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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댄 포기 안 해. 대신 노래는 네가 해. ‘그날 밤’으로. (중략) 우리 서로 ‘윈윈’이잖아.” 성대결절로 라이브에 문제가 생긴 왕년의 디바 윤란주(김효진)는 더덕 축제 무대 뒤편에서 노래를 대신해준 자신의 팬 서목하(박은빈)에게 블라인드 경연 예능 ‘N번째 전성기’의 립싱크를 제안한다. 31살의 목하와 42살의 란주가 서로 인생 역주행의 기회가 되어주는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15년이 지체된 둘의 만남에는 사연이 있다. 2007년 중3이었던 목하(이레)는 란주의 기획사로 오디션을 보러 가던 길에 바다에 빠져 실종되었고, 목하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대신 응모해 오디션 기회를 마련해줬던 친구 정기호(문우진)는 란주를 찾아가 목하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란주가 2008년 발표한 ‘그날 밤’은 목하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과 목하의 생존을 믿는 기호의 기다림에 관한 노래다. 란주는 무인도에 15년간 고립되었던 목하가 방송을 이용해 기호를 찾고, 자신에게 다시 향하
[유선주의 드라마톡] ‘무인도의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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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링거>
왓챠, 웨이브 ▶▶▶▶
쌍둥이의 분리/결합 이야기는 매번 신비롭고도 으스스한 기운을 지니는데, 이는 <데드 링거>에서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괴이한 손을 만나 더욱 징글맞게 뻗어나간다. 일란성쌍둥이 형제 엘리엇과 비벌리. 어린 시절부터 함께였던 둘은 청년이 되어서도 한집에 살며 서로에게 의존한다.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인 이들은 어느 날, 자궁 경부가 세개로 나뉜 클레어를 알게 된다. 끔찍하게도 이 형제는 많은 것을 서로 나눠온 터, 클레어와의 잠자리 또한 공유한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태어나 같은 얼굴을 한 두 존재의 뒤틀린 공존이 끈적하게 그려진다.
<45년 후>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티빙 ▶▶▶▷
기념일의 축복은 지난 시간에 대한 장송이기도 해야 한다. 하나 결혼 45주년을 앞두고 성대한 파티를 계획 중이던 케이트와 제프 부부에게 예기치 못한 소식이 도착한다. 50년 전 제프의 첫사랑이 알프스 빙하의 크레바스에서
[OTT 추천작] ‘데드 링거’ ‘45년 후’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창밖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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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 지미 친 / 각본 줄리아 콕스 / 출연 아네트 베닝, 조디 포스터, 리스 이판 / 플레이지수 ▶▶▶
한때 장거리 수영의 전설적인 이름이었던 다이애나 나이애드(애넷 베닝)는 곧 60살 생일을 맞는다. 그에게는 평생의 꿈이 있었는데, 바로 쿠바 아바나에서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 110마일에 달하는 바다를 헤엄쳐 종단하는 것. 28살 때 시도했다 42시간 만에 체력이 고갈해 포기한 적이 있는 그는, 육체는 쇠했을지언정 젊은 시절보다 훨씬 단단한 정신을 가졌노라 자부하며 이 일생의 과제에 다시금 몸을 던지려 한다. 친구 보니(조디 포스터)에게 코치 역할을 부탁하지만, 보니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불가능에 가까운 이 일에 회의적이다. 더구나 그는 30년 동안 수영을 쉬었다. 과연 20대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 대장정을 60살에 이뤄낼 수 있을까?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실제로 다이애나 나이애드가 다섯번에 걸쳐 종단에
[OTT 리뷰]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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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내추럴>
대한극장에서 봤던 영화. 마지막 장면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로이(로버트 레드퍼드)가 아들과 캐치볼을 나누던 장면의 감성이란 요즘 콘텐츠에서 느끼기 어려운 정서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운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고기뭇국
많은 반찬을 두는 것보다 단출한 끼니를 좋아한다. 그냥 국 하나 구이 하나. 이런 식으로. 소고기 국밥처럼 한번에 말아먹을 수 있는 것도 좋고. 소고기뭇국, 야 그거 좋다. 내가 또 소고기뭇국을 기가 막히게 하는데. 겨울엔 소고기뭇국이 최고다.
영화 <화양연화>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 <화양연화>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가 겨울과 너무 잘 어울린다. 연말에 다시 보면 좋을 작품. 특히 앙코르와트에서 양조위 배우가 속마음을 드
[LIST] 차승원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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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표 엄마 배우 김해숙이 이번엔 배우 신민아와 첫 모녀 관계를 맺는다. 2019년에 <나의 특별한 형제>로 묵직한 휴머니즘 드라마를 선보였던 육상효 감독의 신작 <3일의 휴가>를 통해서다. 연말 극장가에 어울릴 법한 부모와 자식간의 보편적인 아픔과 사랑을 다루는 따스한 드라마다. 사망 3주기를 맞은 복자(김해숙)가 딱 3일간의 휴가를 얻어 이승으로 내려온다. 살아 있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접촉할 수 없다는 게 조건이지만, 교수 일을 하며 잘 살고 있을 딸 진주(신민아)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웬걸, 진주는 시골집으로 귀향해 백반집 장사를 시작하며 사서 고생 중이다. 진주는 복자의 생전 레시피를 이용해 요리하며 새 삶을 꾸리려는 것이다. 그렇게 모녀는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지난날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고, 각자의 지난한 진심을 정리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을 연기했던 강기영이 복자의 이승길을 안
[Coming soon] ‘3일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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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거장 감독 빔 벤더스가 또 한번 고품격 3D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12년 전 <피나>가 관객을 피나 바우슈의 춤의 세계로 인도했다면, <안젤름>은 독일 대표 마술 작가 안젤름 키퍼의 신비한 작품 세계로 이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심상치 않다. 머리에 짚단 혹은 책 더미를 인 이브닝드레스들이 숲속에 서 있다. 여기에 여성들의 속삭임이 겹치다 곧 여성 듀엣 성악곡이 귀를 사로잡는다. 벤더스의 3D 카메라는 조형물에 생생한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특이한 사운드 효과와 함께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다음으로 멀리서 어떤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거대한 공간을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자전거 주인이 안젤름 키퍼라는 사실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키퍼의 작업 현장은 공장과 다름없다. 독일 현대사에 대한 키퍼의 통렬한 반성과 고민의 흔적은 석고, 납, 짚, 유리와 같은 거친 소재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 키퍼는 1992년부터 파리 근교에 아틀리에를 두고 있다. 그는
[베를린] 삶과 예술, 안젤름 키퍼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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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성전자에서 자체 미디어 플랫폼인 삼성 TV 플러스의 시청시간이 60% 증가했다는 소식을 기사로 냈다. 이미 북미에서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삼성 TV 플러스는 미국에서만 300개 이상의 채널을 서비스하며, 내년에는 음악과 키즈 콘텐츠를 중심으로 더욱 세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 TV 플러스는 전세계 24개국 5억3500만대의 스마트TV와 모바일 기기에 선탑재되어 있다. 이 기기를 보유한 사용자들이 시청자가 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삼성 TV 플러스는 전세계에서 더 많은 시청자를 보유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청자들이 돈을 내지 않더라도 광고만 보면 프리미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삼성 TV 플러스에 좋은 콘텐츠가 모이면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구독자 수 2억5천만명)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LG도 2억대 이상의 TV에서 시청이 가능한 LG 채널이라는 패스트(FAST, Free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패스트 플랫폼의 성장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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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군사반란의 9시간을 담은 <서울의 봄>이 얼어붙었던 박스오피스에 봄을 부르고 있다. 11월22일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은 20만3839명을 기록해 (11월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앞서 블룸하우스의 호러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누적 관객수 37만4282명으로 7일간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에 머물렀고, 2위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14만3030명), 3위는 마블의 <더 마블스>(65만1703명)로 외화의 점령세가 두드러졌다.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을 두고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 담당은 “10대 관객의 관심도가 특히 높은 공포 장르의 영화가 수능 즈음 개봉한 점, 관객층이 넓은 12세이상관람가라는 점”을 꼽았다.
<서울의 봄>이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리면서 <
겨울 극장가에 찾아온 ‘봄 소식’, <서울의 봄>, 개봉 첫날 20만명 기록… 11월 박스오피스는 외화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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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은 컵 속의 물과 같아서
송강호 그나저나 이번에도 변함없이 아역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를 펼칩니다. 그게 참 미스터리해요. 아무리 오디션을 통해 아역배우를 캐스팅했더라도 어떻게 저렇게 어린 배우들이 영화의 본질을 꿰뚫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지. <브로커> 촬영 때도 제가 계속 이에 대해 질문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번 더 여쭤봅니다. <괴물>의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한 아역배우 구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 두 사람을 어떻게 캐스팅했으며, 어떻게 연기 지도를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번엔 기존과 다른 기준으로 아역배우들을 캐스팅했습니다. <괴물>의 두 주인공 캐릭터 미나토(구로카와 소야)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는 안고 있는 갈등이 상당히 깊으면서도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면이 있습니다. 깊이 있으면서 굉장히 순수한 내면을 표현해야 하기에 이제까지와 달리 성인배우와 같이 시나리오를 미리 읽게 하고 리허설도 했습
[특집] “감정은 컵 속의 물과 같아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배우 송강호 <괴물> 마스터스 토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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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10월8일 일요일 오전 9시30분, 한일 국경을 초월해 오랜 시간 영화적 우정을 쌓아온 두 영화인이 대담에 나섰다. 신작 <괴물>로 부산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사장 공석,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어수선한 부산영화제를 위해 호스트가 되어 손님들을 맞이했던 송강호 배우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두 사람은 함께 호흡한 <브로커>로 제75회 칸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송강호 배우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올해도 나란히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2018) 이후 오랜만에 일본에서 촬영한 영화 <괴물>로 칸영화제 각본상이란 결과를 낳았고, 송강호 배우는 1970년대 충무로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거미집>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칸에서 시간을 보냈다. 따로 또 같이 칸의 바닷가를 찾은 두 사람은 그곳에서도 시간
[특집] “시선과 구조, 보이지 않는 것이 진짜 괴물 아닐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배우 송강호 <괴물> 마스터스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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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유지는 일본의 각본가를 말할 때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이름이다. 1988년 단막극의 각본가로 데뷔한 그의 수식어는 스타 작가였으나 이제는 사회파 작가로 바뀐 지 오래다. 영화로 영역을 넓힌 사카모토 유지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공동 각본을 거쳐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 이르러 가장 그답다고 부를 수 있는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래서 사카모토 유지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각본을 맡았다는 소식은 반가우면서도 낯설다.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는 사람의 마음과 행위의 본질을 한가운데 둔 채 등장인물의 대화로 그 주변을 에둘러 간다. 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에는 차마 언어로 건드리지 않고 침묵으로 남겨진 부분에 진실이 있을지 모른다고 믿게 되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괴물>에서 위로 향하여 뻗은 두 소년의 손은 보이지 않는 무엇을 그리기 위해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온 사카모토 유지의 화법과
[인터뷰] 어쩌면 진실은 이야기 바깥에, <괴물>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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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구성과 인물에 관한 고찰
일본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콰르텟>으로 친숙한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브로커> 등 가족의 얼굴을 통해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담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났다. <괴물>은 이유 없이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보온 도시락에 돌을 채워두는, 미나토(구로카와 소야)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시작한다. 평소와 다른 미나토를 수상하게 여긴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가 미나토에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추궁하고, 담임교사 호리 미치토시(나가야마 에이타)가 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전해 들은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미나토가 같은 반의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괴롭힌 가해자라는 것.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영화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두 번째 장의 문을 연다. 이번엔 담임교사 미치
[특집] 다른 이의 시선을 빌려야 했던 이유는, ‘괴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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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지난 10월8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마스터스 토크를 단독 진행했다. <괴물>의 3부 구성과 아역배우를 발굴하는 고레에다 감독만의 방식, 고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과의 협업 등 다양한 제작기가 담겼다. 작품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괴물>의 리뷰와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단독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괴물’은 누구인가. 영화가 응시한 아이들의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할 시간이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영화 <괴물> 특집이 계속됩니다.
[특집] ‘괴물’의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X 배우 송강호 대담, <괴물> 리뷰와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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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누가 영화를 봐?” 요즘 자주 듣는 가장 뼈아픈 말이다. 비관론자의 시선으로 논하자면 영화는 현실을 이길 수 없다. 비현실적인 사건, 사고가 현실에서 끊이지 않을 때 자조와 씁쓸함이 뒤섞인 탄식이 불현듯 터져나온다. 같은 말을 굳이 긍정 버전으로 짜내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 볼 것이 넘쳐나 영화를 볼 틈이 없다. 써놓고 보니 더 절망적이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순간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내리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극장은 너무 멀고 느리고 답답하다. (영화잡지 편집장이 이런 발언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최근 내 가슴을 울렸던 순간들도 모두 극장 바깥에 있었다.
첫 번째는 볼 때마다 절로 겸손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3>다. 이번 시즌에선 김마스타가 등장했을 때 문자 그대로 압도당했다. 허스키 보이스의 존재감이나 아우라 때문만은 아니다. 정확히는 그의 멘트에 반했다. “우리는 목숨 걸고 안 합니다. 인생을 걸고 하는 거지. 목숨은 하나지만 인생은
[송경원 편집장] 세번의 울림, 찰나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