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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보인다. 나에게만 보인다. 스페인영화 <고스트>는 귀신 보는 남자 모디스토(라울 아레발로)의 모험담이다. 초능력 때문에 불편하기만 한 모디스토의 ‘남다른 능력’이 발휘되는 장소는 학교다. 미모의 젊은 교장 티나(알렉산드라 히메네즈)는 연일 출몰하는 귀신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86년 졸업을 앞두고 교내 도서관 화재로 죽은 다섯 학생들은 학교에 상주하며 인간계를 교란시킨다.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때, 신임교사로 부임한 모디스토는 티나의 부탁으로 귀신 학생들과의 화해를 모색한다.
<사랑과 영혼> <오싹한 연애> <헬로우 고스트> 같은 여러 영화와 친족 관계에 있는 영화. 신선함을 앞세우기보다 익숙한 방식의 전개를 택했다. <고스트>의 학교를 제대로 보자면 1980년대 복고에 대한 향수를 불러내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학생 귀신들은 죽음을 맞이한 해, 바로 1986년에 머물러 있다. 모디스토와 일면식을 튼 귀신
오싹함보다는 코믹함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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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곡, 김선 감독의 2010년 작품 <방독피>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네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방독면을 쓴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이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 가운데 자신이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믿는 ‘늑대소녀’ (장리우)는 연쇄살인의 다음 희생자가 되기 위해 지원자들을 모은다. 또한 자체 제작 코스튬을 입고 다니며 슈퍼히어로를 꿈꾸는 보식(박지환)은 마침내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자를 만난다. 한편 서울시장 후보 주상근(조영진)은 의문의 살해 협박을 받고 불안에 떨며 선거 결과를 기다린다. 마지막 인물인 주한미군 패트릭은 세상을 떠난 애인 순이가 연쇄살인의 피해자라 믿고 그녀의 생전 흔적을 쫓는다.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이지만 감독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방독피>는 매끈한 장르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 비현실적인 사건의 갑작스런 개입, 과감한 시각적 은유, 내러티브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 난해한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 <방독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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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 넘치는 경찰 닉(라이언 레이놀즈)은 범행 증거인 금을 빼돌리려는 동료 바비(케빈 베이컨)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고 만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죽었다는 슬픔에 잠길 겨를도 없이 닉은 저승의 R.I.P.D.(Rest In Peace Department) 부서에 배치된다. 인간으로 위장한 채 살아가는 악령들을 퇴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곳에서 닉은 19세기의 보안관이었던 로이(제프 브리지스)와 함께 다시 기묘한 이승 생활을 시작한다. 닉은 필사적으로 금덩어리를 지키려 하는 의문의 악령을 퇴치한 뒤 직감적으로 이 사건과 바비의 음모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만 수사과정에서 인간사회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닉과 로이는 24시간 뒤 영혼이 소멸당할 위기에 처한다.
대략의 줄거리만 보아도 수많은 버디 형사물, 특히 <맨 인 블랙> 시리즈가 바로 떠오를 것이다. 현실이 아닌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투른 신참 형사와 괴팍한 베테랑 형사 콤비의 액션활극 말이다. 제작진과 감
기묘한 이승 생활 < R.I.P.D.: 알. 아이. 피. 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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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의 어느 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소녀 렉스(레이븐 애덤슨)는 자기보다 약간 사정이 나은 친구 매디(케이티 코시니)의 창문을 두드린다. 그 뒤로 두 소녀는 주변에서 아버지, 삼촌, 선생님, 또래 남자아이들로부터 온갖 몹쓸 짓을 당한 다른 친구들을 모아 비밀동맹 ‘폭스파이어’를 결성한다. 폭스파이어는 세상을 향한 복수를 꿈꾸며 자신들을 억압하는 남성, 권력, 자본에 맞선다. 렉스는 그 복수를 혁명의 수준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치기어린 이상은 다시 현실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고 만다.
리얼리스트 로랑 캉테의 필모그래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준작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에서 소재를 가져온 점, 비전문배우들을 기용한 다큐멘터리적 연출법, 매디라는 내레이터를 내세워 중요 사건들을 중계하는 방식, 시대와 체제에 문제제기를 하는 동시에 낙관주의를 거부하며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오롯이 드러내는 주제 등은 낯익은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원작에 나와 있
세상을 향한 복수 <폭스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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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성공(남연우)은 친구들과 함께 장미(양조아)를 집단 성폭행한다. 성공은 거부하지만 친구들의 폭력과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장미를 성폭행한 것. 10년 뒤 성공은 소규모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성공은 교회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장미를 만나게 된다. 장미 역시 그때의 충격으로 자물쇠를 몇겹이나 채우고 살며 교복 입은 남자들이 말만 걸어와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성공은 그녀를 지켜주리라 결심하고 그녀의 곁에 머문다.
영화의 시작 장면, 핸드헬드로 흔들리는 카메라는 긴장감을 유발하며 생생한 현장감을 잡아낸다. 그 밀도 속에서 성공은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이면서도 장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된다. 영화는 매일 우리를 스치는 기삿거리로 전락해버린 사건을 뒤로 돌려놓고 시작한다. 이후 영화의 밀도를 유지하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추동력은 캐릭터다. 영화는 초반, 성공의 캐릭터에 많은 투자를 한다. 성공은 5년 동안 지각 한번 하지 않았으며 돈 있냐는 친구의
죄의식과 죄책감 <가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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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마술을 ‘카메라 트릭’이나 ‘속임수’가 아니라 ‘환상’(illusion)으로 여겨주길 바랐다. 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흥미로운 환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어떤 쾌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가 마술 교육을 통해 재활치료를 시도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처럼 마술이란 믿는 이들에게는 ‘위대한 환상’이지만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싸구려 눈속임’이 되곤 한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마술을 둘러싼 이같은 대립을 영리하게 활용한 영화다.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영화의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무명의 길거리 마술사들이었던 네명의 마술사 ‘포 호스맨’은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 한자리에 모인다. 현란한 카드 마술로 여심을 사로잡던 아틀라스(제시 아이젠버그), 숟가락을 구부리는 재주보다 관객의 시계와 지갑을 손에 넣는 재주가 훨씬 뛰어난 잭(데이브 프랑코),
‘너무 가까이서 보면 보이지 않는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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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쿵후영화들이 무술(武術)의 속도와 힘을 얼마나 현란하게 담아낼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일대종사>는 삶 전체를 관통하는 무예(武藝)의 경지를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움직임을 절제하는 듯 보인다. 이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무예의 정수는 바로 ‘정중동’(靜中動)인데, 빠르게 움직이는 몸을 포착하기보다 소리도 속도도 없이 움직이는 마음을 담아내는 데 더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이 이 작품이 액션 장면을 소홀히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인공으로 하여금 더 강한 적을 만나면서 성장하게 하는, 혹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관객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액션의 강도를 높여가는 일반적인 쿵후영화의 공식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엽문(양조위)은 말한다. “쿵후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두번 반복되며 영화를 열고 닫는 문(門) 역할을 한다
인생을 관통하다 <일대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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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13일. 자그마치 130년 만에 볼 수 있다는 페르세우스 유성우 관측 소식으로 모두가 들떴다. 8월12일 저녁에 만난 권오철 작가의 휴대폰은 계속해서 울려댔다. 몇시부터 볼 수 있는지 혹은 어디로 가야 유성우를 볼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방송국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의 공식적 직업은 천체사진가다. 전세계 천체사진가모임인 TWAN(The World At Night)의 일원인 그는 밤하늘의 빛을 담는 데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다. 지난 7월21일 SBS 스페셜에서 방영된 <오로라 헌터>에서는 권오철 작가의 특별한 직업이 소개되기도 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기 <신의 영혼 오로라>의 저자이기도 한 권오철 작가를 만났다.
-방송 덕분에 부쩍 바빠졌겠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알았다. 사람들이 오로라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걸. 요즘은 책 관련해서 일주일에 두번 ‘오로라 강연회’도 열고 있는데 늘 정원 초과다. 200명 넘게 사인을
[trans x cross] 죽을 때까지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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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엥겔스는 가족해체의 무의식이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공적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역설적인 역사의 장난’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늘날 ‘사생아, 불륜, 가족의 해체’ 등 자극적 소재들이 스크린을 넘나드는 것을 보면서, 유독 그의 말이 떠오른다. 어쩌면 올해 15회째를 맞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이 과격한 서구화의 출구를 제시할지 모르겠다. 지난 15년간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문화 인프라 개발에 기여한 이 행사는 어느덧 40개국 142편에 이르는 다양한 영화들을 선보이는, 서울 최대 규모의 영화제로 성장했다. 올해는 8월22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과 아리랑시네센터, 성북천 바람마당과 성북아트홀, 한성대학교 등 성북구 일대에서 영화제가 진행된다.
개막작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개막작은 스콧 맥게히와 데이비드 시겔이 연출하고, 줄리언 무어가 출연한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이다. 헨리 제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제] 괜찮아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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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감독 폴 그린그래스 / 출연 톰 행크스, 캐서린 키너, 맥스 마티니
2009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선장 리처드 필립스의 탈출과 네이비실의 구조작전을 다룬다. 톰 행크스가 리처드 필립스를 연기하고,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했다.
[WHAT'S UP]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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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뉴스를 즐겨 찾는 독자라면 지난 7월12일 미국 내 한정 개봉한 <프루트베일 스테이션>이란 작품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27살의 신예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데뷔작으로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고,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최우수 데뷔작으로 뽑힌 바 있다.
<프루트베일 스테이션>은 2009년 1월1일 새벽,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고속통근열차(BART)에서 경찰에게 사살당한 22살 흑인 청년 오스카 그랜트 3세의 마지막 하루를 조명한다. 그랜트는 이미 경찰에게 물리적 제지를 당해 플랫폼에 엎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게 사살당했다. 해당 경관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총기를 실수로 발포했다는 변호가 받아들여져 2급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로 판정돼 2년형을 받고, 실제로는 11개월 복역한 뒤 2011년 석방됐다. 만일 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종이 뒤바뀌었다면 아마도 같은 판결이 나오긴 힘
[뉴욕] 미국이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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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숨바꼭질> 물러가라!
[정훈이 만화] <숨바꼭질>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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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가 스크린으로 소환되고 있다. 포문을 연 건 <대부> 시리즈다. 2010년 5월 전국 16개관에서 재개봉한 <대부>(1972)는 2만5천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10월 전국 13개관에서 재개봉한 <대부2>(1974)는 1만8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데미지>(1992)와 <타인의 삶>(2006)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에 차례로 재개봉해 각각 2956명과 4423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2월과 4월에 차례로 재개봉한 <러브레터>(1995)와 <레옹>(1994)은 손익분기점인 2만명보다 두배가량 많은 각각 3만8천여명과 4만2천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편수로 보나 흥행 성적으로 보나 극장가에서 재개봉 열풍이 불고 있는 건 분명하다. 수입사 관계자들은 재개봉 영화가 중/장년층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을 재개봉 열풍의 주요 원인
[포커스] 그리우니 장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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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지옥이 뭐가 나빠> <뇌남>
2012 <악의 교전> <왕과 나>
2011 <두더지> <신성 카마테짱!> <8밀리미터>
2009 <사라소이> <두꺼비 기름>
드라마
2013 <Woman> 등 다수
2012 <미래일기-어나더: 월드->
2011 <템페스트>
2010 <아타미의 수사관>
2007 <수험의 신>으로 데뷔
“태어날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니카이도 후미가 14살 때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뚜렷한 이목구비의 외모에 호소력있는 연기까지 겸비한 그녀는 데뷔 뒤 이내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고 소노 시온 감독의 <두더지>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며 단번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촬영 현장에서 느끼는 희열이 더
[who are you] 니카이도 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