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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헤니가 ‘힘 뺀’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다소 망가지긴 했으나 그가 쌓아올린 멋진 이미지를 해치진 않을 정도다. 한국 팬들에겐 그의 연기 변신을 보는 것이 이 작품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동양계 미국인 샘(대니얼 헤니)은 뉴욕의 법률회사에 근무 중인 전도유망한 변호사다. 그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름에도 불구하고 단지 혈통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상하이에 발령받는다. 상하이에 체류 중인 미국인 마커스는 은둔형 천재 발명가 유바이양과 투명휴대폰의 매매계약서를 체결하는 문제를 샘에게 의뢰한다. 자신만만하던 샘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샘이 변호인으로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작품의 큰 줄기지만, 실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주 전문가’ 아만다(엘리자 쿠프)는 그가 아파트를 마련할 때 도움을 준 사람으로, 그녀는 4년 전 상하이로 온 미국인이자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맘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 <상하이 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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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멤버였던 켈리 롤랜드가 등장해서 이런 말을 던진다. “제 구두에는 제각각의 이름이 있어요. 너무 많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요”라고. 영화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는 제목 그대로 하이힐에 대한 찬양이자 하이힐 페티시즘에 대해 분석한 본격적 패션다큐멘터리영화다. 하이힐이 주제인 만큼 인터뷰 대상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마놀로 블라닉, 크리스티안 루부탱, 월터 스테이저, 로저 비비에르, 피에르 하디 등 소위 ‘드림 슈즈’만 창조해온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총출동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제 더이상 구두가 실용품이 아님’을 강조해서 설명한다. 이 열풍의 이면에는 미디어의 역할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덧붙이면서. 예컨대 1970년대 ‘베티붑’ 캐릭터나 TV시리즈물 <섹스 앤 더 시티> 등을 통해 여성들은 자신들이 실은 ‘남성보다 구두를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구두는 신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것, 마치 종교와도 같
‘여성과 구두와의 긴밀한 관계’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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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비극의 소환. <청야>는 1951년 경상남도 거창군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간인 학살사건을 정면으로 다룬다. 지윤(안미나)은 치매에 걸린 자신의 할아버지 이 노인(명계남)에게서 빛바랜 사진 한장을 발견한다. 사진 속 어린 소녀를 찾아 두 사람은 거창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인 차 PD(김기방)와 만난다. 차 PD는 학살과 관련이 있다고 직감하고 이 노인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이 노인은 학살로 가족을 잃은 마을 사람들을 만난 뒤 “잘못했어요”를 되뇐다. 차 PD와 이 노인, 두 사람 사이에서 지윤은 끔찍한 비극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당시 국군으로 양민 학살에 가담했음을, 사진 속 어린 소녀는 그 와중에도 할아버지가 어떻게든 숨겨주고 싶었던 아이였음을.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하고, 외면하지 않았다면 기억되어야 한다’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명확하고 일관된 <청야>의 메시지다. 우리 사
사회가 눈감은 폭력의 역사 <청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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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에는 미국인들의 일상적 풍경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13점이 삽입돼 있다. 빈 태생의 1952년생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은 어려서부터 음악과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해왔다. 1970년대 이후 그는 건축과 비디오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혔으며, 80년대에는 필름과 사운드를 이용한 비디오아티스트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비디오퍼포먼스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영화 속 이미지들은 명쾌하고 단순하며, 동시에 개념적이다. 호퍼의 그림이 영화 속에서 거의 완벽히 재현되고, 이 비디오아트 과정이 여주인공의 내레이션과 어우러져 이야기가 된다.
스토리는 간략하다. 셜리(스테파니 커밍)라는 이름의 여배우가 30년대와 40년대를 거쳐, 연대기순으로 미국 역사를 경험한다. 매해 여름 8월28일 즈음, 그녀의 변화가 라디오 뉴스와 함께 관객에게 소개된다. ‘연극배우’란 직업적 특성 때문에 셜리는 변화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재현하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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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중요한 정보가 빠져 애매하기 그지없다. 그녀는 무엇을 혹은 누구를 부르는 것일까. 목적어 없는 제목이 끌어내는 중의적 호기심은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서사적 힘이 된다. 영월에 홀로 사는 진경(윤진서)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누구인가. 서론도 없이 본론부터 툭 내미는 여자다. 도통 사람을 좋아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전화로 습관처럼 건네는 엄마의 밥 먹었냔 말이 너무도 싫은 여자다. 유부남 남철과 불륜 관계지만 뜨겁진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대학 친구의 예술적 뮤즈이기도 하다. 극장 근처 전자대리점 직원 경호(오민석)의 짝사랑 대상이자 경호를 쫓아다니는 은진에게 질투와 견제를 받고 있다. 이렇듯 관계의 중심이 온통 그녀에게 향해 있지만, 그 중심은 어쩐지 텅 빈 부재와 같다.
진경은 또한 이런 여자다. 바다와 계곡의 물을 보면 그만 마음이 풀어져버린다. 일과 중 점심시간엔 동네 도서관에 간다. 가끔 허기질 땐 낯선 사람과 말을 섞는다. 그녀 자신이 불륜의 결과였기에 보통
쓸쓸하게 살려 애쓰는 여자 <그녀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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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감독의 유작인 <시바, 인생을 던져>는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다. 10년 동안 인도에서 작업한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로 세상에 알려진 감독은 최근 간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오랜 세월 인도에 머물렀던 감독의 경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바, 인생을 던져>는 인도 곳곳을 다니는 로드무비다. 여행 다큐를 찍기 위해 인도에 온 감독 병태(박기덕)와 촬영감독(이정국)은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현지 인도인 코디의 게으른 태도에 화가 난 두 사람은 그를 해고해버린다. 멋진 다큐를 찍으려는 병태의 야심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난다. 촬영감독이 강도에게 납치되어 카메라를 뺏기는 사건도 발생한다. 극적으로 사건이 해결되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이어진다. 영화는 인도를 여행하는 네 남녀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병태와 촬영감독이 인도를 돌아다니는 중 계속 마주치는 한나(수현)와 순영(이미라)은 삶의 위로를 찾고자 인도
“가까이서 본다고 더 잘 보이는 건 아니다” <시바, 인생을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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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주목받았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이다. 별거 중인 부부가 처한 곤경을 섬세하고 사실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던 감독은, 이번에는 별거 중인 부부가 이혼하기 위해 4년 만에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은 이란에서 파리로 바뀌었고 100% 불어 대사를 사용했다. 아마드(알리 모사파)는 별거 중인 마리(베레니스 베조)와 이혼하기 위해 파리로 돌아오는데 떨어져 지낸 시간 동안 마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호텔을 예약하지 않은 마리는 아마드를 집으로 데려가고 아마드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 직면한다. 집에는 마리와 결혼을 약속한 사미르(타하 라힘)와 그가 데려온 아들이 있었다. 이 네 사람만으로도 이미 복잡한데 그 집에는 마리가 전남편과 사이에 낳은 두딸도 있다. 정리하기도 난해한 이 구성원들이 불가피하게 한집에 머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이다. 영화의 원제는 ‘과거’(the past)다
진실은 단순하지 않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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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고양이’를 위협할 귀여운 고양이 ‘썬더’가 출현했다. 썬더(조현정)는 깜찍한 외모는 기본이고, 비상한 두뇌에 활동성까지 갖춘 정의로운 고양이다. 썬더의 활약상으로 따져볼 때 고양이 캐릭터계의 역사를 새로 쓸 출중한 캐릭터의 출현이다.
<썬더와 마법저택>은 <새미의 어드벤쳐>를 연출한 벤 스타센 감독과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으로, 주인에게 버림받고 길을 헤매던 고양이 썬더가 우연히 로렌스(엄상현) 할아버지의 마법저택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이다. 다쳐서 입원한 할아버지 몰래 손자가 집을 팔려고 하자, 썬더가 저택의 (살아 있는) 장난감들을 규합해 저택을 구하는 데 앞장선다는 영화의 내용은, 마치 <나홀로 집에>의 케빈의 모험담과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정감을 결합한 모양새다.
이 작품의 만족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3D 기술력이다. 영화 속 다양한 액션장면 연출이 3D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특히 길에 내버려진 썬
낡은 것, 오래된 것의 가치 <썬더와 마법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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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철(공유)은 지옥 훈련을 통과한 북한군 최정예 요원이었지만 북한으로부터 버림받고 아내와 딸은 처형당한다. 이후 남한으로 귀순한 그는 대리운전을 하며 아내와 딸을 죽인 리광조(김성균)를 찾고 있다. 그러던 중 지동철은 자신을 아끼는 박 회장(송재호)의 죽음을 목격하고, 박 회장은 죽기 전 그에게 안경을 건넨다. 국정원 실장 김석호(조성하)는 그 안경을 찾기 위해 방첩 분야의 전문가인 대령 민세훈(박희순)을 불러 지동철을 쫓게 한다. 한편 프로덕션 PD인 최경희(유다인)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지동철에게 접근하다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용의자>에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화려하고 다양한 액션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북한군의 주체격술이다. 청량리역에서의 격투 장면이나 좁은 집 안에서 싸움 등 몸으로만 벌이는 격투 장면은 총칼 필요 없이 인간의 몸이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줄 하나 없이 암벽을 오르는 장면이나 창공에서의
몸과 액션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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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뜨겁다 못해 자칫 데일 정도의 열풍이다. 고려대에서 시작된 대자보가 전국의 대학교, 중/고등학교, 해외 학교, 심지어 시내 전봇대까지 나붙고 있다. 도처의 벽에 대자보가 붙고, 안녕 못하다는 결의의 응답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오프라인의 대자보 하나가 SNS망을 타고 전국에서 각양각색의 언어로 변주되는 이 현기증 나는 속도의 협연, 무척이나 낯설고 신기하다. 유명 아이돌들도 이 열기에 가세하고, 랩으로도 재빠르게 만들어졌다.
놀라워라. 믿기는가, 이 모든 일들이 딱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는 게. 아무리 요란한 냄비근성의 한국이라지만 80년대 학생운동의 낡은 오브제인 대자보 두장이 삽시간에 불러들인 이 기이한 열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자는 소고기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철도 사유화(민영화) 같은 민생 이슈가 대두하면서 등장한 그 유사 경로를 지적하며 ‘촛불세대’에 이은 ‘안녕세대’의 출현을 예고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그동안 승자독식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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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눈이 탈모를 유발한다는 뉴스 이후론 우산 없이 눈을 맞을 때마다 어쩐지 미래의 머리숱을 담보로 한 일탈을 벌이는 기분이 든다. 중국발 초미세먼지 경보에 눈 맞기는 더 께름칙해졌다. 그래도 눈은 여전히 희고 고요하게 풍경을 바꿔놓는다. 아마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을 사랑하는 이라면 ‘첫눈을 받아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기억할 것이다.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중 토끼인형을 차로 친 박하선은 그게 인형이었단 걸 알고 나서도 통곡을 멈추지 못하다 첫눈이 내리자 이내 진정되어 아이처럼 입을 벌리고 눈을 받아먹었다. 그녀를 향한 마음을 접었던 서지석도 그 눈에 다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지구에 접근한 행성으로 인해 한바탕 종말 소동을 겪었던 tvN <감자별 2013QR3>의 세계에도 첫눈이 내렸다. 완구회사의 고문 노수동(노주현)의 집 차고에서 겨울을 나는 인턴 나진아(하연수)와 그 집 가짜아들로 잠입한 진짜아들 홍혜성(여진구)도 거리에
[유선주의 TVIEW] 소원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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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고 있는 동네에는 노인이 많다. 패스트푸드점에도 노인이 한가득인데(여사님들이랑 사장님들이랑 햄버거 먹으면서 막 2 대 2로 미팅하신다), 이런 시절에 이런 동네에서 만둣국을 먹으러 가다니, 내가 배려가 부족했다, 나에 대한 배려가.
만두에 막걸리를 마시던 옆자리 노인들은 몹쓸 세상을 한탄했다. 그래, 세상이 정말 못쓰게 됐지, 고개를 끄덕이며 왕만두의 고기를 안 빠뜨리고 알뜰하게 먹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갑자기 목청을 높여 부르짖었다. “그러니까 군인들이 들고 일어나서 한번 깨끗하게 쓸어버려야지!” “이건 뭐, 온 세상이 빨갱이야!” 지금 이 양반들이 벌건 대낮에 국가 전복을 논하고 계신 건가. 안보의 위협을 느낀 나는 당장 신고하고 싶었지만 신고를 받아주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냥 나 혼자 살겠다며 그 자리에서 빨리 대피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느라고 다섯개 들어 있던 왕만두를 두개나 남기고 말았으니…. 지금 이 순간, 그 만두 두개가 무척이나 보고 싶다.
[김정원의 피카추] 늑대가 아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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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연기한 료타를 “져본 적이 없는 남자”로 묘사한다. 그는 정말 실패를 모르고 살아온 남자의 초상을 거의 완벽하게 그려낸다. 바른 자세에 단정한 머리, 서두르지 않는 낮고 침착한 말투, 그리고 약간 쏘아보는 듯한 흔들림 없는 눈빛까지. 그런 후쿠야마 마사하루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그는 지금까지 매일 만날 것 같은 일상적인 사람들, 이를테면 아버지 같은 인물을 연기한 적이 별로 없어요.” 실제로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비일상적인 인물을 더 많이 연기했고, 그런 역할들에서 더 빛을 발했다. 갓 데뷔했을 때는 <한지붕 아래>(1993)같은 가족 드라마에서 경력을 쌓았지만(그런데 여기서도 똑 부러진 이미지의 의사를 연기했었다) 그의 대표작은 결국 추리물 <갈릴레오> 시리즈(2007, 2013)와 료마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대하사극 <료마전>(
[후쿠야마 마사하루] 망가져본 적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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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4 <호빗: 또 다른 시작>
2013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2011 <리얼스틸>
2008 <애프터워즈> <허트 로커>
2005 <긴 주말>
드라마
2004~2010 <로스트> 시즌1~6
피터 잭슨이 원하는 엘프의 이미지가 따로 있는 걸까. <호빗: 또 다른 시작>에서 에반젤린 릴리가 연기한 ‘타우리엘’은 얼핏 보아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아르웬(리브 타일러)을 닮은 듯하다. 방대한 서사 속에서 멜로 라인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이미지가 겹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아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감독의 전작을 복습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원작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이기에 “참고할 대상이 없었을뿐더러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엘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그렇게 새로운 이미지의 엘프 여전사가 탄생
[who are you] 에반젤린 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