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더 세게 나갔으면….” 9월6일 제7회 대단한 단편영화제(주최 KT&G 상상마당) 개막식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남궁선 감독은 개막작으로 상영한 자신의 작품 <남자들>(2013)을 두고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인물들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남자나 여자 캐릭터를 나쁘게 묘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자들>은 이성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매혹과 곤혹스러움을 경쾌하게 오가는 연애담이다. <남자들>을 비롯해 <세상의 끝>(2007), <최악의 친구들>(2009), <태평양>(2010),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2011) 등 그가 만든 단편영화들이 올해 대단한 단편영화제 감독 특별전에서 상영됐다.
-그간 만든 단편 작업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기분이 어떤가.
=상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부끄러웠다. 멋
[flash on] 끝까지 밀어붙여야지
-
우디 앨런으로부터 전염된 것일까. <블루 재스민>은 케이트 블란쳇이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우디 앨런 개인으로서도 <블루 재스민>은 <스쿠프>(2006)의 영국,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의 스페인, <미드나잇 인 파리>(2011)의 프랑스, <로마 위드 러브> (2012)의 이탈리아 등 기나긴 유럽 투어를 끝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블루 재스민>은 두 사람 모두에게 어딘가 특별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더군다나 <블루 재스민>은 정말 오랜만의 ‘원톱’ 주인공이 등장하는 우디 앨런 영화라 할 수 있다. 유럽 투어 당시 우디 앨런 영화의 여러 인물들은 각자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가지고 뭔가 ‘원격 조종’ 당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블루 재스민>은 심지어 우디 앨런이 그녀에게 전적으로 의지한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렇게 케이트 블란쳇은 <블루 재
[케이트 블란쳇] 다이내믹 엔진
-
지난 2010년 개봉한 <킥애스: 영웅의 탄생>(감독 매튜 본, 이하 <킥애스>)이 흥미로웠던 것은, 코믹북에서 탄생한 ‘슈퍼히어로’에 대한 영화이면서 사실 슈퍼파워를 가진 히어로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니었나 싶다. 슈퍼히어로를 어설프게 흉내내다, 얼떨결에 (여전히 슈퍼파워는 없는) 슈퍼히어로가 된 고등학생 이야기를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가며 그려낸 이 영화는 매우 폭력성이 짙었으나 동시에 날카롭게 웃기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속편 <킥애스2: 겁 없는 녀석들>(이하 <킥애스2>)이 공개됐다.
‘힛 걸’이라는 정체를 숨긴 채 평범한 고등학생이 된 민디(크로 모레츠)는, 여전히 또래 여학생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총과 칼을 휘두르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소녀다. ‘킥애스’ 데이브(애런 존슨)가 매일 아침 학교 앞에서, 택시를 타고 혼자만의 훈련장으로 향하는 그와 우연히 함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
[현지보고] 힛 걸, 커밍순!
-
<아유레디?>는 개신교의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통일 문제와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종교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뉴스 클립으로 시작하지만 이는 사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대신 성경이 처음 전해진 뒤 한국 기독교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그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성경을 들여왔다는 이유로 사형당한 외국 선교사부터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사람들,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고통을 겪은 북한 교회들, 나아가 지금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미래의 희망까지 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루빨리 예수의 이름으로 통일을 한 뒤 전세계에, 정확하게는 예루살렘까지 개신교의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 영화는 명백히 기독교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즉 한국 개신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없다면 이 영화가 하는 말의 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신사참배 당시 기
“백 투 예루살렘” <아유레디?>
-
-
대학생인 연미(서은아)는 학비를 벌기 위해 술집에 나간다. 연미의 학과 교수인 주희(김희정)는 남편 동혁(서태화)과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나가지만 아이가 아직 없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휴직 중인 동혁은 룸살롱에서 연미를 만나고, 이후 연미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다. 주희는 연미가 밤늦게 동혁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우연히 보게 되고 그녀가 자신의 제자인 연미임을 알게 된다. 주희는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변호사는 간통죄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희는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연미에게 논문 쓰는 것을 도와달라며 방학 동안 자신의 집에서 머무를 것을 제안한다. 의붓오빠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통장까지 빼앗긴 연미는 주희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서 마주친 동혁과 주희는 당황해 하지만 그들은 곧 익숙해지고 그들의 관계를 지속해나간다. 주희는 CCTV를 달지만 증거 잡기가 쉽지는 않다.
영화는 중반까지 큰 목소리 안 내고 차분히 그들의 관계를 따라가며 카메라
욕망하고 집착하는 인간의 본성 <짓>
-
<3096일>은 한 어린 소녀가 유괴당해 3096일 동안 감금됐던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 당시 10살이던 나타샤(안토니아 캠벨 휴즈)는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가던 중 아무도 모르게 한 남자에게 유괴당한다. 지하실을 개조해 만든 작은 방에 갇힌 그녀는 이제 외부와 차단당한 채 남자의 말에 복종하며 살아야 한다. 8년 넘게 이어진 이 끔찍한 날들 동안 그녀는 과연 어떤 일들을 겪었을까, 그리고 과연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사건의 피해자인 나타샤 캄푸쉬가 쓴 동명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니만큼 <3096일>의 상당수 장면은 필연적으로 아동학대와 신체적, 성적 폭행을 다룬다. 하지만 감독은 단지 폭력의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 비교적 건조한 화법으로 작은 디테일에 주목하며 피폐해져가는 소녀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즉 폭행당하는 소녀의 모습보다 어두운 방에서 혼자 역할극을 하거나 자신을 가둔 남자에게 받는 작은 선물에 기뻐하는 모습을
이상한 방식으로 현실에 적응해가는 모습 <3096일>
-
요리사인 로베르토(헤르난 멘도자)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딸 알레한드라(테사 라)와 함께 멕시코시티로 이사한다. 로베르토는 새 직장을 구하고 일상을 이어가지만 아내의 빈자리는 작지 않다. 알레한드라는 새 학교의 친구들과 함께 별장에 놀러가고 술에 취해 호세와 잠자리를 같이한다. 호세는 그것을 휴대폰으로 촬영한다. 동영상은 유출되고 알레한드라는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남자아이들은 알레한드라가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비디오를 찍고 여자아이들은 창녀라고 욕하며 그녀의 머리를 자른다.
영화는 개인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 개인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폭력 등 폭력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개인 혹은 집단으로 알레한드라에게 가하는 폭력 외에도 학교나 보험회사, 경찰 등 사회 제도나 시스템도 부녀에게 폭력으로 다가오고 로베르토는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폭력을 행사한다. 영화는 그러한 폭력을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보게 만든다. 영화는
폭력의 다양한 양상 <애프터 루시아>
-
명문 프린스턴 대학의 학생 리치 퍼스트(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인터넷 포커에 전 재산을 베팅하는 모험을 벌인다. 하지만 사이트의 구조상 절대 개인은 시스템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그나마 있던 학비마저 모조리 잃어버린다. 하지만 이대로 졸업하지 못하면 피차일반이라는 생각에, 리치는 사이트의 창시자인 아이반 블락(벤 애플렉)을 찾으러 코스타리카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곳에서 만난 겜블계의 거물 아이반은 영특한 리치를 도박 사업에 끌어들이려 하고, 리치는 이 위험한 제안을 쉬이 받아들인다. 그렇게 겜블러의 천국이라 불리는 코스타리카를 배경으로, 과도한 욕망을 지닌 아이반을 상대로 한 리치의 도박 같은 일상이 시작된다.
영화 <히든 카드>의 주축은 두 주연배우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어딘지 위험해 보이는 아이비리그의 천재 대학생 역으로 적격이고, 벤 애플렉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매혹적이다. 특히 애플렉은 지금껏 시도하지 않던, 이를테면
도박 같은 일상 <히든 카드>
-
<허니>는 <에그>(2007), <밀크>(2008)를 잇는 세미 카플라노글루의 유수프 3부작 중 세 번째 작품이다. 제작연도로는 마지막이지만 주인공인 유수프의 성장 과정 중 첫 부분인 유년 시절을 다루고 있다. <에그>에는 마흔살의 시인 유수프가, <밀크>에는 열여덟의 청년 유수프가 등장하고 이 작품에는 여섯살의 유수프가 등장한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시인 내면의 근간을 이루는 시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듯하다. 앞의 두 작품이 유수프가 어머니와 어떻게 분리되고 독립하며 사별하게 되는지를 다루고 있다면 이 작품은 아버지 그리고 인류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대자연과 소년 유수프가 관계 맺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수프의 하루는 마호메트의 말씀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빠는 글을 읽는 아이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웃으며 경청하고 아이가 지난밤 꿈에 대해 큰소리로 말하려 하자 꿈이야기는 남들이 들으면 안된다며 아이의
동심의 세계가 파괴되는 과정 <허니>
-
뉴욕에서 상위 1%의 삶을 누리며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던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은 어느 날 남편 할(알렉 볼드윈)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곧 이은 이혼에 파산까지 겪으며 모든 것을 잃게 된 그녀가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여동생 진저(샐리 호킨스) 뿐. 하지만 ‘루이비통’ 가방 하나만 들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흘러온 재스민과 그녀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진저와의 생활이 평탄할 리 없다. 모든 일들은 꼬여만 가고, 정신쇠약 증세가 점점 심해져 가는 재스민 앞에 때마침 구원 같은 남자 드와이트(피터 사스가드)가 나타나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블루 재스민>은 2004년 <멜린다 앤 멜린다> 이후, 런던(<매치 포인트> <카산드라 드림> <환상의 그대>)을 거쳐 바르셀로나(<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와 파리(<미드나잇 인 파리&
우울한 현재와 화려했던 과거 <블루 재스민>
-
<밤의 여왕>
제작 (주)영화사 아이비젼, (유)밤의여왕문화산업전문회사 / 감독 김제영 / 출연 김민정, 천정명 / 배급 인벤트 디 / 개봉 10월17일
의심과 집착. 온전한 사랑을 방해하는 치명적 행위들이다. <밤의 여왕>은 오해가 의심이 되고 의심이 집착이 되면서 관계가 위태로워지는 커플의 이야기를 유쾌한 톤으로 그려내는 로맨틱코미디다. 영수(천정명)는 할인쿠폰에 집착하는 짠돌이다. 연애엔 관심도 없고 경험 또한 전무하다. 우연히 점심을 먹으러 간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 희주(김민정)를 만나기 전까지는. 희주에게 첫눈에 반한 영수는 일생일대의 용기를 내 프러포즈를 하고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한다. 희주는 외모는 물론이고 요리 실력과 3개 국어에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행복한 신혼의 어느 날, 영수는 희주의 숨기고픈 과거 사진을 발견하고 아내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천정명과 김민정은 드라마 <패션 70s> 이후 8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Coming Soon] 오해와 의심, 그리고 집착 <밤의 여왕>
-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취지로 2009년에 시작된 초단편영화제가 올해 5회째를 맞는다. 초단편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모집된 작품의 러닝타임은 ‘국제경쟁 5분 이하, 기획경쟁 10분 이하’로 전체 10분이 넘지 않는 짧은 작품들이다. 분량은 짧지만 모두 상영시간 이상의 기량을 발휘한다.
초청된 작품 수는 총 106편으로, SESIFF 국제경쟁부문 58편, 모바일 국제경쟁 15편, 10분 영화 국제경쟁 33편 등으로 구성된다. 영화들 대개는 예상만큼 경쾌하고 재기발랄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삶에 대한 탐구로 가득 차 있는 것도 특징이다.
드라마 경쟁부문에서 우선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필리핀의 에스피아 감독이 만든 <바퀴>다. 누군가가 사랑을 고백하려고 마련한 ‘반지’를 매개로, 이를 훔치려는 사람과 우연히 줍는 사람간의 얼터너티브한 의미들이 생성된다. 한정된 장소에서 누군가가 죽으면 또 어떤 이
[영화제] 다채롭도다
-
독립, 실험, 열정, 비전을 기치로 내건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축제 인디애니페스트가 제9회를 맞았다. 올해에는 국내의 기성 및 신인 작가의 작품과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 초청작 등 총 133편이 상영된다. ‘생기가 담긴 움직임의 환영’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동시대 한국 애니의 예술적이고 기술적인 성취를 만나는 한편, 동시대 가장 촉망받는 해외 애니메이터들을 만날 수 있는 2013 인디애니페스트 추천작과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을 조명해본다.
독립보행 섹션은 다양한 소재와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두 신사>(박재옥)는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 앞에 선 두 신사의 코믹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뚱뚱이와 홀쭉이 두 신사가 겪는 상식과 비상식이 뒤얽힌 코믹한 이야기는 평면적이고도 질감이 돋보이는 스케치 덕에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로 완성되었다. 클래식 카툰을 연상시키는 기품 있는 작화도 인상적이다. <맞춤희곡>(최진
[영화제] 애니메이션 꽃이 피었습니다
-
<더 레일웨이 맨> The Railway Man
감독 조너선 테플리츠키 / 출연 니콜 키드먼, 콜린 퍼스
영국과 호주의 합작영화 <더 레일웨이 맨>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2차대전 도중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죽음의 철도’로 불리는 타이-미얀마간 철도 부설 공사에 동원된 영국 장교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실존인물인 에릭 로맥스의 동명 자서전을 각색한 작품이다. 호주에서 12월에 개봉한다.
[WHAT'S UP] <더 레일웨이 맨> The Railway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