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영화 좀 본 관객은 누가 살아남고, 죽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곤 한다. 다른 장르가 그렇듯이 재난영화 역시 어떤 규칙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규칙성을 바탕으로 재난영화의 7가지 불문율을 꼽아봤다. 물론 예외 없는 불문율은 아니다.
1. 가장 행복한 날을 조심하라
재난영화에는 ‘재해용 달력’이 따로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재해가 기념일이나 휴가철만 골라 일어나는 사실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여름 성수기의 해운대를 집어삼킨 쓰나미가 있는가 하면(<해운대>(2009)), 산타클로스인 양 크리스마스에 찾아와 선물을 주긴커녕 초고층 빌딩을 잿더미로 바꾼 화재도 있다(<타워>(2012)). <포세이돈 어드벤쳐>(1972)의 거대한 해일은 새해 축배를 드는 사람들이 가득한 배에 찾아와 “해피 뉴 이어!”라는 탄성을 “살려달라!”는 울부짖음으로 바꿔놓았다. 어쨌거나 달력에는 재해가 모습을 드러낼 기념일이 아직 많이 남았다.
2. 과학자가 하는 말을 허투루 듣
나는 누가 죽는지 알고 있다
-
지진, 쓰나미, 홍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또는 화재, 선박과 비행기 사고, 바이러스 유출 등의 각종 사고를 다루는 재난영화(이 밖에 SF영화, 괴수/괴생명체 영화, 범죄영화 등과 장르를 혼합, 제작되는 다양한 재난영화가 있다)는 무성영화시대부터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화재 현장의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소방관들의 활약을 그린 <파이어!>(1901), 베수비오 화산 폭발과 함께 잿더미가 된 폼페이 비극을 그린 <폼페이 최후의 날>(1908) 같은 영화가 있었다. 시각매체인 영화가 스펙터클을 극대화함으로써 관객에게 어필하려 할 때, 재난은 매우 좋은 소재였다. 옛날부터 불 구경, 물 구경, 싸움 구경을 3대 구경거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스펙터클한 재난에 맞선 생존자들의 사투에 스릴을 만끽하며 울고 웃었다.
할리우드에서 재난영화가 가장 유행한 시기는 197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였다. 1977년 1월5일자
영화는 어떻게 재난을 사랑하게 되었나
-
-분당과 분당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그리고 이마트 등 현실의 드라마가 굉장히 세다. 특히 분당 국회의원은 최고의 악역(?)이라 할 만하다.
=실제 지명을 최대한 쓰려고 했다. 분당시나 이마트쪽과 협조가 잘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실제 고유명사뿐만 아니라 대한대학, 한국전자 등이 마구 섞여 있다. (웃음) 국회의원 같은 경우는 손학규 의원이 영화인에게 우호적이라 허락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제작 중간에 국회의원이 바뀌긴 했지만 성남시청의 도움으로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개별적인 정치적 맥락보다는 위기상황에서 벌어지는 광의의 정부쪽 대처를 묘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분들이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멋지게 행동해줬으면 하지만 한반도에서 유사 이래 과연 그랬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는 회사건 개인이건 다들 좀 대범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을 향해 진군하는 분당 시민 시위대의 모습은 거의 정치영화의 한 단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너희 인간들은 안 당하나 봐라”
-
“이처럼 재앙을 막연히 공상하는 일은 우리를 일반적인 의무에서 해방시켜준다는 데에 그 매력이 있다.”(수잔 손택의 글, <재앙의 상상력> 중에서)
재난영화와 관련한 이러한 의견은 오늘날 영화 창작자들에게나 관객에게 특별하지 않거니와 상식이 된 지 오래인 것 같다. 도덕적, 사회적, 정치적 의무는 재난 영화의 장르적 소재와 쾌감을 어쩌지 못하며 재난의 상상에는 그 정도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집단 질병이 바로 그 의무로부터 벗어나버린 공상 중 하나다. 그것은 집단적 전파와 공포라는 필요 아래 전염병이라는 존재로 종종 등장해왔다. <감기>가 그 장르적 맥락에 놓여 있음은 물론이다.
<감기>의 주인공 지구(장혁)는 119 구조대원이다. 또 한명의 주인공 인해(수애)는 감염내과 전문의인데 그녀는 싱글 맘이며 딸 미르(박민하)를 혼자 키우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위험에 처했던 인해를 도운 뒤, 지구는 인해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 그즈음 동남아 밀입국자를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폭력
-
-
한국적 재난영화라는 신종 장르는 최근 몇년간 빠짐없이 한여름의 극장가를 찾아왔다. 올해는 감염 재난 영화 <감기>가 왔다. 서울 외곽도시 분당에 신종 바이러스가 퍼져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이야기다. 감염 재난 영화 <감기>의 특별한 면모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감기>의 김성수 감독 인터뷰도 실었다. 그리고 김경욱 평론가가 재난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종횡하며 영화는 어떻게 재난을 사랑하게 된 것인지 그 사회학적 해부도를 보여준다. 재난영화가 철칙처럼 아끼는 장르의 규칙 몇 가지도 덧붙였다. 한여름에 찾아온 재난영화 <감기>에 관한 그 모든 보고서가 여기 있다.
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에 실체를 부여하는 것. 그게 바로 괴담영화를 보는 재미일 거다. 실제로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상황과 설정을 <숨바꼭질>에서 보고 나니 영화로나마 의문을 해소하고 싶은 몇몇 도시전설들이 떠올랐다. 다음은 남의 집 현관문에 출구조사를 하거나 몰래 숨어 사는 사람의 일화만큼이나 오싹하고 기막힌, 영화화 촉구 괴담의 목록이다.
1. ‘라조육이사이’의 진실
2012년 6월, 한 포털사이트에 이상한 질문이 올라왔다. “라조육이사이 해보신 분 어디서 만드셨나요? (중략) 이왕이면 잘하는 곳에서 하고 싶어서요.^^” 라조육이사이라니, 라조기도 동파육도 아니고 이 무슨 해괴한 단어인가. 그런데 누군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1분 만에 답변을 올렸다. “라조육이사이는 기민함이나 생주, 프리랜서 등등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이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모님 환갑 때, 식사자리에서도 했었고… 결석기민함에도 했었고요. 마음을 전하는
사람 잡는 RT?!
-
멀티플렉스를 찾는 관객에겐 생소한 이름일 테지만, 허정 감독은 단편영화제의 관객이라면 이미 주목하고 있었을 이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전공을 거쳐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연출부로도 활동한 그는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저주의 기간>(2010)과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주희>(2013)를 연출한, 단편영화계의 기대주였다. 관객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불안 요소를 소재로 잡은 뒤, 두려움의 실체를 향해 이야기를 전진시키며 밀도를 쌓아나가는 감독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이 두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저주의 기간>은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 ‘유에포’ (www.youefo.com)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동경의 대상인 친구를 닮길 소원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주희>는
단편 <주희>에 주목!
-
상영 편수로만 따지면 불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은 없었다. 올해 상반기 다소 실망스러웠던 한국 공포영화의 부진을 잊게 해줄 ‘물건’이 나타났다. 8월14일 개봉하는 <숨바꼭질>은 별 생각 없이 관람했다가 큰코다칠 공포스릴러영화다. 수많은 스포일러와 충격의 반전으로 무장한 채 관객의 심장박동을 뛰게 할 준비를 마친 이 영화는 함께 극장가에 걸릴 대작 블록버스터영화들 사이에서도 의외의 적시타를 칠 가능성을 높게 점칠 만하다. <숨바꼭질>의 매력과 더불어 이 작품으로 상업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진 재기 넘치는 신인감독 허정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3년 전이었던가. 전국에 섬뜩한 괴담이 떠돌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초인종 옆에 정체불명의 표식이 있는데, 그 표식이 그 집에 살고 있는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의 숫자를 의미한다는 소문이었다. 남몰래 출구조사를 하는 건 범죄자들의 소행이 틀림없다고 많은 사람들은 믿었다. CCTV를 확인해보아도 표식을 남
정말이지, 깜짝 놀라실 겁니다
-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에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었던 심달연 할머니. 그리고 심달연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그림책 <꽃할머니>를 그려가는 권윤덕 작가. ‘한.중.일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에 참여한 권윤덕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통해 ‘평화’를 얘기하려 하지만, 일본에선 자신들의 민감한 역사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이 작품이 영 불편하다. 결국 <꽃할머니>는 2010년에 한국에서 먼저 출간된다. 자신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 세상에 나온 것을 확인한 심달연 할머니는 책이 출간된 몇달 뒤 눈을 감는다. 자신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는 끝내 보지 못하고. 심달연 할머니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안겨준 권윤덕 작가는 그 과정에서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싶은 것>에서 <꽃할머니>의 그림책 구연을 맡은 배우 김여진이 권윤덕(오른쪽) 작가와 만나 그 시간을 함께 얘기했다. ‘
이건 우리 문제예요
-
오후 8시로 예정된 촛불집회. 차가 막힐 줄 알고 조금 일찍 출발했더니 무려 30분이나 일찍 시청역에 도착했다. 묘한 흥분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기분으로 지하철 출구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데, 잔뜩 깔려 있는 경찰들 너머로 보이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사람들. 주최자도 아닌데 갑자기 초조해지는 마음에 온몸에서 보송보송 땀까지 올라온다.
다행히 시간을 보니 아직도 시작 십여분 전. 커피 전문점에 가서 찬 음료를 한잔 마시고 돌아올 생각으로 혼자 쫄래쫄래 광장 옆으로 걸어가니 수많은 경찰과 그 안쪽에 조르르 앉아계신 어르신들이 보인다. 어르신들 앞에서 한복을 입은 한 여가수가 전통가요를 힘차게 불러젖히는데, 이상하게도 볼륨을 엄청나게 높인 스피커는 어르신들이 아닌 시청광장쪽을 향해 있다.
그 광경을 희한하다는 듯 쳐다보며 속닥거리는 여경들을 지나쳐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니 예의 평화롭게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보인다. ‘혹시 저들도 광장에 가기 전 땀을 식히려고 온 이들일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
다음 생에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면 좋겠다는 상상을 종종 한다. 세계 4대 쓸데없는 고민임을 알면서도 좀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운 게 있다면 수지 닮은 외모로 태어날까, 설리 닮은 외모로 태어날까 하는 거고, 또 하나의 고민은 만화 잘 그리는 사람으로 태어날까, 춤 잘 추는 사람으로 태어날까 하는 거다. 사실 예쁜 외모로 주목받고 싶다거나 내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마음과 달리 춤을 잘 추고 싶다는 건 굳이 남에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행복할 것 같은, 오롯이 자기만족을 위한 바람이기도 하다.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멋진 동작을 만들어내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유치원에서 나비춤을 배울 때도 선생님에게 왜 그렇게 움직임이 뻣뻣하냐는 타박을 들었고, 초등학생 때 ‘앞으로 가!’라는 구령에 오른발과 오른팔이, 왼발과 왼팔이 한꺼번에 나가서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을 만큼 태생적 몸치에게 춤이란 영원한 미지의 영역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지은의 TVIEW] 몸으로 말해요
-
분쟁 지역에 가게 되었다고 메신저에서 울고 있던 신문기자 선배가 모임에 나타났다. 어찌된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선배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여권 유효기간이 다 되어서 공항에서 돌아왔노라고. 덕분에 회사에서 모진 구박을 받으며 온갖 막노동을 떠맡게 되었지만 선배는 행복해했다. 우리도 모두 축하했다. 그래,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최고야, 그러다 가늘고 짧게 사는 수도 있겠지만.
선배가 일부러 그랬을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대학 시절, 카투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헤어지겠다고 협박하는 여자친구 때문에 맹렬하게 시험 공부를 하고선 주민등록증을 놓고 시험 보러 갔던 사람이니까. 군대는 결국 현역으로 갔고, 여자친구에게 차였다.
그 뒤 몇년이 지난 주말, <더 테러 라이브>를 보면서 반성했다. 우리는 안전지대 안에서만 머무는 분쟁 지역 취재도 무섭다며 징징거리는데, SNC 이지수 기자는 용감하기도 하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다리를 떠나지 않다니. 그러고
[김정원의 피카추] 이렇게 다 용감해?
-
베를린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 10년 전쯤일까, 고학생이던 그는 공원 등지의 쓰레기통에 쌓인 빈 캔과 병들에 눈이 갔다. 자원 재활용 강국인 독일에서는 당시에도 이런 것들에 적지 않은 값을 쳐줬는데, 부지런히 움직이면 생계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던 어느 한여름, 깡통들이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더 일찍 나가봤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의 ‘작업’을 눈여겨보던 노숙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든 것이다. 새벽같이 나가야겠다 다짐하다가 문득 먹고살기 힘든 노인들 벌이를 빼앗는 것 같아 관두었단다.
일개 고학생의 마음도 이럴진대 고물 주워 생계 잇는 이들의 생업을 하루아침에 빼앗는 일이 정부 주도로 벌어졌다. 일정 부지 규모(2천㎡, 특별/광역시는 1천 ㎡) 이상의 고물상은 폐기물 처리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고, 분뇨나 쓰레기 처리 시설을 둘 수 있는 잡종지에서만 고물상을 할 수 있도록 한 개정 폐기물관리법이 지난 7월24일부터 시행되었다. ‘고물상 재벌’ 만들려는 게 아니
[김소희의 오마이 이슈] 리어카 끌고 순환도로 탈 순 없잖아
-
보안 전문가 남궁민수(송강호)와 반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마침내 설국열차의 지배자 윌포드(에드 해리스)와 기차의 엔진이 거처한 최전방 칸의 문 앞에 이르렀다. 커티스는 자신의 치욕스런 과거를 고백하고 참회한 뒤, 남궁민수에게 빨리 마지막 문을 열라고 재촉한다. 남궁민수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다른) 문을 열고 싶어. (열차의 벽면에 난 문을 가리키며) 워낙 오래 갇혀 살아서 저걸 벽처럼 생각하게 됐는데, 사실은 좆도 문이란 말이지. 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잔 말이지….”
이 대목에서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건 봉준호의 대사가 아니다. 물론 이 대사는, 그 서민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지적이며 급진적이다. 그는 지금 하층민의 봉기에 의한 권력 교체만을 생각해온 커티스에게 체제의 변혁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체제의 바깥을 꿈꾸는 형이상학적 결단을 제안하고 있는 중이다. 마침내 그의 딸 요나(고아성)에 의해 기차의 벽은 폭파되고 연이어 기차 전체가 붕괴된다.
[신 전영객잔] 봉준호 바깥의 봉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