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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개막식의 큰 볼거리 중 하나가 레드카펫 행사다. 올해도 센텀 시티의 마천루를 집어 삼킬 만큼 화려했다.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을 가득 메운 5000여명의 관객들은 국내·외 영화 스타들이 걸어 나올 때마다 열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특히, 스타일만으로 객석을 포복절도하게 한 스타가 한명 있었다. 누구냐고? 다음장부터 공개되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화보에서 찾아보시라!
1. 우리는 톱스타! <톱스타>의 박중훈 감독, 배우 엄태웅, 소이현, 김민준(오른쪽부터)이 레드 카펫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2. 4대 천왕과 월드 스타의 만남. 개막식 사회를 맡은 홍콩 배우 곽부성과 강수연(왼쪽부터).
3. “우리 7년 사귄 커플이에요. 이대로 결혼하면 될까요?” <결혼전야>(감독 홍지영)의 동갑내기 두 배우 옥택연과 이연희(왼쪽부터).
4. “엄마만 쏙 빼놓고 남자들끼리 영화제에 왔어요. 차기작은 일본판 <아빠! 어디가?&
[SPECIAL] 왔노라! 보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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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층을 오르던 그 시간에 때마침 국악이 흘러나왔다. 귀 기울여 듣던 임권택 감독은 “역시 우리 음악이 좋다”며 나직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임권택 감독이 한 말이라 의미 있게 들렸다. 영화제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70여 편의 현존하는 전작을 상영했고 영화제 동안에는 9편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임권택 회고전에 붙여진 제목이 바로 “한국영화의 개벽”이 아니던가. 한국영화가 비로소 한국영화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장본인, 임권택을 부산에서 만났다.
-올해 부산 영화제의 가장 중요하고 큰 행사 중 하나가 감독님의 회고전인 것 같습니다. 감독님의 소회는 어떠하신지요.
=그게 몇 작품 안 되면 상관이 없는데 다 합치면 70여 편 아니오. 예전에는 한 두 작품 하고 그만둔 제작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고 또 내가 제작자들과 그렇게 이물 없이 지낸 사이도 아니고 해서 일일이 그 작품들의 허락을 받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을 거요. 내가 196
[INTERVIEW] “나로서는 한번 대들어봐야겠다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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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와 내가 어떤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원체험을 제공한 영화는, 바로 1997년 2회 영화제 때 본 차이밍량의 <하류>다. ‘아시아 영화’라는 개념과의 접촉 혹은 한국 이외 국가와의 ‘동시대성’이랄까, 타이베이에 살고 있는 그 평범한 청년 리캉생의 ‘통증’이 여태껏 본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우연히 강물에 떠내려가는 시체 역으로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샤오강(리캉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목의 통증에 시달린다. 그러던 그가 우연히 찾은 게이 사우나에서 나이 든 아버지(미아오 티엔)를 만나게 된다. 증기로 뿌옇고 음침한 사우나 안에서 서로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 관계를 맺는다는 충격적인 얘기다. 그리고 그해 영화제에서 거의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미아오 티엔의 또 다른 영화, 바로 그 전설의 무협영화인 호금전의 <협녀>(1971)를 봤다. 호금전의 영화에서 객잔을 습격하던 사나운 표정의 그가 차이밍량의 영화에서는 쓸쓸한 표
[부산에서 만난 나의 영화] '파파 미아오'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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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암바 사키아 | 몽골, 독일 | 2013년 | 90분 | 뉴 커런츠
OCT04 중극장 20:00 OCT06 롯데3 13:00 OCT09 롯데3 16:00
10대인 촉은 몽골 초원에서 도시로 가출하여 아파트 옥상에 천막을 치고 생활한다. 한편 아누는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고층 아파트가 괴롭다. 높은 곳에 홀로 외로이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누를 맞은편 옥상에서 엿보던 촉은 점차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촉은 리모콘을 사서 멀리서 그녀의 삶에 개입하려 하며 맞은편 아파트들의 가전제품을 켜고 크고 돌려가며 마치 마법처럼 잠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조종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날고 싶은 소년 그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여인. 영화는 상승과 추락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날고 싶던 어린 승려 반야의 이야기를 곳곳에 삽입함으로써 근대의 물질성과 몽골 특유의 정신성을 병치시키기도 한다. 도시적 삶의 근거지로서의 아파트, 성적으로 미숙한 청년이
[COMPETITION] <리모트 콘트롤> Remote Con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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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고를로프 | 카자흐스탄 | 2013년 | 75분 | 뉴 커런츠
OCT4 중극장 14:00 OCT6 롯데3 10:00 OCT8 롯데3 19:00
‘원 신 원 테이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 어느 날 갑자기 요양원에서 가족들의 부름을 받고 집으로 오게 된 늙은 여인의 이야기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는 휠체어에 태워진 채 집 안 이곳저곳으로 불려 다니며 수모를 겪는다. 게다가 여인을 집으로 호출한 아들 내외에게는 뭔가 다른 꿍꿍이도 있어 보인다. 방에서 방으로, 집 안에서 정원으로 등장인물들의 뒤를 바쁘게 쫓는 카메라는 ‘이벤트’를 앞둔 가족들의 조바심과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에 사로잡히는 늙은 여인의 모습을 함께 담는다. 가족들이 그녀에게 감추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전모를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공개하며 영화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말하지도 못하고, 인형처럼 굳은 모습의 늙은 여인 캐
[COMPETITION] <늙은 여인의 이야기> The Story of an Old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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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겸, 김용완, 원풍연, 백소희, 구윤희 | 한국 | 2012년, 2013년 | 91분 | 와이드 앵글
OCT04 CGV5 11:00 OCT08 CGVS 19:00 OCT11 롯데8 13:00
‘한국단편 경쟁1’ 섹션의 다섯 작품은 압축된 인간관계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표면적으로는 관계의 끝을 향하고 있지만 그 뒤에 새로운 시작의 여지를 남긴다. <여름방학>은 소년 준희의 동성애를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준희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소녀 순영의 관계를 다루는 데 더 마음을 쏟는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비밀을 지키기 위한 일시적 계약에 가깝지만 결국에는 준희의 사랑이 깨진 뒤에도 남는다. <이 별에 필요한>은 헤어지고 싶은 남자 봉구와 헤어지기 싫은 여자 영복의 이별 풍경이다. 헤어지기 위해 춤을 춰야 하는 남자와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여자의 상황이 코믹하면서도 동시에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웃으세요>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다.
[CINE CHOICE] 한국단편 경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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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 사카리디스 | 그리스 | 2013년 | 88분 | 플래시 포워드
OCT04 롯데4 16:00 OCT CGV6 11:00
퇴직한 통신기술자 디미트리는 우연히 한 여성의 전화통화를 도청하게 된다. 그녀는 바다와 인접한 아파트에서 홀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 머리카락을 모자로 가리고 매일같이 낚시를 하러 나선다. 그녀의 유일한 통화 상대는 딸이다. 그녀는 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곡을 연주해달라고 부탁하고, 이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디미트리는 도청의 비밀을 캐내는 동시에 그녀의 반복된 일상을 몰래 듣고, 관찰한다.
도청이라는 소재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함은 도청을 둘러싼 인물들의 평범함이다. 도청자 디미트리는 도청 대상에 매혹당하지만, 그는 우연한 도청자일 뿐이고, 도청 대상은 감찰 대상이 될 만한 어떠한 혐의도 없는 인물이다. 디미트리와 여성의 관계에서는 로맨스보다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더
[CINE CHOICE] <물오리> Wild 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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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퀘마다 디에즈 | 멕시코 | 2013년 | 102분 | 플래시 포워드
OCT4 M해운대6 16:00 OCT8 롯데5 14:00 OCT11 롯데6 11:00
과테말라의 도시에 사는 3명의 청소년은 미국에 밀입국하기 위해 가출한다. 이들 중 한명인 사라는 험난한 여정을 위해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한다. 달리는 기차 화물칸에 올라타고, 끝없이 걸어야 하는 밀입국 과정이지만 이들은 여기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셋은 우연히 자신들과 또래인 인디오 소년을 만나고 자연스레 동행하게 된다. 처음부터 호의적이었던 사라와 달리 두 소년은 낯선 이가 끼어든 것이 못마땅하고 불편하다. 인디오 소년 역시 자신을 반기지 않는 일행과 거리를 두지만 어쩔 수 없이 넷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국경 근처에 이르러 한명이 여정을 포기한다.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들은 말없이 포옹을 하고 반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청소년의 도전, 모험을 다룬 이야기는 극복의 서사를 지향하기 마
[CINE CHOICE] <황금 우리> La Jaula de 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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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시아 셜슨 | 칠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 2013년 | 95분 | 플래시 포워드
OCT04 롯데4 13:00 OCT05 롯데3 16:00
로마 시내의 어느 폐차장, 차사고로 부모를 잃고 이제 막 고아가 된 비앙카와 토마스 남매가 등장한다. “이게 아닌데. 부모님의 차는 노란색이었어요”라는 비앙카의 말에 폐차장 직원은 사고가 나면 차의 색깔이 바뀔 수 있다고 대답한다. 인트로에 제시된 이 대화를 통해 관객들은 영화 <미래>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막 아이들의 세계는 바뀌었고, 앞으로 그들의 앞엔 일상을 벗어난 황당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비앙카는 정의롭지 않고,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남동생이 새로 사귄 질 나쁜 친구들이 과거의 스타였던 브루노의 돈을 훔치자고 제안한 것이다. 처음에 주춤하던 비앙카는 이내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저택에 혼자 사는 이상야릇한 맹인 배우 브루노와 친해지는데, 이 관계는 그
[CINE CHOICE] <미래> II Fut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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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포 알릭스 주니어 | 필리핀 | 2013년 | 110분 | 아시아 영화의 창
OCT04 롯데9 16:00 OCT06 롯데2 19:00 OCT11 롯데10 13:00
1942년 4월9일. 필리핀 바탕 지역에서 벌어진 석달 간의 치열한 전투가 끝나자 일본군은 6만명의 필리핀군과 1만5천명의 미군을 포로로 잡고 기나긴 행군의 길을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2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사망의 이유는 가지가지였다. 굶주리다 못해 혹은 포탄에 맞아 혹은 명령 불복종이라는 이유로 목이 잘려서 그들은 죽어갔다. 끔찍하고 잔혹한 전쟁의 참상. 누군가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고자 마음먹는다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하게 될까. 엄청난 물량과 인원이 필요하진 않을까. 그래야 정말 사실처럼 실감나는 재현이 가능할 것 아닌가. 그런데 <트럭 밑의 삶>(2010), <아스다-물고기 이야기>(2011) 등을 연출하며 필리핀영화의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는 아돌포 알릭스
[CINE CHOICE] <죽음의 행군> Death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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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에이브러햄슨 | 아일랜드 | 2007년 | 85분 | 아일랜드 특별전
OCT04 소극장 10:00 OCT12 소극장 10:00
아일랜드의 탁 트인 풍광과 함께 배를 내밀고 손을 앞으로 늘어뜨린 채 뒤뚱뒤뚱 걸어가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개러지>는 어디에나 한명쯤 있을 법한 조금 모자란 남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편견과 조롱을 통해 변화하는 아일랜드의 시골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자동차 정비공 조지는 바보 같다고 놀림 받고 가끔은 외로워도 별 불만 없이 만족스런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10대 청소년 데이비드와 함께 일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한다. 소년과의 우정은 낯설지만 그에게 새로운 생동감을 안겨주었다. 문제는 조지의 주변이 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조지와 데이비드의 우정을 오해하고 조지를 더욱 혐오하기 시작한다.
지루한 시골생활은 사람들의 얼굴에 악의를 드리우고 조지가 용기 내어 다가갈수록 상처는 더욱 커진다. 시골 풍
[CINE CHOICE] <개러지> Ga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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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상 | 한국 | 2013년 | 90분 | 한국영화의 오늘
OCT04 M부산2 14:00 OCT07 롯데4 13:00 OCT09 M해운대M 20:00 OCT10 롯데4 16:30
전직 소방관이었던 남자는 아내의 꽃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들 정식, 딸 희정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딸 희정을 유괴했다는 내용이었다. 딸을 찾고 싶다면 경찰에 알리지 말고 돈가방을 준비하라는 조건과 함께. 납치범이 시키는 대로 그는 돈가방을 들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하지만 납치범은 딸 대신 새로운 임무를 그에게 던진다. 석주라는 남자아이를 유괴하면 딸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이다. 전직 소방관으로서 누구보다 윤리의식이 투철했던 그는 아이를 구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남자는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남의 자식을 납치할 수 있을까. 납치한
[CINE CHOICE] <보호자>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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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몽홍 | 대만 | 2013년 | 112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04 하늘연 13:00 OCT07 M해운대6 13:00 OCT08 CGV7 14:00
1960, 70년대 홍콩 쇼브라더스의 중흥기를 이끈 ‘외팔이’ 왕우가 백발이 되어 돌아왔다. <실혼>에서 그가 연기한 아버지는 사건의 중요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서른살의 아추안은 식당에서 일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그는 아버지(왕우)의 산장이 있는 시골로 보내진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추안은 누이를 살해하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감금한다.
<실혼>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는, 전형적인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따르는 영화가 아니다. 살인사건 이후 벌어지는 아버지와 아추안의 소통되지 않은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가족의 비극을 차근차근 드러내는데 집중하는 영화다.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서의 형성된 긴장감은
[CINE CHOICE] <실혼>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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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마 신지 | 일본 | 2013년 | 102분 | 아시아 영화의 창
OCT04 하늘연 10:00 OCT08 중극장 14:00 OCT10 소향 11:00
아오야마 신지의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아직도 화해불가다. 화해는커녕 아버지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 <도모구이>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17살이었다. 1988년이었다”라는 주인공 토마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렇게 주인공의 목소리를 따라 과거로 들어가면 거기에 아담하고 조용한 일본의 한 마을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런 마을. 그리고 십대 소년 토마와 그의 아버지도 있다. 이제부터 아버지의 말년 혹은 파란만장한 그들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아오야마 신지의 영화에서 종종 그러한 것처럼, 문제는 아버지다. 이번엔 색광이다. 토마의 아버지는 상대를 섹스 중독자인데다 심지어는 섹스를 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가학 성애자다. 토마는 그런 아버지의 피가 자신에게도
[CINE CHOICE] <도모구이> Backw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