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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이후 딱 1년 만이다. 준비 기간이 넉넉지 않았을텐데.
=나는 회사원이다. 하라면 해야 한다. (웃음) 그렇다고 할 이야기도 없는데 억지로 시작한 건 아니다. 제작 시기 문제야 온전히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촌놈들의 서울 상경기’란 이야기 자체는 <응칠> 때부터 해보고 싶은 소재였다. 그래도 솔직히 이렇게 빡빡하고 힘든 일정일 줄은 몰랐다. (웃음)
-기본적인 틀은 <응칠> 때와 거의 유사하다.
=나는 사실 빠순이 문화도 전혀 모르는 영역이었다.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 아는 건 없는. 이번 전국 촌놈들의 상경기도 마찬가지다. 서울 태생인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작가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중에 내가 왜 이걸 몰랐지, 싶을 만큼 재밌고 친근하더라. 모르는 사람은 신선하고 아는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응칠>과 비슷하다. 모두가 알
“이야기가 먼저고 장르는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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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빙그레가 듣고 있던 이어폰 한쪽을 슬쩍 가져가 귀에 꽂고는 말한다. “야, 가지가지 한다. 김광석이네? 참 좋은 가수였는데.” 그때 갑자기 한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야, 김광석 아직 안 죽었다~!” 스탭들은 촬영을 멈춘 채 일제히 키득거리고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는 머쓱한 미소를 짓는다.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촬영 현장에서는 모든 스탭들이 스크립터가 된다. 1994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90년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게 드라마의 핵심이며, 때문에 전체 배경부터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 꼼꼼한 체크는 필수다. 재미있는 건 이런 체크가 현장에서도 수시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스탭들은 현장에서 의견을 내는 것에 그다지 거리낌이 없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틈틈이 의견을 제시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화면에 바로 반영한다. 긴장감이 없는 것도 아니고 빡빡한 일정에 피로한 기색도 역력하지만 그 와중에도 다
살아남으려는 자가 만든 새로운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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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다. 5%가 넘은 시청률만으로는 이 드라마의 파급력을 측정할 수 없다. 1화가 끝날 때마다 기사와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1990년대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신촌하숙촌 청춘들이 펼치는 풋풋한 추억 속으로 젖어든다. 이 드라마는 분명 별종이다. 그저 잘 만든 인기 드라마 한편을 넘어 여타 다른 드라마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낯설고도 익숙한 존재들. 화제의 중심에 놓인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 벌써부터 올해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음악과의 참신한 접목이 돋보였던 <몬스타> 등 최근 TV드라마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tvN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너흰 어느 별에서 왔니?
억수로 까리뽕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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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비티>의 초반에 이상한 장면이 등장한다. 탐사선의 우주허블망원경을 수리하던 여성 우주비행사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은 위성 파편들의 습격으로 우주 공간에 내동댕이 쳐진다. 지지할 곳도 탐사선과의 연결선도 모두 잃어버린 그녀의 몸은 텅 빈 우주 공간에서 빙글빙글 돌며 어둠이 깃든 지구 반대편 상공으로 빨려들어간다. 동료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와의 통신도 이제 끊겼다. 이곳은 지구의 600km 상공, 중력도 소리를 전달할 매개체도 없고 영하 100도를 넘나드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이다. 그녀는 죽음의 문턱에 있다.
카메라는 라이언의 주변을 돌며, 방향도 속도도 짐작할 수 없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그녀의 육체와 함께 조난의 움직임을 체화한다. 그러다 한순간, 라이언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카메라는 그녀의 헬멧에 점점 가까워지더니 헬멧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눈이 된다. 이제 스크린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속절없이 유영하는 그녀의 육체가 아니라 그녀의 눈
[신 전영객잔] 무중력의 카메라, 외설적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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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2001)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계의 최대 흥행작 중 한편이었다. 이 영화는 각종 유행어를 낳았고 향수를 자아냈다. 동수(장동건)와 준석(유오성)이라는 두 주인공도 자주 회자되었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 등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던 유오성은 <친구>를 계기로 일약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 뒤로 유오성은 오랜 시간 정체해야만 했다. 적어도 영화배우로서는 뚜렷한 대표작 없이 10여년을 보냈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 <친구2>에 다시 출연한 지금, 그는 다시 준석이 되어 있다. 그의 소회가 궁금했다.
-이 시리즈는 “<친구2>로 끝나야 한다”고 단호하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친구3>에 관한 계획을 묻기에 그렇게 답한 것일 뿐 다른 뜻은 없었다. <친구>라는 귀중한 원석이 있기에 여기까지 온 게 사실이지만, <친구2>를 지나고, 나중에 또 어떻게 구현될지 그건 모르는 일이
[유오성] ‘어른’이 된 준석이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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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누드, 자연, 환상, 자유….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에는 그런 것들이 어김없이 담겨 있다. 2003년, 25살 나이에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최연소 작가로 유명세를 얻은 그는 청춘의 속살을 가장 적나라하고도 아름답게 담아내는 작가로 꼽힌다. 그는 취미로 파티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대다가 사진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10년 사이 모델이나 배우를 더 많이 찍게 되고, 연출에 익숙해지고, 필름이나 디지털카메라를 쓰게 됐지만, 마법과도 같은 생동감을 품은 그의 누드 사진들은 여전하다. 대림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라이언 맥긴리-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을 기념해 서울을 찾은 그가 가장 자주 쓴 단어도 ‘마법’이다. 그가 말한, 마법으로서의 사진술에 관해 여기 옮겨 적는다.
-모델이나 피사체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예술가들을 가장 선호한다. 내 작품세계를 잘 이해하고, 누드 촬영에도 관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trans x cross] 자유로운 영혼의 마법 같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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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줄만 알았던 칠봉이의 역습이 시작됐다. 나정 앞에선 말간 얼굴로 웃기만 하던 칠봉이가 술기운을 빌려 나정에게 입을 맞추는 그때부터, 상황은 역전됐다. 저돌적인 그 입맞춤의 주인공이 유연석이었기에 더 속이 시원했는지도 모른다. 유연석이 <응사>에서 맡은 역할은 93년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서 일곱 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며 MVP로 뽑혀 ‘휘문고 칠봉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준’이다. 준의 이름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건축학개론>의 강남 선배 재욱, <늑대소년>의 얄미운 지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잔혹한 수행원 지원을 거치며 ‘국민 나쁜놈’ 이미지를 완성한 유연석이 착한 얼굴로 돌아왔다. 악역을 연기할 때 더 빛이 나고, 화제가 되었던 것이 아쉬웠던 걸까. “왜 하필 비호감 캐릭터를 했던 영화만 대박이 터졌는지 모르겠다”며 아이같이 투덜거리는 모습이 덩치에 안 맞게 귀엽기까지 하다. “칠봉이가 실제 모습과 많이 비
[유연석] 칠봉이의 역습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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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겉과 속이 다른 배우라니! 오해는 말자. 11년차 배우 고아라를 향한 순수한 감탄사일 뿐이다. 인형 같은 외모만큼이나 응당 그 속내마저 도도하고 새침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무슨 난데없는 썰렁개그며, 아저씨 같은 추임새인지. <응사>의 나정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털털한 모습이다.
마산에서 상경한 신촌하숙 딸내미 나정은 연세대 농구부 “‘이상민 오빠야’의 극렬 빠순이”다. 강의실 출석보다 체육관 출석에 더 열심인 나정은 어느 순간부터 “머릴 쓰다듬던 (쓰레기) 오빠의 손, 오빠의 숨소리, 오빠의 냄새가 낯설어진다”. 똑같은 ‘순이’지만 <응칠>의 성시원(정은지)과는 여기에서 캐릭터가 확실히 갈린다. 어른이 되기 전까지 사랑을 몰랐던 시원과 달리, 갓 어른의 세계로 접어든 나정은 사랑을 할 줄 아는 것이다. “작가님이 ‘빠순이는 사랑과 순이질을 동시에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더라. 순이질은 사랑보다 더하다고 하셨다. 나정이는 이제 쓰레기의
[고아라] 모든 걸 내려놓고 ‘비커밍 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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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때였다. 허릿병이 도진 나정에게 과자봉지를 툭 던져두고 나가던 그 시점. 정우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저분하고 바보 같아 ‘쓰레기’라고 불리던 오빠는 알고보니 천재과 레지던트였고 나정의 친오빠도 아니었다. 이 경상도 남자는 막말 속에 따뜻한 애정까지 장착한 고품격 멜로남이었다. <응사>가 시작된 이래 매 화 ‘정우의 멜로 폭탄’이 터지는 중이다. 나쁜 남자로 점철된 ‘실장님’ 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멜로드라마계에서 쓰레기는 흥미로운 별종이고, 매력적인 이단이다. ‘그 드라마 봤어?’가 ‘정우 봤어?’로 회자되고, 일찌감치 메인 CF 출연까지 대거 예약했으니, 그야말로 정우의 나날이다.
“닮긴 했는데 난 쓰레기보다 더 따뜻한 남자다. (웃음) 쓰레기는 나보다 열살 정도 어리니까 철부지인 면을 보탰다. 진지함과 코믹함의 적정선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정우에게 쓰레기는 회심의 도전은 아니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액션영화 <바람>의 ‘짱구’를 쏙 빼닮은 데다,
[정우] 쓰레기보다 더 따뜻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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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게임의 시간. 벌칙을 받은 칠봉이(유연석)가 나정(고아라)에게 키스를 했다. 이미 곯아떨어진 하숙생들을 패닝하던 카메라가 멈춘 곳은, 키스하는 그들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쓰레기(정우)의 표정이다.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가 6화에서 미래 다섯 신랑의 구도를 좁혀, 삼각멜로의 본색을 드러냈다. 먼지 쌓인 결혼식 비디오테이프처럼 굳이 꺼내보지 않았던 1994년의 기억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안절부절, 노심초사는 앞으로 더욱 끓어오를 것이다.
삼각관계로 한데 묶인 정우, 고아라, 유연석, 세 배우는 사진 촬영 내내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이 모습이 현장 분위기 그대로”라는 정우의 말처럼, 셋은 스스럼없는 사이임을 줄기차게 과시했다. 물론 그들의 애정을 증폭시킨 진짜 원동력은 <응사>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었을 것이다. “감독님이 대본을 아예 주지 않아”서 도무지 이 사랑의 끝이 어떨지 역시 짐작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는 세 배우들은 19
[응답하라 1994] 그들이 응답하는 삼각멜로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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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버 데이> Labor Day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 / 출연 조슈 브롤린, 케이트 윈슬럿, 토비 맥과이어
조이스 메이나드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레이버 데이>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주노> <인 디 에어>의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의 연출력과 더불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까지 노릴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년 1월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레이버 데이> Labo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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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올 이즈 로스트> 아임 킹 오브 더 월드
[정훈이 만화] <올 이즈 로스트> 아임 킹 오브 더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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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다섯권이 출간되었다. 그중 <데이먼 러니언>은 세계에서 가장 롱런하는 뮤지컬 중 하나인 <아가씨와 건달들>의 뼈대가 되는 이야기가 된 <혈압>과 <세라 브라운 양의 이야기>를 비롯한 2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세라 브라운 양의 이야기>는 미국 대도시의 건달 스카이가 어떻게 한 아가씨의 품에서 평화를 얻는가에 대한 귀여운 이야기. 미국 대공황이 덮치기 전이었던 광란의 20년대를 무대로 한 소설들을 읽을 수 있다.
[도서] 광란의 2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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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아름다운 물건의 하나로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절대 놓치지 말 것. 전세계 20곳의 아름다운 서점을 골라 소개하는데, 도시의 개성과 문화를 고스란히 품은 문화 공간으로서의 서점들이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 유명한 파리의 셰익스피어 컴퍼니는 당연히 수록되었고, 기적의 서점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그리스 산토리니의 아틀란티스 북스는 꿈에서나 봤을 법한 환상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도서] 문화 공간으로서의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