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은 강우규 열사였다. 일제 요인 암살을 시도했던 독립운동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암살에 실패했던 강우규 열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요인 암살에 ‘성공’한 안중근, 윤봉길 의사만큼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았다. 그런 세상을 보며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고 그래서 강우규 열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우규 열사 기획안은 다큐프라임 공모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이후 기획방향을 수정해서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컨셉으로 다시 기획안을 제출했다. 강우규 열사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독립유공자 후손들 역시 사람들의 기억에서 소외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획안이 공모에서 채택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후손들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반민특위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특히 후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꽤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PD 입장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왔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럴 경우엔 제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주객전도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장준환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 <화이>를 제작하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의 일을 챙기랴, 애니메이션 합작을 위해 미국과 한국을 수시로 오가랴, 이창동 감독의 신작을 준비하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그가 일을 하나 더 벌였다. 4월6일 고양어울림영화관에서 열린 영화나눔협동조합(cinecoop, 이하 협동조합) 발기인 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오래전부터 대안 경제와 그것과 관련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온 까닭에 협동조합은 그에게 어색한 일은 아니다. 최근 제협 역시 협동조합 모델을 통해 영화제작과 배급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협동조합은 어떤 그림일까. 제협이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제작 시스템과 다른 협동조합 같은 새로운 산업 시스템을 모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나눔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바쁜 와중에 자리 하나를 더 맡게 되어 부담스러운
[이준동] 탁상공론은 그만
-
트위터를 ‘거의’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아예’ 하지 않게 되는 데는 두번의 선거면 족했다. 지난해 총선이 전자, 대선이 후자였다. 트위터를 하면서 평소 오프라인으로 어울리지 않던 사람들을 팔로윙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게 큰 착각임을 새삼, 그러나 절실히 깨달아서다. 트위터로 말을 트게 된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유형의 사람들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던 것뿐이었다. 얼굴을 몰라도 성향은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그 의견이 정말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일. 1분도 쉬지 않고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흔한 착각. <의도적 눈감기>에는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비유가 등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경험, 같은 친구, 같은 생각들이 더 많이 축적되고 강물은 더 빠르고 더 거침없이 흐르게 된다. 저항은 점점 더 줄어든다. 저항이 없을 때는 쉽고 편안하고 확신이 선다. 그러나 동시에 강바닥의 옆면, 즉 강둑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차라리 모르고 싶어라
-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3분의 1가량이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쓰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그의 이 ‘이탈리아 희곡’들을 두고 오랜 세월 비평가들은 작가가 이탈리아에 가보지도 않고 책상 앞에 앉아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단언한다. 셰익스피어 연구가였던 리처드 폴 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이탈리아 장소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해 들려준다.
[도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이탈리아
-
-
소설가 배수아, 등단 20주년 그리고 2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기억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권말에는 소설가 김사과의 <꿈, 기록>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김사과가 쓴 <꿈, 기록>은 ‘한국어 산문 문학이 주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이 책을 권하는 추천사이자 ‘지연과 반복과 몰입이 가져다주는 쾌락’이라는 감탄어린 리뷰.
[도서] 기억과 꿈
-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세 번째 책이 나왔다. 복잡한 현대예술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면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과 철학 개념을 풀이하고 있다. <씨네21>에 연재되었던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를 읽었다면 더 잘 읽힐 책. 전후 예술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주요 비평가들의 평론을 중심으로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의 바탕에 깔린 사유를 명료하게 드러냄으로써 현대예술의 지형도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는다.
[도서] 현대예술의 지형도
-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진짜 취향은 ‘남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누가 뭐라 하든 나에게 좋은 것’을 의미한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는 단호한 김경의 이러한 말에 동의한다면 좋아할 책이고 동의하는 대신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운운하며 토를 단다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책이다. 하지만 취향을 떠나 손에 잡으면 글에 쏙 빨려들게 만드는 맛이 있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는 <뷰티풀 몬스터>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의 저자이자 전직 패션지 피처에디터이며 몇주 전까지 <씨네21>의 ‘쏘왓’ 지면에 칼럼을 연재한 김경의 새 산문집이다. 여러 시기에 걸쳐 쓴 글을 새로 손보아 실었다는데, 모두 한달 전에 쓴 글처럼 가깝게 읽힌다. 사랑, 패션, 라이프스타일, 사람, 사회라는 다섯 가지 큰 주제 아래 글이 묶여 있지만 모두 취향이라는 하나의 ‘깔대기’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그 차이에 대해 쿨한
[도서] 사랑예찬
-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인 <피노키오>. 하지만 많은 동화들이 그렇듯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원작과는 사뭇 다른 버전이다. 피노키오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여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모여 만든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은 1880년 카를로 콜로디가 쓴 원작 <피노키오의 모험>을 130년 만에 되살려냈다. 사람 흉내만 내는 목각인형이 아니라 진짜 피노키오를 만들어낸 엔조 달로 감독에게 그 비밀을 물었다.
-디즈니 버전의 <피노키오>와 당신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나는 과거의 그 어떤 다른 버전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원작에서 출발했다. 관객은 원작이 원래 갖고 있던 몇몇 요소를 처음으로 발견할 것이다. 예를 들면 투스카니의 멋진 풍경이나 파란 머리 요정(원작에서 이 요정은 성인 여성이 아니라 소녀였다) 같은. 이 영화의 배경인 투스카니 지역은 실제 카를로 콜로디(<피노키오의 모험> 원작
[flash on] 수제명품 목각인형
-
<로마 위드 러브>의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는 호텔방을 잘못 찾아들어가서 만난 남자 안토니오(알레산드로 티베리)와 신혼부부 행세를 시작한다. 안토니오의 친척 어르신들은 ‘어디서 저런 여자를 데려왔을까?’라는 표정을 짓지만, 안나는 주변의 시선이 어떻건 간에 당당하고 쾌활하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의 기술’을 안토니오에게 가르쳐준다. 그저 흔한 콜걸의 에피소드지만, 페넬로페 크루즈의 존재감은 우디 앨런이 상상하는 ‘로마 드림’의 한 조각을 멋지게 맞춘다. 영국 출신을 제외한(아니, 그를 포함하더라도) 유럽 여배우의 활약상을 살펴볼 때, 과연 페넬로페 크루즈만 한 이가 있을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유럽 아트필름을 자유로이 오가는 가장 발랄하고 아름다운 아마조네스와의 만남.
<로마 위드 러브>를 <로마의 휴일>(1953)의 이상한 변형이라고 본다면, 페넬로페 크루즈는 바로 오드리 헵번이다. 실제로 페넬로페 크루즈는 종종 오드리 헵번과 닮았다는 얘
[페넬로페 크루즈] 눈부신 지중해 스타일
-
제페토 할아버지의 품을 떠나 당나귀 섬으로 들어간 피노키오의 모험을 다룬 작품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은 오늘 4월 25일 개봉.
[조권]"첫 더빙, 아이돌 중 내가 제일 잘해"
-
짱구(박영남)는 사사건건 자기를 나쁜 오빠로 만드는 동생 짱아(여민정)가 귀찮기만 하다. 때마침 짱아를 필요로 하는 짱아별의 외계인들이 짱아를 데리러 오고, 짱구는 흔쾌히 짱아를 보내주기로 한다. 외계인들이 전한 이야기는 이렇다. 본래 여유로 가득 차 있던 태양계가 지구인들로 인해 여유가 부족해졌다. 이대로 간다면 태양계는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여 혼돈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느긋느긋현자’와 ‘짱아공주’가 만나게 되면 무한한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짱아는 짱아별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짱아를 되찾기 위한 가족의 난입으로 태양계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마침내 ‘느긋느긋현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리고 짱구는 태양계의 평화와 동생 짱아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일생일대의 기로에 놓인다.
국내에선 네 번째로 개봉하는 극장판인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태풍을 부르는 나와 우주의 프린세스>는 시리즈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20주년을 기념해 시리즈 속 세계는
짱구 시리즈 탄생 20주년 기념작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태풍을 부르는 나와 우주의 프린세스>
-
<화양연화> DVD를 주고받으며 니콜라(피오 마르마이)와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의 사랑은 시작됐다. 하지만 DVD 제목을 빌려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둘의 화양연화는 너무나 짧다. 니콜라와 바바라는 더 완전무결한 사랑을 꿈꾸며 아이를 갖지만 로망은 곧 와장창 깨진다. 임신과 육아에 정신을 쏟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던 바바라는 우울증에 빠지고, 니콜라의 무관심한 태도까지 더해져 그녀의 인내심은 점점 한계에 다다른다. 주변의 압박에 미치기 일보 직전인 바바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육아의 책임은 고스란히 니콜라에게 옮겨간다.
그야말로 짜증과 피곤으로 점철된 바바라의 육아일기다. 육아의 어려움을 설파하는 것뿐이라면 그저 그런 임신, 출산 관련 영화들과 다를 바 없겠다. 하나 <해피 이벤트>는 임신 이후 바바라의 신체적, 감정적 변화를 여과없이 보여주며 일말의 환상조차 남기지 않는다. 아마도 <해피 이벤트>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일등 공신은 시나리오를
바바라의 육아일기 <해피 이벤트>
-
대기업 KNC의 총수가 중병에 걸려 위독한 가운데, 기업을 물려받을 총수의 딸 패리스(장백지)가 한국으로 스키여행을 떠났다가 눈사태를 맞아 실종된다. 그녀의 연인이자 KNC의 CEO인 권(권상우)은 이사총회를 미루고 패리스의 행적을 수소문하던 중, 그녀를 똑 닮은 꽃집 아가씨 진심(장백지)과 우연히 마주친다. 권은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는 총수의 동생으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해 잠시 동안 진심을 패리스로 변장시키고 상류층 사교계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교양을 가르친다. 처음에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 계약관계였지만, 밝고 명랑한 진심과 그녀를 지켜보는 권 사이에는 점차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어느새 커진 사랑의 감정에 두 남녀가 당혹스러워하며 갈등하고 있을 무렵 행방불명이었던 패리스가 살아 돌아오고, 진심과 권의 사랑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첫인상부터 대번에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1964)를 연상시키는 <그림자 연인>은 새로움에 도전하기보다는
‘신데렐라의 성공 스토리’ <그림자 애인>
-
대재앙 니어 서드 임팩트로부터 14년 뒤 에바 초호기 안에 잠들어 있던 이카리 신지가 깨어난다. 14년간의 기억의 공백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신지의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모든 것이 낯설다. 카츠라기 미사토 대령을 비롯한 네르프 구성원 대부분은 네르프에 저항하는 단체 ‘뷔레’를 결성하여 네르프의 인류보완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미사토의 발언에 반발하여 네르프에서 파견된 아야나미 레이를 따라나서는 신지. 그녀가 자신이 알고 있던 레이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실망하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 나기사 카오루를 만나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카오루의 설득으로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다시 한번 에반게리온에 탑승할 것을 결심한다.
1997년 극장판의 충격적인 결말을 뒤로하고 10년 만에 새롭게 시작하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본격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되는 이번 영화는 기존의 세계관을 공유하되 첫 번째 사도인 나기사 카오루
신극장판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에반게리온: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