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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아이의 차이는 장난감의 가격뿐이라 했던가. 미니 사륜모터카에 흠뻑 빠진 아이와 자동차에 매료된 남자의 심리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장난감은 장난감일 뿐이라는 불편한 이분법이 숨어 있다. 어른이 되면 장난감의 역할을 대신할 더 비싼 무언가를 대체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해야 할 만큼 값비싼 장난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면 프라모델이나 디오라마(배경 위에 축소된 모형을 설치해 하나의 장면을 만드는 것)도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의 취미생활이라 일축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프라모델 중에서도 건담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건프라’의 세계에 대한 해설서, <건프라이즘>이다.
제목처럼 건담은 하나의 이념이며 완성된 우주다. 그중 특히 건프라는 일본에서는 관련 서적만 수백권이 넘을 정도로 대중적인 취미지만 인터넷, 모형전문지에서 간혹 단편적인
[도서] 건프라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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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4월8일 밤, CGV대학로에서 진행된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의 시네마톡은 오묘한 감정을 채 걷어내지 못한 채로 시작됐다. 삽입곡 <이어도사나>의 구슬픈 가락이 흩어지는 가운데 관객의 표정도 한없이 복잡했다. 이화정 기자가 <지슬>의 관객수를 알리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부산에서 딱 한편만 봐야 한다면 <지슬>을 보라’는 얘기가 있었다. <지슬>을 본 관객이 곧 10만명이 된다. 영화는 먹먹하지만 기분 좋은 결과다.” 부산을 언급한 이유는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김영진 평론가를 대신해 남동철 프로그래머가 앞으로 시네마톡을 이끌게 됐다.
<지슬>은 1948년 제주에서 일어난 4.3 사건을 다룬 영화다. 제주 도민들은 군인들의 학살을 피해 산속으로 숨는다. 무구한 주민들과 잔혹한 군인들이 대치하는 가운데 평화
[시네마톡] 웃기고,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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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베테랑 프로듀서이자 현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인 사람이 무엇이 아쉬워서 영화를 찍는 걸까. 4월18일 개봉하는 영화 <공정사회>로 연출 신고식을 치르는 이지승 감독은 일종의 ‘갑갑함’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성범죄자들의 인권은 보장되지만 피해자의 고통과 상실감은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이 기묘한 상황. 누군가는 나서서 그 응어리를 해소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지승 감독은 사비를 털어 마련한 총제작비 5천만원으로 9일 동안 장편영화 한편을 찍어냈다.
-많은 작품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했고,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총괄 책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주변의 영화인들이 많이 도와주었을 것 같은데.
=알다시피 9일 만에 촬영을 끝냈다. 지인들이 도와주려야 도와줄 새가 없이 뚝딱 완성된 거지. (웃음) 물론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시나리오를 검토할 때 평소 친분있는 영화감독들이 많이 도와줬다.
-그렇게 빡빡한 일정으로 찍으면 분명 무리가 있었을
[flash on] 잠시나마 통쾌해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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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학교>가 또 한번 스타 졸업생을 배출했다. 드라마 <학교 2013>의 흥수, 김우빈이 그다. “장혁 만들어주겠다”며 그를 캐스팅한 이민홍 PD의 말은 어느덧 과장이 아니게 됐다. 2011년에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연기를 시작한 김우빈은 2년 새 <신사의 품격> <학교 2013>을 거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복을 풀어젖힌 청춘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 시작한 그는, 곽경택 감독의 신작 <친구2>의 주연을 맡아 ‘진짜 남자’ 연기에 도전할 예정이다. 1편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은 동수(장동건)의 아들로 분해 신세대 건달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는 김우빈을 만나 신작 <친구2>와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교실 맨 뒤쪽 창가 자리에 앉은 남자아이의 이미지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본다. 그들은 대개 존재만으로도 반 친구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며, 교
[김우빈] 청춘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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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다운로더>캠페인은 촬영은 씨네21이 쭈우욱~ 해온 좋은 일 중 하나다.
오늘은 영화상영 전 볼 수 있는 <굿다운로더>캠페인 영상 촬영현장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매년 그렇듯 <굿다운로더>의 표지는 캠페인 영상 촬영현장에서 아~주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아마 독자들이나 여타의 사진을 찍는 이들은 그 시간을 알면 ‘설마~’ 라고 생각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다.(참고로 이번 촬영은 3분정도였지 아마…….흑)
그래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이번 촬영은 야외에서 진행이 됐다. 촬영 전 사전답사는 물론 그날 입을 배우들의 의상과 영상콘티까지……. 만반의 준비를 맞췄다. (뻥 조금 보태서 3일 준비하고 3분 촬영이라 허허 실소마저 나온다.)
이제 주어진 3분의 시간 쉴 새 없이 “좋아~ 굿”을 외치고 셔터를 눌러댔다.
“수고~하셨습니다.”를 마지막으로 건네고 땀 한 번 닦아낸다. 그렇게 표지 촬영은 또 순식간에 지나갔다.
<굿다운로더> 캠페인 촬영현장에서 안성기, 류승룡, 최강희, 신세경, 조정석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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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촬영을 한다고 더 좋은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인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엔 영화를 보고 촬영하는 것이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번 촬영은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우선 영화의 기초적인 내용만을 가지고 촬영의 내용을 결정했다. 극중 캐릭터인 ‘유일한’은 이기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면서 허세도 있지만 아이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따뜻한 면모도 가진 삼류 뮤지컬 음악감독이다. 많은 성격 중에서 따뜻한 면모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 따뜻함이 배우에게도 잘 어울릴 듯 했다. 따뜻한 남자,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배우 김래원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마이 리틀 히어로> 김래원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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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촬영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은 지 2주를 거의 채운 2012년 6월 24일. 그의 생일이다. 촬영을 확인하는 문자를 보내는 것도 몇 번째인지도 잊었다. 우선은 생일축하 문자를 그럴듯하게 남기고, 본론인 촬영일정을 묻는 문자를 끼워 넣고서 기다린다. 그는 정말로 바쁘다. 본인도 본인의 이동경로를 전혀 모르고 있다. 그는 지금 배우 손현주가 아닌 드라마 <추적자>의 형사 백홍석으로 살고 있다. 마음대로 자라난 수염을 한 그는 땀으로 얼룩지고 소금기가 허옇게 말라붙은 옷을 입고 대본이 나오기가 무섭게 달리고 또 달리고 이동하고 또 이동한다. 드디어 그 이동이 잠시 멈췄고 바로 촬영하자는 답이 왔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극중 백홍석은 총에 맞아 병원에 입원한다. 정말로 사진촬영의 틈을 만들어 준 작가에게 얼마나 고맙던지. 배우가 친동생임에도 만나기가 이산가족보다 더 힘들었다.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차는 몇 번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백홍석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이
<추적자> 손현주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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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표지촬영을 맡았을 때 드는 첫 번째 생각이 "재난 영화는 어떻게 촬영을 해야 되지??”가 나의 가장 큰 고민 거리였다. 동성이 아닌 이성이기에 고민이 커져만 갔다. 원래는 김상경씨, 설경구씨, 손예진씨 3명이서 촬영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촬영전날 홍보사로부터 김상경씨는 촬영이 어려울 거 같다는 얘길 들었다. 여러 주연배우가 나오는 영화 같은 경우엔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콘셉트를 잡기가 참 애매한 부분이 많다. 그 날도 결국엔 콘셉트를 대폭 수정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말이다. 마음 같아서야 멋진 세트를 만들어서 영화 타워보다 더 멋지게 찍어 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그럴 시간도 돈도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그러면 어떻게 촬영을 할 것인가! 영화지 이기에 어느 정도 그 영화를 대변하는 콘셉트가 좋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재난 영화인데 멜로영화 느낌이 날까봐 영화를 버리고 인물 중심으로 가자였다. 여기에 올리는 사진이 B컷이라 칭하긴 하지만 실은 A컷과
<타워> 손예진, 설경구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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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표지 이야기를 듣고 예고편을 보는데 예고편 끝에 이번 표지가 보였다. 그리고 두 배우에게 설명했다. 두 분의 영화 <반창꼬>의 마지막 장면을 표현해 달라고.
<반창꼬>의 고수, 한효주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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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사진팀이 짧은 시간이지만 자주 만났던 배우 이제훈을 돌아봤다.
2009년 8월 한국종합예술학교 뒷마당 쉼터에서 이제훈을 처음 만났다. 촬영을 위해 잠시 주위를 돌아보고 오니 시원한 음료 한잔을 권했다. 당시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엔 어색한 모습의 신인 이제훈 하지만 어딘지 모를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제훈을 다시 보게 된 건 2011 <파수꾼>을 통해서다. 이후 현장과 인터뷰로 여러 차례 만나게 됐고, 처음 어색해 보이던 배우라는 타이틀은 어느덧 익숙해졌다. 그리고 하나, 둘 감추고 있던 다른 모습들을 보여줬다. 강함과 약함, 아슬아슬한 감정……. 그렇게 관객과 팬들의 가운데로 들어간 배우. 지금은 잠시 배우의 자리를 비웠지만 제대 후 보여줄 ‘배우 이제훈’의 모습은 더욱 기대가 된다.
사진을 뒤적이다 보니 처음 만났던 이제훈의 모습은 놀랍게도 영화 <건축학 개론>의 풋풋하고 순수했던 승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GEUSS 티셔츠를 입고 촬영을 한
<파수꾼>,<건축학개론>의 이제훈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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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KBS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태아>가 3D영화로 돌아왔다. <태아 3D>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부터 출산의 순간까지 경이로운 생명 탄생의 전 과정을 풀 3D로 생생하게 담아낸 KBS 3D 콘텐츠제작단의 첫 번째 작품이다. 총제작비 4억원에 1년5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공을 들인 만큼 벌써부터 성과가 눈에 보인다. 지난 2월에는 3D영화 및 방송계의 권위있는 협회이자 디즈니,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인터내셔널 3D 소사이어티로부터 ‘크리에이티브 아츠 어워즈’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다양한 촬영기법,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기술력을 십분 활용해 인체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려는 <태아 3D>의 시도들은 단연 돋보인다. 3억 마리의 정자 떼가 난자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을 트래킹 숏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그중 한 마리의 정자를 정지시켜 다각도로 접근해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의학적 설명을 하는 장면은 그간의
생명을 향한 경외 <태아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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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내기 형사 맥스(제임스 맥어보이)는 전설로 통하는 은행털이범 제이콥(마크 스트롱)을 다 잡았다가 놓치고 만다. 게다가 다리에는 총까지 맞아 절뚝거리며 걷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3년 뒤. 제이콥의 아들로 추정되는 젊은이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제이콥이 다시 범죄 세계에 나타난다. 맥스는 때를 놓치지 않고 복수의 심정으로 그를 잡아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침내 맥스와 제이콥은 다시 대치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그 둘이 다시 만났을 때 초점은 더이상 둘 사이가 아니라 그 둘을 모이게 한 제삼자로 모아진다. 그 둘은 이제 적이 아니라 은연중 동지가 된다.
<테이크 다운>이 강조하는 몇 가지 중 첫 번째는 총격전, 격투전 등을 비롯한 액션장면이다. 적은 예산 안에서 아이디어를 발휘해야 했던 것 같은데 때때로 야심차게 찍어내기는 했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특별한 결과를 낳은 것 같진 않다. 주인공들이 적에서 동지로 변모한 사연도 설정
적에서 동지로 <테이크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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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아서(테렌스 스탬프)와 마리온(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은 단둘이 살고 있다. 아서는 성격이 좀 고약해서 단골 술집에서 만나는 친구들 몇몇을 제외하곤 나머지 마을 사람들과 그다지 잘 지내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아내 마리온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애처가다. 반면에 암으로 투병 중인 마리온은 급기야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라는 시한부 선고까지 받은 상태다. 몸을 지탱하기도 어렵지만 마리온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마을의 실버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이제 마리온의 마지막 남은 소망은 그녀의 합창단이 정식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 예선 무대에서 마리온에게 독창의 기회가 주어지고 그녀는 남은 힘을 모두 짜내어 남편 아서에 대한 사랑을 노래로 표현한다. 하지만 얼마 뒤 마리온이 세상을 떠나고 아서만 홀로 남는다.
이후의 결과는 실은 정해져 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아픈 아내를 귀찮게 하는 집단으로 생각하여 합창단원들에게 못되게 굴었던 아서. 하지만 그는 마리온의 뒤를 밟아
노인의 지극한 사랑법 <송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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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별거하고 홀로 10살 딸을 키우는 그녀(장영남)가 아이를 성폭행한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섰다. 경찰은 절차 운운하며 늑장으로 대응하더니 도리어 피해자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다그치기 일쑤다. 유명 치과 의사인 아이의 아버지는 자기 체면만 챙기느라 사태를 쉬쉬하기 바쁘다. 범죄를 해결해야 할 공적 방편은 무력하고 모녀의 상처를 보듬어줄 믿을 만한 가족공동체는 부재한 지 오래다.
<공정사회>는 공정함과는 거리가 먼 무책임한 경찰과 공감 능력에 무감한 보호자로 인해 끔찍한 아동 성범죄를 어머니 개인이 단죄하게끔 밀어붙인 이 상황 자체가 과연 공정한가 묻는다. 성폭력이라는 소재와 사회로부터 방치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도가니> <돈 크라이 마미>로 이어지는 최근 한국영화의 한 경향과 맞닿아 있다. ‘치과 잔혹극’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공정사회>의 후반 복수 신은 여과가 없어 더욱 끔찍하다. 강한 사회적 문제의식과 그것
‘치과 잔혹극’ <공정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