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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담배가 ‘악마의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 폴 사르트르는 담배를 ‘신의 축복’이라고 찬양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담배에 관해 옥신각신 입씨름을 벌여왔지만 적어도 현대사회는 톨스토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데 이견이 있을까나. 나 역시 지독한 골초지만 막 담배를 배우는 사람들을 뜯어말리곤 한다. 거리에서 웬만하면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고, 공공장소를 금연화하자는 데에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못마땅한 게 있다. 담뱃값이 오른단다. 실은 간접세가 오르는 것이다. 소득에 따른 직접세가 아니라, 담배와 술에 붙은 간접세를 끌어모아 국가 재정을 채우려는 정부의 얄팍한 꼼수는 결국 빈부격차를 가중시킬 뿐이다. 게다가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확증적인 연구 결과도 미약하거니와 언제는 국가 재정을 위해 시민들을 담배에 중독시켰다가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떠맡기는 것 역시 입 잘 닦는 얌체 같다. 하지만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나를 더럽힐 권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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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의 역습이라고 해야 할까. 자칭 “도시의 기마족”,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프리덤~”을 외치는 이준익 감독이 한국영화감독조합 사단법인 조합장으로 나섰다. 그는 취임 뒤인 지난 1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 총회를 찾아 “감독조합은 영화산업의 여러 구성원과 함께 제협이라는 버스에 올라타겠다. 단, 그 버스가 종점까지 제대로 가지 못하면 버스를 폭발시켜버리겠다”는 뜨거운 농담도 던진 바 있다. 그렇다면 그와 감독조합이 향하는 종점은 어디일까. 그 답을 듣고자 4월1일 창립총회를 앞두고 그를 만났다. 더불어 그의 3년 만의 복귀작 <소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가 극히 말을 꺼렸음에도, 우리가 알던 이준익이 아닌 다른 이준익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영화임은 확실해 보였다. 동시에 olleh국제스마트폰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 자리도 맡고 있는 그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자타를 위해 마구 “분열 중인” 멀티플레이어였다.
-어떻게 총대를
[이준익] 생산자의 생태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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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제이슨 본이나 제임스 본드여서 수시로 10m 깊이의 물속에 처박히고 영하 10도의 냉장고 안에 갇히게 된다면? 아울러 깜깜한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촬영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면? Q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니의 디지털카메라 DSC-TX30을 주문할지도 모르겠다. 한층 강력해진 방수 및 방한 기능, LED 플래시를 이용한 디지털 현미경 기능 등을 탑재한 이 제품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셀카만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궁극의 해결책이다. 1820만 화소의 엑스모어 R CMOS 센서는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이즈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3cm 초근접 접사까지 지원하는 광학 5배줌의 칼자이즈 렌즈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앵글을 구현한다. 뿐만 아니라 광학식과 전자식 손떨림 방지 기능을 더해 아웃도어 활동 중에도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15.4mm 두께의 날씬한 디자인이라 휴대가 간편하다는 이야기는 굳이 보태지 않아도 될 것 같다.
[gadget] 어디서든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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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1. 램프 대신 LED와 레이저 광원을 사용한 하이브리드 프로젝터. 부품 교체 없이 2만 시간까지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고와 비용을 한결 덜 수 있다.
2. 번짐 현상을 방지하는 광원 조절기와 루믹스/라이카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정밀 조준 렌즈를 장착해 선명한 색감과 화질 구현.
3. 디지털링크를 활용해 랜케이블만으로 모든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기존 제품에 비해 배선 연결이 간소해졌다는 뜻.
다들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데, 내가 영화를 가장 열심히 본 시기는 20대 초반이었다. 창간 초기의 <씨네21>과 <키노>가 낯선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던 무렵이었다. 그 시절, 대학교 건물 벽에는 영화 동아리의 상영 공지가 게릴라식으로 나붙곤 했다. 당시 이수역 근처에 자리잡고 있던 문화학교 서울에도 주말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필름은 언감생심이고 비디오를 프로젝터로 영사하는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나
[gadget] 램프 없는 프로젝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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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이면 근처 오름의 숲에서 컹컹거리고 짖는 노루 소리가 몇 안되는 가로등보다 밝은 달빛 사이로 들리던 집에 신세를 지던 때, 4.3으로 인해 온 마을이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일의 참담함에 대해 들은 일이 있다.
현기영의 단편 <순이삼촌>에는 바로 그런 제사 지내는 밤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이집 저집에서 그 청승맞은 곡성이 터지고 거기에 맞춰 개짖는 소리가 밤하늘로 치솟아오르곤 했다. 아, 한날한시에 이집 저집에서 터져나오던 곡소리,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 낮에는 이곳저곳에서 추렴 돼지가 먹구슬나무에 목매달려 죽는 소리에 온 마을이 시끌짝했고 5백위(位)도 넘는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일이 회상을 통해 풀려나온다.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를 본 사람이라면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으나, 제주도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별 없이 흔히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곡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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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쓰는가>를 읽는다고 해서 딱히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책의 부제가 ‘글로 먹고사는 13인의 글쓰기 노하우’이기는 한데,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뭘로 먹고사는 사람이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노하우가 전수되는 법은 없다는 것을. 그런데 이 책은 재미있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생각해보니 이런 거 아닐까 생각하며 자신의 글이 지금까지 ‘팔리는’ 이유를 적었으니까. 글로 먹고사는 일은 쉽지 않다. 인쇄매체는 쇠하고 있고(대개 원고료가 박하기도 하고), 온라인에서는 고료 받기가 쉽지 않고(애초에 무료로 글을 포스팅하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기도 하고), 부의 편중 현상은 글쟁이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고 있자면, 이러니까 이들의 글이 팔리지 하는 생각에 글줄을 따라 웃게 된다. 신세 한탄도 다들 세련되게 하는군.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은 어
[도서] 글로 먹고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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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10~12일
장소: LG아트센터
문의: 2005-0114
동시대 러시아 연극을 대표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의 연출가 레프 도진은 인간에 대한 깊고 통찰력 있는 시선과 느리고 깊은 호흡으로 연극을 만들고 있는, 진정한 우리 시대의 거장 중 한 사람이다. 네 번째로 한국을 찾는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체호프의 4대 비극 중 하나이자 가장 복잡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세 자매>다.
<세 자매>는 이상을 꿈꾸지만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삶, 그럼에도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 인생의 슬픈 본질을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세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의 사랑과 배신, 희망과 좌절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을 도진은 보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해석해냈다. 특히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새롭고 인간적인 면을 찾아내 사랑과 회피, 연민과 무지, 공감과 무관심을 섞어 복합적인 성격을 창조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진의 무대는 언제나 심플
[공연] 너무나 인간적인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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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6일부터 오픈런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1544-1555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버전 공연이 드디어 서울 무대의 막을 올렸다. 라이선스 초연이라는 공연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지난겨울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의 개봉과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 새 출간, 김연아 선수의 경기에 사용된 음악 등 계속된 열풍으로 이번 서울 공연에 쏠리는 관심도 남다르다.
‘레미제라블.’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장발장, 팡틴, 에포닌, 학생시위군은 모두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또한 사랑이나 인생, 혁명을 꿈꾸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한편으로 이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사라진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같은 선상에 있는 인물들이다. 팡틴은 딸 코제트를 위해 인생을 희생하다 죽고 장발장은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팡틴의 딸 코제트를 위해, 또 그녀의 애인인 마리우스를 살리기
[공연] 이번엔 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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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무엇보다 스트록스는 좋은 노래를 만들 줄 아는 밴드다. 이번 앨범에서도 초반부의 노래들은 ‘쿨’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감각적이고 잘 만든 트랙들이다. 이 흐름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러고 보면 이 앨범은 스트록스 초기의 쿨함과 중기의 지지부진함이 더해진 듯한 결과물이다. 반등의 조짐은 보인다.
이민희/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새 앨범의 내용은 스트록스가 그동안 추구했던 1970년대 펑크가 1980년대 뉴웨이브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발상도 괜찮고 경험과 경력이 있으니 수준이 낮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 기대되는 건 단순히 좋은 음악이 아니라 멋진 음악인데, 애석하게도 짜릿하지가 않다. 변화는 확실하게 감지되지만 인상적인 노래로 이어지진 않는다. 번영의 데뷔 시절 이후 2집의 평판(“뉴욕에서 가장 심하게 고장난 밴드”)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최민우/ 음악웹진 ‘웨이브’ 편집장 ★
[MUSIC] 짜릿함이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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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왓슨은 에마 왓슨이다. 당연한 소리. 다르게 말해보자. 에마 왓슨은 헤르미온느가 될 수 있어도 헤르미온느는 에마 왓슨이 될 수 없다. 금세기 최고의 프랜차이즈 인기 캐릭터도 그녀의 존재감을 넘어서진 못했다. 파파라치를 몰고 다니는 패셔니스타이자 주목받는 할리우드 청춘 스타는 이제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졸업하고 배우로 도약 중이다. ‘아름다운’이란 수식어 뒤에 가린 그녀의 총명한 눈빛을 마주할 준비를 하라.
신은 불공평하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면 에마 왓슨을 한번 보라. 그녀는 아름답다. 훈훈하게 자라준 대표적인 아역배우 출신 여배우로, 2011년에는 (비록 조사기관의 권위와 신빙성을 그리 높이 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한 영화전문 사이트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그녀는 인기가 많다. 빼어난 미모로 화장품 모델과 잡지화보 속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건 물론이고 각종 설문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며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시선 한가운데
[에마 왓슨] 내 옷은 내가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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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영화노트] <닥터 킹 슐츠 전상서> 무언가에 대해 말한다는 것
[올드독의 영화노트] <닥터 킹 슐츠 전상서> 무언가에 대해 말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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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키는 경찰차 프로디(이선)는 폭풍우로 끊어진 고압선을 수리하다 감전돼 물속에서도 거뜬한 친환경 전기차로 다시 태어난다. 어느 날 악당 형제가 마을 호수의 물을 훔치는 것을 알게 된 프로디는 수달 친구 도티(엄상현)와 함께 악당 형제의 음모를 막으려 한다. 하지만 권력에 눈이 먼 경찰서장 컨스터블(홍진욱)은 악당 형제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프로디를 무시한다. 프로디는 악당 형제에 맞서 마을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권위적인 경찰서장, 무관심한 마을 사람들, 우유부단한 경찰 등을 홀로 상대하기는 힘겹다.
수자원 남용,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파괴되는 생태계, 무분별한 댐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 등 <꼬마영웅 경찰차 프로디>에는 환경오염에 관한 중요한 이슈들이 꼭꼭 들어차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관객층의 눈높이에 맞게끔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에 녹아들어 있어 환경오염 이슈에 관한 어린이 관객의 자연스러운 인식을 돕는다. 환경오염이 어떻게 일어나게
환경오염 이슈가 꼭꼭 들어찬 <꼬마영웅 경찰차 프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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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딱인 것 같다. 아니, 사실은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더 알맞을지 모른다. 하룻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제프(토비 맥과이어)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여러 사람의 인생에 비극을 덧칠한다. 산부인과 의사 제프와 그의 아내 닐리(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섹스리스 부부다. 제프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마당에 잔디를 깔아 꾸며보지만 밤마다 잔디를 뒤집어놓는 너구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온 신경이 너구리 포획에 쏠린 제프는 오랜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레베카(캐리 워싱턴)에게 심중을 털어놓던 중 분위기에 휩쓸려 레베카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한편, 제프가 너구리를 잡기 위해 참치에 독약을 섞어 마당에 둔 것을 옆집 고양이가 실수로 먹어 급사하게 된다. 고양이를 애지중지하던 괴팍한 여자 라일라(로라 린니)는 제프의 불륜과 고양이가 죽은 사실을 빌미로 제프를 압박하고, 제프는 이 모든 일을 닐리가 알게 될까 전전긍긍하며 라일라의 입을 막으
사소한 반칙에서 비롯된 재앙 <디테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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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경찰관 빌리 태거트(마크 월버그)는 도주하던 범죄자에게 총기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권고사직을 당한다. 7년 뒤, 사설탐정 사무실을 차려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빌리는 어느 날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던 장본인인 뉴욕시장 니콜라스 호스테틀러(러셀 크로)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는다. 임기 말 재선을 노리는 니콜라스는 빌리에게 자신의 아내 캐틀린(캐서린 제타 존스)의 불륜 증거를 입수해 달라고 부탁한다. 상당한 액수의 계약금을 받고 미심쩍은 계약을 수락한 빌리는 곧 캐틀린의 정부가 살해되고 시장 선거가 난전으로 치달으면서 자신이 음모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브로큰 시티>가 그리는 뉴욕은 정재계의 부정부패로 파산한 도시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신의와 계약을 밥먹듯이 파기한다. 영웅과 악당 가릴 것 없이 모든 인물이 윤리적으로 끝장난 상태이며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잡는 데 급급하다. 이러한 도시의 난맥상 전부를 묘파하려는 알렌 휴스 감독의 야심
부정부패로 파산한 도시 <브로큰 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