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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면이 <씨네21>을 읽고 있었다. 커피가 반쯤 남은 걸로 봐서 못해도 약속 시간 30분 전에 카페에 도착해 있었던 듯하다. <씨네21>을 창간 때부터 구독해왔다는 보기 드문 VIP 독자였다. 그런데 그의 말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다. “언제쯤 나는 <씨네21> 표지 모델이 돼보나, 그런 로망이 배우들은 다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음반을 내니까 인터뷰를 하게 되네요.” 배우 박준면이 지난 5월, 9곡의 자작곡이 담긴 1집 앨범 ≪아무도 없는 방≫을 발매했다. 7월엔 1집 발매 공연을 무사히 치렀고, 9월엔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두 번째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가수’ 박준면을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박준면은 “전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예요. 배우인데, 작곡할 수 있는 재주가 있어서 곡을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1집으로 나온 거예요”라며 자신이 배우임을 끝까지 환기시켰다. <삼거리 극장>의 에리사 공주, <
[trans x cross] 거칠지만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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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젊은 엄마 미라(송혜교)의 젊었을 적 별명은 ‘씨발공주’였다(방송 홍보 인터뷰에서는 그 단어를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는 송혜교가 먼저 그 네 글자를 시원하게 내뱉었다). 그처럼 욕 잘하고 억척스런 미라의 면모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원작 소설에서 아이는 그런 어머니에 대해 “말이 고픈 사람처럼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라고 묘사한다. “어머니의 말 속엔 부사와 형용사와 감탄사가 많았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에 대한 품평을 잔뜩 늘어놓았다. 다섯명이나 되는 외삼촌들의 인생역정을 다 듣는 데도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였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장황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생생하고 구체적일 수 있었다”고도 덧붙인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궁금하지만, 바로 그 미라를 송혜교가 연기하기에 더욱 궁금증이 생긴다. 깔끔하게 한줄로 정리할 수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송혜교는 말 많고 욕 잘하는 젊은 아줌마로 나온다.
[송혜교] 두근두근 젊은 엄마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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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소리가 너무 큰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직접 움직이는 게 제일 빠르다”며 인터뷰를 하다 말고 강동원이 벌떡 일어나 오디오로 향한다. 그래도 주변 소음이 가시지 않자 강동원은 “좀더 인터뷰하기 좋은 곳을 찾아보자”며 자리를 살핀다. 스스로가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는 적극적이고 세심한 모습을 보니, 강동원을 두고 ‘디테일한 사나이’(<씨네21> 963호)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장소를 재정비하고 한결 편안해진 걸까. 강동원은 어느새 뭉근한 농담과 느긋한 말투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일할 때는 까다로운 게 있지만 평소에는 좀 얼빠진(?) 멍청한 구석이 많다”면서 “개구지고 산만하다”는 소리깨나 듣고 자란 어린 시절까지 되짚는다. 그렇다면 강동원 스스로가 평소의 자신과 가장 많이 닮았다고 말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한대수도 이런 모습이란 말인가. 강동원 옆에 한대수를 슬쩍 세워본다.
대수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열일곱살
[강동원] 나처럼, 나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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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호기심.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강동원과 송혜교는 젊은 아빠 엄마로 등장한다. 한때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강동원)와 아이돌을 꿈꾸던 당찬 성격의 미라(송혜교)는 불과 열일곱살에 아이를 가져, 서른셋에 열여섯살 아들 ‘아름’을 둔 부모가 되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인 아름의 신체 나이는 무려 여든살. 어리고 철없는 부모에 비하자면 훨씬 정신연령이 높다. 그로 인해 닥쳐오는 온갖 어려운 일들을 대수와 미라는 아름과 함께 씩씩하고 밝게 헤쳐나간다. 김애란의 원작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아름은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아귀가 잘 안 맞았다. 기억하는 것도 조금씩 어긋났고, 해석하는 것도 달랐다. 어머니는 한대수가 자길 쫓아다녔다고 하고, 아버지는 최미라가 먼저 꼬리를 쳤다고 했다. 어머니가 아버지 앞에서 처음 노래를 부른 순간도, 두 사람이 입을 맞춘 순간도 두 사람 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강동원, 송혜교] 평범해서 놀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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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많이 팔아달라는 주문(注文)
속뜻 많이 팔겠다는 주문(呪文)
주석 사장이 직접 출연해서 자사 상품을 선전하는 광고들이 있다.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광고비를 절약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이는 B급 광고들이다. 크게 히트한 광고 중에는 우리 “돌침대는 별이 다섯개” 하는 광고도 있다. 좀 험하게 생긴 어른이 나와서 따지듯 말하는데, 예전 버스에서 험한 행상인들이 “여러분 앞에 서있는 이 사람은 큰집에서 오래 살다 와서 별이 주렁주렁~” 뭐 이런 추억의 장면이 떠올라 웃음 짓기도 했더랬다.
또 하나 인상적인 광고가 산수유 광고다. 촌스러운 사장님이 사무실에 앉아서 카메라를 의식하는 게 확연한 각도로 얼굴을 꼬고는 부산 사투리로 말한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정력이란 단어를 쓰고 싶은데, 꼭 쓰고는 싶은데, 검열에 걸릴까봐 걱정된다는 게 그 광고에 숨은 메시지다.
‘정말, 엄청,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방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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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퍼니(epiphany)라고 들어봤는가? 그리스어인데, “드러나다”란 뜻이다. 성서에서는 주님이 그 모습을 인간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강림하심” 정도 되겠다. 좀더 멋진 단어로는 ‘현현’(顯現)이 있다.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다”에 방점이 찍힌 번역어다. 하지만 문학쪽에서의 에피퍼니는 “드러나는 주님”보다는 “그 모습을 본 인간들의 놀라움”에 방점을 맞춘다. 그래서 옛날 옛적 내가 열심히 문학공부를 할 때만 해도 에피퍼니는 깨달음/깨우침(enlightenment) 정도로 배웠다. 그리고 그 깨달음엔 전제조건이 있다. “(큰 사건이 아니라) 사소하고 일상적인 사건들 속에서 깨닫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이어야 한다는 것. 즉, 6•25 전쟁이나 나치 홀로코스트를 통해서 전쟁의 비인간성과 인류애의 소중함을 깨닫는 게 아니라, 저녁 반찬으로 뭘 해먹을까 궁리하다가 쌀통에 쌀이 없는 걸 보고 “아, 내가 쌀도 없는 주제에 반찬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깨닫는
[곡사의 아수라장] 갑자기 나타난 노루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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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왼쪽에서 세 번째) 감독이 배우 박정민과 리지(왼쪽부터)에게 찍어야 할 신을 설명하고 있다.
드라마 마지막 화, 정민의 머리를 자르는 리지.
8월13일 서울시 청파동의 한적한 주택가. 기린픽쳐스가 제작하는 또 다른 6부작 웹드라마 <모모살롱>(감독 김태희/작가 민예지/촬영 조영직) 마지막 촬영현장을 찾았다. <모모살롱>은 동네 1인 미용실을 운영하는 밝고 씩씩한 20대 여자 헤니(리지)와 미용실을 찾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미생 프리퀄>을 연출해 웹드라마가 익숙한 김태희 감독은 “미용실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모모살롱>에서 미용실 주인 헤니 역을 맡은 아이돌그룹 애프터스쿨의 리지와 매번 취업에 떨어지지만 헤니의 응원을 받아 용기를 얻는 창균 역의 배우 박정민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모모살롱>은 네이버 TV캐스트에 9월2일 첫
[씨네스코프] <모모살롱>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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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천우희, 왼쪽)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재홍(안재홍). 천우희와 안재홍은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윤성호(가운데) 감독은 두 배우에게 테이크마다 설정을 추가로 주문했다. 윤성호 감독과 처음 작업한 천우희는 “설정이 추가될수록 재미있더라” 하고 말하며 만족해했다.
배우 최필립(오른쪽)이 우희의 단골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그는 윤성호 감독의 전작 <출출한 여자>(2013)에서 최필순 과장 역을 맡았었다. “윤성호 감독이 하루만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 (웃음)”는 게 최필립의 설명.
안재홍에게 설정을 주문하고 있는 윤성호 감독. 안재홍은 지난해 겨울 윤성호 감독의 전작 <썸남썸녀>에 출연해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화장실 갔다온 손으로 우희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재홍. 윤성호 감독은 “전작 <출출한 여자>가 연애, 일 등 모든 것에 허기가 찬 여자의 이야기라면 <출중한 여자>는 부족
[씨네스코프] 웹드라마 <출중한 여자>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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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바다의 전설
[정훈이 만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바다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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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불이 켜진다. 짧은 티셔츠에 밑위가 짧은 바지 때문에 배꼽을 드러낸 여자들이 오간다. 한 남자가 그 배꼽들에 홀려 있다. 불이 꺼졌다 켜지자 이번에는 다른 남자가 미술관 근처에 있다. 십대 소년이 그에게 발자크, 베를리오즈, 위고, 뒤마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내민다. 이렇게 한명씩 등장인물들이 소개되고, 그들은 때로 둘, 혹은 셋, 혹은 넷이 모여 대화를 하고 파티에서 어울린다. 이제 이야기는 언제 시작하지?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는 분량이 길지 않기도 하거니와(149쪽) 각장의 길이가 두어 페이지에 불과해서 여백도 꽤 많다. 하지만 초반에는 책장을 넘기는 데 버퍼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물이 하나씩 등장하고 퇴장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연극을 보는 듯하고, 번화가의 커피숍에서 창밖 사람들을 응시하는 기분도 든다. 그러고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말이 오간다. 뛰어난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려고 할 때면 그 여자는 경쟁 관계에 들어갔다고 느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의미 있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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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인문학>의 저자 얼 쇼리스의 유작.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가 전세계에 확장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삶의 기반을 잃고 목표 없이 휘청거리는 사람들, 정신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인문학과의 만남은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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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자살의 전설>은 프랑스 메디치상을 비롯해 전세계 12개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11개국에서 ‘올해의 책’에 40회 선정됐다. 하나의 중편과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30여년에 걸쳐 이를 아프게 반추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는 마침내 여섯개의 문을 통해 아버지와의 상상 만남을 시도한다.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부재, 아버지와의 휴가, 아버지의 여인, 아버지와의 화해의 과정을 통해서.
[도서] 여섯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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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고 인류 문명이 발달해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카카오 재배농민의 열악한 삶도 그중 하나다. 카카오에 얽힌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한 이 책에는 카카오 원두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했던 중앙아시아와 그 기록을 남긴 알렉산더 폰 훔볼트부터 어떻게 유럽이 카카오를 식민지에서 들여오고 소비했는가 등이 실려 있다.
[도서] 변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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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년에 (일이나 공부와 무관한) 책을 3권 이하로 읽는 독자에게 권할 만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녀의 독서를 장려한답시고 책상 앞에 앉혀놓는 부모라면 누워서 읽어도 괜찮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라. “독서는 마음의 몫이다. 그래서 ‘한번 책을 잡으면 다 읽을 때까지 침식을 잊는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기왕에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잊었다면 아예 몸을 잊는 것이 독서의 이상이 아닐까? 물론 가장 편한 자세여야 할 것이다.”
책과 가까운 독자라면 “책을 읽지 않는 ‘독서술’’’이라는 신통방통한 장을 주목할 것. 읽을 책을 선택하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특히 문학에 관해서라면 한번쯤 한 작가의 작품만 읽어보기를 권하는데, 특정 작가와 동시대를 걸으며 함께 나이들어간다면 유행하는 작품만을 따라 읽어서는 맛볼 수 없는 독서의 진면목을 경험하게 된다. 어려운 책을 읽는 ‘독파술’ 대목도 흥미롭다. 글에 비해 내가 너무 무식한가 고민한 적이 있는 숙련된 독자라면, “쓰고
[도서] 누워서 읽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