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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age] 애나엑스
정재현 2025-03-17

이야기가 곧 허구이기 때문일까. 서사는 곧잘 거짓말쟁이에게 매료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국가와 장르를 바꿔가며 새로 쓰였고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나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템페스트>의 프로스페로는 거짓말이 이들의 결정적 결점임에도 독자와 관객의 동경과 동정을 곧잘 불렀다. 2018년 부유한 유럽 출신 상속녀를 사칭해 뉴욕 상류 사교계를 홀린 애나 소로킨도 마찬가지다. 소로킨의 실화는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통해 전세계를 강타했고, 소로킨은 복역 중에도 가택연금 상황을 중계하는 리얼리티 쇼를 제작하거나 전자발찌를 단 채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하는 등 자신이 잊히지 않도록 갖은 애를 썼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중은 애나 소로킨에게 반응했다. 2021년, 웨스트엔드 역시 애나 소로킨의 이야기를 2인극으로 각색한 <애나엑스>를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그 작품이 한국에서 성황리에 초연 중이다. 등장인물은 10명이 넘지만 무대엔 단 두명의 배우만 선다. 애나를 연기하는 여성배우와 애나에게 빠져드는 아리엘을 연기하는 남성배우는 두 역할 외에도 성별과 관계없이 1인다역으로 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은 옷을 갈아입거나 두꺼운 분장을 덧입지 않는다. 그저 회색 후드티와 흰 셔츠의 단출한 차림으로 일관하며 수많은 캐릭터를 오갈 뿐이다. 무대세트 또한 의자 두개가 수많은 사물을 대체하고 배우들은 무대장치의 도움 없이 마임으로 온갖 상황을 연기해낸다. 하지만 <애나엑스>가 품은 이야기의 층위만은 놀라울 정도로 다단하다. 현대인을 자극하는 허상이 실은 금세 들통날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제미로 드러내는 것이다. 철학자 오컴의 말처럼, 때론 가장 단순한 것이 정답일 때가 있다.

기간 1월28일~3월16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시간 화~목 오후 8시, 금 오후 4시·8시, 주말 및 공휴일 오후 3시·6시30분, 월 공연 없음 등급 14세이상관람가

사진제공 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