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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7번방의 선물>이 개봉 첫주였던 <신세계>를 재역전했던데?” 인터뷰가 끝난 뒤 점심 먹으러 내려가는 CJ E&M 센터의 엘리베이터 안은 온통 <7번방의 선물> 얘기뿐이었다. <댄싱퀸> <완득이> <써니> <늑대소년> 등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최근 CJ엔터테인먼트 역시 40대 이상 관객과 가족 관객의 증가에 힘입어 흥행작을 여럿 내놓은 바 있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사업부 박철수 사업부장에게서 최근 관객층의 변화가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 및 제작 전략에 끼치는 영향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7번방의 선물>이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과거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와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과거에는 실화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블록버스터 장르가 사회적인 이슈를 일으키면서 1천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인가, 예년과는
“40대 이상은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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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관객.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지만 달성하는 순간 하나의 의미가 된다. 지난 2월23일 <7번방의 선물>이 한국영화 사상 8번째 1천만 영화로 기록됐다. 27일 현재 누적관객수는 1060만명을 넘어 역대 한국영화 관객 순위 7위(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로 올라섰으며 최근 추이로 볼 때 기록은 계속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신세계> 개봉과 함께 상영관이 579개까지 줄어들었지만 일일관객수는 여전히 14만명가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덕분에 좌석점유율은 다시 오르고 있다. 말하자면 이미 1천만명이나 영화를 봤음에도 관객은 여전히 <7번방의 선물>을 ‘골라’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1천만 고지를 달성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새로운 1천만 영화의 등장
한편의 1천만 영화 주위에는 필연적으로 유사한 영화들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1천만 혹은 그에 준하는
중년의 티켓 파워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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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지난해 10대 히트 상품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애니팡, 갤럭시 2012 시리즈, 차량용 블랙박스, 런던올림픽 스타, 에너지 음료, LTE 서비스, 고급형 인스턴트 커피, 관객 1억명 시대의 한국영화, 캠핑 상품. 삼성경제연구소는 아홉 번째 히트 상품으로 ‘관객 1억 시대의 한국영화’를 꼽으며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함께 즐기는 문화 상품이 2012년 인기를 모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확실히 지난해 한국영화 1억명 관람 시대는 40대 이상의 관객과 가족 단위의 관객이 극장에 몰렸기 때문에 열릴 수 있었다. 그것은 20, 30대 젊은 관객이 극장가의 분위기를 주도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변화다. <씨네21>은 2013년 현재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과 가족 단위의 관객이 극장에 몰려들고 있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사업부 박철수 사업부장, 쇼박스 한국영화팀 김도수 부장, NEW 한국영
흥행 공식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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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는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음을 은근히 쥐어짜던 연출, <썸머워즈>의 단련된 액션 연출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모두 ‘청춘’과 ‘성장’을 키워드로 삼은 작품이라 더 그랬다. 물론 <늑대아이>는 청춘드라마와는 거리를 둔 작품이지만, 늑대인간을 모티브로 모성애를 끌어내는 과정이 식상하거나 유치하진 않았다. 물론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웃는 하나는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어코 날 울렸으니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
엔딩 곡은 <어머니의 노래>다. 미디어 아티스트 다카기 마사카쓰가 만들고 재일동포 3세인 안 샐리가 불렀다. 이 곡에서 다카기 마사카쓰는 전작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미니멀한 편곡을 선보이는데, 덕분에 재즈 보컬리스트로 유명한 안 샐리의 자상한 톤이 극단적으로 강조된다. 피아노가 천천히 그 뒤를 따르는 이 곡은 자녀가 독립해서 집을 떠난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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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TV채널을 돌리다 KBS1 드라마 <광개토대왕>에 멈추면 신기하게도 늘 이마부터 턱까지 꽉 차는 정면 클로즈업 숏이었다. 사이즈와 각도 변화가 단조로운 장면이 거듭 반복되었으니 유독 기억에 남았겠지. 점치는 기분으로 일부러 채널을 돌려보던 어느 날인가는 무려 다섯명이 한 화면에 등장해 내쪽에서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광개토대왕> 이후, 좀 다른 의미로 클로즈업 숏이 눈에 띄는 드라마를 꼽자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일 것이다. 많고, 예쁘고, 화사하다.
여주인공 오영(송혜교)의 클로즈업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목구비 중 어디 한 군데가 닮았다고 해서 자신이 ‘송혜교 닮았다’는 말을 지껄이는 자들은 저 아름다운 균형과 조화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배우가 본래 미인인 까닭도 있지만 거의 모든 클로즈업이 아름다운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최상의 앵글을 찾은 것처럼 눈을 사로잡는다. 화
[유선주의 TVIEW] 클로즈업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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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확인해보니 2010년 봄이다. 그날도 나는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1000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고양시에 자리한 대곡역을 지날 즈음, 싱가포르에 있는 류상욱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암에 걸렸다는 비보를 접하고 며칠 뒤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울기 시작했고, 오히려 그가 눈물을 거두라며 위로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일 것이다. 나는 그의 얼굴보다 목소리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엄격한 얼굴과 달리 경쾌한 편인 그의 목소리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에도 눌리지 않았다. 지난해 말, 류상욱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상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겠다는 결정. 나는 한참 운 뒤에야 그의 얼굴을 보러 오피스텔에 들어가곤 했다. 신기한 것은 그의 눈이 예전보다 더 맑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리도 빨리 그를 데려가려는 하늘이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건지 모른다. 나와 지인들은 그의 옆에서 변함없이 수다를 떨었고, 나는 고개를 돌린 때에도 그가 지그시 바라보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시네마천국으로 떠난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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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2편 <이노센스>(2004)의 포스터는 형편없이 망가진 여성 로봇의 모습을 보여준다. 헝클어진 로봇의 모습이 왠지 섬뜩하면서도 어딘지 성적으로 야한 느낌을 준다. 그 이미지의 원조는 아마도 독일의 초현실주의자 한스 벨머가 제작한 소녀의 인형이리라. 그가 제작한 인형은 나무와 금속으로 된 골격에 석고로 만든 몸통(torso)을 붙이고, 빗자루 손잡이로 만든 한팔과 두 다리에 금속 막대와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관절을 만들어 붙인 것이다. 그의 인형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학대당한 신체로, 거기에서는 죽음의 섬뜩함이 성적 판타지와 떼어낼 수 없게 밀접히 결합되어 있다.
폭력과 섹슈얼리티
벨머가 인형의 제작을 시도한 데에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어머니가 1931년에 베를린으로 이사 오면서 고향집에서 가져온 어린 시절의 장난감 상자였다. 그 안에는 타로 카드, 유리구슬, 인디언 복장 등 유년 시절에 갖고 놀던 온갖 잡동사니와 더불어 망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죽음/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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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품위있는 문장과 족집게 같은 비유로 아름다운 노래들을 소개해왔던 이 칼럼에 드디어 위기가 찾아왔다. 다른 노래들에 정을 붙여보려 해도 잘되질 않는다. 이러지 말자고 나 자신을 추슬렀지만, 쉽게 되질 않는다. 이러면 안된다고, 돌아온 샤이니도 있고, 섹시한 씨스타19도 있고, 귀여운 레인보우도 있고, 길쭉길쭉한 나인뮤지스도 있는데, 왜 하필 그들이냐고, 가수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멋없이 뚱뚱한 아저씨를 꼭 소개해야 하느냐고, 묻고, 되묻고, 마음을 다잡아보았지만 내 마음이 뜻대로 되질 않는다. ‘형돈이와 대준이’에 빠져든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오래전부터 정형돈의 팬이었다. <개그콘서트>에서 ‘아하 그렇구나’를 노래할 때도, <무모한 도전>에서 심은하 헤어스타일로 소와 줄다리기를 할 때도, 그를 좋아했었다. 아마도 그를 좋아한 이유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심드렁한 표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막상 뭔가 맡기면 못하는 게 없는데 일단은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뇌를 드라이클리닝해,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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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7일 일기에 <플라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링컨>의 포스터 이미지. 에이브러햄 링컨의 음성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제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상상해서 창조한 음색과 그의 옆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어린 날 읽은 위인전 속 흑백 사진을 별수 없이 대체하고 말겠지. 이렇게 영화가 또, 역사를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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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잇 업!”(Black it up!)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에게 마지못해 이끌려 커플 댄스를 연습하는 팻(브래들리 쿠퍼)을 보며 친구 대니(크리스 터커)가 외치는 잔소리다. 실제로 극중에서 이 대사는 “흑인의 흥을 좀 넣어봐”라는 의미겠지만, “음영을 좀 넣어보자”라는 연출의 모토로 들리기도 한다. 비유하자면 데이비드 O. 러셀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스모키 화장을 한 로맨틱코미디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현대인이 앓는 신경증의 오케스트라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등장인물의 묘사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아주 가느다란, 먹구름의 은빛 테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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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처음 본 날, 홍상수의 영화가 20대 여인에게 온전한 시선을 돌렸다는 사실보다 영화 내내 맴돌던 어떤 이상한 기운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영화의 모든 부분이 그 어디에도 붙지 않고 표면을 부유하고 있다는 인상, 그리고 표면이 어떤 기운으로 잠식되거나 포화되고 있는데, 동시에 그 표면에서 뭔가 지워지고 있거나 빠져나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무언가가 희미하지만 절박하게 드러나고자 애쓰고 있다는 느낌을 잊기 어려웠다. 어딘지 무척 슬프고 외로우며 불안하다, 고 생각했다. 마치 영화 속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정은채)의 처지처럼. 그간 홍상수의 영화를 반복, 차이, 대구, 옴니버스 등과 같은 구조를 빌려 붙잡으려 했다면, 어쩐지 이 영화만큼은 구조와는 다르거나 구조를 넘어서는 방식을 통해서 말해야 하지 않을까, 짐작할 따름이었다.
먼저, 영화의 순서대로 이야기를 살피기
두 번째 볼 때에야 이 영화는 배열에 감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
[신 전영객잔] 또 한번, 이렇게 생이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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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의 꼬맹이, 드라마 <스킨스>의 브레이크를 상실한 청춘이 좀비가 되어 돌아왔다. 그냥 좀비가 아니다. 인간을 사랑하는 좀비다. 영국 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웜바디스>에서 좀비 R을 연기한다. ‘인격을 가진’ 좀비를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홀트는 여유만만이다. 니콜라스 홀트의 좀비 되기 프로젝트를 전한다.
니콜라스 홀트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찍으며 제니퍼 로렌스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얼마 전 두 사람은 결별했고, 제니퍼 로렌스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올해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홀트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수상에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그녀가 상을 받아 무척 행복하다. 나 역시 흥분됐다.” 사적인 관계를 들추길 즐기는 할리우드 통신을 향해 꾸밈없이 속마음을 드러내는 그가 꽤 쿨해 보인다. <웜바디스>에서 호흡을 맞춘 여배우 테레사 팔머가 영화 촬영 전
[니콜라스 홀트] 상남자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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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해할 수 없는 용어 중에 사회지도층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언론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영향으로 시민들의 대화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고소득 전문직 또는 대학교수처럼 많이 배운 사람 또는 (일정 지위 이상 올라간) 목사나 스님을 이 범주에 넣곤 합니다. 언어는 관념의 바다라고 하지요. 다른 이를 ‘지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그 지도를 받는, 실질적으로는 지배를 받는 이들이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지도층이란 말이 딱딱한 느낌에 계급성까지 갖추었다면 순화된, 소프트한 느낌의 새로운 단어가 주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멘토라는 단어입니다. 몇해 사이에 참 많은 멘토들이 나타났습니다. 자칭타칭 멘토라 불리는 이들은 서점을 중심으로 일대 광풍을 일으키고, 각종 강연회와 TV/라디오 출연,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 메시지 서비스까지 광범위하게 진출했습니다.
이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멘토 이즈 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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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아동유괴 사건을 쫓는 강력계 형사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사이코메트리의 지독한 추격을 그린 영화 '사이코 메트리'는 오는 3월 7일 개봉.
[김강우]"힐링캠프 출연 후 공공의 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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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G는 LG에 아주 중요한 스마트폰이었다. LG가 사활을 걸고 만든 스마트폰이기도 했거니와, 이 제품의 판매가 신통치 않았을 때, LG전자 자체가 휘청일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 정도였다. 어쨌거나 옵티머스G는 근래 나온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얻었고, ‘LG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옵티머스G 프로는 명작의 후속작이다. 우선 풀HD 화면이 돋보인다. 얼마 전 출시됐던 팬택의 베가6에 이어 두 번째 풀HD 스마트폰이다. 4.75인치였던 전작에 비해 5.5인치 화면이 돋보인다. 터치 방식의 홈버튼은 물리적 홈버튼으로 바뀌었고 밋밋했던 후면은 디지털 무늬로 반짝인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일체형 배터리가 탈착식으로 바뀐 것이 눈에 띈다. 전작에서 살짝 아쉬웠던 부분을 보강할 만큼 보강해 나왔으니, 이번에는 LG가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에서 선전할 수 있을까.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무게는 172g.
[gadget]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