여전히 밝은 색채를 간직한 세상이다.
코즈모를 비롯한 여러 로봇은 모션 캡처와 VFX 기술이 결합돼 구현되었다. 로봇들은 모션 캡처 배우들의 움직임과 목소리 연기자들의 감정을 통해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돼 미셸과 키츠를 연기한 두 배우의 감정 표현을 한층 더 풍부해지도록 도왔다. 루소 형제의 필모그래피와 관련된 이스터에그가 곳곳에 숨겨져 있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전하고자 한 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 영화의 의미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인간과 기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오늘날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펙터클만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라 캐릭터의 여정을 통해 인간다움의 경이를 전하고 싶었다.”(루소 형제) 3월1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앞둔 <일렉트릭 스테이트>의 두 주연배우 밀리 보비 브라운, 크리스 프랫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이어서 전한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인 것처럼, <일렉트릭 스테이트> 배우 밀리 보비 브라운
- 동생 크리스토퍼가 좋아하던 로봇 코즈모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미셸이 동생을 알아보는 장면이 뭉클하다.
이번 역할을 맡아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내가 감정을 교감하고 상대로 삼아야 하는 존재가 사람이 아닌 로봇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로봇을 연기하는 모션 캡처 배우들과 함께 연기했기 때문에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었다. 특히 로봇 코즈모를 연기한 모션 캡처 배우 데빈돌턴과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 9살 때 함께 작업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친밀감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실제 나는 동생이 있어서 보호본능이 강한 편이라 촬영 내내 ‘내가 데빈의 언니야’라고 속으로 되뇌면서 연기에 임했다.
- 영국 출신의 배우로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기묘한 이야기>에 출연한 적 있다. 이 경험이 이번 영화에 어떤 도움을 주었나.
두 작품 모두 미국 배경이고 시간상으로 연결되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일렉트릭 스테이트>가 <기묘한 이야기>의 연장선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90년대 미국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또 다른 90년대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있다. 루소 형제가 만들어낸 이 영화의 세계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정확히 어떤 시대인지 단정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는 2004년생이라 90년대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웃음)
음악이 우리를 그 시절로 데려간다, <일렉트릭 스테이트> 배우 크리스 프랫
- 괴짜 밀수업자 키츠는 로봇 동료인 허먼과 티격태격하며 깊은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인간과 로봇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오히려 인간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극 중 키츠와 로봇 허먼은 티격태격하며 끊임없이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렇지만 그 관계만큼은 진지하게 접근하려 했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연결과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내가 연기한 키츠와 허먼의 관계는 단순히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상호작용이 아니다. 진짜 사람과 사람이 맺는 동료 관계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같은 특수한 설정과 환경을 가진 전작들과 <일 렉트릭 스테이트>는 어떤 면에서 달랐나.
1990년대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이 경험을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한때 90년 음악이 별로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들어보니 그 시대 특유의 감성이 담긴 매력적인 곡들이 많더라. 음악은 사람을 과거로 데려가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90년대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기이기도 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