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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기후 변화였다. 봄이 되어도 점점 추워지기만 하는 드래곤 왕국에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한 켄은 아들 엘피와 함께 왕국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이 오래전 얼음요새에 봉인되어 있던 ‘악의 화신’ 이골 칸이 드래곤 왕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꾸민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페인에서 <드래곤 힐> <매직 큐브>에 이어 ‘드래곤 이야기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성장모험극’에 포함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잊혀진 전설, 주인공의 각성, 모험을 위한 여정, 주인공을 돕는 수호신과 현자, 복수나 정복을 꿈꾸는 악당, 그리고 악당 곁에서 어딘가 모자란 듯 사고만 치는 부하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예측 가능한 이야기 전개에 따라 큰 이변 없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러한 경우 연출자가 어디에 강조점을 두는가가 작품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드래곤 이야기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드래곤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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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픽사의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 시리즈와 <몬스터 왕국>은 아무 관련이 없다. <몬스터 왕국>은 덴마크 감독이 연출한 유럽 애니메이션이다. <몬스터 왕국>은 엄마를 찾아 저승에 가는 아기 토끼 토토(장은숙)의 모험담이다. 영화에서 저승은 몬스터 왕국으로 불린다. 영화 도입부에 토끼 나라와 몬스터 왕국에 대해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들린다. 토끼 나라 토끼들은 일생에 한번 초록색 티켓을 받는데 티켓을 받으면 몬스터 왕국에 가야 한다. 토토의 엄마도 초록색 티켓을 받고 몬스터 왕국으로 떠났다. 토토의 아빠는 엄마를 잃은 뒤 토토와 배에서 생활한다. 토끼를 데려가는 페더킹(김준호)이 물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토는 엄마가 있다는 몬스터 왕국으로 가고 싶어 한다. 아빠가 배를 비운 어느 날, 페더킹을 만날 기회가 생기자 토토는 그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아이들이 죽음이라는 관념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
죽음을 설명해주는 좋은 교재 <몬스터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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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이라는 말은 “임금의 분노”를 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 <역린>은 정조의 역린에 관한 것이다. 영조의 손자이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현빈)가 왕위에 즉위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 여전히 왕권은 공고하지 않다. 공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조는 시시각각 암살의 위협에 시달린다. 그를 지키는 건 곁에 둔 충직한 내관 상책(정재영)과 금위대장 홍국영(박성웅), 그리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김성령) 정도다. 강력한 노론 일파와 왕대비 정순왕후(한지민)는 마침내 검객 살수(조정석)를 위시한 암살단을 앞세워 정조 암살을 모의한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의 TV드라마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고증과 창의가 적절하게 섞인 듯한 소도구나 복식, 거기에 큰 공이 들어간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그것들이 큰 매력 중 하나다. 정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고는 하지만 주•조연이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 지닌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서 서로 맞설 때
정조 암살을 모의하다 <역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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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은 만회하고 기대는 채우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목적이 뚜렷한 작품이다. 전편에 이어 마크 웹 감독이 연출하고 앤드루 가필드, 에마 스톤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의 야심은 스파이더맨이 뉴욕 도심을 활공하며 러시아 악당을 소탕하는 전반부 시퀀스에서부터 확연해 보인다. 1편에서 실망감을 자아냈던 액션은 속도감이 붙었고 화려해졌으며, 등장인물도 늘었다. 마크 웹은 자신의 장기인 로맨스 연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제이미 폭스, 데인 드한 등의 개성 넘치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1편의 리저드보다 몇십배는 매력적인 두명의 악당을 창조해냈다. 특히 도심의 전기를 자유자재로 흡수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악당 일렉트로(제이미 폭스)의 묵직한 존재감은 2편을 보는 큰 즐거움이다.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여름)가 떠나고 어텀(가을)이 왔듯, 속편을 맞이한 스파이더맨의 세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피터(앤드루 가필드)는 그웬(에마 스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사이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피터의 모습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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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의 희귀 앵무새 블루(시완)와 주엘(써니)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터를 잡고 세 마리 아기 새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자신들과 같은 푸른 마코 앵무새가 아마존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주엘은 동족을 찾아가보자고 블루를 설득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불안함을 누르고 모험을 떠나는 블루 가족과 그의 친구들. 하지만 복수를 꿈꾸며 이들을 추격하는 앵무새 나이젤(류승룡), 푸른 마코 앵무새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불법 벌목꾼 등 사방에 도사린 위험이 이들의 모험을 방해한다.
스크린이 형형색색 화려한 음악으로 물들어간다. 한마디로 신나는 콘서트장이다. 전작에서 관객을 삼바 축제 한복판으로 초대한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이번엔 다채로운 볼륨의 음악을 통해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한 절정을 보여준다. 대개의 속편이 그렇듯 <리오2> 역시 전작의 장점을 살리고 볼륨을 늘리는 쪽을 선택했다. 라틴, 팝, 힙합, 오페라까지 방대한 볼륨을 자랑하는 음악이 주는 흥겨움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음악 <리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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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사의 딸로 태어나 사디스트 새엄마의 학대를 받던 소녀가 죽을 위기를 겪는다. 그 뒤 소녀는 왕자의 키스를 받아 행복하게 살았을까? 영화는 기이하고 우아하며 가혹한 동화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배경은 카메라와 축음기가 등장한 20세기 초, 투우와 플라멩코의 정열 가득한 스페인의 세비야다.
황소에게 공격받은 아빠가 중태에 빠지자 엄마는 난산 끝에 카르멘(마카레나 가르시아)을 낳고 피에 젖은 채 죽는다. 축복받을 성찬식날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어린 카르멘의 눈부신 백색 드레스는 상복처럼 검게 물든다. 새엄마의 집에서 전신마비된 아버지를 만나 투우 기술을 배우지만, 소녀는 새엄마의 음모로 숲속에서 죽을 위기를 겪고 난 뒤 기억을 잃어버린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그녀는 동화의 공주처럼 일곱 난쟁이를 만났기에 ‘백설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는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의 영감, 루이스 브뉘엘의 시적 유머,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도발적 감각을 연상시키는 연출력을 보
스페인풍 백설공주 외전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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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인 파리>는 파리로 결혼 30주년 기념여행을 떠난 부부의 좌충우돌 2박3일을 그리고 있다. <노팅 힐> <굿모닝 에브리원> 등 로맨틱코미디의 교본이 되는 영화를 만들었던 로저 미첼 감독 작품이다. 최근 개봉했던 영국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이 연상되기도 한다. 영화의 배경도 다르고 주인공의 연령대도 다르지만 분위기나 주제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발랄하고 도발적이면서도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가치를 신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국에 사는 부부가 파리를 여행하는 이야기니만큼 파리 시내 곳곳이 흥미롭고 낯선 장소로 등장한다. 영화 자체가 한편의 파리 투어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버밍엄의 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닉(짐 브로드벤트)과 생물 교사인 멕(린제이 덩컨)은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파리여행을 계획한다. 런던에서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는 부부의 모습이 보이며 영화가 시작된다. 닉은 신혼여행을 리바
한편의 파리 투어 가이드북 <위크엔드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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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총상을 입고 도주 중이다. 급기야 도로를 가로질러 달리다 차에 받혀 쓰러지고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병원에 후송된다. 그가 해외에서 오래 일한 민간 특수부대원 여훈(류승룡)이라는 사실은 뒤에 밝혀진다. 여훈이 병원에 실려왔을 때 응급실 담당의였던 태준(이진욱)의 집에 다음날 괴한(진구)이 침입하여 태준의 임신한 아내(조여정)를 납치해간다. 괴한은 태준에게 여훈을 살려내 자기 앞으로 데려오라고 한다. 하지만 방법이 여의치 않다. 한동안은 여훈과 태준이 티격태격하더니만 뒤이어 등장한 여형사(김성령)가 여훈과 태준을 가로막기 일쑤다. 게다가 광역 수사대의 송 반장(유준상)까지 나서며 일이 커진다. 여훈과 태준은 뒤늦게나마 자신들이 어떤 모종의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표적>은 프레드 카바예가 연출했고 질 를루슈, 로쉬디 젬, 제라르 랑방 등이 출연했던 프랑스 액션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원작으로 삼았다. 곤경에
킬러로 돌아온 류승룡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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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
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 /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 배급 CGV 무비꼴라쥬 / 개봉예정 5월22일
배두나가 김새론과 짝을 이뤄 돌아온다. 한국영화 출연은 <코리아>(2012) 이후 2년 만이다. <도희야>는 경찰대 출신 여경 영남(배두나)이 땅끝 바닷가 마을의 파출소장으로 좌천되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도희(김새론)를 만난다. 도희는 의붓아버지(송새벽)와 알코올중독에 걸린 할머니의 폭력 아래 살아가는 열네살 소녀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영남은 일상이 폭력에 노출된 도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단편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11> <영향 아래 있는 남자> 등을 만든 정주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도희야>의 제작자인 이창동 감독은 “소박하고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같지만 큰 울림을 주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고 정주리 감독을 소개했다. 올해 칸
[Coming Soon] 일상이 폭력에 노출된 소녀 <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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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외교부와 함께 ‘세계 포르투갈어의 날’을 기념하여,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6개국 영화들을 소개하는 ‘포르투갈어권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5월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될 이번 영화제에서는 낯선 언어만큼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던 9편의 작품을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감독의 이름이 낯선 것은 아니다. 개막작 <센트로 히스토리코>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아키 카우리스마키, 페드로 코스타, 빅토르 에리세, 마뇰 드 올리베이라, 네명의 감독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이다. 12세기, 포르투갈 최초의 수도, 기마랑스를 중심에 놓고 네명의 감독이 풀어나가는 유럽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는 단편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울림이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여러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2012년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한 클레버 멘도사필로의 <네이버링 사운즈&g
[영화제] 포르투갈, 브라질, 기니비사우, 앙골라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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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1930)에서 클럽의 가수인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객석의 야유를 받는다. 남자들, 특히 군인들이 대부분인 관객은 굳이 남장을 한 여성을 보고 싶어 하진 않았다. 디트리히는 백색 턱시도를 입고, 다리를 벌리고 서서, 객석의 남자들을 아래로 내려다본다. 뒤이어 그녀는 남자처럼 다리를 휙 올려 객석의 난간을 넘어가고, 심지어 여성 관객의 입술에 키스까지 한다. 되돌아보면 스턴버그-디트리히 커플의 할리우드 첫 진출작인 <모로코>의 이 도입부 장면은 자신들의 영화적 운명에 대한 은유이기도 한데, 이들의 7번의 공동작업은 <모로코>처럼 할리우드의 관습을 매번 위반하는 것이었다.
스턴버그와 디트리히는 1930년 베를린에서 <푸른 천사>를 만들며 처음 만난다. 여기서 디트리히가 연기한 카바레 가수인 ‘롤라롤라’라는 유명한 팜므파탈이 탄생했다. 그녀의 등장 역시 놀람의 순간이었다. 아무리 카바레 가수라지만 입은 건 스타킹과
[영화제] 예술에 다다른 ‘무절제의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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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내가 기획했잖아.”
그럼 뭘 했냐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그것을 낼 때 거들어줬던 사람도, 거드는 사람 옆에서 맞장구를 쳐줬던 사람도 스스로를 기획자라 칭하곤 한다. 떠돌이 시나리오를 제작사에 연결해주었거나 투자사에 소개해줬을 때도 기획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때론 그 공을 인정하여, 혹은 뒷말 듣기 싫어서 엔딩 크레딧에 공동기획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처음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들은 너도나도 ‘기획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저작권을 포기하고 꿈까지 포기하는 경험을 많이 한다. 작가들의 경험담을 모으면 정말 그럴싸한 바보들의 합창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입문하는 작가들을 만나면 정색하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글 안에서 똑똑해지세요. 그래야 살 수 있어요.” “글 밖에서는 더 똑똑해지세요. 안 그러면 살지 못해요. 나도 바보였으니까요.” 무슨 일이냐고요?
어쩌다 보니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천성일의 은밀한 트리트먼트]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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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화창한 아침나절 바다 한가운데로 배 한척이 가라앉고 있었다. 순식간에 온갖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를 잠식해버린 그 이름 ‘세월호’. 언론에 공개되기 몇분 전만 해도 그저 타본 사람이나 기억했을 소소한 이름 하나가 초혼에 바쳐진 그것처럼 모든 이들의 간절함 속에 여기저기 토해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밤 폭우 속 느닷없는 파도에 휘말려 손도 써볼 새 없이 뒤집힌 상황이라면 그 소요 그 소란에 어떤 수긍이라도 가련만 마른하늘에 배 떨어지는 이 전대미문의 참사를 놓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낼 수 있는 자, 그 누구일지 한편 궁금해지기도 하는 바였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큰 덩치를 어쩌지 못한 채 가라앉은 배, 그 안에 내 자식 내 부모 내 형제가 갇혀 있음에도 아이고 배야 그저 외쳐부르는 것 말고 네 할 일은 없다 못질 쾅쾅 해댄 손모가지가 내 국가란 사실이었다. 죽어가는 국민을 살려내지 못한 것만으로도 국가가 져야 할 죄목은 얼마나 무거운가. 그럼에도 아래로 더 아래로 네 탓이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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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드라마가 줄줄이 결방을 알렸다. 시사회 연기 소식이 속속 날아왔다. 배우들의 인터뷰도 취소되었다. 얼마를 쏟아부은 영화, 몇년이 걸린 앨범 소식도 사라져버렸다. 청해진해운 세월호가 서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모든 것이 멈췄다. 그럼에도 일상은 멈출 수 없이 흘러간다. 다만 문득 머리가, 몸이 멈추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한심해서. 살아 있는 내가 너무 무력해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TV는 지옥이었다. 성수대교가 뚝 잘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거짓말 같은 광경을 이미 봤는데도,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배 안에 갇혀 있던 사람 하나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는 건 끔찍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이었다. 특보는 끝없이 슬픔과 분노를 쥐어짜냈고 자극적인 영상과 오보가 쏟아졌다. 민간잠수부를 자처한 이의 인터뷰를 방송한 MBN은 그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사과에 앞서 “방송사의 의도와 관계없이 인터넷과 S
[최지은의 TVIEW] 멈춰 선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