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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캡틴필립스> 아이러니한 순환고리
[헌즈 다이어리] <캡틴필립스> 아이러니한 순환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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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술자리, 작은 입씨름이 벌어졌다. “너 꼰대 같아.” “내가 무슨… 꼰대는 너지.” 서로를 꼰대라 부르며 극구 자신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부정하는 이 야릇한 입씨름의 주인공은 40대 영화인들이었다.
자신이 꼰대임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아예 꼰대라는 말을 훈장처럼 여기는 꽤 나이 든 어르신들을 제외한다면, 중/장년층은 ‘꼰대’라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뜨거운 주홍글씨로 여기는 요즘 풍경이다. 청춘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중/장년층도 자신이 꼰대로 몰릴까 노심초사한다. 나 같은 경우 나에게서 행여나 꼰대 냄새가 날까봐 킁킁거리며 꼰대 탐지기를 24시간 가동하기도 한다. “내가 꼰대처럼 보이니?”
이반 일리치는 유행하는 키워드를 보면 세상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한국의 키워드는 ‘속물’, ‘잉여’, 그리고 ‘꼰대’다. 속물과 잉여는 체제 안에 포섭되었는가, 그렇지 못했는가에 따라 나뉘는 욕망의 대립각이다. 한쪽에선 자동차, 아파트, 주식으로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른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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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그때가 좋았지’, ‘그때는 이랬는데’ 같은 말을 자주 한다는 걸 깨닫고 씁쓸해진 적이 있다. 그때도 괴롭고 슬프고 지겨운 시간이 있었을 텐데 기억에서 좀 흐려졌다고 ‘좋았던’ 과거만 뒤돌아보는 건 그때의 나에게도 지금의 나에게도 좀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살씩 더 먹을수록, 먼 추억은 힘이 세다는 걸 느낀다. 지난해에 본 영화는 제목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데 중학생 때 본 드라마는, 친구와 주고받았던 편지 속 구절들은, 짝사랑했던 소년과의 짧은 마주침은 아직도 생생한 걸 보면 말이다.
지난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이어 돌아온 <응답하라 1994>에 어김없이 낚이는 나 자신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다. 첫회부터 MBC <마지막 승부> 주제가의 전주인 “빠바밤 빰빰 빰빰 빰빰 빠밤~”이 흘러나오는데, <응답하라 1997>에서 성시원(정은지)이 <전사의 후예> 춤을 출
[최지은의 TVIEW]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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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향기가 진한 봄날이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학교로 올라가려는데, 선배가 내 손을 잡아끌면서 속삭였다. “너는 나하고 자전거 타고 가자.” 쿵! 내 나이 스물한살, 남녀 성비 7.5 대 1의 풍요로운 대지에서 여태껏 불모로 남아 있던 이 황량한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쌀집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선배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밤은 깊었다. 인적 없는 캠퍼스를 따라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선배의 숨결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배가 속삭였다. “정원아.” “… 네.” 나는 수줍게 대답했다. “미안한데, 힘들어서 도저히 안되겠다. 우리 그냥 걸어가자.” 경사가 급하기로 악명 높은 우리 학교의 잘못이었던가, 토실토실하게 술살이 올라 해가 바뀌면서 앞자리도 더불어 바뀌었던 내 몸무게의 잘못이었던가. 어찌됐든 아아, 그렇게 나의 봄은 갔습니다.
엄청나게 잔인하다는 소문에 가슴을 두근거리며(그런 거 좋아한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김정원의 피카추] 따르릉 따르릉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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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리(심은경)는 사실 이 집에 처음 방문하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영혼이 말순이니 제집 드나들 듯할 수밖에 없다. 거침없는 오두리의 기세에 반지하(진영)는 눈치 보느라 바쁘다.
뮤지컬 <친정엄마>를 하느라 한동안 영화를 떠나 있었던 나문희의 반가운 복귀다. 실제로는 걸음도 사뿐사뿐 걷는 천생 여배우지만 카메라만 돌아가면 억척스러운 말순으로 180도 돌변했다.
더위에 지친 연기를 하느라 얼굴을 잔뜩 찌푸렸어도 귀여움은 여전하다. 재능 있는 또래 배우들이 많지만 심은경만큼 몸사리지 않고 전투적인 태도로 연기하는 배우도 없는 것 같다. 유학을 마친 뒤의 복귀작이라 심은경에겐 더욱 의미 있는 현장이다.
성동일과 황동혁 감독은 무슨 얘길 저리도 긴밀히 나누는 걸까. 오늘 현철(성동일)의 대사는 “다녀올게요” 한마디였다. 성동일은 그 한마디 인사와 처진 어깨로 고단한 가장의 모습을 기막히게 잘 드러냈다.
생글생글 잘도 웃는 진영은 단연 촬영현장의 비타민 같은 존재다. 쉴
[씨네스코프] 소녀 안에 할머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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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의 절창(<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처럼 미안하다는 말이 정말 제일 어려운 말이 되어가고 있다. 그녀에겐. 어쩌려고 이러실까. 그저 사실을 인정하고 수사 방해를 하지 말고 결과를 존중하면 되는 것을. 국면마다 긴 말도 필요 없다. ‘지켜보겠다’, ‘최선을 다해달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세 문장이면 된다.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 아닌가. 그런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서 퍼뜨린 말들은 너무 저열해 ‘연민’까지 들 정도다. 전/현 직원들이 전하는 바, 나중에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 일을 할 때는 몰랐다지 않나. 국가에 복무하고자 했던(혹은 안정적인 봉급 받을 작정이었던) 멀쩡한 엘리트들(혹은 생활인들)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도 있는 게 국정원이다. 그런 국정원을 ‘애용’하는 이들은, 검찰 총장을
[김소희의 오마이 이슈] 헌정 질서의 멜트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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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졸업앨범을 뒤적이다 보면 여러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 어떤 얼굴은 세월이 지나며 초점이 나간 사진처럼 흐릿해지지만, 어떤 얼굴은 사진보다 기억 속에 이미 훨씬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배우 T.O.P 혹은 최승현은 엄연히 후자에 속하는 얼굴이다. 또래의 남자배우들에 비해 훨씬 진하고 묵직한 인상의 그는, 비유하자면 목탄으로 꾹꾹 문지른 그림 같다. 그 거칠고도 부드러운 느낌의 선과 면으로 꽉 차 있는 그의 이미지들은 적은 움직임만으로도 오랜 잔상을 남긴다. 그가 배역의 대소에 관계없이 절대 배경(背景)을 연기할 수 없는 이유다. 빅뱅과 GD&T.O.P 일원으로서의 그를 비롯해 앞서 지나간 드라마 <아이리스>의 냉혈 킬러 빅이 그랬고, 영화 <포화속으로>의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이 그랬다.
<포화속으로> 이후 3년 만에 영화 <동창생>으로 돌아온 그 역시 결코 평범한 동창생이 아니다. 북에 홀로 남겨두고 온 여동생을
[최승현] 거짓말 못한다, 꽂히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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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61번째 인터뷰예요.” 박중훈과의 만남을 위해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 <톱스타>의 홍보팀이 살짝 귀띔한다. 그런 홍보팀의 뒤편으로 의자를 옮기는 박중훈 ‘감독’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런 일도 직접 하세요?” 박중훈을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씨네21> 손홍주 사진팀장이 농을 건네자, “왜요, 이상한가요? (웃음) 인터뷰만 60번을 했는데, 진행 맡은 마케터 분들도 얼마나 힘드시겠어요”라고 대답하는 박중훈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살인적인 인터뷰 스케줄을 감당하는 수많은 배우들을 목격해왔지만, 박중훈처럼 인터뷰 장소에서의 모습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배우도 드물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직업인 톱스타들의 비상과 추락을 다룬 영화가 그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박중훈 감독의 <톱스타>는 ‘한국 연예계 탐구생활’ 같은 영화다. 연예계의 시기와 질투, 협박, 각종 루머와 추문 등 수많은 ‘소문’으로 접해왔던 무대
[박중훈] 모르는 건 그냥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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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감독 허정 / 출연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왼쪽)
<돌이킬 수 없는> 감독 박수영 / 출연 이정진, 김태우, 정인기(오른쪽)
숨바꼭질은 내가 안전하다고 규정한 곳에, 나를 위협하는(잡을) 술래가 침범하면 잡히는 놀이다. 최적의 숨을 곳을 찾아들어간 나는, 놀이가 진행되는 짧은 시간에도 나만 아는 공간이라는 안도감과 곧 술래에게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걸 느낀다. 이 떨림을 좀더 확장해 ‘내 집’과 그 공간을 침범하려는 ‘낯선 자’로 치환하면 영화 <숨바꼭질>이 가지는 공포의 공식이 완성된다. 성수(손현주) 가족이 어느 날 그들의 아파트를 노리는 이에게 노출되면서 안전하다고 믿었던 내 집이 공포의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경우 낯선 자에 대한 규정이 중요한데, 숨바꼭질 놀이로 비교해보자면 술래의 핵심은 내 공간에 들어올 것을 이미 암묵적으로 합의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술래는 택배기사로 연상되는 헬멧
[digital cable VOD] 누가 술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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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글을 잘 쓰고 싶지 않을까. 서점에 나가보면 글쓰기 교본으로만 이루어진 매대가 있을 정도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도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 조용히 있지는 않았다. 머리에 떠오르는 책만 적어봐도 여러 권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통속소설 작가로서 아예 노골적으로 많이 팔리는 책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딘 쿤츠의 <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써놓은 소설을 어떻게 출판사에 팔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가 잊고 있지만 사실 역사상 가장 멋진 소설 도입부는 에리히 케스트너가 어린이들을 위해서 쓴 <에밀과 소년 탐정들>에 나온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에밀과 소년 탐정들>의 첫 부분을 안 읽은 분은 꼭 찾아보시기 바란다. 작가가 원래 남태평양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하다가 고래 다리가 몇개인지 알지 못해서 포기하고 탐정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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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선정 1970년대를 지배한 도서 톱 10, 전세계에서 2700만부가 판매된 전설의 베스트셀러, 한국어판 출간 당시 음란성을 이유로 지형(紙型)이 소각되는 수모를 겪었고 그 뒤로도 <날으는 것이 두렵다> <침대 밑 사나이> <꿈의 회의로부터의 보고> 등 다양한 한국어(해적)판이 출간된 문제작. 네번의 결혼과 거침없는 성적 상상 등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고스란히 담긴 소설로, 작가 에리카 종을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도서] 페미니즘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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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해설서. 유시민이 정치적 난독증에 빠져 대화록의 내용을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과 지식인, 언론을 비판하며, 대화록 독해가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해설가로서 나선다. “감정에 격하게 휩쓸린 사람들은 심각한 오독과 난독 증세를 보였다. 그분들의 논리적 사고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심리적/정서적 장애가 문제였다.” 대화록 읽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읽어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도서] 우리 사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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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munge가 실력을 키우기 위한 노하우를 전한다. 좋아하는 소재나 주제를 모으는 ‘리서치’(Research), 대상을 세심하게 바라보고 표현해보는 ‘관찰’(Observation), 연습한 프로젝트들이 낱장의 그림들로 그치지 않도록 손에 만져지는 실체들로 만들어보는 ‘개발’(Development), 자신만의 추억을 재발견하고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록과 저장’(Archive)의 프로그램들이 자기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노하우로 제시된다.
[도서] 나만의 그림 그리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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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다룬 두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패션의 역사>는 크리스티앙 디오르부터 마크 제이콥스까지 현대 패션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으며 <패셔너블>은 아름답고 기괴한 패션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판이하게 다른 관점에서 패션을 조망하는 셈이다. 백과사전식으로 많은 정보를 담았지만 글만큼 화보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커다란 판형의 책들이다.
돌고 도는 유행이라는 관점에서 패션의 현대사를 알고 싶다면 <패션의 역사>가 좋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여성의 패션은 어떤 혁신을 거듭했는지 재미있게 보여준다.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들의 무용담이 펼쳐진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뉴룩은 세계대전을 겪으며 획일적인 옷만을 입어야 했던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을 되찾게 해주었다. 이브 생 로랑은 르 스모킹 슈트를 만들어 여성들에게 바지 정장을 입혔고, 집과 일터에서 여성의 지위를 남성에 걸맞게 끌어올리는 상징적인 룩을 완성했다. 속옷과 겉옷의 경계를
[도서] 우리가 이 옷을 입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