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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경계인의 시선으로

연극 <목란언니>

연극 <목란언니>

탈북 입국자 2만명 시대다. 김은성 작, 전인철 연출의 <목란언니>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인 탈북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남한 사회를 그린 연극이다. 지난해 두산아트센터가 제작한 ‘경계인 시리즈’로 무대에 올라 2012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신인상 등을 휩쓴 화제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탈북자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남한 사회, 즉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연한 사고로 탈북자가 된 조목란은 북한에 돌아가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다. 룸살롱을 운영하는 ‘큰손’ 조대자의 눈에 든 목란은 재입국 자금을 벌기 위해 그녀의 집에 간병인으로 취직하게 되고 조대자의 세 자녀 태산, 태강, 태양을 만나게 된다. 룸살롱 아가씨들을 다그치는 조대자나 돈 때문에 동료를 배신하는 태양의 친구, 탈북자들의 생명 같은 돈을 집어삼키는 사기 브로커, 그리고 돈이 안된다고 학과를 폐지하는 대학 등 조목란의 눈에 비치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낙원이 아니라 돈밖에 모르는 냉정한 사회일 뿐이다. 우울증 환자인 역사학자 태산, 폐과될 위기에 처한 철학과 교수 태강, 소설가의 꿈을 접은 태양 등 삼남매의 상황 역시 우리 사회에서 ‘문사철’ (문학, 역사, 철학)의 몰락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목란언니>의 무대는 이러한 작품의 의미를 공간적으로 다시 한번 강조한다. 4면의 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는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대칭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남과 북은 따로 나뉜 이질적인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마주보며 각자의 치부를 드러내는 거울과 같은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목란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삶의 방향을 잃고 부유하는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12월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