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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여배우가 할리우드를 사로잡았다. 두번의 오스카 후보 지명, 한번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지난 2년간 10여편의 주목할 만한 영화에 출연…. 그녀의 정체는 <제로 다크 서티>의 히로인, 제시카 채스테인이다. 그녀는 요즘 들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자주 들려오는 이름치곤 아직 한국 관객에게 생소한 존재다. 올 3월 개봉한 <제로 다크 서티>, 4월18일 개봉을 앞둔 <테이크 쉘터>를 통해 제시카 채스테인의 매력을 짚어봤다.
유명하지 않은 유명인. 이 어불성설 같은 말이 제시카 채스테인을 설명할 때 필요하다. <제로 다크 서티>의 마야 역으로 올해의 가장 강력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던 그녀에게 무슨 실례냐고? 솔직히 말해보자. <트리 오브 라이프>의 자애로운 어머니, <헬프>의 푼수 새댁, <제로 다크 서티>의 CIA 여성 요원으로부터 제시카 채스테인의 이름을 곧바로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
[제시카 채스테인] 미지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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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범죄조직이 관리하던 도박판이 정체불명의 도둑들에게 털린다. 세탁소 사장이 도박장의 불법적인 돈을 노리고 종업원과 그의 친구에게 강도짓을 주문한 것. 사장은 도박판의 돈을 빼돌리고 사기를 친 전적이 있는 중간 관리자 마키(레이 리오타)가 범인으로 의심받을 거라며 안심한다. 하지만 돈을 잃은 도박꾼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 킬러를 고용하면서 분위기는 일변한다. 오직 돈과 자신밖에 믿지 않는 잔혹한 킬러 잭키 코건(브래드 피트)은 일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무심하고 깔끔하게 죽여나간다.
<킬링 소프틀리>는 1974년 출간된 조지 V. 히긴스의 소설 <코건의 거래>를 원작으로 한 하드보일드 갱스터영화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에 이어 다시 한번 앤드루 도미닉 감독과 호흡을 맞춘 브래드 피트가 주연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아 화제를 모았으며,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었다. 영화는 갱스터들의 세계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부드
오직 돈과 자신 뿐 <킬링 소프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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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차에 탄다. 여러 남자가 차에서 내린다. 그는 한 사람이다. 고급 리무진 홀리모터스를 타고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파리 곳곳을 누비는 이 남자의 이름은 오스카(드니 라방). 그는 차에서 내릴 때마다 유능한 사업가가 되고, 가정적인 아버지가 되고, 모션 캡처 배우가 되고, 광대가 되고, 거지가 되고, 암살자가 되고, 광인이 된다. 종국에는 영화라는 움직임으로 남는 아홉번의 삶. 아홉번의 동력. 홀리‘모터스’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폴라 X>(1999) 이후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못한 채 한때 세상에 부적응한 몰락한 천재의 전형으로 여겨졌다. 13년 만에 다시 우리 앞에 돌아온 그는 드디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았다. 세간의 관심과 찬사가 다시 모아졌고, <홀리모터스>는 각종 언론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2012년의 영화로 기록되었다. 오랜 고독 속에서 침묵을 깨고 돌아온 그의 목소리
영화에 대한 자기 반영적 결과물 <홀리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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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김민경 PD의 외할머니인 강상희씨의 개인사로 출발한다. 강상희의 남편 김봉수는 제주시 애월읍 납읍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4.3 사건의 희생양이 되어 총살당했다. 강상희는 딸과 함께 10년 만에 남편과 시어머니의 무덤을 찾고 이후 카메라는 제주를 돌며 4.3 당시 학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며 그 공간을 화면에 담는다. 돌과 나무, 물, 바람, 곤충 등 자연의 모습과 더불어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는 텔레비전, 자동차, 라틴댄스를 추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카메라는 함께 보여준다. 영화는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4.3 사건 전후 제주도에서 이주해 정착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1949년 이덕구 부대가 토벌대와 맞서 최후의 항전을 벌인 이덕구 산전을 비롯해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던 곳을 찾아가던 영화는 강정 마을까지 이른다. 학살이 일어났던 그곳에서 영화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강상
우리의 아픔이자 슬픔이었던 것 <비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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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니콜 감독의 전작 <인 타임>(2011)은 시간을 화폐로 설정한 아이디어만 인상적인 SF영화였다. 산으로 올라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가타카>(1997)에서 보여준, SF 장르를 능숙하게 다루는 재능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내놓은 <호스트> 또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로맨스영화다. 폭력도, 굶주림도 사라진 평화로운 지구. 그러나 지구는 더이상 인간의 터전이 아니다. 인간의 뇌에 침투해 몸을 조종하며 살아가는 ‘소울’이라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정복했기 때문이다. 멜라니(시얼샤 로넌) 역시 거세게 저항하다가 결국 소울에 당한다. 소울은 멜라니의 몸에 ‘완다’를 집어넣는다. 사라졌어야 할 멜라니의 영혼이 되살아나면서 멜라니(혹은 완다)의 몸속에는 멜라니와 완다 두 인격체가 공존하게 된다. 멜라니는 자신의 육체를 지배한 완다에 맞서며 가족이 숨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헤어졌던 연인 제라드(맥스 아이언스)와 동생
하나의 신체에 두 개의 인격체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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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인(황정민)과 나루(김효진)가 서로의 몸을 채찍질하는 가학적인 정사장면으로 시작한다. 자동차 안에서 위험한 정사를 즐기던 그들은 결국 교통사고가 나고 재인이 죽게 된다. 충격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내 정하(엄정화)에게 나루가 곁에만 있게 해달라며 찾아오고 둘은 결국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이야기 구조와 영화 속 시간과 공간을 비튼다. 영화의 서사는 크게 두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동창회에서 만난 재인과 정하는 정하의 집에서 술을 더 마시게 되고 재인은 정하에게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재인과 정하, 나루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흔히 봐왔던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조를 취하는 것 같지만 영화 속 재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5년 뒤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인물이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 재인이 죽고 나루가 찾아오면서 끝인 줄 알았던 세 사람의 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죽
끊임없이 파생되는 인간의 욕망 <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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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차 부부인 케이(메릴 스트립)와 아놀드(토미 리 존스)의 열정은 식은 소갈비 요리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오랜 각방살이에 익숙해진 아놀드는 서로 마주보지 않고 대화하는 데 귀재이며, 아내 얼굴보다 신문이나 골프 채널을 응시하는 편이 편한 50대 남자다. 그와 “한방을 쓰는 것도 아닌 기숙사 룸메이트”처럼 살아가던 케이는 욕구불만이 한계에 달하자 결단을 내린다. 고이 모아뒀던 4천달러짜리 채권을 털어 버나드 펠드 박사(스티브 카렐)의 상담 프로그램에 딱 1주 동안만 자신들의 운명을 의탁해보자는 것이다.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위기의 중년 부부를 위한 자기 계발서를 단계별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들의 부부생활 구원 프로젝트가 설득력을 갖는다면 그것은 온전히 배우들의 덕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이어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과 다시 손을 잡은 메릴 스트립은 중년 여성의 현실과 환상 사이에 가교를 놓는 데 탁월하다. 그녀의 케이는 ‘마누라’와 ‘여자’의 중간쯤 서서 품
위기의 중년 부부를 위한 자기 계발서 <호프 스프링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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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TV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런닝맨>은, 사실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의 서울 시내 추격액션 버전이다. 카센터 직원이자 콜 전문 운전기사인 차종우(신하균)는 어린 나이에 ‘사고’를 쳐 얻게 된, 18살밖에 나이차가 나지 않는 아들 기혁(이민호)과의 관계가 소원한 철부지 아빠다. 하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아들과 단둘이 살 만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차에 태운 손님이 죽자 살인 누명을 쓰게 된다. 다음날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지문과 CCTV로 인해 한순간 목격자에서 용의자로 전락하게 되고, 아무도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도주를 시작한다. 이미 그는 ‘별’ 4개의 전과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버지를 의심부터 하는 천재적인 두뇌의 아들 기혁, 사건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 기자 선영(조은지),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명예회복을 꿈꾸는 형사 반장 상
‘일반인의 도주극’ <런닝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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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제작 인앤인픽쳐스 / 감독 이종필 출연 김인권, 류현경, 김수미, 오광록, 유연석, 이초희 / 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5월2일
<전국노래자랑>의 신나는 시그널 음악(빰빰빠빰빠 빰빠~)을 TV가 아닌 극장에서 듣는다?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자로 나선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장수 TV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내용과 형식을 그대로 빌려온다. 이야기는 <전국노래자랑> 본선 무대에 진출한 인물들의 사연으로 채워진다. 봉남(김인권)은 아내 미애(류현경)의 미용실에서 낮에는 미용사 보조로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한다. 아내 몰래 예선에 참가했다 본선까지 진출한 봉남은 아내와 못다 이룬 꿈 사이에서 갈등한다. 산딸기 엑기스 회사 직원 현자(이초희)는 짝사랑하는 동료 동수(유연석)를 위해 무대에 서고, 오 영감(오현경)의 손녀 보리는 할아버지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도 특별출
[Coming Soon] TV가 아닌 극장에서? <전국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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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장고: 분노의 추적자> 불량식품
[올드독의 영화노트] <장고: 분노의 추적자> 불량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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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런닝맨>의 박선영 기자(조은지)는 CCTV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남편의 간통 운운하며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호텔 보안실을 발칵 뒤집어놓습니다. 정말 이렇게 하면 CCTV 기록을 보여주기도 하나요?
A. 뭐 이런 허술한 호텔이 다 있을까요? 호텔 보안의 안전도를 확인해보고자 <씨네21> 사무실 근처 서교호텔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습니다. 프런트에서 무척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준 권대진 사원은 “영화 속 사례는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만일 CCTV 기록을 보여달라고 난리치는 고객이 있더라도, 경찰을 대동하지 않은 이상 비공식적인 절차로 보안 기록을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고객정보는 호텔 소유이기 때문에 투숙객이 정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면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진상 고객이 난동을 부릴 경우 우선 호텔 보안팀에서 통제를 하지만, 박선영 기자처럼 못 말릴 고객일 때엔 가까운 경찰서에 인계한다
[cinepedia] <런닝맨>의 박선영 기자(조은지)는 CCTV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남편의 간통 운운하며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호텔 보안실을 발칵 뒤집어놓습니다. 정말 이렇게 하면 CCTV 기록을 보여주기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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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편에 이어 이번에는 그냥 주인공이시던데요? 너무 고생하신 거 아닌가요?
=제 영어 괜찮았나요? 하하. 그렇다고 무슨 그런 말씀을. 저는 그저 할리우드 스탭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입니다. 물론 제 숟가락이 좀 크죠, 허허허.
-사실 미국에서 태어난 동포 2, 3세도 아니고 태어나서 자란 곳 자체가 아시아 출신인 배우가 이렇게 당당히 주연을 꿰찬 모습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과찬이십니다. 원래 MJ, 아니 DK 도너츠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오래전부터 미국 문화에 익숙해 있었기에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먼 길을 돌아 그저 제 고향으로 갔다고 해주십시오.
-정말 기나긴 고독의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2편부터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감독님이나 모든 스탭들이 처음부터 저에게 잘해줬던 건 아니에요. 저를 따돌린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감독님에게 찾아가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라고 물어봤죠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벗겨도 너~무 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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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파파로티> 조직의 하모니
[정훈이 만화] <파파로티> 조직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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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J. J. 에이브럼스 감독에 의해 리부트되기 전까지 <스타트렉> 시리즈는 한마디로 “등장인물들이 가만히 서서 주야장천 이야기로만 떠드는 SF”였다. 이제 같은 감독의 두 번째 <스타트렉> 영화가 우리에게 도착했고, 위의 명제는 더더욱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지난 3월20일 CGV왕십리에서 공개된 <스타트렉 다크니스>(이하 <다크니스>)의 28분짜리 푸티지 영상은 후반작업이 채 끝나지 않은 2D 버전이었음에도 숨이 막힐 듯이 웅장했고 긴박감이 넘쳤다. TV드라마 <로스트>를 시작으로 <클로버필드> <슈퍼 에이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 협업한 제작자 브라이언 버크를 만났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후편 <다크니스>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리부트라고 할 수 있다. 이 유서 깊은
[클로즈 업] 트레키, 이젠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