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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착한데 잘생기기까지 한 동네 형 같은 사람”이라고 김성수 감독은 말했다. 오지랖 넓게 굴지 말고 자기 몸이나 잘 챙기라고 타박하고 싶을 정도로 “이타적인” <감기>의 구조대원 지구도 그렇다. 장혁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인 양 지구는 장혁에게 꼭 들어맞는다. 비번인 날 우연히 재난에 휩쓸린 지구는 아무도 그가 구조대원인 걸 모르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 인해(수애)가 도망칠 길을 확보했다며 얼른 가자고 채근하는데도 지구는 사람 좋게 웃으며 제 발로 재난 상황에 뛰어드는 사람이다. “내가 구조대원이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알잖아요. 내가”란 대사로 그 성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장장 126일에 걸친 촬영 기간 동안 장혁을 가장 힘들게 한 건 “폭염 속의 험난한 촬영”도,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재활치료를 병행”하며 분투했던 액션도, 300여명의 연기자들과 부대끼는 일도 아니었다. “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라”는 감독의
[장혁]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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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는 이번에도 독하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외모에 무슨 힘이라도 있을까 싶지만, 의사 인해(수애)는 하나뿐인 딸을 살려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사실상 그것 외에는 시쳇말로 눈에 뵈는 게 없다. 영화 속 상대역 지구(장혁)의 말마따나 ‘이기적인 여자’이기도 하다. 정치가도 군인도 하다못해 병원의 동료들마저 그녀를 막지 못한다. 남편(엄태웅)을 찾으러 홀로 베트남으로 떠나는 <님은 먼 곳에>(2008)의 여인이나, 목숨이 위태로운 걸 알면서도 묵묵히 궁궐로 들어가는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의 여인이나, 언제나 수애는 불가능한 상황과 마주하며 최대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실존’의 배우였다. 늘 고독하게 자신의 운명과 싸웠던 여자랄까.
얼핏 보면 역시 싱글맘으로 출연한 전작 <심야의 FM>(2010)의 DJ 선영과도 닮아 보인다(그러고 보니 <감기>는 TV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천일의 약속>
[수애] 교차점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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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한 차림새로 포즈를 취한 장혁과 수애를 보고 있자니, 치사율 100%의 유례없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창궐한 <감기>의 무대에 있었던 사람들이 맞나 싶다. 오랜 촬영기간 내내 장혁은 계속 얼굴에 흙먼지와 기름때를 뒤집어쓴 채 살았고, 수애도 땀에 전 의사 가운 하나로 버텼다. 말하자면 <감기>는 그들의 스타 이미지를 제로 상태로 초기화하며 시작한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이 보기에 그들은 ‘진짜를 진짜 그대로 보이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영화와 TV를 통해 쌓아온 경험을 이제 ‘관록’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에 올라선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감기>라는 작품이 각자의 어떤 ‘방점’으로 남길 기대했다.
[감기] 방점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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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사진처럼 포착된 사물의 배치와 일상적 질서에 깃든 서정성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징이다. 때론 그 먹먹하게 아름답고 감상적인 세계가 개인의 내면에 폐칩된 듯도 했다. 전작의 주인공들과 달리, <언어의 정원>의 다카오와 유키노는 얻어맞고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세상과 맞설 힘과 용기를 품었다. 송알송알 내리는 빗방울과 풀빛으로 물든 장마철의 공기가 작품에 가득하다. 아마도 가장 행복했을 한순간, 함께 있는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포근하다. 소슬하게 깔리는 소년의 내레이션도, 먼 하늘을 배경으로 엔딩을 휘감는 백그라운드 뮤직도 여전하다. 네 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인 <언어의 정원>을 들고, 8월14일 국내 개봉에 앞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먼저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만났다.
-한국에 당신의 팬이 많다. 이번이 몇 번째 한국 방문인가.
=한국에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의 개봉
[신카이 마코토] 세상의 비밀, 사랑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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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사진인가요? 이런, 역기능 가족 같으니!” 사진기자의 셔터가 콩 볶는 소리를 내는 표지 촬영 현장에 봉준호 감독, 송강호, 크리스 에반스와 나란히 선 틸다 스윈튼이 유쾌하게 속삭였다. 그가 쓰는 가족이라는 말의 뉘앙스는 ‘내 편, 우리 식구’ 같은 배타적인 의리의 느낌과는 다르다. 틸다 스윈튼에게 시네마를 포함한 모든 예술은 사랑에서 비롯된 노동이고, 영화는 집단 창작 과정을 통해 혈연과 국적, 활동 부문을 뛰어넘어 비전의 공동체를 짓는 작업이다. 방한 이틀째 레드 카펫 시사회를 마친 틸다 스윈튼은 새벽 1시를 넘긴 시각임에도 강남에서 따로 모인 <설국열차> 스탭들의 뒤풀이 자리를 찾아가기도 했다. 기자가 스윈튼을 스크린 밖에서 처음 본 것은 뒷날 <아이 엠 러브>를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가 상영된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서였다. 출품작의 제목은 <틸다 스윈튼: 러브 팩토리>. 이 배우를 알아갈수록 절묘하다고 탄복하게
[틸다 스윈튼] 연대의 체험 예술가의 창작 과정에서 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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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모니터 시사에서 생긴 일이다. 극중 성수(손현주)와 민지(전미선)의 아들과 딸이 지하주차장의 차 뒷좌석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장면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엄마가 오지 않자 오빠가 여동생에게 묻는다. “(엄마한테) 전화해볼까?” 그러자 학생으로 추정되는 관객이 일제히 “안돼! 하지마!”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소리를 지른 사람들도 웃고, 그 소리를 들은 나와 일행도 웃었다. 무서운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학습’해온 사람이라면 특정 장면이나 설정이 갖는 상징성에 민감해진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링컨: 뱀파이어 헌터>를 쓴 작가이자 팀 버튼의 <다크 나이트>의 각본가 중 하나였던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가 이런 공포영화의 클리셰에 대한 소사전을 펴냈다.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에는 당신이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살아남을지 친절하게 소개해준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한 세기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살고 싶다면 나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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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네 번째 소설집. 2010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 재산을 모두 축낸 아들 탓에 철거를 앞둔 아파트에서 불편한 몸으로 외로이 삶을 연명하는 노년의 여인, 오점 없는 삶을 단번에 파괴할 만한 비밀을 안고 살아야만 하는 중년의 남자, 말년을 함께하자며 찾아온 여동생을 요양원에 보내면서까지 노년의 허허로운 일상을 지키고자 하는 노인 등 여덟명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고독의 빛깔을 품고 있다.
[도서] 서로 다른 고독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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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마케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이성으로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해석하기 위해 팬덤(fandom)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팬덤은 화장실 휴지에서부터 자동차 구매, 문화 현상에서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도처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의 대중은 정보들을 삭제하고 편집하며, 구미에 맞는 정보만을 수용, 새로운 ‘사실’을 창조한다. 팬덤은 네트워크 세상에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도서] 감성마케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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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를 읽는 주요 키워드인 ‘아파트 공화국’을 ‘단지 공화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인석의 책. 아파트 단지를 읽으면 한국사회가 제대로 보인다는 것이다. ‘단지화 전략’과 ‘사교육 전략’을 견주며 한쪽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 내 집 마련을 위해, 다른 한쪽에서는 내 자식 대학입시를 위해서 온 국민이 소득의 몇십 퍼센트씩을 스스로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덕에 건설산업과 사교육산업이 육성되고 있는 것도 공통점.
[도서] 아파트 단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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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백색의 회벽으로 된 외관이 아름다워 백로 성이라고도 불리는 일본 효고현 히메지성에 가면 오키쿠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사라야시키’라는 괴담의 무대로 유명하다. 괴담의 기승전까지는 몇 가지 버전이 있으나, 결은 하나다. 오키쿠라는 시녀가 있었다. 오키쿠는 주인마님에 의해 열장 이 되어야 하는 귀한 접시 중 한장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갇힌다. 그녀가 스스로 우물에 몸을 던졌다고도 하고, (히메지성의 우물 앞 표지판 설명에 따르면) 매질당 해 죽은 뒤 시신이 우물에 던져졌다고도 하는데 그날 이후 밤마다 우물가에서 접 시 세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장, 두장, 세장… 한장이 모자라. 다시 세봐야 지. 한장, 두장….” 유사한 이야기가 일본 각지에서 발견된다고 하는데, 에도시대에 는 가부키로 각색되어 공연되기도 한 인기있는 괴담이었다. 이노우에 히로미와 박 지선이 엮은 <일본기담>을 읽고 있자면 요괴전문가이자 소설가인 교고쿠 나쓰히 코
[도서] 슬프고 무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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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태어나고, 사랑하고, 죽는가. 우리 모두 어린 시절 한번쯤 품어봤을 궁금증인 동시에 어쩌면 아직도 해결 못한 질문들. <나에게서 온 편지>의 카린느 타르디유 감독은 어린 소녀들의 눈을 통해 우리가 묵혀놓고 잊어버린 질문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즐겁다는 그녀가 아이들의 미소를 통해 발견한 삶과 성장의 비밀에 귀기울여보자.
-원작 소설 <무릎을 스치는 바람>의 작가 라파엘 무사피르와 함께 각본을 썼다.
=라파엘 무사피르의 소설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감동적일 뿐 아니라 내 모습과 많이 닮아서 마치 나의 자전적 이야기를 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몇주 뒤 어린이 도서전에 초대를 받았는데, 마침 옆자리에 라파엘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도서전이 열리는 이틀 동안 그녀 곁에 붙어다녔고 결국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과거 수용소에 갇혔던 경험이 있는 아빠 미셸 캐릭터
[flash on] 아이들의 대화엔 상상 이상의 마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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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의 ‘성수’는 낯설다. 세면대 거울 위로 비치는 얼굴은 분명 1년 전 ‘백홍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울렸던 그 사내가 맞는데, 그의 무표정은 친숙하기는커녕 섬뜩하기까지 하다. 쌍꺼풀 없이 길게 찢어진 눈이나 가는 입꼬리, 창백한 피부에는 귀기마저 흐르고, 그 표정의 빈자리는 보는 사람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병적인 결벽증을 지닌 중산층 가장 성수. 피부가 마찰을 못 견디고 찢어질 때까지 닦고 또 닦고, 씻고 또 씻는 저 남자는 무엇을 자신의 손에서, 자신의 얼굴에서,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저리 열심히 지워내려 하는 것일까. 이 스릴러를 꽉 채워주는 그 불길한 공백으로서의 성수를 기다리는데, 누구에게든 선뜻 두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동네 아저씨 같은 배우 손현주가 다가왔다.
데뷔 때부터 그는 ‘옆집 남자’였다. 마당극을 주로 했던 극단 ‘미추’를 떠나 1991년 KBS 14기 탤런트 공채에 합격한 뒤 처음 맡은 일이 농촌 드라마 <대추나무 사
[손현주] 보통 사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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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고가네이시에 위치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틀리에 니바라키에서 <바람이 분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본격적인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라 단단한 각오가 필요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말처럼 이 작품은 하야오 감독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도 짚어볼 지점이 많다. 하지만 소재와 관점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입장에 대한 질문이 앞서는 상황이었다. 하야오 감독은 “영화 기자회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민감한 사안과 관련한 질문이 있다면, 지금 다 해달라”며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표했다.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은 처음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을 그린 이유가 무엇인가.
=호리 다쓰오는 전쟁의 내용을 소설에 전혀 담지 않고, 호리코시 지로도 군의 지원을 받았지만 그만큼 대항하면서 살아온 인물이다.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무조건 죄를 안고 가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
[현지보고] 단지 그 시대를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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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지브리 역사상 가장 문제적 인물이 등장했다. <바람이 분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쓰비시 중공업에 근무했던 제로센 전투기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의 삶을 그린다. <벼랑 위의 포뇨>(2008)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5년 만의 연출작이자, 그가 처음으로 그린 실존 인물의 일대기이다. 더구나 이번엔 소녀도 소년도 정령도 요정도 아닌 연애도 취직도 결혼도 하는 어른 사람(!)이 주연이다. 판타지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인 인물. 호리코시 지로는 지브리 캐릭터에 부는 변화의 바람 같은 존재가 아닐까.
7월26일 영화의 배급사인 도쿄 도호 스튜디오에서 <바람이 분다>의 시사회가 열렸다. 앞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행하는 월간 소책자 <열풍> 7월호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장문의 글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참이었다. 환경보호론자로서 그의 소신이야 익히 알지만, 정치적으로 그가 이토록
[현지보고] 아름다운 꿈인가, 군국주의의 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