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 축복> Vara: A Blessing
키엔체 노르부 / 부탄 / 2013년 / 96분 / 개막작 / 드라마
신은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에 임하신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라: 축복>은 인도 남부지방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암(Bharatanatyam)에 얽힌 한편의 설화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아름다운 처녀 릴라는 힌두신에게 바치는 춤 바라타나티암 무희인 어머니에게 춤을 배우는 견습 무희로, 조각가를 꿈꾸는 하층계급 청년 샴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여신상을 조각하고 싶어 하는 샴의 요청으로 그의 모델이 되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깊은 관계를 맺는다. 한편 마을 유지가 릴라를 눈독 들인 가운데 두 사람의 밀회는 촌장에게 발각되고, 어머니와 샴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릴라는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부탄의 덕망 높은 승려이기도 한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자신의 세 번째 작품 <바라: 축복>을 통해 형식과 메시지의 완
당신의 보물은 어디에? (2)
-
영화 축제의 계절이 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3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매년 그러하듯 다양한 행사가 많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영화들이 이 축제의 진수다. 이번에 부산에서는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 고민되는 독자들을 위해 <씨네21>이 강력 추천 ‘Must List 30’을 준비했다. 차이밍량,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들의 신작에서부터 각종 영화제 수상작들, 그리고 패기 넘치는 신인들과 기막힌 장르들을 총합하여 1번부터 30번까지 여기 적었다. 이 30편 안에 당신이 발견할 올해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 부산에 갈 당신에게 이 목록을 드린다.
<씨네21> 기자들의 Biff 위시리스트
김성훈
<소녀> 최진성
<용서받지 못한 자> 이상일
<일로 일로> 앤서니 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5계급> 빌 콘돈
송경원
<나기마> 잔나 이사바예바
<천주정&g
당신의 보물은 어디에? (1)
-
9월7일 토요일 오후 6시 청계천 광통교. 저는 이날만을 기다렸습니다. 16년 전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인근 주차장에서 숙식을 하면서 생활했던 터라 주변 지리를 잘 알고 있었지만 두 시간 정도 일찍 와서 미리 주변을 답사했습니다. 제가 왜 그랬냐고요? 저는 좀 특이한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악당에게 더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 말입니다. 영화 <어벤져스>에서도 차원의 문이 열린 채 로키의 악당군단 본진이 지구에 상륙하길 고대했습니다. <퍼시픽 림>에서도 카이주들이 세상을 더 어지럽히는 장면을 보고 싶었죠. 그래서 저는 9월7일 오후 6시에 광통교에 갔던 겁니다. 마음속으로 단단히 준비를 했죠. 그날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결혼식이 있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동성 결혼식. 저의 트위터 친구인 김조광수 감독이 결혼한다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 보니 그날 날벼락이 칠 거라고 하더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신랑과 신랑에게 축복을!
-
초라한 패를 쥐고도 연신 베팅하는 허세를 부리던 장태산(이준기)은 ‘한 끗발이 모자라서 졌다’며 자기 카드를 슬쩍 섞어 감추려다 결국 패를 들켜 비웃음을 산다. “바둑이(포커의 일종)판에서 바둑이 재롱 한두번 보시나” 너스레를 떨며 개평을 받아 챙기던 태산은 정비공으로 일하는 고아원 동생 집에 얹혀살며 ‘그렇게 살고 싶냐’고 핀잔을 들을 때도 “난 나사가 두개나 빠진 놈”이라며 한술 더 뜨는 자조로 받아친다. 조폭 출신 사업가 문일석(조민기) 대신 두번이나 감옥에 갔다왔지만 조직원들은 무기력하게 빌붙어사는 태산을 인간쓰레기 취급해왔다.
현실을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낫고, 부정하는 편보다 인정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알고 인정하려던 마음은 타인의 비난과 자신에 대한 실망 앞에서 자조나 자기 희화화의 방어벽을 치게 된다. MBC 드라마 <투윅스>의 장태산이 딱 그랬다. 그리고 갱생의 기회는 가장 비참한 순간에 찾아왔다. 나
[유선주의 TVIEW] 허세라는 밑천
-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초기작 <거미의 계략>(1970)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를 각색한 작품이다. 30살의 베르톨루치는 여전히 고다르적인 청춘의 당돌함으로, 영화의 관습을 부수고자 하는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보르헤스의 단편 자체도 복잡하고 모호한데, 베르톨루치는 여기에 자기의 상상력을 덧칠하여 결과적으로 초현실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이야기는 아들이 반파시즘의 레지스탕스 영웅으로 찬양되는 아버지의 과거를 찾아가는 것인데, 종국에는 부끄럽게도 영웅이 아니라 배신자로서의 아버지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 배신자-영웅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여성으로 알리다 발리가 나온다. 베르톨루치가 특별한 이유 없이 그녀를 주연으로 캐스팅하진 않았을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그녀
알리다 발리는 아마 <제3의 사나이>(1949)의 마지막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비엔나의 고풍스런 길에서, 안톤 카라
[한창호의 오! 마돈나] 정치를 넘어 전설이 되다
-
클라라는 최근 지상파와 SNS를 통해 무척 빠른 속도로 소비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날 촬영장에도 몇몇 케이블TV 카메라가 쉬지 않고 그녀를 따라다녔다. 물론 그런 분위기는 스스로 더 많이 느끼는 듯했다. <클로젯>을 택한 이유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어쨌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촬영보다는 한결 여유로워 좋다”고.
클라라의 망치질을 시연하고 있는 박가희 감독. 스릴러라는 장르 이전에 <클로젯>은 클라라와 오타니 료헤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개성이 충돌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구아바의 웹툰과 함께하는 ‘콜라보’ 작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정된 공간의 밀도’를 눈여겨봐달라는 감독의 주문.
낮에 통화했던 사진작가(오타니 료헤이)를 기다리며 서 있는 클라라. 창밖을 내다보는 표정이 서늘하다. 그러고는 커튼을 닫고 탁자를 끌어 문을 가로막는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공방이지만, 그 속엔 뭔가가 있다.
<클로젯>은 한 여자(클
[씨네스코프] 그녀는 누구시길래
-
“얘, 아줌마랑 쓰레기 버리러 갈래?” 묘하게 자신과 닮은 작은 어항 속 금붕어 한 마리와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금붕어조차 그녀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듯하다.
식구들 밥 챙겨주는 것도 잊은 채 최백호의 노래에 푹 빠져 있는 주인공 영애. 아들(윤용혁)은 “엄마, 밥 안 줘?”라고 퉁명스레 말하지만 엄마는 아들의 얼굴을 보자 금세 화색이 돈다. 그녀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닮았다.
정성껏 차려낸 밥상이건만 남편도 아들도 찌개가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각자의 자리에 앉아 말없이 식사를 마치고 사라진다. 텅 비어버린 식탁. 그 쓸쓸한 공간에 홀로 앉아 영애는 밥에 물을 말아 입속으로 밀어넣는다.
“모니터로 보면 정말 못된 아빠 같아.” 모니터를 통해 배우들의 연기를 확인하고 있는 정현철(왼쪽) 감독과 정훈 프로듀서가 극중에서 아빠를 맡은 박준연 조감독의 연기를 칭찬한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8월23일,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씨네스코프] 낭만에 대하여
-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좌파와의 역사 전쟁” 운운했을 때, 앗 고마우셔라, 할 뻔했다. 전쟁을 벌일 상대로라도 쳐주니까. 나야말로 ‘자학 사관’에 물든 거니? 일련의 ‘민주주의 실종’ 상황에서 국정원발 각종 ‘폭격’에 시달리다보니 어느새 가을 한복판이다. 속절없기도 하고 더디기도 하다.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데, 어느 시대를 사는지 왜 이렇게 헷갈릴까. 막 쥬시후레쉬 씹으며 대한늬우스 들어야 할 것 같다.
기본적인 역사인식은 물론이고 사실관계며 하다못해 인용, 출처조차 왜곡•오류•부실투성이인 교과서의 주 저자를 불러다놓고 “‘좌파 척결’을 위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강연에 열렬히 환호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역사가 그들의 새로운 ‘블루칩’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친일이든 독재든 제국주의든 역사는 힘 있는 자들의 것이며 이긴 사람이 옳다는 ‘이념’ 혹은 ‘욕망’을 바탕으로 지지자들을 묶어세우고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이쯤되면 역사에 대한 모욕을 넘어 히스테리다.
[김소희의 오마이 이슈] 역사 공작
-
<우리 선희>에 대해 “이번에 미친 짓 중 하나는 노래를 통째로 넣는 것”이라는 홍상수 감독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특집 ‘홍상수의 첫 경험’, <씨네21> 921호). 영화 안의 음악으로 세번 나오는 <고향>은 이미 알려졌듯, 1941년에 발표된 가수 이난영의 노래를 최은진이 다시 부른 곡이다. 그의 어떤 직관이 이런 시도를 하게 만들었는지 우리가 알 길은 없으나, 그간 홍상수의 음악에 친숙한 우리에게도 이 곡은 어딘지 과도하게 들린다. 물론 일차적으로 그 느낌은 그의 영화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근대가요가 흘러나오고, 그걸 부른 가수의 음색이 드라마틱하며, 무엇보다 이 노래에는 구체적인 가사가 있다는 점에 근거할 것이다. 애절하게 호소하는 가사를 더없이 애절하게 부르는 가수의 노래와 홍상수 세계의 조합에 대해 적어도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홍상수의 전작들에서 음악의 감흥은 음악 자체의 내용이나 개성이 아니라, 그 음악이 세
[신 전영객잔] 말(言)의 행로
-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보고 싶다>로 여진구는 아역 배우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었다. 어설프게 어른 흉내를 내지도 않았고, 억지로 귀여움을 짜내지도 않았다. 여진구는 그저 연기에 빠진 소년이었다. 장준환 감독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에선 더 큰 도전을 감행한다. 범죄자 집단에 의해 길러지는 소년 화이가 그가 맡은 몫. 여진구는 액션부터 감정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었던 이번 영화에서 아이와 어른,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소년을 믿음직스럽게 연기한다. 9월의 어느 일요일, 무시무시한 소년을 만났다.
1년 반 만에 다시 만난 여진구는 미세하게 변해 있었다. 키는 5cm쯤 더 자랐고, 목소리는 바리톤에서 베이스로 조금 더 깊어졌다. 니트 사이로 근육의 윤곽도 드러났다. 열심히 몸을 가꾼 결과인가 싶었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따로 운동을 하진 않는다고 했다. 아역 배우라 부르기는 망설여지고
[여진구] 이젠 더 이상 소년이 아니에요
-
그렇지. 심야식당처럼 말이지. “마스터, 오늘 노래 한곡 부탁해요. 사표를 내고 왔거든.” 얼굴 길고 허리 길고 말수 적은 마스터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몇장의 음반을 눈앞에 늘어놓을 것이다. 아니지. “마스터, 바비빌의 <술박사> 들을 수 있어요?”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곡을 틀어준다, 그리고 내 앞에 맥주 한잔이 놓이는데…. 음식이 마음을 치유한다면 음악은 마음을 살게 한다.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책이 나왔다.
김중혁의 <모든 게 노래>는 그가 <씨네21>에 연재한 ‘김중혁의 No Music No Life’와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를 묶은 책이다. 매주 한 꼭지씩 초콜릿 상자를 탐하듯 야금야금 읽을 때와 사뭇 다른 맛을 내는 모둠이 되었다. 그의 칼럼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이 책을 받자마자 내가 알던 글들과 뭐가 다른가 눈에 횃불을 켜고 들여다봤는데 묶은 순서 덕인지 처음 읽는 듯 맛깔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같이 들어요
-
올해로 등단 26년째를 맞는 구효서의 여덟 번째 소설집. 표제작 <별명의 달인>의 화자는 학창 시절 자신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던 친구를 찾아간다. 주위 사람들의 내•외면적 특징을 놀랄 만큼 잘 찾아내어 ‘별명의 달인’이라 여겨진 옛 친구. 그를 만나 지난날을 회상하던 화자는, 옛 친구에게 별명 짓기란 재미가 아닌 공포와 고통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음을 떠올린다. 이 소설을 비롯해 죽음에 대한 구효서의 사유를 만날 수 있는 단편집.
[도서] 공포와 고통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
-
<심플하게 산다>를 쓴 도미니크 로로가 생활을 단순하게 유지하는 법을 말한다. 한 페이지에 한 꼭지씩, 스펀지를 반으로 잘라 세제 세 방울만 써 절약을 몸에 익힌다든가, 쓰레기통에 휴지를 던질 게 아니라 휴지통까지 걸어가서 버리는 것만으로 일상의 건강을 유지한다든가 하는 작은 실천법들의 모둠이 바로 <지극히 적게>다. 물건뿐 아니라 지적 검소함을 실천하는 비법으로 침묵을 지키고 남의 의견에 휘둘리지 말 것을 권한다.
[도서] 생활을 단순하게 유지하는 법
-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이 출간된다. 1차로 출간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태풍> 네권을 시작으로 그의 모든 소설을 망라할 예정이다. 각 권 말미에 한국 문학가들의 ‘소세키 독후감’이 실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시인 장석주가 읽은 ‘고양이’의 고군분투, 소설가 백가흠이 말하는 우리 시대의 <도련님>, 문학평론가 황호덕이 꼽은 <풀베개>의 연민,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찾은 <태풍>의 문학론을 만날 수 있다.
[도서] ‘소세키 독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