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메이크업 받고 같이 촬영하는 거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지?” <씨네21> 표지 촬영 현장에 들어선 <우리 선희>의 두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가 재미있어한다. 두 사람은 <첩첩산중>과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까지 홍상수 감독의 세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서 만났다면 지금과는 다른 관계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고 이선균이 말한다. “장르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나, 본연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보호막이 없는” 홍상수 감독의 현장에서 모든 배우들은 “자연스럽고, 꾸밈없고, 편한” 모습으로 서로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정해진 컨셉과 설정이 있는 촬영과 만남이 두 배우에겐 오히려 어색하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세편의 영화에서 연인 사이로 호흡을 맞춘 그들이지만, 프레임 바깥에서 이선균은 정유미에게 “말 없이 곁에 서 있어도 안심이 되는” 선배고, 정유미는 이선균에게 “<우리 선희>
[우리 선희]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미로
-
제작자들 사이에서 문와쳐 윤창업(37) 대표는 “아이디어가 많고, 도전을 즐기는 젊은 기획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1년 영화 전문 투자사 아이엠픽쳐스에 들어가 기획, 투자, 제작 관리, 마케팅, 해외 세일즈를 두루 경험했고, 2004년부터서는 제작사 화인웍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마음이…>로 프로듀서 데뷔를 했다. 2008년에는 자신의 회사 문와쳐를 창립해 <블라인드>(감독 안상훈/출연 김하늘, 유승호)로 236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후 여러 편의 영화를 동시 기획하며 활발히 활동하던 윤 대표는 올해 초 2013년은 ‘안식년’이라며 숨고르기를 선언했다. 그랬던 그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현장에 돌아왔다. 한/중 합작영화 <짜이찌엔 아니>, 한/미 합작영화 <더 캐치>, 한/일 합작영화 <핀란드 파파>, 세편의 합작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들고서 말이다.
-“2013년은 쉬어가는
[윤창업] “중국시장에 제대로 들어가보려 한다”
-
<위대한 개츠비> 감독 바즈 루어만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캐리 멀리건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감독 박신우 / 출연 한석규, 손예진, 고수
바즈 루어만 버전의 <위대한 개츠비>를 보며 수차례 파티장면의 화려함에 길을 잃을 찰나, 다행히 그는 이정표 역할을 할 장면을 제시한다. 확실히 그는 원작에서 묘사된 1920년대 뉴욕의 혼란보다 개츠비와 데이지, 그리고 남편 톰의 삼각관계에 매진했다 싶은데, 플라자 호텔 장면에서 묘사된 삼각관계는 그 의도와 가장 근접하지 않았을까 싶다. 연인 데이지를 되찾으려는 개츠비의 초조함이 극에 도달한 상황이자, 아내를 잃을 위기에 처한 톰의 질투심이 폭발하기 직전. 팽팽한 긴장의 순간을 깨는 건 사랑의 칼자루를 쥔 데이지다. ‘당신을 사랑했지만, 남편도 사랑했다’는 애매모호한 정리. 그 순간 모든 게 끝났다. 압축된 공기가 해제되고 사건은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 남은 건 데이지를 위해 부를 축
[digital cable VOD] 사랑도 시간도 움직이는 거야
-
핑크영화 전문감독이었던 히로키 류이치가 몇 년 전부터 사랑스러운 성장영화들을 내놓고 있다. 제15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키즈아이 섹션에 초청된 <괜찮아 3반>은 <오체불만족>의 작가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초등학교 교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이 영화는 팔과 다리가 없는 아카오 선생(오토다케 히로타다)과 5학년 3반 아이들이 함께 보낸 일년을 다정한 시선으로 지켜본다. 영화를 찍는 동안 히로키 류이치는 수많은 아역배우들의 “현장 선생님”이 되어야했다. 그에겐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던 <괜찮아 3반>의 촬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소설 <괜찮아 3반>을 영화화했다.
=프로듀서가 원작자가 직접 출연할 거라면서 나에게 영화화를 제안했는데, 원작을 읽어보니 도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다. 원작에 있는 에피소드를 거의 그대로 살려서 쓴 각본을 토대로 영화를 찍었다. 잔잔한 영화라 자칫 설교하는 것처럼 보일
[flash on] 오체불만족? 오감대만족!
-
-
영화 <프로메테우스>에는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안드로이드 데이빗이 나온다. 인간 탑승자들이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에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잠들어 있는 동안 데이빗은 모든 것을 돌본다. 마이클 파스빈더가 연기한 이 안드로이드는 매력적인 외모에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표현’하고 이해할 줄 알며 “요청받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데이빗의 탄생을 다룬 별개의 영상물이 제작되어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데, 데이빗을 ‘감성적’(emotional)이라고 소개한다. 그렇다고 프로메테우스호의 승무원이나 탑승객이 그를 인간처럼 대접하지는 않는다. 묘하게 각이 서 있는 말투와 행동 때문에 그가 인간이 아님을 수시로 인지하는 것일까? 아니, 오히려 데이빗이 인간처럼 행동할 때마다 혹은 인간처럼 질문을 던질 때마다 거리를 두려는 듯 데이빗에게 “너는 로봇, 나는 인간”임을 확인하는 말을 한다. 가끔은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렇다면 로봇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로봇도 섹스를 하나요
-
<벨 자>를 생각하면 실비아 플라스의 집요하고도 단호했던 자살이 떠오른다. 그녀가 죽기 몇주 전 출간된 자전적 소설. 실비아 플라스는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여성주의 소설가로 가장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다. 히스 레저가 출연했던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깐깐한’ 여주인공이 들고 있던 하드커버 책이 <벨 자>였다는 사실도 이 책의 상징성을 알려준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과 일기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도서]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
-
‘얼불노’ , 그러니까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열렬히 지지하는(드라마든 책이든 양쪽 다든!) 팬들에게 유일한 소원이 있다면 저 끝내주는 이야기꾼 조지 R. R. 마틴의 만수무강 아닐까(최소한 완결 전에는 절대 돌아가시면 안돼!). 기껏 등장인물에 애착을 갖게 만들어놓고 죽여버리는 이 매정한 작가의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5부 <드래곤과의 춤>이 3권으로 출간되었다. 책 두께만큼 시간과 책장을 비우시길.
[도서]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5부
-
비행공포증이 있어 일본 밖으로는 못 나간다던 온다 리쿠였는데, 라틴아메리카에 다녀와 에세이를 냈다. <한낮의 달을 쫓다>를 비롯해 일본 곳곳을 여행하며 그곳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소설들을 쓴 작가답게 라틴아메리카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소설 다섯편을 써서 같이 실었다. 읽다보면 소설이 에세이 같고 에세이가 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 책. 과대망상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도서]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에세이
-
“도시 빈민가 연구에 선구적 구실을 한 사회학자들은 이제 주로 도시 변두리 주민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오늘날에는 소설가들조차도 대개 가난의 문제점이나 변화하는 세계의 현실하고는 거리가 먼, 중산층의 정신을 탐구하기에만 바쁘다.”
1961년에 출간된 멕시코 하층민 가족에 대한 르포르타주 <산체스네 아이들>의 책머리글은 지금이라고 뭐가 다를까 싶다. 자고로 돈을 많이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이 더 잘 팔리기 마련일 테니. 시위대가 천막을 친 자리에 화단을 만들고, 달동네로 유명했던 동 이름을 개명하고, 노점이 있던 자리에 컨테이너를 놓는 서울에서는 이 책이 어떻게 읽힐까.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어느 시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또한 같을 수도 없다. 처음 사랑하게 된 남자에게 “정말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한번 자줘야 할 것 아니야?”라고 추궁당한 일을 회고하는 목소리는 귀에 익지만, 아들이 칼에 배를 찔려 죽은 날에조차 식당 일을 쉴 수 없었던 어
[도서] 피할 수 없는 가난의 속살
-
그때 그 ‘백마 탄 왕자님’이 다시 돌아온다. 백마 탄 왕자님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 이 남자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지 않을까. 언제나 스위트한 미소가 걸려 있는 입꼬리, 한없이 든든해 보이는 어깨와 가슴, 위기에 빠진 누군가를 보면 주저하지 않고 손부터 내밀 것 같은 신사적인 태도까지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운 이 남자, 대니얼 헤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니얼 헤니는 우리가 으레 기억하던 매너 좋고 선량한 왕자님이 아니다. <스파이>의 이중스파이 라이언 역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대니얼 헤니에게선 어쩐지 위험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대학 시절엔 농구선수로 활약했고, 미국에서 모델 일을 하며 런웨이와 연극 무대를 오가던 대니얼 헤니는 CF를 찍던 중에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헨리 킴 역에 캐스팅되어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KBS 드라마 <봄의 왈츠>의 필립, 영화 <Mr. 로빈 꼬시기>의 로빈 헤이든을 차례로 거치며 그의
[대니얼 헤니] 나쁜 젠틀맨이라도 좋아
-
김경주의 시에 늘 호의적이었던 신형철 평론가는 “김경주의 시는 감각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라는 기율에 충실하다”고 썼다. 그런 그가 새로운 ‘감각’의 시극(詩劇)을 준비 중이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자고 있어, 곁이니까> 등을 쓴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가 시극 <나비잠>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 사대문 축성에 얽힌 신화와 창작설화를 시적 언어와 라이브 음악 및 인형극, 그림자극, 영상 등 다양한 이미지의 오브제를 융합해 무대화한 것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가 협연연출에 나선다.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는 ‘<뉴욕타임스> 최우수 연극 10선’에 선정되면서 주목받았던 예술가로 뮤지컬 <라이언 킹> 그림자극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모국어의 충만한 속살’과 ‘우리 자장가의 아름다움’을 근사하게 담아낼 <나비잠>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추석인 9월19일 개막해 29일까
[trans x cross] 굿나잇, 불면의 존재들
-
장편영화가 긴 기간 이어지는 연애라면 단편영화는 불꽃이 번쩍 튀는 소개팅 같은 것은 아닐까? 여기에 단편영화들만이 선사할 수 있는 이러한 설렘과 반짝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올해로 벌써 7회를 맞이하는 ‘대단한 단편영화제’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9월6일부터 1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단편영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은 상대적으로 제작 기간이 짧은 만큼 동시대의 민감한 문제들을 무엇보다 빠르고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단편 경쟁 섹션에 초대된 25편의 작품들 역시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2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내에서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재기발랄하게 담아냈다.
눈에 먼저 띄는 것은 학교 내 폭력문제를 다룬 작품들이다. 예민희의 <4교시 체육시간>이 고등학교 내 ‘빵셔틀’이나 ‘왕따’의 문제를 도시락이라는 소재로 코믹하지만 가볍지 않은 방식으로 담아냈다면, 오대양의
[영화제] 대다나다, 과감발랄 단편영화
-
<프리즈너스> Prisoners
감독 드니 빌뇌브 / 출연 휴 잭맨, 제이크 질렌홀 / 수입 판씨네마 / 배급 NEW / 공동배급 판씨네마 / 개봉예정 10월 초
범죄라고는 없을 것 같은 조용한 어느 마을. 한 부부의 딸이 실종된다. 유력한 용의자가 바로 붙잡히지만 경찰은 그의 범죄를 확증해내지 못하고, 용의자는 풀려난다.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켈러(휴 잭맨)는 이 사태를 좌시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 용의자를 뒤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로키 형사(제이크 질렌홀)는 범인이 따로 있다고 추정하고 자기만의 수사를 펼친다. 딸을 잃은 아버지와 열혈 형사는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해간다. <그을린 사랑>을 연출하여 세계적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드니 빌뇌브가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들과 만나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을지 기대된다.
[Coming Soon] 딸을 잃은 아버지와 열혈 형사 <프리즈너스> Prisoners
-
영화는 노인이 된 잔다라(마리오 마우러)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그를 출산하던 중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 위스난데차(사카랏 루엑탐롱)는 자신의 아들을 인간 쓰레기 취급하며 학대하기 시작한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욕정으로 해소하는 위스난데차는 집 안의 모든 하녀들을 탐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잔다라를 돌보기 위해 온 이모 와드(봉코이 콩말라이)까지 자신의 여자로 만든다. 아버지의 성적 방종은 트라우마에 갇혀 자란 잔다라에게도 이식된다. 잔다라는 성적 쾌락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새어머니 분링(야야잉)의 유혹에 넘어가 돌이킬 수 없는 욕망의 늪에 빠져든다.
<잔다라 더 비기닝>은 타이 내에서 30년 동안 판매가 금지되었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01년에 개봉했던 <잔다라>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잔다라>는 개봉 당시 작품의 적나라한 성애묘사와 더불어 홍콩의 진가신 감독이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리메이크는 오리지널 버전에서 다루지 못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복수 <잔다라 더 비기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