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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칸소주 미시시피 강변에서 나고 자란 소년 엘리스(타이 셰리던) 앞에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세개의 사랑이 놓여 있다. 먼저, 그는 상급생 메이 펄(보니 스터디밴트)을 상대로 첫사랑의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강가의 무료한 삶에 지친 어머니는 도시로 가겠다며 아버지에게 이혼을 청한다. 처량한 신세가 된 아버지는 어머니를 원망하는 것으로 자기 푸념을 대신하려 한다. 그리고 머드(매튜 매커너헤이)가 있다. 강 한가운데 있는 이름 모를 섬에 숨어 사는 이 부랑자는 어릴 적부터 목숨 바쳐 사랑해온 여자 주니퍼(리즈 위더스푼)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뒤 유족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다. 엘리스는 그가 주니퍼와 재회할 수 있도록 도우며 자신의 사랑과 부모의 사랑도 회복되길 염원한다.
소년의 성장담을 미국 문학사의 유구한 전통 안에서 야심차게 풀어놓은 작품이다. 제프 니콜스 감독은 이 영화의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샘 페킨파가 마크 트웨인의 단편을 영화로 만들었다면”이라는 어마어마한 힌트
위태롭게 흔들리는 세개의 사랑 <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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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머리만 좋은 녀석들은 열심히 하는 녀석들을 당할 수 없고 열심히 하는 녀석들은 즐기면서 하는 녀석들을 당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는 네 친구는 바로 ‘즐기면서 하는 녀석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학업을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다가 아르바이트로는 도저히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진실을 목도하고 망연자실해지는 순간 네 친구는 학교를 그만두고 유럽으로 훌쩍 떠나는 무모한 선택을 한다. 학점과 스펙을 위해 목숨을 걸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지금의 쾌락을 무기한 연기하는 여느 이십대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택한 것이다. 게다가 아끼고 아껴도 부족한 여비를 앞에 두고 그들은 ‘무전여행’ 혹은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돈을 벌며 무전취식하자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운다. 영화과 중퇴생들 주제에 호스텔, 레스토랑 홍보 영상을 찍어주고 숙식을 해결하고 최후엔 자신들이 선택한 신예 뮤지션 뮤직비디오까지 한편 찍어준다는 1년간의 유럽 체류 계획은 처음엔 그냥 방
‘즐기면서 하는 녀석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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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종강을 앞둔 한겨레 스토리스쿨이 일찌감치 2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한겨레출판의 이성욱 기획위원이 수업과정을 총괄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스토리텔러로 활약한 여덟 강사가 돌아가며 세 단계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체별 스토리 작법을 배우는 첫 번째 단계, 시놉시스를 쓰고 함께 다듬어가는 두 번째 단계, 장르별 프로젝트 구성안을 완성시키는 세 번째 단계다.
이성욱 기획위원은 1기 스토리스쿨에 대해 “장르별로 시놉시스 이상의 스토리를 만드는 데에 있어 강의 중심이 아닌,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려준다는 처음의 목표대로 잘 진행됐다”라고 총평했다. “강사와 수강생이 10회 이상 만나 함께 작품을 수정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작품화했다. 수강생의 3분의 2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면서 “작품을 공유하는 웹페이지가 따로 있다. 그곳을 통해 작품을 더 키울 수 있는 길을 계속 발굴해줄 계획”이라고 말을 보탰다. 2기는 “수강생들의 편차와 강사진의 눈높이 차이를 고려
[스토리공작소] 실전적인 맨투맨 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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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8월15일 모네는 ‘건초더미’ 시리즈의 그림 두편을 완성하는데, 그중 하나가 <건초더미, 황혼>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은 1941년 세계대전 당시 파리에서 사라진 뒤 지금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이클 호프먼 감독의 <갬빗>은 이 사라진 모네의 그림을 둘러싼 희대의 사기극을 소재로 한 영화다. 미술품 큐레이터 해리 딘(콜린 퍼스)은 위조 전문 화가인 메이저 윈게이트(톰 커트니)와 힘을 합쳐 런던의 미디어 재벌이자 명화 수집광인 리오넬 샤번다 경(앨런 릭먼)을 속이려 한다. 텍사스 출신의 카우걸 PJ 푸즈나우스키(카메론 디아즈)가 이 작전에 투입되는데, 그녀의 할아버지는 세계대전 당시에 나치돌격대장 괴링의 별장을 습격했던 미군 병장이었다.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 얼핏 완벽한 작전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처음부터 오류투성이다. 리오넬의 행동이 사뭇 예상을 엇나가는 데다, 카우걸 PJ의 ‘무례한 매력’이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경쾌한 사기극 <갬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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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이라는 소재는 매력적이지만 정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설정 자체에 대한 의문 때문에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물리학에 대한 이해야 다들 고만고만하고 아직 증명되지 못한 이론이니 상상력이야 자유라고 친대도 영화 내에서 규칙들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서사 자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 지질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주로 만들었던 김현석 감독의 <열한시>는 타임머신을 소재적 배경으로 삼아 독특한 스릴러에 도전하고 있다. 전반부의 SF적 설정은 다소 산만해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긴박감을 조성하고 자신의 장기인 코믹 멜로적 요소를 적당히 가미해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타임머신 프로젝트를 연구 중인 우석(정재영)은 투자자로부터 프로젝트 중단 통보를 받고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영은(김옥빈)과 함께 시험 비행을 강행한다. 하루 뒤 같은 시간인 11시
미래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열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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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네 얼간이> 걱정원 요원들
[정훈이 만화] <네 얼간이> 걱정원 요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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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유에프오>(2004)의 김진민 감독이 <완전 소중한 사랑>으로 돌아왔다. 소년 시절 소아암을 앓았던 경력이 있는 청년 온유(임지규)가 자원봉사를 하던 병원에서, 우연히 어렸을 적 자신의 우상과도 같던 왕년의 걸그룹 아이돌 예나(심이영)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풋풋한 멜로드라마다. 인물과 그 삶의 속껍질에 은근히 다가가는 따스한 감성은 10년 전의 데뷔작과도 같아 반갑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100% 재능기부와 포털 사이트 ‘다음’의 제작비 기부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향후 수익금의 40%는 소아암 재단, 30%는 문화재단에 기부된다. 무려 10년의 세월이 흘러 어딘가 ‘소중한’ 영화로 돌아온 김진민 감독을 만났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시나리오부터 캐스팅, 그리고 투자에 이르기까지 보통 2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한 세 작품 붙들고 있다가 이렇게 됐다. (웃음) <몽당연필>의 경우 임창정, 김민희 캐
[flash on] ‘힐링 프로젝트’로 10년 만에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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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플로네> 원안, <사이버 포뮬러> <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의 메커닉 디자인으로 유명한 가와모리 쇼지는 변신로봇 디자인의 일인자다. 특히 그는 기존 로봇 디자인과 개념을 달리했던 <마크로스> 시리즈의 가변형 기체 ‘발키리’를 선보이며 일본 메커닉 디자인 역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현재 디자인은 물론 원안, 각본, 콘티, 연출까지 애니메이션의 전 영역을 아우르며 활동 중인데, 개봉 준비 중인 <극장판 쥬로링 동물탐정>의 원안자가 가와모리 쇼지라는 사실만 봐도 그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짐작할 수 있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마스터클래스로 한국을 방문한 그에게 메커닉 디자이너로서, 나아가 애니메이터로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변신로봇의 아버지로 불린다. <트랜스포머>도 당신 손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과분한 별명이다. 완구회사 다카라와 함께 변신로봇 시리즈 ‘다이아크론’을
[flash on] “신작 애니는 오히려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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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왜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에피쿠로스는 이 질문을 파고들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고귀한 쾌락’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익숙해져라. 왜냐하면 모든 선과 악은 지각에 근거하는데, 죽음은 이런 지각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올바르게 통찰하면 우리의 유한한 삶은 즐거울 수 있다. 왜냐하면 이 통찰이 우리 삶에 무제한적인 지속성을 부여하기 때문이 아니라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구를 없애기 때문이다. (…) 가장 끔찍한 악인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오지 않고, 죽음이 오자마자 우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혼자 죽는 것’이라고들 답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아무도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오랫동안 버려
[영하의 날씨] 긍정하라, 유한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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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중주> 감독 야론 질버먼 / 출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크리스토퍼 워컨, 캐서린 키너, 마크 이바니어, 이모겐 푸츠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감독 우디 앨런 / 출연 우디 앨런, 드루 배리모어, 루카스 하스, 골디 혼
25년간 세계를 돌며 명성을 쌓아온 현악 4중주단 ‘푸가’. 팀의 리더인 피터(크리스토퍼 워컨)를 비롯한 네 연주자들에게 공연은 가장 우선 순위였다. 스승과 제자, 부부, 옛 연인, 친구로 묶인 이들의 삶은 언제나 ‘최상의 연주’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되어왔다. 그러나 팀내 정신적인 지주인 피터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서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갈등의 파고가 푸가를 덮친다. 제2 바이올리니스트인 로버트(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피터의 자리를 탐내지만 푸가의 일원인 아내 줄리엣(캐서린 키너)의 반대에 부딪친다. 홧김에 로버트는 딴 여자와 외도를 하게 되고, 이들 부부는 파국의 길로 들어선다. <마지막 4중주>의 ‘막
[digital cable VOD] 클래식 막장 vs 재즈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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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수상작들, 이름만으로도 시네필들을 설레게 만드는 거장들의 최신작들, 그리고 배우들의 아름다운 앙상블을 볼 수 있는 신작들이 한데 모인다. 씨네큐브는 개관 13주년을 기념해 11월28일부터 12월4일까지 7일간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어느 작품을 고른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2013년 칸영화제 수상작을 다룬 첫 번째 섹션에서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아델의 삶-1&2>, 지아장커의 <천주정>,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개봉 전 미리 만날 수 있다. 그중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코언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은 내년 초 개봉이 예정돼 있다. 60년대 뉴욕의 분위기를 뿜어내는 코언 형제 최초의 음악영화로, 끝내 성공하지 못하는 포크송 가수 르윈 데이비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두컴컴하고 악몽같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코언 형제의
[영화제] 미리 보는 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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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초입, 대학원은 봄을 준비한다. 내년도 전기(봄학기) 입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진로를 정하기 위해 선택하는 곳이 대학교라면, 대학원은 진로를 정한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찾는 곳이다. 꿈을 향해 돌진하는 당신을 위해 <CAMPUS CINE21>이 대학원 탐방에 나섰다. 학교별 특징과 입시 정보를 낱낱이 담는다.
신기술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창조하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2011년에 개원한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이하 경희사이버대학원)은 온라인 교육의 확산에 의한 시대의 흐름을 따르거나 상위 학위 취득에 대한 요구를 해소해주기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이 아니다. 2009년부터 설립을 계획해왔고, 경희학원의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소통과 창조의 평생교육을 실천하고자 전략적으로 세운 연구기관이다.
2010년에는 국내 759개 일반대학교 특수대학원, 11개 국내 온라인 특수대학원, 경희대학교 10개 특수대학원의 전공을 분석하였다.
대학원 어디로 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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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공부 안 하고 놀잖아요.” 게임 중독법에 찬성하는 어느 학부모의 말. 요즘 한창 논란 중인 게임 중독법 입안자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중독’이란 표현을 빌려 게임을 질병 목록에 소환하고 있지만, 이 법안의 발의자들뿐만 아니라 찬성자들에게 사실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한국인이 하루 평균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3시간9분, 스마트폰은 1시간57분. 인터넷 게임 시간보다 더 길다. 전자파, 안구 피로, 운동 부족 등을 따져보아도 이쪽이 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 게다가 성형공화국 한국의 성형 중독과 다이어트 중독은 어떤가? 건강상의 이유라면 이 행위들도 의당 중독법으로 다스려야 할 거다. 아차, 기왕에 만드는 김에 비만을 유도하는 햄버거와 치킨 중독법도 제정하면 금상첨화겠다.
애초에 게임만을 관리 대상에 넣은 게 패착이다. 아이들 노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는 한국 학부모들의 ‘공부 중독’을 인질 삼은 채 게임으로 표상되는 놀이와 여가 문화를 단속함으로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놀이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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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좋아하는 드라마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취향에 안 맞아도, 완성도가 떨어져도 일단 열심히 봐야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다시보기’ 창을 띄워놓고 중요한 내용이나 떠오르는 단상을 적다 보면 메모장에는 어느새 눈물의 이모티콘이나 외마디 비명이 난무한다.
다만, MBC <오로라 공주>는 그 정도로 극복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한동안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친구들과 만들어놓은 채팅방에 <오로라 공주>를 중계했다. 심지어 오로라(전소민)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민폐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건 이 미친 세계를 혼자서 보고 있자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서른 넘은 남동생이 잠자리에 들면 침대가에 둘러앉아 주기도문과 반야심경을 외는 황마마(오창석)의 누나들에, 푸드 코트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둘러싸고 시비 거는 오로라의 올케들에, 야무지고 경우 바른 아가씨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냥 고집 세고 눈치
[최지은의 TVIEW] 왜 인기인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