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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을 잇는 미국 최고의 유머작가라고 하는 제임스 서버의 대표작. 일가족이 부산스럽게 이런저런 사건에 말려든다. 가족이 주인공인 코미디를 잘 쓰는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경우는 에세이지만)를 떠올리게 되기도 하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뒤표지에 실린 미국 작가들의 극찬만큼 깔깔 웃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벤 스틸러가 감독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로 개봉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겠다.
[도서] 이런저런 사건에 말려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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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 소설과 그로 인한 영화와 그 안에 깃든 음악까지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리듬으로 충만하다. 영화와 영화음악에 비해 너무나 읽어보기 힘들었던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이 출간되었다. 가능하다면, 현대 비올라 다 감바의 명장인 조르디 사발의 영화음악을 들으며 읽을 것. 파스칼 키냐르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소설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구현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모든 아침>은 비올라 다 감바의 거장 생트 콜롱브의 삶을 그린다. 비올라 다 감바의 소리로 울리는 생트 콜롱브의 곡은, CF음악에서부터 자동차 후진 벨소리, 전화 연결음, 현관 벨소리 등으로 들어온 클래식의 유명한 곡들과는 다르다. 듣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다. 또한 읽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 바로 콜롱브의 그것이었다. 한 인간이 그가 다루는 악기와 하나가 된다면, 악기는 어떤 소리로 노래하고 울까? “그의 제자 가운데 하나인 콤 르 블랑은 그가 인간 목소리의 모든 굴곡
[도서] 문자가 음표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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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 <슈퍼배드2>에서도 태연과 서현이 마고와 에디스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던 맏이 마고는 어느덧 첫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사춘기를 맞이했고, 에디스는 온갖 운동과 무술을 섭렵한 말괄량이로 자라 있었다. 태연과 서현은 한마디를 물으면 서로 주거니받거니하며 열 마디 수다보따리를 풀어놓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났어도 왈가닥인 슈퍼배드 자매들처럼, 3년 만에 <씨네21> 지면으로 다시 만난 태연과 서현도 여전히 해맑고 천진한 소녀들이었다.
-1편에 이어 2편에도 참여한다.
=서현_‘다음 시리즈도 우리가 해야지!’ 생각했는데 다시 불러주셔서 정말 좋았다. 에디스는 더욱 개구쟁이가 됐더라.
태연_캐릭터는 변함없는데 목소리가 달라지면 관객이 싫어하지 않겠나. 마고는 사랑에도 빠지고, 더 성숙해졌다.
-마고의 첫사랑인 안토니오 같은 남자는 어떤가.
=태연_내 이상형과는 좀 먼데. (웃음) 덜 느끼했으면 좋겠다. 안토니오는
[flash on] 숨어 있는 목소리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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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주식회사>(2001)의 10여년 만의 속편이자 프리퀄인 <몬스터 대학교>의 댄 스캔론 감독과 코리 라이 프로듀서가 한국을 찾았다. <몬스터 주식회사>가 만들어지던 해 픽사에 입사해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하기 시작한 댄 스캔론은 <카>(2006) 등에 참여해 실력을 뽐낸 픽사의 기대주 중 하나다. 1993년 픽사의 광고 프로듀서로 입사한 코리 라이는 애니메이션 파트로 자리를 옮긴 뒤 <토이 스토리2>(1999), <인크레더블>(2004) 등에 부프로듀서로 참여하며 픽사의 현재를 만든 숨은 실세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니까 <몬스터 대학교>는 두 사람 모두 감독과 프로듀서로서 애타게 기다려온 입봉작이다.
-주인공 마이크가 꿈에 그리던 몬스터 대학교에 입학하던 순간은, 당신이 픽사에 입사하던 그때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댄 스캔론_2001년 픽사에 첫 출근하던 날이 바로 <몬스터 주식회사>
[flash on] 실패의 순간에 선 두 친구의 성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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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의 일등공신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2010)을 <해리 포터>만큼 성공시키지 못한 건 사실이다(각축전을 뚫고 ‘넥스트 해리 포터’의 영광을 가로챈 건 제니퍼 로렌스를 발굴한 <헝거게임> 시리즈였다). 하지만 적어도 12살 해리 포터의 모험 대신, 퍼시 잭슨을 17살로 설정한 건 결과적으로 그 역을 연기한 로건 레먼에겐 참 다행이다 싶다. 굳이 관객에게 자신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노출시키면서 일거수일투족 간섭을 받아야 했던 대니얼 래드클래프와 달리, 그는 이미 제법 큰 소년으로 출발했고, 그 기세를 몰아 속편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2013)까지 출연했으니 말이다. 제작사인 폭스로서도 좀 뜸을 들인 속편 결정이었는지라, 레먼 역시 갑작스런 결정에 적응해야 했다. “속편 제작은 전혀 기대를 못했다. 1편 이후 시간도 많이 지났고. 제안이 오자마자 바로 오케이를 했는데, 워낙 빨리 진행
[로건 레먼] 도약보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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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공포영화의 마스터, 라는 수식이 부끄럽지 않은 제임스 완 감독을 2013년 6월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컨저링>의 인터내셔널 프레스 정킷에서 만났다. 국내에서 9월17일 개봉예정인 <컨저링>은 ‘귀신들린 집’과 ‘실화’라는 공포물의 단골 소재가 <쏘우> <데드 사일런스> <인시디어스>를 만든 감독 제임스 완을 만나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얻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롭고 신선한 공포영화다. 2천만달러라는 (비교적) 단출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가 범람했던 2013년 여름 극장가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총기로 반짝이는 두눈과 시종일관 유지하는 유쾌함 덕분에 과연 이 남자가 <쏘우>를 시작한 사람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제임스 완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컨저링>은 1970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아미타빌 호러> <엑소시스트> 같
[현지보고]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럼에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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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특별전의 프로그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뉴욕 언더 그라운드의 주교 요나스 메카스와 바르셀로나 아방가르드의 마스터 호세 루이스 게린의 만남’이라고. 혹여 호세 루이스 게린의 이름이 생소한 관객이라면 이런 비교가 도움이 될 것 같다. 게린은 실험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그렇다고 완전히 스토리텔링을 제외하지도 않은 아방가르드영화를 만드는 필름메이커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9월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21세기 작가열전’의 다섯 번째 프로그램으로 그의 영화 다섯편을 소개한다.
우선 <그림자 열차>(1995)는 1930년대 노르망디의 르튀 지역을 배경으로, 파리에서 변호사 일을 하던 제라르 플뢰리가 취미생활로 가족을 찍은 8mm 필름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카메라를 든 플뢰리의 사진에서 시작된 영화는, 이내 그가 촬영한 흑백의 동영상으로 연결된다. 이후 같은 구역의 현재를 보여주는 중반부를 거쳐, 플뢰리의 과거 영상을 속도나 사이즈 면에서
[영화제] 감각과 명상의 아방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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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제작 필름 모멘텀 / 감독 이준익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출연 설경구, 엄지원, 이레, 김해숙, 김상호, 라미란 / 개봉 10월2일
“괜찮아, 소원아. 다 괜찮아.” 비 오는 아침 등굣길, 술 취한 아저씨한테 화를 당한 소원(이레)에게 영화 <소원>은 그렇게 말을 건넨다. 소원이가 좋아하는 코코몽으로 변신한 아빠(설경구)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끝까지 소원이의 곁을 지켜내는 엄마(엄지원)도 아이의 마음에 몹쓸 흉터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소원>은 그들의 한없이 안쓰럽고도 씩씩한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골격으로 삼은 영화다. 범인을 잡기 위한 살벌한 추격전보다 피해자 가족이 서로를 껴안아주려 애쓰는 따뜻한 모습에 방점을 찍은 영화인 만큼, 눈물과 웃음이 한껏 녹아든 가족 영화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아동 성폭행 사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영화로 복귀를 알릴 이준익 감독도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시작되는 휴먼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예고
[Coming Soon] 씩씩한 치유와 극복의 과정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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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타티의 공간감과 우디 앨런의 로맨틱함이 뒤섞인 도시 청춘 영화라 해도 좋겠다. 혹은 세련되고 모던하며 지적인 아르헨티나판 <건축학개론>이라 해도 좋겠다. 제목인 도시명이 연상시키는 바와 달리 이 영화에 탱고는 없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경제적 불균질성, 미적이고도 윤리적인 불균형성이 뒤얽힌 대도시다. 전망과 채광을 포기한 채 좁은 원룸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세입자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남자 마틴(하비에르 드롤라스)은 11평 원룸에 사는 웹디자이너다. 공포증과 반복되는 공황발작으로 몇년째 거의 은둔생활 중이다. 한편 여자 마리아나(피욜라 로페즈 드 아야라)는 맞은편 건물에 사는 건축가다. 4년의 연애를 끝내고 햇볕이 들지 않는 복층 원룸에 산다.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는 우연하고 가벼운 만남을 반복하지만 좀처럼 관계는 깊게 발전되지 않는다. 도시의 군중이 두려운 여자는 예전부터 간직해온 책 <월리를 찾아라>에서 군중 속에 숨은 월리를 찾을 수
아르헨티나판 <건축학개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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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심심하다. 딸과 남편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버렸다. 남편은 고단하다. 소극적인 아내와 고된 업무로 부부 관계도 시들해져버렸다. 다시금 연애 초 설렘으로 돌아가고 싶은 낭만파 남편은 아내에게 익명의 연애편지를 보내기로 작정한다. 남편이 보낸 연애편지는 뜻하지 않게 부부간의 심리적 문제로 비화된다. 남편은 자신이 편지를 보냈음을 알리지 않고 아내가 상상 속에서 다른 남자의 연애편지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엿본다. 한편 아내는 남편이 편지를 보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채 조금씩 흔들리며 낯선 남자와의 불륜에 대한 주저와 기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낭만적 소망에서 시작된 편지는 부부 사이의 의심과 고통의 빌미가 되고 남편과 아내는 최종 결단 앞에 서게 된다.
영화는 부부가 결혼이 지닌 숙명의 불가피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 어떠한 발견이나 숙고도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권태의 반복, 바깥의 남편, 집 안의 아내라는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는 영화 바깥이
결혼이 지닌 숙명 <낭만파 남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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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에 이은 퍼시 잭슨의 두 번째 모험이다. 퍼시 잭슨(로건 레먼)과 같은 반신반인들이 지내는 데미갓 캠프. 데미갓 캠프는 소녀 탈리아의 고귀한 희생 위에서 자라난 탈리아 나무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한편, 아버지로부터 배반당했다고 생각하는 루크(제이크 아벨)는 탈리아 나무의 방어벽을 부수고 데미갓 캠프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퍼시를 도발한다. 죽어가는 탈리아 나무를 살리려는 퍼시와 사악한 크로노스를 부활시키려는 루크에겐 마법의 황금 양피가 필요하다. 괴물의 바다에 숨겨진 마법의 황금 양피를 찾기 위해 퍼시는 다시금 위험천만한 여행길에 오른다.
주어진 퀘스트를 차례로 깨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적 설정은 여전하다. 데미갓 캠프를 공격한 콜키스 황소와의 전투나 그로버의 행방을 찾기 위해 워싱턴 D.C.를 헤매며 빚는 해프닝은 본 게임에 앞서 제시되는 몸풀기 게임처럼 보이며 이러한 설정은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특히 눈 없는 마녀들이 운전
신의 아들로 성장하다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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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건한 피도, 경악할 만큼 공포스러운 비주얼도, 불쾌한 사운드도 없다. <쏘우> 시리즈의 제임스 완 감독은 <컨저링>에서 호러물에 흔히 남용되는 이 모든 요소를 제거한다(더군다나 <쏘우>의 연출가와 <하우스 왁스>의 각본가가 만든 걸 상기한다면 이건 엄청난 절제다). 심리적인 공포 분위기만 자아냄으로써 그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무모한 도전장인데, 결과적으로 제임스 완 감독은 엄청난 흥행으로 이 싸움의 승자가 됐다.
영화는 1970년대에 활동했던 미국의 유명한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를 구심점으로 한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는 당시 그들이 겪었던 사건 파일 중 가장 미스터리하고 강력한 실화를 토대로 해 시작되는데, 새로 이사 간 집에서 기이한 현상을 마주하고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페론 가족의 일화가 그것이다. <엑소시스트>류의 영화와 귀신들린 집을 소재로 한 <우먼 인 블랙> 같은 영화들이 당장 떠오를 정도로, 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귀신같이 따라붙는 공포 <컨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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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과를 졸업한 선희(정유미)는 미국 유학을 떠나기 위해 추천서를 부탁하러 학교에 들른다. 재학 시절 자신을 예뻐했던 교수 동현(김상중)을 만나고, 연이어 과거에 관계가 있었던 남자 둘과 차례로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바로 그녀와 같은 학과에서 공부했던 문수(이선균)와 문수의 선배 재학(정재영)이다. 선희는 교수를 포함한 세명의 남자에게 자신에 관한 제각각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각자 그녀를 판단하고 정의내리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그녀를 진정으로 알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홍상수의 신작 <우리 선희>는 선희를 둘러싼 세명의 남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관객은 선희가 직접 알리는 자신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반응을 통해 그녀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선희는 1, 2년 전 대학을 졸업했으며,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내성적 성격으로 조금 어려울 것 같아 보이고, 마음먹고 잠수를 타면 연락이 닿지 않는 예민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의 사람이다. 이날 선
선희를 둘러싼 세명의 남자 <우리 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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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러시안 소설 같아요.” 선배 작가의 딸 가림이가 한 말이 성환(경성환)의 마음속에 내내 남는다. 도대체 ‘러시안 소설 같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좋은 배우> <페어러브>의 뒤를 잇는 신연식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러시안 소설>은 영화 속 소녀가 던진 대사 같은 영화다. 느리고, 게으르고, 복잡한. 혹은 길고 등장인물이 많은. ‘러시안 소설’을 수식하는 다양한 말들이 영화 속을 오가지만 그 무엇도 가림이 성환에게 한 말의 의미와 완전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손에 잡힐 것 같으나 이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버리고 마는 말과 생각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누군가의 관념들. <러시안 소설>은 소설이라는 장르를 둘러싼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며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언어, 생각들이 흘러들고 섞여 거대한 원류를 이루는, 강물 같은 예술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영화다.
영화는 소설가 지망생 신효(강신효)
한 사람의 인생과 예술이 그 자신만의 것은 아니다 <러시안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