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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제작진을 취재하러 모인 수많은 매체를 수용하기 위해 제작사가 한층을 통째로 인터뷰 룸으로 세내다시피한 호텔 복도를 성큼성큼 가로지르다가 틸다 스윈튼이 킥 웃었다. “꼭 공항 보딩 게이트 같지 않아요? 저 문으로 들어가면 부산, 이 문으로 가면 서울로 날아가는 거예요.” 인터뷰 전날 입국한 틸다 스윈튼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설국열차>의 최종 편집본부터 시사했다. “크리스의 손에서도 커티스는 이미 흥미로운 인물이었지만 완성본을 보고나서야 <설국열차>가 리더십이라는 주제에 대해 얼마나 깊고 현대적이며 정치적인 탐구인지 알았어요.”
질서가 곧 생존이라고 또박또박 역설하는 <설국열차>의 메이슨 총리를 객석에서 바라보며, 나는 진보적 예술가로서 견해를 숨긴 적 없는 현실의 틸다 스윈튼이 메이슨의 논지를 말끝마다 반박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실없이 웃었다. 당신과 정반대인 여자를 연기하는 재미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그녀는 “누가 여자래요?
[틸다 스윈튼] 누가 여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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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탑승자들이 다시 모였다. 영화 속 절대권력자 윌포드(에드 해리스) 위의 진짜 권력자 봉준호 감독까지, 17년째 끝없이 같은 궤도를 달리던 설국열차에서 내려온 그들이 편한 표정으로 만났다. 꼬리칸의 리더이자 봉기의 주인공이었던 크리스 에반스는 수염을 깎고 모자를 벗어 마치 청춘영화의 주인공처럼 카메라 앞에 섰고, 굵은 뿔테 안경과 무채색의 코트를 벗어던진 틸다 스윈튼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 창백한 매력을 뽐냈으며, 송강호 역시 오랜 파트너 봉준호 감독과 함께 그들을 안내했다. 봉 감독을 향한 그들의 애정은 변함없었다. “배우를 다루는 데는 타고난 감독”이라는 게 그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봉 감독 또한 그들의 장점을 하나둘 열거하며 맞받아쳤다. 특별한 사전 협의 없이 공교롭게도 서로 비슷한 의상 컨셉으로 모이게 되자, “우리는 <맨 인 블랙>!”이라는 틸다 스윈튼의 얘기처럼 내내 화기애애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국열차] TEAM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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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직으로 물러난 방송계의 유명 앵커 윤영화(하정우)가 테러범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생방송의 이슈로 삼아 자신의 위상을 복구하려다가 도리어 그 테러사건의 중심으로 휩쓸리고 만다. 주인공은 정해진 장소를 벗어날 수 없으며 영화 속 시간은 거의 실시간에 맞춰 앞으로 달려간다. <더 테러 라이브>의 내용과 형식이다. 생전 처음 보는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에 장점이 있다면, 그건 적당한 기획 아이디어만으로는 돌파되지 않았을 지점들을 돌파해내는 창작자의 특별한 뚝심과 고집에 있다. 게다가 그걸 해낸 이가 이제 막 상업영화에 발을 뗀 경우라면, 그 사람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테러 라이브>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병우 감독을 만난 이유다.
-뉴스 속보들을 보면서 <더 테러 라이브>를 떠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디어 구축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그 일화는 사실 일부분이라고 말해야 할 거다. 크게 본다면, 이 영화를 어떻게 만
[김병우] 끝까지 속도감 넘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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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 출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왼쪽)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감독 제임스 L. 브룩스 / 출연 잭 니콜슨, 헬렌 헌트(오른쪽)
쩨쩨한 남자들이 판을 친다. 다른 곳도 아니고 로맨틱코미디에서 말이다. <귀여운 여인>의 리처드 기어나 <노팅힐>의 휴 그랜트 같은 신사적이고 감미로운 남자주인공들은 애초에 멸종됐다. 그들을 보내고 얻은 남자라고 해봤자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패트릭(브래들리 쿠퍼)같은 ‘정신 나간 놈’뿐이니 확실히 이건 남는 장사가 아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패트릭은 분노조절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같은 동네 사는 여자 티파니(제니퍼 로렌스)가 패트릭의 영혼에 구세주로 다가온다. 남편 죽고 닥치는 대로 딴 남자와 잠자리를 갖는다는 티파니도 미친 강도로 따지면 패트릭과 맞먹는 지경이지만, 적어도 패트릭보다는 이성적이다. 따지고 보면 지친 영혼을
[digital cable VOD] 쩨쩨한 로맨스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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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일기>를 쓴 아르투로 파올리는 이탈리아의 신부다. 세계대전 동안 동료 사제들과 800명이 넘는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그는 1954년 아르헨티나행 배를 탄 뒤 알제리의 사막에서 수련하고 해방신학의 선두주자로서 라틴아메리카에서 45년을 보냈다. 종교인이 쓴 책이지만 힐링이라는 당의정을 상처에 바르고 핥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도시에서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삶과도 완전히 다른 사막에서의 시간.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막일기>는 사막이라는 장소에서 신을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파올리가 사막에서 지내게 된 이유는 ‘예수의 작은 형제회’를 만나 수련을 받기 위해서였다. 사하라 사막에서 홀로 죽은 샤를 드 푸코의 뒤를 이어 엄격한 봉쇄 기도 생활, 성체 조배와 노동을 하며 지내던 ‘예수의 작은 형제회’의 수도사들은 전쟁에 참전하면서 사회와 교회로부터 소회되는 가난한 이웃들을 돕게 된다. 처음부터 원대한 뜻을 품고 사막으로 향한 것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사하라에서 신을, 시베리아에서 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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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가장 큰 공포는 인간이 100살까지 죽지 않고 살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직장생활로는 반평생 실직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알렉스>를 쓴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는 57살의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대기업의 채용에 응시하기 위해 가상 인질극을 벌여야 하는 알랭 들랑브르는 합격자가 내정돼 있다는 말을 듣고 극단적인 수단을 쓰기로 한다. 르메트르의 아버지가 50대 중반에 실직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도서] 반평생 실직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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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 <필로우 토크~침대를 향한 기대~>의 원작으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다나베 세이코가 쓴 또 한편의 연애소설이다. 남자가 ‘갈까’라고 말하면 당연히 러브호텔에 가자는 뜻이라고 생각하는 나이와 경험의 여자주인공에게 사랑은 어떻게 다가올까. <아주 사적인 시간>을 비롯해 다나베 세이코표 연애소설 특유의 시니컬하고 때로 잔인한 현실감각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도서] 다나베 세이코표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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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등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 강신주가 무슨 질문에든 다 답해준다. 1권은 사랑, 몸, 고독에 대해, 2권은 일, 정치, 쫄지마라는 주제에 대해 상담 사연을 받고 그에 대해 답한다. 무난하고 착하게 사는 게 목표일 대다수의 한국인에게, 언제나 절대 착하게 살지 말 것, 부모 말만 듣지 말고 적당한 때 집을 나올 것을 권하는 그의 조언은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지만 효과는 뛰어나다.
[도서] 착하게 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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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에서는 나이듦을 이렇게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이 반복인 것처럼, 두 번째, 세 번째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지는, 그런 시기.”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의 나이듦은 조금 복잡하다.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칠순의 나이가 문제라기보다는 병, 그러니까 알츠하이머가 문제라서다.
아버지를 죽인 일을 시작으로 30년간 꾸준히 사람을 죽여오다 25년 전부터는 그 일을 그만두고 살아가는 연쇄살인범 김병수에게는 모든 일이 전에 없던 것처럼 느껴져서 문제다. 그에게 모든 사건은 낡고 닳고 뻔한 게 아니라 매번 새롭고 위태롭고 이상한 것이 된다. 매번 글로 기록하고 목소리를 녹음해서 어떻게든 기억해보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다. 개는 있다 없다 하는데 그가 키우는 개인지 남의 집 개인지 매번 헷갈린다. 수상한 사람이 보인다. 그래도 상관없었을지 모른다. 그의 딸이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면. 아, 딸 은희 얘기를 빼먹었나. 그 옛날 그의 손에 죽은 부부의
[도서] 한 살인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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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후앙 카를로스 메디나 감독은 통각상실증 환자들을 영화의 도구로 사용해 인간 내면의 잔혹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과감한 교차편집으로 과거와 현재의 서사를 잇는다. 스페인 내전 발발 직전의 한 마을, 베르카노(토마스 레마르퀴스)를 비롯해 통각상실증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은 외딴 병원에 실험체로 수감된다. 병원에 갇힌 채로 자란 베르카노는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해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으로 성장한다. 한편, 현재 시점에서 외과의사 다비드(알렉스 브렌데뮬)는 희귀병에 걸려 부모의 골수를 기증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진짜 부모를 찾아나서고, 자신의 출생과 관련한 끔찍한 과거와 만나게 된다.
-내전에 관한 일종의 죄의식이 영화 곳곳에서 엿보인다.
=스페인의 철학자 미겔 데 우나무노는 스페인 사회의 한 단면을 카인과 아벨에 빗댄 적이 있다. 영화에 “카인이 아벨을 죽인 이유가 사실은 피를 정화하기 위해서였다”는 대사를 넣은 것
[flash on] “편집의 아이디어는 <대부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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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 학사와 운영분석학 석사까지 마치고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이가 어느 날 갑자기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할 것이다. 야론 질버먼 감독은 첫 다큐멘터리영화 <워터마크>(2004)전까지 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각종 영화제에서 인정받았고, 이어 두 번째 영화이자 극영화 데뷔작인 <마지막 4중주>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배우들과 함께 완벽한 앙상블을 완성해냈다. 친구의 다큐멘터리 영화사업 계획을 세워주며 뒤늦게 영화계에 발을 들였지만 이제는 주목받는 감독으로 급부상한 그에게 영화, 음악, 인생을 적절히 조율해나가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클래식, 그중에서도 실내악을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인 취향과 체험이 <마지막 4중주>의 제작에 반영되었나.
=이 작품은 베토벤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밝힌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에 대한 오마주이자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작
[flash on] 삶에는 조율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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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의 스포일러가 첫 단락에 있습니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3부작을 앉은자리에서 한번에 보여주는 영화다. 정연한 3막 구조와 작위적이기까지 한 운명의 작동이 고대 비극을 방불케 한다. 부자 관계, 죄와 벌, 남자들의 멜로를 예민한 연출과 대범한 이야기로 그려낸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 <블루 발렌타인>과 <대부>의 만남이라고 부를 만하다. 1부의 주인공은 떠돌이 오토바이 스턴트맨 루크(라이언 고슬링), 2부의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루크와 마주친 순간 계획하지 않은 길로 인생 경로가 휘어진 경찰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다. 기구한 인연의 두 사내에겐 동갑내기 젖먹이 아들이 있다. 불운한 루크가 연인에게 남긴 마지막 부탁은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줘”가 아니라 “나에 대해 아이에게 말하지 마”다. 루크의 어린 아들을 본 이후 죄책감을 심장에 얹은 에이버리는 아들에게 흔쾌히 사랑을
[데인 드한] 지켜보고 싶은 창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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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스토리텔러들이 마련한 알짜배기 스토리텔링 강의가 온다. 오는 8월27일에 개강하는 한겨레 스토리 스쿨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게임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 덩어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아이템 선정부터 시작해 최종 트리트먼트를 완성하기까지 3개월여 동안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 스토리텔러들이 수강생과 맨투맨으로 붙어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고 다듬어갈 예정이다. 13주간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될 각 강의에선 장르별 전문가들이 15명의 수강생을 교차로 지도한다. 강의는 수강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강사진은 다음과 같다. 한겨레출판의 이성욱 기획위원은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꽃미남 라면가게> 등 만화 원작을 영화 및 드라마와 연계해 활발하게 제작해왔고, 현재 씨네21북스에서 직접 기획하고 출간한 소설 <심여사는 킬러>를 영화로
[스토리 공작소] 탐나는 이야기 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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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소녀 엠케이는 오랜만에 아빠와 살기 위해 돌아왔지만, 괴짜 과학자 아빠는 숲속 작은 존재들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에만 골몰해 있다. 초록 숲에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 우연히 기이한 소동에 빠져든 엠케이는 숲의 생명을 품은 꽃봉오리를 보호하기 위해 문제아 노드, 수다쟁이 달팽이 듀오와 함께 험난한 모험을 펼치게 된다. 어두운 세력을 이끄는 맨드레이크는 초록 숲의 생명을 파괴하고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에픽: 숲속의 전설>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생령의 인격화, 소녀의 모험담, 선악 갈등의 패턴을 선보이는데, 독창성에 욕심내지 않고 고전적인 방식을 따랐다. 작은 존재의 기이한 모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엄지공주>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유럽 동화의 전통을, 숲의 정령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웃집 토토로>나 <모모모케 히메> 같은 에코 아니메의 전통을 반반씩 계승하고 있다. 식물을 의인화하는 방식에선 &
초록 숲의 황홀한 비주얼 <에픽: 숲속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