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가 사라졌다. 공중파와 케이블에 여전히 뉴스프로그램은 있지만, 뉴스프로그램이 뉴스를 포기한 지는 오래되었다. 5년 넘게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기 정체성을 점진적으로 포기해온 뉴스프로그램은 이제 정체성 전면 포기의 단계로 접어든 듯 보인다. ‘뉴스답지 않은 뉴스를 꺼버릴 시청자 권리’에 민감한 ‘까칠 시민’인 나 같은 시청자가 만족할 만한 공중파 뉴스프로그램은 이제 없다.
이 불우한 뉴스 상실의 시대에 손석희 앵커가 돌아왔다. 돌아오긴 했는데, 종편이다. 종편이긴 해도 출발이 좋다. 삼성자본으로 만들어지는 방송이 과연 우리 사회의 총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의심했으나, 진실보도에 대한 최소한의 감각조차 망각한 공중파 뉴스프로그램에 비교하면 탁월한 ‘손석희호’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국가정보원 직원의 허위진술 보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재해노동자들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비로소 뉴스다운 뉴스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잠깐! 멈추어 반문한다. 응당 다루어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굿모닝 뉴스바
-
‘3년 전에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여자가 남자의 집에서 술 한잔하자고 전화를 했다.’ 이것은 여자가 남자쪽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일까? 그저 착각인 걸까? ‘남자들이 하는 여자 이야기’ JTBC 토크쇼 <마녀사냥>의 한 코너인 ‘그린라이트를 켜줘’에 나온 상담자의 사연이다. MC들이나 시민들의 의견은 굳이 남자가 혼자 사는 ‘집에서’ 마시자고 했다는 대목에 주목해 여성의 적극적인 신호로 해석하는데, 머릿속에는 빨간 경고등이 깜빡인다. ‘3년 만에 연락? 다단계 권유 아냐?’ 사실 뭐가 맞는지는 알 수 없다. 파트너가 있으니 심정적으로 연애시장에서 철수하고 제품개발에도 소홀한 지 오래인 나 같은 자의 사고는 부정적인 의문에서 출발할 테고, 로맨틱한 이는 저 3년에 애틋한 사정을 채워넣을 수도 있다. 권태로운 사람이라면 만남 이후의 에로소설을 집필할 수도 있겠지. 확실한 것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오가는 지인의 상담에 ‘다단계’ 따위의 말을 지껄이며 현실의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
[유선주의 TVIEW] 남자들의 19금 연애수다
-
캄보디아 출신의 감독 리티 판의 마스터클래스가 7일 CGV센텀시티에서 열렸다. 리티 판은 캄보디아의 영화 유산 보존에 힘써 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게 됐다. 리티 판은 이 자리가 강연이 아닌 대화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작품의 여운을 간직한 관객들도 작품과 정치상황에 대한 열띤 질문들로 화답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한국어, 불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들이 공존했으며 유럽, 아시아,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관객이 리티 판 감독의 시각을 거울삼아 자신의 자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카메라는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찍는 사람과의 거리와 관계된 것이기도 합니다. 멀리서 줌으로 찍기보다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이 내가 찍는 것이 맘에 안 들면 나를 때릴 수도 있도록 말이죠.(웃음) 찍히는 사람들이 더러운 곳에 가면, 더러운 곳으로 함께 가야 합니다. 물속으로 가면, 함께 물속으로 가야 합니다. 등장인물이
젖은 상태인
[MASTER CLASS] 기록이 있어야 역사의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
허구 속의 캐릭터가 배우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강렬한 심리적 몰입이 필요한 메소드 연기자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잦다. 이런 테마의 고전으로는 조지 쿠커의 <이중생활>(1947)이 꼽힌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연기하는 남자 배우(로널드 콜먼)는 공연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성공에 기뻐하기는커녕 점점 불안감에 빠져든다. 자신이 오셀로처럼 변해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자신도 사랑하는 연인을 목 졸라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실제와 허구 사이의 ‘이중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갈등을 그린 이 고전의 주인공처럼, 캐릭터와 거의 동화되어 성공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한 대표적인 배우를 꼽자면 비비안 리가 단연 돋보인다. 비비안 리는 영원히 하나의 캐릭터, 곧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속 블랑시로 살았다.
신경증에 가까운 연기
물론 많은 관객에게 비비안 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한창호의 오! 마돈나] 불안과 우울
-
-
아시아영화의 심장이 되겠습니다!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은 그 어느 해보다 화려했다.
어머, 나 못 알아보면 어떡해~ 나 조여정이에요~. <정글의 법칙 인 캐리비언> 찍느라 홀쭉해졌어용~.
“우리 7년 사귄 커플이에요. 이대로 결혼하면 될까요?” <결혼전야>(감독 홍지영)의 동갑내기 두 배우 옥택연과 이연희(왼쪽부터).
“올해는 회고전과 신작 <화장>의 제작 발표로 왔습니다.” 임권택 감독과 채령 여사가 씩씩하게 레드 카펫을 걸어가고 있다.
4대 천왕과 월드 스타의 만남. 개막식 사회를 맡은 홍콩 배우 곽부성과 강수연(왼쪽부터).
우리는 톱스타! <톱스타>의 박중훈 감독, 배우 엄태웅, 소이현, 김민준(오른쪽부터)이 레드 카펫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낭랑 18세’를 기념하기에 더없이 청명한 가을 날씨였다. 태풍 피토의 간접 영향을 받을 거라는 전날의 일기 예보는 다행스럽게도 기우에 그쳤다.
[씨네스코프] BIFF는 열여덟살이에요~
-
영화를 통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이 가능할까. 2013 아시안영상정책포럼(주최 부산영상위원회, 부산광역시,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이 8일 벡스코에서 개막한다. AFCNet 회장이기도 한 부산영상위원회 오석근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아시안정책포럼의 주제가 ‘아시아영화 교육 문제’였다. 그때 나온 논의는 그해 11월 한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영화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인 ‘플라이(FLY)’로 실행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아시아개발은행으로부터 공적개발원조기금을 지원받아 영화와 관련한 원조사업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의 세미나 중 9일 오후 4시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세미나 ‘영화는 있고 극장은 없다’에서 영화 원조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다. 오위원장은 “가령, 라오스는 유네스코로부터 영화 촬영 장비를 지원 받은 적이 있다.하지만
[MARKET NEWS] 날아라, 영화를 위한 공적자금
-
가위바위보를 할 때 가장 대책 없는 경우는 진 사람이 이긴 거라고 규칙을 바꾸거나 안 한다고 뻗대는 때가 아니다. 누군가가 약지 하나만 내는 식으로 엉뚱한 손모양을 내밀 때다. 대운하 안 하겠다면서 뒤로 돌아선 4대강을 대운하로 만들라고 ‘지시’(혹은 닦달)한 것처럼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거짓말과 탐욕이 뻔히 보여서 욕할 일도 많았고 창의적인 욕들도 쏟아졌다. 그런데 이 정권에서는 그런 말놀이 문화가 실종됐다. 다들 입을 닫는다. 귀도 막는다. 비판하거나 욕을 할 ‘정도’를 넘어섰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를 반대하며 자리에서 물러나자 정권 주요 인사들이 앞다투어 배신자 취급을 한다. 서청원, 홍사덕 같은 올드보이들이 여당 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귀환하며 ‘보스의 의리’를 과시한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호출에 여당 고위 인사들이 몰려가 청와대 근처, ‘윗분’의 코앞이라는 이유로 폭탄주를 마다하고 와인잔을 홀짝였다니, 여기까지는 조폭의 업
[김소희의 오마이 이슈] 후진, 정권
-
영화가 아일랜드를 사랑하는 만큼 아일랜드도 영화를 사랑한다. 숱한 명작 영화의 무대가 되었던 아일랜드는 영화 산업의 규모가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세계 영화제에서 이름을 떨친 많은 거장들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게다가 세계 영화의 중심인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경우도 상당해 국제적인 경험도 풍부하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할리우드까지 이어진 영화의 길, 아일랜드 영화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국제합작 경험이 있는 감독들 중심으로 아일랜드 영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을 가진다. 이른바 아일랜드 영화계의 빅 3라고 할 수 있는 존 부어만, 닐 조단, 짐 쉐리단 감독의 대표작 2편씩을 중심으로 최근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감독 5인의 영화를 더해 총 11편의 영화가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할리우드는 물론 유럽영화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인정받았던 존 부어만 감독의 작품은 그에게 23회와 51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안
[SPECIAL] 아일랜드의 이름으로
-
얼마 전 미셸 프랑코의 멕시코영화 <애프터 루시아>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해설을 했다. 한달에 한번 늘 해설을 했던 극장인데도 평소에 비해 관객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칸에서 주목할 만한 부문 대상을 받긴 했지만 신인감독이 만든 멕시코영화에 관심이 쏠리지 않는 건 당연하다 해도 수입사나 홍보사도 그다지 성의가 없는 기색이었다. ‘애프터 루시아’란 제목을 지은 이유가 궁금해 홍보사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는 최근 이 나라에 살며 인터넷에 뜨는 뉴스에 무심한 사람이 아니라면 통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군가가 겪는 고통은, 당연한 말이지만, 대개는 가해자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대신에 우리는 가해자 편에 서는 방식을 택한다. <애프터 루시아>는 그 점에 관해 관객에게 대속을 요구하는 영화가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치유는 쉽지 않다
<애프터 루시아>는 교통사
[신 전영객잔] 피할 수 없다면 껴안아라
-
거리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유심히 바라본 적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다. 장률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풍경>은 서울의 구로동, 가리봉동, 신림동, 경기도 안산 등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연을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가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딱 하나. 당신이 한국에 와서 가장 인상적으로 꾼 꿈은 무엇인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이들의 사연을 따라가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풍경>은 당신의 첫 다큐멘터리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1995년 처음 한국에 왔다. 이후 여러 차례 한국과 중국을 오갔다. 그때 한국, 특히 서울의 거리에서 본 외국인은 대부분 관광객이었다. 관광객은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다가 2000년 이후 한국의 거
[INTERVIEW] 꿈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
영화는 서울에서, 사람은 부산에서. BIFF 데일리팀의 기본적인 작업 방식이다. 각종 행사와 게스트를 취재하려면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영화관람을 영화제 시작 전 서울에서 미리 마쳐놓을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도 지난 2007년엔 부산에서 짬을 내 한 편의 영화를 보았다. 프랑스감독 파스칼 토마의 <0시를 향하여>다. 당시 <씨네21> 데일리팀의 막내 객원기자였던 나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기사가 통과되기 전까지 무슨 사고라도 친 건 아닐까 싶어 사무실에 망부석처럼 앉아있었더랬다. 그때 한 선배가 건넨 말이 도화선이 되었을 줄이야. “영엽, 일 끝났으면 잠깐 바람 좀 쐬고 와도 돼.” 그 순간 나는 별안간 극장으로 가서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정말 미치도록 영화가 보고 싶었다. 마침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0시를 향하여>를 상영하기 직전이었고, 그 길로 나는 극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숨 가쁘게
[부산에서 만난 나의 영화] 모든 정황은 하나의 지점으로
-
이 정도면 배신, 배반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 것 같다. <배우는 배우다>에서 이준의 이미지 변신은 파격에 가깝다. 폭력적인 베드신만 수차례, 거기다 험한 욕설을 서슴지 않으며 폭행 장면도 적지 않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부류에게는 절대 가까이 해서는 안될 적신호이자, 허용범위를 넘긴 도전이다. 이준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돌 연기자가 영화의 감초 역할이 아닌 주연으로 전면에 나선 것도 좀체 보기 드문 경우다. 아이돌, 예능돌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급격한 이미지 변화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거침없이 이 길을 선택한 이유를 이준에게 듣고 싶었다.
이준과는 첫 만남이다. 날카로운 얼굴선과 홑겹의 눈매와 얼핏 차가워 보이는 마스크인지라 촬영 때도 그 특유의 카리스마가 시선을 압도한다. 화보를 찍다보면 매번 느끼지만 유독 몸의 쓰임이 자유로운 배우들이 있
[이준] 앉으나 서나 연기 생각
-
최진성 | 한국 | 2013년 | 110분 | 뉴 커런츠
OCT08 롯데4 10:00 OCT10 롯데4 13:00
최진성 감독은 다큐멘터리(<그들만의 월드컵 ver. 2.0> <Jam Docu 강정>), 실험영화(<이상, 한가역반응>), 단편 극영화(<히치하이킹>)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풍자해왔다. 지난해에는 소녀시대, 샤이니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 32명의 뉴욕 공연을 그린 다큐멘터리 <I AM.>을 만들기도 했다. 그의 첫 장편 극영화 <소녀>는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물이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자살에 충격을 받은 윤수(김시후)는 시골 마을로 전학을 간다. 마을의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서 혼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해원(김윤혜)를 발견하고 관심을 가진다. 정신이 나간 아버지(정인기)와 함께 살고 있는 해원은 학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소녀. 각
[COMPETITION] <소녀> Steel Cold Winter
-
카나이 준이치 | 일본 | 2013년 | 107분 | 뉴 커런츠
OCT08 CGV5 17:00 OCT10 CGV5 17:00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보여주고 싶은 감정이 있어도 미처 다 꺼내지 못하는 시기가 청춘일 것이다. <어게인>은 미숙한 청춘을 관통하는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영화다. 하츠미는 마을에 이사 온 여고생이다. 새로운 환경과 생활에 적응하던 그는 류타로를 알게 된다. 폐지를 수집하는 일을 하는 소년이다. 하츠미와 류타로, 두 사람은 동네에서 자주 만나며 점점 가까워진다. 서로를 알아가던 중 류타로는 하츠미와 성적인 관계를 시도하고, 하츠미는 갑작스러운 류타로의 행동에 놀라 집으로 도망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하츠미의 엄마는 류타로가 자신의 딸을 강간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영화의 전반부가 하츠미와 류타로가 가까워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면 후반부는 두 사람이 서로의 보호자와 함께 사건 조사를 위해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류타로
[COMPETITION] <어게인>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