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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 뿌듯하다.” 와이드 앵글 부문을 맡은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올해의 소회를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난해까지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이하 AFA)를 담당했던 조 프로그래머는 올해 작품을 선정해놓고 보니 AFA 출신 감독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선정이 힘들었다. 지난해까진 아시아영화펀드 작품은 의례 가져올 수 있었는데 올해는 유럽 등 다른 영화제에도 많이 초청되었다. 아시아 감독들이 우리만 기다리는 건 아니구나 싶어 기쁜 한편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 프로그래머의 작품 선정 기준은 단순 명확하다. 일단 재미있을 것. “졸린 영화는 딱 질색이다. 오랜 시간 영화 보는 훈련을 받은 나조차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문제가 있는 거다.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야 관심의 대상이 된다.” 새로운 형식이나 접근 방식이 발견되면 더욱 좋다. “월드 쇼케이스의 경우 5편 선정에 대략 500편 정도가 출품된다. 잘 만들어도
[PEOPLE] 영화제 영화,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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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독립영화의 대모. 김동호 부산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은 외국 감독들에게 홍효숙 프로그래머를 이렇게 소개한다. 재능 있는 아시아 감독들의 영화를 발굴, 개발, 제작지원하는 아시아영화펀드(ACF)의 수장을 6년째 맡아오다 보니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아시아의 신진 감독들을 볼 때면 “후배나 아기”처럼 느껴진다고. “그 친구들이 나보고 무서우면서도 따뜻하다고 하더라. 워크숍에 늦거나 잘못하면 혼낼 때도 있는데, 평소에 뭘 잘 챙겨주려고 하는 편이라 그런지….” 그게 바로 ‘엄마’의 조건 아닌가.
2007년 출범한 ACF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멸 감독의 <지슬>,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아딧야 아사랏 감독의 <원더풀 타운> 등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으며, 그 중 아딧야 아사랏 감독은 올해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연출 교수로 돌아왔다. “영화가 좋게 나오고, 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지원을 받았던 감독이 영화제의 멘토로 참
[PEOPLE] '엄마'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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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시원한 눈망울이 아름답다. 샤하나 고스와미(사진 오른쪽)는 <바라:축복>에서 신에게 바치는 춤을 추는 무희 릴라 역을 맡았다. 발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화려한 역을 맡아왔던 그녀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면 이만큼 적절한 캐스팅이 있을까 싶을 만큼 역할에 딱 들어맞는다. 실제 대면한 그녀에게서 릴라의 순수함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릴라 역을 위해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았다. 그냥 순수한 그녀의 청춘을 살리기 위해 쾌활하게 행동했다.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여러 스탭들이 함께 창조한 거다. 키엔첸 노르부 감독님의 유용한 조언도 항상 곁에 있었다.” 크리슈나 신을 향한 릴라의 순수한 사랑과 믿음은 노르부 감독을 향한 샤하나 고스와미의 믿음과 닮았다. “40일 간의 촬영은 꿈같은 경험이었다. 감독님은 내게 매 순간 영감을 주셨고, 37일 동안 한번도 쉬지 못했음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배우로써 그리고 인간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함께 부
[FACE] 영적 성장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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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낭랑 18세’에 어울리는 청명한 가을 날씨였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식을 열고 9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2. 대세 하정우 보고 가실게요
부산에서 영화만 보고 가면 섭섭하다. 4일 해운대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로 가면 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은 감독과 배우들을 차례대로 만날 수 있다. 오후 2시 <무명인>의 김성수 감독과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김효진을 시작으로 2시30분에는 ‘요즘 대세’ 하정우가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롤러코스터> 무대인사에 나선다. 이어 3시15분 <배우는 배우다>의 배우 이준, 4시30분 <동창생>의 최승현, 6시15분 <결혼전야> 옥택연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연이어 무대를 장식한다. 짧은 만남이 아쉬운 이들은 오픈토크로! 해운대 비프 빌리지에서 오후 5시부터 ‘외팔이 검객’ 왕우, 7시30분부터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BIFF must lis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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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프리즈너스> 미로감옥
[헌즈 다이어리] <프리즈너스> 미로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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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북숭이’ 붐 마이크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왔다. 10월2일 오전10시 동서대학교 소향뮤지컬시어터 앞은 두개의 털북숭이를 든 사람을 포함해 대여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촬영을 하루 앞두고 사운드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나온 2013 아시아영화아카데미(Asian Film Academy 이하 AFA, 주최 동서대학교, 부산영상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 참가자와 그들을 돕는 스탭들 그리고 사운드 멘토를 맡은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과 손현석 교수다.
야외에서 대사가 제대로 동시녹음 되고 있는지 체크하던 중, 타이 출신의 참가자 프라파판은 3개 채널의 녹음을 통해 믹싱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시도했다. 좌, 우 채널의 붐 마이크 각각 하나씩 두개, 배우의 옷에 장착하는 와이어드 마이크를 합쳐 총 3개의 채널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후반작업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믹싱할 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여러 채널의 동시녹음 방식을 통해 믹싱 효과를 내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B팀의
[FEATURE] Com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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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게스트를 보기를 원하는가? 게스트 역시 당신을 원한다. 극장의 어둠이 아닌 광장의 밝음 속에서 당신이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린다. 그들에게 당신이 응답해야 할 때다. 이름만 들어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임권택, 짐 셰리단 등의 거장에서부터, 언제 봐도 믿음이 가는 배우 리캉생, 그야말로 반짝이는 마에다 아츠코 등이 부산을 방문한다. 수많은 별들의 이름들을 잇다 보면 근사한 BIFF 별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 하기에는 너무 멋진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부성을 연기한다. 가수로도 유명한 그는 평범한 아버지로 남기에는 너무 다재다능해 보인다. 그래도 그의 연기를 보면 아버지가 된 그를 인정해야 할 수도.
마에다 아츠코
마에다 아츠코가 성장담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일본 유명 걸그룹 AKB48의 전
게스트 역시 당신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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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서 할 일? 물론, 영화를 보는 것이다. 다양한 영화들 속에서 당신을 감동시키는 영화를 발견했다면 다음은 뭘까. 두말하면 잔소리. 보물 같은 각종 행사를 찾는 것이다. 어떤 행사가 당신의 영화 감동을 곱절로 만들어줄까? 영화와 당신 사이의 ‘밀당’에 불을 붙여줄 따끈따끈한 행사들을 소개한다. 뭣보다 축제가 정점에 오를 4일부터 8일 사이에 행사들이 몰려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핸드프린팅은 빼놓을 수 없는 영화제의 주요 행사다. 거장들이 참석하여 존경과 예우를 받는 자리. 올해도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부산을 찾은 세 거장들의 깊은 손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설의 무협영화 <외팔이 검객>의 주연배우 왕우(4일)를 시작으로, 6일에는 <나의 왼발>의 감독 짐 쉐리단, 8일에는 한국 영화의 영원한 거장 임권택의 핸드 프린팅 행사가 열린다.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즐거운 대화를 들려줄 ‘아주담담’ 행사는 담담하기보다 야심차다. 4일부터 6일까지,
[FEATURE] 함께 나누니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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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영화는 폭발적이다. 체감하는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올해가 역대 최고처럼 보인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따로 짚어봐야겠지만 흥행성적 못지않게 좋은 신인 감독들이 여럿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하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선정은 그런 발견의 연속이었다. 아시아 신인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부문에 뽑힌 한국영화 3편 <소녀> <파스카> <10분>이 대표적이다. 최진성 감독의 <소녀>와 안선경 감독의 <파스카>는 대조적인 스타일로 연출된 러브스토리이고, 이용승 감독의 <10분>은 사회초년생이 겪는 부당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소재나 표현방법은 다 다르지만 3편 모두 진정한 발견의 기쁨을 주는 영화들이다.
장르영화의 문법을 수용한 비전 부문 상영작
<돼지의 왕> <지슬> 등 화제작을 낳았던 비전 부문 역시 주목할 재능을 선보이는 신인감독의 영화로 채워졌다. 특이한
[SPECIAL] 장르로 교감하라, 관객과 접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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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영정 아시아영화 담당 프로그래머
<갈망아지 Yellow Colt>
코롤도즈 초이주반지그 | 몽골 | 2013년 | 91분 | 아시아영화의 창
2011년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졸업생인 코돌로즈 초이주반지그 감독의 <갈망아지>는 AFA 졸업생중 최초로 아시아영화펀드 후반작업지원 혜택을 받았다. <갈망아지>는 착한 영화다. 혈통 좋은 갈망아지를 얻고자 악당은 음모를 꾸미지만 선량한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기엔 역부족이다. 순수함과 올곧음이 곧 힘이 된다는 믿음에 묘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천 한 개의 사과 1001 Apples>
타하 카리미 | 쿠르드 | 2013년 | 74분 | 다큐멘터리 경쟁
올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가장 먼저 초청이 결정된 작품 중에 하나였다. 경쟁부문 초청이 결정되고 초청장이 발송된 다음 날 타하 카리미 감독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쿠르드 민족이 받아온 박해의 역사와
[FEATURE] 단언컨대, 놓치면 후회합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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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나기마 Nagima>
잔나 이사바예바 | 카자흐스탄 | 2013년 | 80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잔나 이사바예바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는 ‘가족’이다. 전작 <탈가트>에 이어 이번에는 고아원을 나와 독립해야 하는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두 작품 모두에서, 사회와 기성세대는 무능하고 냉정하다. 여주인공 나기마의 극단적인 마지막 선택은 사회에 대한 저항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 ‘충격’의 여운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경유 Transit>
한나 에스피아 | 필리핀 | 2013년 | 92분 | 뉴 커런츠
20대 초반의 여성감독 한나 에스피아의 놀라운 데뷔작으로, ‘디아스포라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린 소년이 이스라엘 정부의 새로운 법에 따라 아버지의 모국인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 소년과 주변의 친지들의 이야기를 차례
[FEATURE] 단언컨대, 놓치면 후회합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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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철 전 아시안필름마켓 실장은 올해 초 보직을 옮겼다. 바뀐 명함의 직함은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다. 마켓 시절 영화 세일즈 관계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지금은 관객에게 만족할 만한 영화를 소개하는 게 그의 임무다. 지난 3년동안 국내외 영화 세일즈 관계자들이 원활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했던 마켓 일과 달라 처음에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프로그래머는 처음이라 새로운 도전이었다. 좋은 영화가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깜짝깜짝 놀라는 작품을 적지않게 만날 수 있었다.” 프로그래머로서 작품 선정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올해를 대표할 만한 한국영화를 꼽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젊은 감독과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다. 신인, 독립영화, 장르영화 가릴 것 없이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좋은 영화가 풍성했다. 이 작품들을 각 부문에 골고루 배치하는 게 힘들었다. 나로서는 행복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
[PEOPLE] ‘독립영화’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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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과 플래시 포워드 부문은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해까지 70편 이상 소개되었던 월드 시네마가 51편으로 축소되고 경쟁부문으로 10편을 선정했던 플래시 포워드가 31편으로 확대되었다. 대신 플래시 포워드 중 11편이 관객상 후보로 선정되었다.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그간 월드 시네마 부문에 거장, 신인 할 것 없이 여러 작품들이 한데 섞여 있다 보니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조정의 필요성을 느껴 올해는 중견작가나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이나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작품들을 월드 시네마로, 3편 이내의 신인감독이나 독립영화다운 창의력과 가능성을 지닌 작품들을 플래시 포워드로 나눠 상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아시아권 영화들을 담당하는 이수원 프로그래머와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올해의 경향을 질적, 양적으로 풍성해진 신인들의 도약이라고 정리했다. 북미지역과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등의 유럽 일부 지역을 담당한 박도신 프로그래
[PEOPLE] 신인 감독들의 놀라운 도약을 만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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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최근 몇 년 새 오래된 징크스 하나가 사라졌다. “예전엔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 꼭 하루 이틀씩 병원 신세를 졌다. 스트레스 때문이었겠지. 초창기 때만 해도 집행위원장님이 배차를 돕고, 전양준 프로그래머가 해외 게스트 항공권을 관리하곤 했으니까. 말이 프로그래머이지 노예처럼 일하던 시절도 있었다.(웃음)” 영화제와 함께 연륜을 쌓아가는 장기근속 스탭들이 늘어나면서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징크스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이제 영화제를 앞둔 그를 가장 바쁘게 하는 건,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더불어 영화제의 얼굴로서 부산의 매력을 언론에 알리는 일이다.(인터뷰 중에도 그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중앙아시아 지역 영화의 선전이다. 중앙아시아 4개국의 잊혀진 걸작 8편을 소개하는 ‘잊혀진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 영화’ 기획전이 마련되어 있고, 각 부문 곳곳에서 중앙아시아 출신의 새로운 이름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PEOPLE] 징크스는 사라지고 서비스는 늘어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