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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한 참가자들이 사연도 목적도 모두 다르지만 단 한 번,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벌이는 가슴 벅찬 도전을 그린 작품 '전국노래자랑'은 오는 5월 1일 개봉.
[류현경]"김인권에 측은한 마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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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를 타고 로마 시내를 달리며 ‘나의 즐겁지 못한 일기’를 중얼거렸던 신경쇠약 직전의 좌파 감독, 난니 모레티가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조금 늦게 개봉되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2011)를 통해서다.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은 <악어>(2006)를 거슬러 <아들의 방>(2001)까지 올라가자면 무려 10년 만에 만나는 그의 신작이다. 그 세월 동안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런 영화를 만들게 한 것일까. 새 교황의 바티칸 탈출기 혹은 기묘하게 변주된 체호프의 심리극을 더 잘 이해해보고자, 한창호 영화평론가에게 모레티의 증후를 읽어달라 부탁했다. 그의 글을 통해 모레티를, 그리고 이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난니 모레티는 자신을 ‘갈매기’로 여기는 것 같다.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말이다. 이해받지 못하며, 사랑에 고통받고, 마치 죽은 존재처럼 사는 자신을 갈매기라고 부른 드라마 속 젊은이의 아픔이
반어에서 허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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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준 <7광구> <평행이론>
<서유쌍기>(1994)(<월광보합> <선리기연>) 감독 유진위
무작정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짚어주는 섬세함이 있다. 주성치 특유의 정서와 중국 무술 특유의 과장된 액션이 조화를 이룬 수작. 화려한 와이어 액션만큼 눈에 띄는 건 액션과 잘 녹아든 캐릭터의 깊이다. 철학적인 메시지, 진지한 드라마, 폭넓은 캐릭터가 조화를 이룬 주성치 월드의 정점. 제대로 웃기고 깊이있게 울린다.
<더 록>(1996) 감독 마이클 베이
여전히 다른 영화들의 모티브가 될 만큼 독보적인 자동차 추격 신.
<살파랑>(2005) 감독 엽위신
리얼함, 파워, 그리고 견자단.
<도화선>(2007) 감독 엽위신
이하 동문. 견자단!!
<쿵푸 허슬>(2004) 감독 주성치
자아를 깨우쳐 가는 철학적인 이야기.
박정률 <아저씨> <
몸으로 영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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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성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쉰들러 리스트>(1993)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음악 존 윌리엄스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연주한 이작 펄만의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는 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학살장면에 흐르는 이 아름다운 영화음악은 역설적이게도 잔혹한 현실을 담담하게 바라보게 한다.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녔던 쉰들러와 죽어간 많은 유대인에게 바치는 장송곡 같다. 절제된 음악이 슬픔을 표현하는 데 더욱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수작이다. 이 영화음악을 통해 영화음악에 대한 꿈을 품게 되었다.
<다크 나이트>(2008)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음악 한스 짐머
새로운 음향적, 형식적 시도로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한스 짐머에게 경의를.
<본> 시리즈(2002, 2004, 2007) 감독 더그 라이먼, 폴 그린그래스 / 음악 존 파웰
2000년대 액션 음악의 처음이자 끝.
그때 그 음악 기억 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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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내 아내의 모든 것> <황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작품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 편집 세이야마 다케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애니메이션이 다 재미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영화 중에 편집이 좋지 않은 영화는 없다. 편집이 영화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편집의 흔적이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을 때, 화려하고 현란한 기술 없이도 영화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할 때, 그게 바로 잘된 편집이라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가 그렇다.
<이터널 선샤인>(2004) 감독 미셸 공드리 / 편집 발디스 오스카스도티르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와 미스터리한 전개가 좋고 다채로운 장면전환이 인상적이다.
<소셜 네트워크>(2010) 감독 데이비드 핀처 / 편집 커크 벡스터, 앵거스 월
교차편집으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경쾌한 리듬감이 좋은 영화.
<메멘토>(2000)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편집 도디 돈
편집
도드라지지 않아서 완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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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용 <연가시> <댄싱퀸>
<대부>(1972)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 미술 딘 타불러리스
디테일이 뛰어나다. 시대상과 암흑가의 세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전달해준다. 죽음과 가족애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중적 주제로 모순적인 삶을 사는 마피아를 잘 보여준 영화였다. 1940~50년대의 미국 뉴욕을 충실히 재현했다. 권위적인 마피아인 대부 돈 콜레오네(말론 브랜도)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어두운 실내장식과 조명을 사용해 어둠 속에서 일하는 마피아의 삶을 잘 표현했다.
<불을 찾아서>(1981) 감독 장 자크 아노 / 미술 가이 J. 콤토이스, 브라이언 모리스
대사 없이도 초기 인간의 원시시대를 미술적으로 잘 이끌어내고 있다.
<모래의 여자>(1964) 감독 데시가하라 히로시 / 미술 히라카와 도테쓰, 야마자키 마사오
공간이 주는 특이함과 인간에게 던져주는 철학적 메시지가 감동적이다.
<시계
공간이 말을 걸어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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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 <화차> <소수의견>
<마이클 클레이튼>(2007) 감독 토니 길로이 / 촬영 로버트 엘스윗
엔딩 롱테이크숏을 베스트 장면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 중반, 음모에 의한 살해장면이 압권. 카메라는 침묵 속에 전개되는 살인을 담담히 담는다. 로버스 엘스윗은 폴 토머스 앤더슨의 촬영감독이었는데 앤더슨의 매혹적인 미장센은 그의 몫이 컸다. <본 레거시>의 한국 분량 촬영 때 찾아가 촬영모습을 봤지만, 우리나 거기나 일하는 모습은 비슷했다. 언제나 나만의 베스트는 <마이클 클레이튼>.
<소셜 네트워크>(2010) 감독 데이비드 핀처 / 촬영 제프 크로넨웨스
디지털마에스트로 데이비드 핀처. 너희들은 RED 카메라로 이런 룩을 만들어봤니?
<헤이와이어>(2011) 감독, 촬영 스티븐 소더버그
액션영화의 카메라도 엉덩이가 무거울 수 있다. 소더버그 만세!
<보이A>(2007) 감독
나의 영감, 나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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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엔진이라지만 자동차를 고를 때 엔진만 보고 고르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동체의 유려한 곡선에 반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언덕길도 가뿐하게 오르는 성능에 매료되기도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 100명이면 보는 기준도 100가지인 법, 영화 현장의 전문가들은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지점에 매혹될까. 2013년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5개 분야 35인의 영화 스탭들에게 그들이 사랑하고 매혹된 영화에 대해 물었다. 2002년 <씨네21> 370호에서 ‘영화 스탭들이 말하는 베스트5’를 꼽은 지 딱 11년 만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지 않던가. 그때 그 시절 자신들의 은밀한 취향을 이야기했던 선배들과 현재 충무로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후배들의 선택은 확실히 달랐다.
촬영감독들의 선택은 한마디로 새로움이었다. 고전 명작들을 주로 추천했던 예전에 비해 <스토커> <아임 낫 데어>처럼 비교적 최근 개봉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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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 문장을 쓰면서 여러 번 망설였다. 카카오 스토리나 페이스북에 쉼없이 올라오는, 결혼한 친구들의 아기 사진에 일일이 칭찬하고 반응할 기력이 없어 아예 들어가질 않게 되는 마음과 비슷하면서도 입 밖에 내어 말하자니 어쩐지 조금 죄책감이 느껴졌다. 예쁜 아이는 예쁘지만 모든 아이가 예쁘다고 느끼지는 않고, 번잡스럽거나 시끄럽거나 떼를 쓰거나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를 보면 미간을 찡그리는 내가 마음 좁은 어른이라는 걸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아이가 아닌 지 오래고 가까이에도 아이가 없다 보니, 어른들이 암묵적으로 지키는 인간관계의 선을 마구 넘나들고 욕망과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한 데다 자신의 미성숙함을 전혀 숨기지 않는 그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가 첫 방송부터 <일밤>을 수렁에서 건질 코너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음에
[최지은의 TVIEW] 잊어버린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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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안나 카레니나>를 좋아한다. 과거에도 그랬겠지만 요즘 들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워싱턴 포스트>가 2007년 미국 작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안나 카레니나>가 1위였다. 2위는 <마담 보바리>, <롤리타>가 4위였다. 3위 역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러시아 문학이 강세고 그중에서도 톨스토이가 단연 선두에 있다.
가장 최근에 나왔다고 볼 수 있는 문학동네판 세계문학전집은 <안나 카레니나>로 시리즈를 시작한다. 90년대에 발간을 시작한 민음사판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즉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시작하고 80년대의 학원사판은 셰익스피어 희곡집이 1권이었다.
오르한 파묵은 2009년 10월에 하버드대학의 노튼 강좌를 맡았다. T. S. 엘리엇,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탈로 칼비노 등이 이 강좌를 거쳐간 선배들이다. 파묵은 첫 강의를 <안
[영하의 날씨] 그녀처럼 나도 매혹당하고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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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로마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키가 크고 피부가 거무스름한 이탈리아 미남… 사기꾼이었다. 공항에서 사냥감을 물색하던 그는 내게 다가와 기차가 끊겼다며 괜히 밖에 나가서 바가지 쓰지 말고 자기 택시를 타라고 말했다. 내일이 노동절이어서 직원들이 일찍 퇴근했다는 것이었다. 아, 이탈리아는 휴일 전날부터 쉬는구나, 좋은 나라구나… 는 개뿔, 하마터면 설득당할 뻔했다. 와락 겁을 먹은 나는 처음으로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여행이 아닌 관광을 했다.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를 보며 떠올린 관광의 추억. 그래서 뽑아봤다. 영화 찍으랬더니 관광 다녀온 영화 다섯편이다.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만리장성, 대피라미드, 세렝게티
감독 61살, 주연배우 1번 70살, 주연배우 2번 70살. 세 노인네가 남의 돈으로 효도 관광을 떠난 김에 영화도 한편 찍었으니 바로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다. 죽음을 앞둔 노인
[김정원의 피카추] 염불보단 젯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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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로 추도사를 쓰고, 자서전을 쓰게 될 것이다. 신귀백 감독의 <미안해, 전해줘>와 이호재 감독의 <잉여인간들의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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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우편으로 따로따로 날아온 영화 두편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발송인은 양쪽 다 영화를 만든 감독님들이다. 언제 스크린에서 상영하게 될지 운명이 (아마도) 정해지지 않은 영화들. 얼마 전 인터뷰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의 오멸 감독이 극장 개봉하지 않은 전작 <이어도>에 관해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이어도>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줘요. 그게 저한테는 개봉이에요.” 그래서일까? 개봉 날짜를 받아놓은 영화의 시사용 DVD를 볼 때보다 엄숙한 자세가 나왔다. 이 영화들에겐 지금 내 방이 개봉관이니까.
전주에서 날아온 신귀백 감독의 <미안해, 전해줘>는, 2004년 타계한 박배엽 시인을 추억하는 다큐멘터리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편지와 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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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현장이었습니다. 자동차 세대가 굉음을 내며 차례로 터널을 뚫고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두대의 대형 자동차 중간에 끼어 달리는 소형 자동차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스크린에 펼쳐질 때 우리는 가운데에 있는 저 소형차와 카메라 덕분에 두대의 대형 자동차가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감독은 여러 번 그 장면을 되풀이하며 고심을 거듭했는데 그때 그의 고민의 내용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습니다. 쾌속의 운동감을 어떻게 더 상승시킬 것인가. 그게 그의 고민이었을 겁니다. 한 귀퉁이에 서서 그걸 지켜보다가 지금의 문제를 문득 떠올립니다. 저의 호기심은 그 감독의 고민과 정확히 반대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가 빠르기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저는 느려서 이상한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실상은 긴요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어느 두편의 영화의 두개의 장면,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그 문제에 관한 호기심이 문득 그때 다시
[신 전영객잔] 슬로모션,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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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았을 때의 은교가 잊히지 않는다.” 소설에서 노시인 이적요는 그렇게 첫 문장만 따로 떼어 썼다. 그 ‘순간’은 영화에서도 결정적이다. 이름 모를 소녀가 잠시 쉬어가는 새처럼 이적요의 흔들의자 위에서 새근새근 눈을 붙이고 있는 그 찰나. 그 찰나를 어떤 언어로 붙잡을 수 있을까. “인생에 돌아오지 않는 어떤 순간이 찍힌 것 같다.” 정지우 감독의 그 말의 애틋한 기운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물한살 소녀 위로 가을 햇살과 나무 그림자가 덧없이 어른거렸다. 그 소녀의 한때를 놓칠세라 김태경 촬영감독도 카메라를 쉽사리 놓지 못했다고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나게 만들어버리는 그 순백의 소녀를 2012년의 신인으로 꼽은 게 <씨네21>만이 아니었던 것도 당연하다.
2013년 봄, 스튜디오에 들어선 배우 김고은은 어딘지 달라 보였다. 우리는 얄궂게도 아직 이적요의 처녀를 바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땐 그냥 은교로 살았다”면, 요즘은 ‘복순
[김고은] 은교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