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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와 베짱이's 아주 주관적인 영화] <그래비티>
[매미와 베짱이's 아주 주관적인 영화] <그래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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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결혼전야> 마음의 일
[헌즈 다이어리] <결혼전야> 마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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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일한 흑인 집사 알론소 필즈는 회고록인 <백악관에서의 21년>에 이렇게 썼다. “너무 길게 말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지 마라.” 그것이 집사의 자세다. 필즈는 루스벨트 대통령 옆에서 진주만 폭격 소식을 들었고, 한국전쟁이 시작된 날엔 휴가지에서 황급히 돌아온 대통령과 수석 보좌관들의 모임을 준비했다. “우리는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역할은 매우 작지만, 어쩌면 하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없다면 그들은 그리 많은 일을 할 수 없다.” 필즈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럼에도 그림자로 남아야만 했다.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목격하면서도 누구도 의식하지 못하도록, 벽지에 새겨진 무늬처럼 희미하게 존재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21년도 아니고 34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지워야만 했던 사람의 세월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흘러갔던 것일까.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이하 <버틀러>)는 그 세월을 되짚는 영화다. 19
백인을 미소 짓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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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와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가고 <헝거게임> 시리즈가 왔다. 1편은 대성공이었고 2편은 이제 막 뚜껑을 열었다. 즐길 만한 오락물이라는 평이 대세다. 게다가 요소요소마다 꽤 다양한 층위로 얽혀 있는 것이 흥미롭다. 1편을 지나 3편과 4편을 기다리는 시점을 맞아 중간점검하는 기분으로 몇 가지 핵심들을 정리해본다. <헝거게임> 관람자를 위한 7개의 키워드별 가이드다.
근미래의 독재국가 판엠. 수도인 캐피탈에 살고 있는 독재자의 지휘 아래 매년 이른바 ‘헝거게임’이라는 잔혹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수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12개 구역에서 소년 소녀들을 뽑아 한 장소에 몰아넣고 단 한명의 생존자만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게 한 뒤 우승자에게는 윤택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70여년 전 힘을 합쳐 반란을 도모했다가 실패한 주변 구역에 독재자가 내리는 피의 형벌인 동시에 많은 이들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잔인한 엔터테인먼트다. 그
웰컴 투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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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화 감독의 <잉투기>에서 어른들은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인터넷 격투기 동호회에서 ‘칡콩팥’이라는 아이디로 유명한 태식은 커뮤니티 라이벌이었던 ‘젖존슨’으로부터 대낮에 기습적으로 얻어터진 뒤 그걸 담은 동영상이 네티즌들에게 회자되는 공개망신을 당한다. 태식은 젖존슨에게 복수를 맹세하고 그를 찾아다니는 게 인생의 단기 목표인 백수 잉여인데도 그의 어머니는 그를 별달리 타박하는 기색이 없다. 자식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포기한 듯 보인다. 경매로 처분된 부동산을 접수하는 일로 돈을 버는 그의 어머니는 한국을 1%만을 위한 사회라고 원망하면서 코스타리카로 이민 갈 생각이다. 영화 후반에 태식이 ‘잉투기’라는 잉여들의 격투기 대회에 나가 젖존슨과 오프라인에서 재대결할 의지를 불사르며, 이제 뭔가 할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의지를 얻었노라고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이민 가지 말자고 부탁을 하자, 어머니는 부드럽게 거절하면서 그렇다면 그녀 혼자만 이민을
[신 전영객잔] 바보도, 괴물도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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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21일 <올드보이>가 개봉했다. 복수, 폭력 그리고 근친상간이라는 문제적 딱지를 붙인 이 영화는 대한민국 스릴러의 새로운 표상이 되었으며, 300만명이 넘는 관객의 호응을 얻으며 ‘박찬욱 팬덤’을 형성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 <올드보이>가 재개봉한다(마침 한주 뒤인 11월27일에는 미국에서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한 리메이크 버전도 개봉한다). 이번에 재개봉하는 버전은 DCP(Digital Cinema Package)를 거친, 보다 감독의 의도에 가까운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업에 대해 “박력 있는 남성의 세계를 그린 지 꽤 오래됐는데 기분 전환이 되더라”라고 전하면서 기회가 있다면 <공동경비구역 JSA>(2000)나 <복수는 나의 것>(2002)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재개봉 버전은 오리지널과 어떤 차이가 있나.
=사운드는 못 만졌고 이미지만 손을 댔다. 기술적 한계
[박찬욱] 제작자의 믿음, 관객의 호응이 <올드보이>를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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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 “빨리 (아내를 범죄로 이끈) 그놈을 잡아야 우리 마누라의 혐의가 없어지잖아요. 그 자식이 꼬드겨서 순진한 마누라가 덤터기를 썼는데 아 씨발, 검찰이 그런 것도 몰라!”라고 윽박지르던 종배(고수)는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야? 마약 나르다 걸린 마누라 데리고 사는 주제에 어디 공공기관에 와서 행패질이야!”라는 수사관의 반격에 이내 후회막급이라는 표정으로 목소리가 잦아든다. 당장이라도 경찰서를 뒤집어엎을 것처럼 난동을 부리던 그는 “죄송합니다. 오해 마시고요, 제가 하도 답답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라며 90도로 고개를 푹 꺾는다. 참 지질하다. 머나먼 타국의 아내와 힘들게 첫 통화를 하게 됐을 때도 ‘괜찮아?’라는 따스한 말 대신 “그러니까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간 거야?”라고 따져 묻기부터 한다. 자신이 친구 보증을 잘못 서서 가세가 기울어 아내가 그런 위험천만한 선택을 했건만 아내 탓만 한다. 역시 지질하다. 이제껏
[고수] 고통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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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이라 부르는 소리가 그리 끔찍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비행기 한번 타본 적 없고 외국어 한마디 못하는 정연(전도연)은 졸지에 프랑스 공항에서 미아가 된다. “마담! 마담!” 그렇게 정연은 (수사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약청정지역’인 대한민국에 마약을 운반하다 걸린 ‘마약 아줌마’가 된다. 하지만 전도연이 생각하기에 그 마약 아줌마는 그저 평범한 한국 사람이다.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는 그저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정연을 연기하며 특정한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진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지난 몇년간 읽어본 중에 가장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였다. 나였어도 그런 선택을 할지도 모를, 평범한 그 누군가의 이야기. ‘내가 이렇게 쉽게 출연 결정을 내려도 되나? 좀더 고민해봐야 하는 거 아냐?(웃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망설임 없이 선택한 영화였다.”
실제 현실의 전도연도 한 아이의 엄마다. 그래서인지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와 함께 문방구에 가
[전도연] 아이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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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세상 전부인 평범한 여자 정연(전도연)은 여권에 처음으로 도장이 찍히던 날, 프랑스에서 마약범으로 몰려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대서양 건너 1만2400km인 지구 반대편 프랑스의 외딴섬 교도소에 갇히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세상 전부인 평범한 남자 종배(고수)는 믿었던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주면서 집과 가게와 아내마저 잃는다. 바보 같은 남편 때문에 정연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하는 일을 했던 것이다. 그냥 가방에 실어서 옮겨주기만 하면 끝이라고 믿었건만 그것은 원석이 아니라 마약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한순간의 실수로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던 한 한국인 여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보고 싶은 가족을 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감옥”이라는 방은진 감
[집으로 가는 길] 그들이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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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분들이 잘해낼 거라 믿습니다. 암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넬로가 조합원들을 독려하는 장면이다. 김성균은 짧은 추임새와 강한 어조로 조합원들을 향한 넬로의 신뢰감을 제대로 표현했다.
모두들 숨죽인 채 배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식구들은 스튜디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배우들의 빡빡한 스케줄과 성큼 다가온 영화제 일정을 고려해 더빙 작업을 얼른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와의 오랜 인연으로 연출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정지우 감독. 배리어프리버전 더빙 작업이 생각 이상으로 즐겁고 보람 있었던 터라 직접 연출한 영화들의 배리어프리버전도 상상해봤단다. “<은교>도 한번 배리어프리버전으로 만들어봐?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
‘귀여운 낭랑 18세’로 어필 중인 요즈음이라 진지한 김성균의 모습이 더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진다. 김성균은 배리어
[씨네스코프] 귀로 영화를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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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포 스피드> Need for Speed
감독 스캇 워프 / 출연 아론 폴, 도미닉 쿠퍼, 이모겐 푸츠, 칠리 모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니드 포 스피드>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물량 공세를 펼치는 슈퍼카들의 박진감 넘치는 카 체이싱이 기대되며 게임회사 EA와 영화사 드림웍스의 합작영화라는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내년 3월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니드 포 스피드> Need for Sp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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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보는 책이 나왔다. 특정한 사건의 전말을 기록한 책을 찾아보기 힘들고, 특히 논란의 대상이 아닐 때에는 관심이 없는 우리 풍토에서 범인과 진상이 분명한 사건을 취재한 책이 등장한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안전기획부(지금의 국가정보원) 1차장,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종일 교수가 쓴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이 바로 그 책이다. 1983년 10월9일 미얀마의 아웅산 묘소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은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사실관계부터 책임문제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이론이 없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략적인 사실은, 북한이 공작원을 보내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살해하려 하던 중 몇 가지 우연한 일이 겹치면서 대통령의 아웅산 묘지 도착 시간이 늦어졌는데도 그것을 모르는 공작원들이 폭탄을 터뜨려서 그 자리에 있던 각료들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김현희의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과 달리 아웅산 테러에 대해서는 자작극설 등 음모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일이 없다.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잊혀진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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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마일리 멜로이가 쓴 열한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 마일리 멜로이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 니콜 크라우스, 이윤 리 등과 함께 2007년 영국의 문예지 <그란타>가 선정한 ‘미국 문단을 이끌 최고의 젊은 작가’에 선정되었으며, 최고의 단편소설집에 수여되는 ‘펜/말라무드 상’을 수상한 작가다. “제일 잘 쓴 한편만 꼽기가 불가능하다”는 <더 타임스>의 평이 무색하지 않다.
[도서] 마일리 멜로이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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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지금까지 지난한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구술 생애사. 너나없이 누군가의 어머니로, 할머니로 불려온 그 여자들의 이름은, 김미숙(89), 김복례(87), 안완철(81).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사투리를 포함한 입말을 그대로 살려 구술정리하고, 설명이 필요한 대목들에서 최현숙이 부연을 해 완성한 책이다. ‘15소녀 표류기’라고 명명된 다섯권짜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도서] ‘15소녀 표류기’의 첫 번째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