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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 했던가. 멀쩡한 계단을 놔두고 위험천만한 성벽을 기어오르거나 미사 시간에 신부님 말씀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성당 천장을 몇번 만에 오를 수 있을지에만 몰두하는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이 바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모두 등정한 전설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다.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은 메스너의 눈부신 성취 대신 이면의 아픔, 그중에서도 히말라야에서 친동생을 잃은 실화에 집중한다.
1970년 독일, 일명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루팔 암벽 등반과 낭가 파르밧 정복을 위해 원정대가 꾸려진다. 벌써 일곱 번째 정상 정복에 도전하는 대장 칼 박사(칼 마르코비치)는 어떻게든 꿈을 이루고 싶어 초조하다. 1등 정복자라는 타이틀을 선점하려는 대원들간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이들 사이에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등반에서 만족을 찾는 라인홀트(플로리안 슈테터)와 동생 건터(안드레아스 토비아스)가 합류한다
전설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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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고 있는 땅밑에 천연가스가 묻혀 있고 이 땅을 파게 해주는 대신 거액의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그 결과 땅이 심각하게 오염된다면 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거대 에너지 기업의 직원인 스티브(맷 데이먼)의 주요 업무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마을을 찾아다니며 땅을 팔라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탁월한 실적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는 스티브는 새로운 마을로 향한다. 하지만 그 앞에 환경단체 소속의 더스틴(존 크래신스키)이 등장해 개발로 황폐해진 자신의 농장 이야기를 들려주며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시작한다. 예상 못한 ‘장애물’ 앞에 곤란을 겪던 스티브는 결국 자신이 지금까지 한 일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구스 반 산트가 제작과 연출을 맡고 맷 데이먼과 존 크래신스키가 각본을 맡아 더욱 주목을 끈 <프라미스드 랜드>는 환경 파괴에 대한 아주 익숙한 문제를 다룬다. 즉 무분별한 자원 개발과 그로 인한 환경 파괴는 나쁜 것이
자원 개발과 환경 보호 <프라미스드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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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민간인을 학살한 죄로 법정에 선 소가 카즈야 대령은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으로 도시의 교통을 전부 마비시킨다. 거의 2천만대에 가까운 차량의 통제권을 손에 넣은 그는 도시의 안전을 인질로 삼은 채 단 한 가지를 요구한다. 바로 국가 기밀을 보관하고 있는 ‘판도라’를 열게 해달라는 것.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구사나기 소령이 나서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을 막아선 바트와 충돌을 일으킨다. 여기에 수수께끼의 특수작전부대 소속인 비비까지 등장해 소령을 혼란에 빠트리고, 이제 구사나기는 적과 아군도 구분 못하는 상황에서 도시를 구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기세 가즈치카 감독과 함께 공각기동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시리즈는 전편에서 구사나기의 캐릭터를 다시 디자인하고 구사나기와 바트를 적으로 설정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번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 2 고스트 위스퍼스>는 이미 만들어놓은 것 이상
공각기동대의 익숙한 세계관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2 고스트 위스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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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S 커플>은 성인사이트 ‘소라넷’에서 200만 넘는 히트 수를 기록한 인터넷 소설 <슬프도록 아름다운>(필명 끄적)을 영화화했다. 복학생 찬승(최필립)은 선배와 함께 나이트클럽으로 향한다. 클럽 룸에서 부킹을 하던 찬승 일행은 웨이터에게 끌려온 아영(문보령)과 마주치고, 거만한 선배를 재수 없게 생각한 아영은 찬승과 원 나이트 스탠드를 갖는다. 이후 찬승은 방과 뒤 집에 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자신의 이상형인 청순한 민조(박란)를 만난다. 그리고 우산을 빌려주며 자연스레 친해진 무용과 학생 민조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한편,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후배 유진(서효명)은 찬승을 짝사랑한다. 그렇게 찬승은 세명의 여인과 동시에 아슬아슬한 데이트를 이어간다.
이야기 구조는 영락없이 <아메리칸 파이>(1999)와 <색즉시공>(2002)의 재탕이다.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안 하고 춤만 추는 것으로 유명한 섹시녀 아영은, 모
세 여자와의 아슬아슬 데이트 <캠퍼스 S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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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풍경>은 장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방인들이 꾼, 실상은 보이지 않을 꿈의 정경을 소재로 했다. 먼 나라의 아내가 찾아와 함께 그 아름답다는 제주도라는 곳에 가본다. 불법노동자를 추방하려는 법무부라는 추상이 등장하는 악몽도 있다.
카메라는 외국인 노동자가 말하는 꿈의 이미지를 그들의 일상 가까이서 집요하게 찾아내 오래 응시한다. 오로지 홀로 겪는 체험일 꿈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감각은 감독의 방식으로 프레임화된다. 공항과 공장, 시장과 논밭, 지하철 역과 골목길 등 남루한 삶의 공간에 설핏 꿈에 보았던 이미지들이 중첩된다. 베어링과 돼지내장, 염색원단과 상추밭, 쌓인 목재와 코끼리 등 꿈의 이미지로 우리를 이끄는 일상적 인유의 컷들은 너무도 세속적이어서 오히려 신비한 계시 같다. 그들은 꿈을 이야기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한국에서 그들이 경험한 체험의 진실성을 느끼게 된다. 그럴수록 기계적이고 메마른 공간들에 깊이가 패고 정서가 스민다.
보이지 않는 꿈의 정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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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 평범한 대한민국 주부 송정연(전도연)은 마약소지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다. 정연은 후배의 부탁으로 프랑스 원석을 밀반입하는 중이었다. 돈이 급한 정연은 불법인 줄 알고도 가방을 운반하기로 한다. 그러나 여행 가방에 든 것이 마약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마약범은 외부와 연락을 할 수도 없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뒤늦게 체포된 사실을 듣게 된다. 정연의 남편 종배(고수)는 아내를 돕고 싶지만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절망한다. 종배는 외교부와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호소해보지만 행정당국은 늘 불친절하고 무성의한 답만 들려준다. 결국 정연은 재판도 받지 못한 채 대서양의 외딴섬 마르티니크 교도소로 이송된다. 강압적인 교도관들과 거친 재소자들 사이에서 버티는 정연의 하루하루는 악몽이다. 무엇보다 정연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자
그들의 외롭고 처절한 싸움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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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맨>
제작 영화사 일취월장 / 감독 성시흡 / 출연 정재영, 한지민 / 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4년 1월9일
“전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알람을 맞춥니다. 그게 이상한가요? 성실한 거지.” 계획대로만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한정석(정재영).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100일 동안 고백을 계획해왔던 정석은 그의 주도면밀한 모습이 싫다는 짝사랑 그녀의 거절에 무너진다. 난생처음 무계획적인 삶을 살아보려는 정석에게 짝사랑하던 여자의 후배, 소정(한지민)이 다가온다. 직장생활 ‘8년7개월26일’ 만에 정석을 지각하게 만든 이 여자는 자꾸만 그의 삶을 어지럽게 만든다. 규칙이 인생의 전부인 남자와, 계획 따위 안중에도 없는 자유분방한 여자의 만남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아는 여자> <나의 결혼원정기> 이후 오랜만에 로맨스 장르로 복귀한 정재영과 망가지는 모습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한지민의 조합이 궁금
[Coming Soon] 규칙이 전부인 남자와 자유분방한 여자의 만남 <플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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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창 감독의 <수련>이 서울독립영화제2013 대상을 수상했다
=<이름들>이 최우수작품상을, <레드 툼>이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독립스타상은 <셔틀콕>의 배우 이주승에게, 열혈스탭상은 <한공주>의 홍재식 촬영감독에게 돌아갔다.
-<숨바꼭질>의 김미희 대표가 2013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으로 뽑혔다
=연기부문에선 <연애의 온도>의 배우 김민희가 수상했고, 연출/시나리오부문상은 <연애의 온도>를 연출한 노덕 감독이 차지했다.
-마지막 필름현상소인 서울필름현상소가 내년 초 문을 닫는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필름영화를 상영하던 씨네큐브가 지난 12월4일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함에 따라 서울필름현상소도 폐업을 결정했다.
[댓글뉴스] 김이창 감독의 <수련>이 서울독립영화제2013 대상을 수상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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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스웨덴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 복지 국가’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경제 대공황으로 수많은 실업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왔고, 노사 갈등은 극에 달해 파업과 직장 폐쇄가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해야 할 집권세력인 우파(자본주의자들)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고, 반대로 야권인 좌파(마르크스주의자들)는 시장 개입에 주춤했다. 전자는 더 나아지길 기대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고, 후자는 더 나빠지길 기대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쯤 되면 1930년대 스웨덴이 현재 우리나라와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시장경제를 맹신하면서 ‘성장’이라는 면만을 추구하는 집권 여당과 그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스스로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 물론 이념적인 면에서 당시 스웨덴 정치 지형과는 크게 다르지만 ‘태도’ 면에선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다행히 스웨덴엔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닌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려 했던’ 정치인이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한국의 비그포르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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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상대방 유리잔의 지문 얼룩, 신발 매듭 따위를 마음에 새길 때가 있다. 나중에 되새김질할 정보를 저장하고 분류하는 모양새가 어쩐지 소나 염소를 닮았는데, 반추동물이야 주식을 소화시키는 위장의 구조가 그렇고, 내쪽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별식으로 얻은 기쁨을 길게 반복해서 유지하고 싶은 가난뱅이 성정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볼 때, 특히 ‘쓰레기’(정우)가 등장하면 딱 그 상태가 된다.
‘멋도 맛도 모르는 쓰레기’라 불리는 부산 출신의 남자가 잔머리 굴리지 않는 다정함을 무슨 소파에 리모컨 던지듯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보일 때마다 머릿속에선 만국기가 휘날리고 폭죽이 터진다. 일상생활에선 허점투성이인 천재 의대생이란 상투적 설정도 나사 빠진 일상을 워낙 탄탄하게 다져놓은 덕분에 천재임을 증명할 과업에 치이지 않고도 매력적인 갭을 만들어낸다. 사랑에 눈을 뜬 뒤, 돈이나 가족, 지위 등 이
[유선주의 TVIEW] 채집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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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문신을 하나 했다. 가업을 물려받은 달인이 운영하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문신 가게에 가서, 달인은 비싸니까 그 가게 막내에게 시술을 받았다(그럴 거 뭐하러 굳이 달인의 가게를 찾아갔을까). 도마뱀을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도안을 고르러 갔다가 웃고 있는 돌고래를 발견하고는 깨달았다, 아, 이것이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구나. 파멜라 앤더슨은 말했다지, 문신은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상징한다고. 그렇게 나는 청록색 돌고래를 얻었고 사람하고도 해본 적이 없는 첫눈에 반한 사랑의 상징을 남겼다.
그런데 한번 하고 나니 계속 하고 싶어졌다. 다음엔 식물성으로 해야지, 장미로 할까 덩굴 무늬를 새길까, 몇 년째 고민만 하다가 <카운슬러>를 만났다. 앗, 표범이다! (치타던가? 어쨌든.) 심 봤다! 바로 저거야! 카메론 디아즈의 표범 무늬 문신을 보니 저것만 있으면 모피가 없어도 되겠구나, 싶었다. 바로 문신 가게를 찾아 검색에 들어갔다. 이러다가 내 몸 위
[김정원의 피카추] 내 몸에 낙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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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4 <그래스 스테인즈> <다크 플레이시즈> <더 포저>
2013 <조>
2012 <머드>
2011 <트리 오브 라이프>
“누구도 그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머드>를 같이 찍으며 타이 셰리던을 지켜본 매튜 매커너헤이의 말이다. “자연스럽다”는 평가는 아역 배우들이 흔히 듣는 상찬이다. 하지만 흔한 아역 배우들은 스펀지처럼 ‘연기’를 체득해 상업영화로 이주한다. 셰리던은 달랐다.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소년 1만명 가운데 테렌스 맬릭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아 <트리 오브 라이프>로 데뷔한 10살짜리는 자연스러운 배우라기보다 자연 그대로의 배우였다. 주변 환경에 유기적으로 조응하는 재능을 가졌고, 진짜에 가까운 가짜가 아니라 진짜 그대로의 감정으로 보는 사람을 움직였다. “마지막에 타이가 흘리는 눈물은 매번 나를 감동시킨다. 그건 진짜였다.” 그
[who are you] 타이 셰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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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너무 예뻐도 문제야. 얼굴 믿고 유머나 인격을 안 가꾸거든.” <어바웃 타임>에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팀(돔놀 글리슨)의 고향집을 찾아간 메리(레이첼 맥애덤스)는 미래의 시어머니(린제이 던컨)로부터 지나치게 솔직한 합격점을 받는다(참고로 시어머니는 남자인 앤디 워홀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비주얼의 소유자다). 당연히 메리는 그런 얘기가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얼핏 냉소적으로 보이는 어머니로부터 끌어낸 최고의 칭찬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지금껏 화려한 외모보다는 밝고 명랑한 매력을 뽐내온, 이제는 어느덧 30대 중반(1978년생)을 넘어서고 있는 레이첼 맥애덤스의 건전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꿰뚫고 있는 평가인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레이첼은 출연한 영화마다 항상 충만한 사랑과 편안한 감정으로 관객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배우”라고 했고, 워킹타이틀의 공동대표이자 제작자인 팀 베번은 “언제나 옆집 소녀 같은 멋진 느낌을 준다. 아름다
[레이첼 맥애덤스] 언제나 충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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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석은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학생이자 독립영화 감독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자료를 찾아보니 필모그래피가 화려했다. 그 중 <외침>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단편 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된 바 있고, <오늘의 저녁>은 올해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초청에 이어 밴쿠버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작품성으로 영화제에 초청된 것도 높은 성과이나 학생으로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영화영상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영화를 좋아하셨다.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영화동아리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영화관도 자주 다니고 <씨네21>을 정기구독하기도 했다. (웃음) 사춘기 시절의 나에게 영화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준 창구였다. 책도 마찬가지지만 시각적이라는 점에서 더 많이 끌렸던 것 같다. 예고 진학은 집과 멀다는 사실에 포기했고
만들겠습니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