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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델라티프 케시시는 프랑스의 이민자 출신 감독을 대표하며,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시네아스트 중 한명이다. 지난해 9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정킷자리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영화에 대한 각종 논란이 프랑스 여론을 뜨겁게 달군 그때, 케시시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유감스럽게 여기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영화에 대해서만큼은 신중하고 힘 있게 대답하며 영화 예술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첫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영화다. 어떻게 이러한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나.
=사랑은 모든 사람에게 흥미로운 주제다. 사랑의 시작부터 이별에 이르기까지, 관계의 복잡한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만남과 운명, 우연, 사회계층의 차이 등의 주제도 다룰 수 있게 해준다. 사랑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이런 다양한 다른 테마들도 다룰 수 있다고 봤다.
-레즈비언 러브 스토리에 대한 영화를 만든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수년 전에 생각했
계급을 넘어 사랑하는 일 우리에게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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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델라티프 케시시는 디아스포라의 개념이 다시 유행하는 ‘9.11’ 이후에 주목을 받은 감독이다. 말하자면 ‘테러사건’ 이후 아랍권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제기됐고, 특히 유럽이나 북미 등에서 조국을 떠나 사는 이슬람 출신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할 때 등장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튀니지 출신 케시시는 독일의 터키 출신 파티 아킨과 더불어 유럽 내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 대표적인 감독으로 수용됐다. 그 신호탄이 2003년 발표한 두 번째 장편 <레스키브>이다.
이주민들의 정체성 혼란을 다루다
<레스키브>는 케시시가 좋아하는 18세기 프랑스 코미디 작가 마리보의 <사랑과 우연의 유희>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야기의 시공간은 파리 근교의 북아프리카인들이 몰려 사는 현대로 옮겨놓았다. 주로 알제리, 튀니지 출신의 이주민 2세들인 10대 고교생들이 학내 행사를 준비하며 마리보의 연극 <사랑과 우연의 유희>를 연습하고
디아스포라의 영혼이 현실을 응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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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무명이었던 아델 엑사르코풀로스는 본명을 제목으로 내건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에 따라 기대치 않았던 화려한 데뷔를 했다. 그녀는 성정체성에 확신이 없던 어린 날에 동성과 첫사랑에 빠지고 그 뒤로 격렬한 성장통을 겪는 인물 아델을 사실적으로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감독이 레몬 타르트를 먹는 그녀의 입을 보고서, 먹는 장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에 캐스팅하기로 결정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매력적인 입매의 미소를 가진 그녀는 시종일관 당당하고 열린 태도로 기자들을 대했다. 소극적인 영화 속 아델과 달리 배우로서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레즈비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레즈비언의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랑 이야기로 여기고 접근했기 때문에 딱히 미리 무언가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어떻게 한 사람이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한다. 그게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자
“감정을 드러내는 신에서 더 벌거벗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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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빛나는 파란 머리를 하고 한순간에 아델의 마음을 훔친다. 그리고 영화 내내, 가장 따뜻한 색깔인 블루는 ‘아델의 삶’을 지배한다. 레아 세이두는 이 매력적인 레즈비언 예술가 엠마 역을 맡아 만남에서 헤어짐에 이르는 어느 사랑의 궤적을 열정적으로 표현했다. 현재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하나인 그녀는 그러나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 직후 “감독의 요구 사항은 상식을 넘어서는 정도였고 촬영은 심리적 고문에 가까웠다”라고 창작 과정의 어려움을 폭로했다. 레아 세이두는 당당한 야심가 엠마와 상반되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감독과의 불화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조용한 어투에는 뼈가 숨어 있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아주 훌륭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일한 모든 배우들은 항상 작품에 깊이 몰입한다. 나는 영화를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아주 멀리 나아가는 경험을 하고 싶
“아무도 압델라티프처럼 영화를 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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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학생들이 18세기 장편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읽는다.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드 마리보가 쓴 사랑 이야기다. 소설의 여주인공은 지금 막 운명적인 첫사랑과 조우한 참이다. 그녀의 혼란스러움과 열띤 감정이 교차하는 문장들을, 어떤 학생은 키득거리며 읽고 또 어떤 학생은 무심하게 읽는다.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은 순진한 처녀가 아름다운 귀족 청년에게 홀딱 빠진, 그저 그런 연애 이야기일 것이다. “가슴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얼굴들. 그 얼굴들 사이에 아델이 있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로 마무리되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도입부 불문학 수업 시퀀스는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어떤 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부터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교실 책상에 앉아 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던 소녀가 진짜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사
이것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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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칸영화제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던 화제의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1월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79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과 파격의 레즈비언 정사 신을 장전하고 있는 이 영화는, 우려와 달리 무삭제 버전으로 전국의 예술영화 상영관에서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튀니지 출신의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와 배우 레아 세이두,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에게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긴 이 작품은 칸에서의 상영 뒤에도 수많은 논쟁을 몰고 다녔다. 그러한 충돌과 잡음이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화제의 영화에 뒤따르기 마련인 다양한 곁가지 논란들을 차치하고라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영화와 감독에 대한 글을 준비했고 지난해 9월 파리에서 진행된 감독, 배우와의 만남도 함께 전한다. 영화의 제작 과정과 소재에 관한 논쟁의 정리글은 가장 마지막에 읽길 바
사랑으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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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넛잡: 땅콩 도둑들>(2013) <캡틴 하록>(2013)
<타잔 3D>(2013) <저스틴>(2013)
<세이빙 산타>(2013) <페이머스 파이브: 키린섬의 비밀>(2013)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2012)
<새미의 어드벤쳐2>(2012) <프렌즈: 몬스터 섬의 비밀 3D>(2011)
<새미의 어드벤쳐>(2010)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2010)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외 다수
연말연시, 겨울방학은 애니메이션의 춘추전국시대다. 어린이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작품은 우리말 녹음이 필수이기에 더빙 스튜디오와 성우들도 덩달아 바빠지는 시기다. 김정규 더빙감독은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즐거운 불평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중 현
[STAFF 37.5] 가족영화 더빙에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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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멈춰 있지 않고 움직이는
장률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는 환경과 풍속의 필연적 관계를 고려하여 인물들의 허구를 조성하는 감독이다. 다만 작업의 착수 과정을 되짚어보는 게 필요하겠다. 만약 이방인이라는 주제어가 아니라 다른 것이 주어졌더라면 장률이 다큐 연출에 눈을 돌렸을 가능성은 얼마나 됐을까. 장담할 수 없다. 장률은 이방인이 주제어로 제시되자 평소에 이미지로 머릿속에 남았던 이주 노동자들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들의 삶을 잘 알지 못하므로 극보다는 다큐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사실이 있다. 다름 아니라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최초의 사실이다.
모르기는 해도 장률은 중국에서 온 누군가를 네팔이나 방글라데시에서 온 누군가보다는 훨씬 더 깊고 폭넓게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충분한 제작 기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풍경>의 등장인물 중에서라면 도축업에 종사하는 쉬첸밍과 같은 인물에 전적으로
[신 전영객잔] 풍경, 꿈,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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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변호사님!”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송강호)는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그의 하나뿐인 대학생 아들 진우(임시완)의 고문받은 모습에 충격을 받고서 변호인을 자청한다. 우석 내면에 잠자고 있던 정의로운 다혈질을 일깨우는 국밥집 아줌마가 바로 김영애다. TV드라마 <로열 패밀리>(2011)에서 냉철한 JK그룹의 회장 공순호, <메디컬탑팀>(2013)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병원 부원장 신혜수 등을 떠올려보면, 주방 앞치마에 젖은 손을 쓱쓱 문지르며 질펀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김영애의 모습이 낯설기도 할 것이다. 상반기에 공개될 이돈구 감독의 <현기증>, 이제 막 고사를 지내고 크랭크인에 들어가는 부지영 감독의 <카트> 등 앞으로도 흥미로운 라인업은 계속된다. 이제부터가 진짜 배우로서의 화양연화일 것 같다는 얘기에 망설임 없이
[김영애] 카메라 앞에서 딴짓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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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을까. 2012년 MBC 파업 중에 해직된 박성제 기자는 요즘 수제 스피커를 제작하고 있다. 고상한 취미가 아니다. 직접 만들어 판매까지 한다. 유려한 곡선 형태에 자작나무 고유의 문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쿠르베(Courb′e) 스피커’는 뛰어난 기능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에게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냐고 물었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어쨌든 기자니까 선배라고 불러주면 되지 않을까요.” 향긋한 나무 냄새로 가득한 공방을 찾아 박성제 ‘기자’를 만나 그간의 일들을 물었다. 그의 투박한 손에서 탄생한 스피커에선 내내 박력 있고 맑은 현악 선율이 흘렀다.
-뜻하지 않게 디자이너로 만나게 됐다. 해직기자임을 모르고 스피커 디자이너로 인터뷰 요청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어떤 방송사에선 명품 만드는 국내 장인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날 포함시키고 싶다고도 했다. 스피커 자체의 매력이 먹혔다는 방
[trans x cross] 나를 위로하지 마, 내가 위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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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보면 김성균의 매 순간이 ‘발견’이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단발머리 건달로 존재감을 알린 이후, 김성균의 선택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실질적인 주역이자 액션 블록버스터 <용의자>로 또 한번 주목을 받은 그는 2014년엔 <군도: 민란의 시대>를 들고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잘생기지 않았어도, 주연배우가 아니더라도, 늘 기대 이상의 좋은 연기를 선사하는 배우라면 이 지면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커버스타 김성균을 만날 가장 적기다.
아무리 그래도 스무살 대학생은 너무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지난 2년 동안 조직폭력배, 살인마 등과 같은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김성균이다. 한데, 꽉 채운 단추와 단정한 머리를 한 <응사>의 새침한 청년으로의 변신이
[김성균] All around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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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2> How to Train Your Dragon2
감독 딘 데블로이스 / 목소리 출연 제이 바루첼, 제라드 버틀러, 아메리카 페레라, 크리스틴 위그
<드래곤 길들이기2>가 예고편을 통해 전편보다 화려한 공중비행 장면을 공개했다. 전작의 이야기에서 5년이 지난 뒤 용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바이킹 부족의 삶을 그린다. 북미에서 6월 개봉예정. 세 번째 시리즈는 2016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WHAT'S UP] <드래곤 길들이기2> How to Train Your Drag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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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름다운 직장생활
[정훈이 만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름다운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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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40여석, 1인당 지불하는 평균 음식값 120달러, 예약 불가. 프랭크 펠레그리노가 운영하는 뉴욕의 레스토랑 라오스에 테이블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곳의 단골 고객에게서 테이블을 상속받는 것이다. 우디 앨런은 이곳에 테이블을 갖고 있고 셰프이자 오너인 펠레그리노를 영화 <맨해튼 살인사건>을 포함한 세편의 영화에 출연시켰다. 마틴 스코시즈도 이곳에 테이블을 갖고 있으며 <좋은 친구들>에 펠레그리노를 출연시켰다. 마돈나와 빌 클린턴, 브라이언 드 팔마는 테이블을 얻지 못했다. 이 레스토랑의 전설은 18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마피아 갱단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면부터였다. 독일 저널리스트 후안 모레노가 쓴 <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에 나오는 첫 번째 사연이 바로 펠레그리노다. 신기한 셰프를 잘도 찾아냈군 싶겠지만, 이 책은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의 전속 셰프, 사형수에게 마지막 음식을 요리해주는 셰프 등 도합 17명의 특이한 셰프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맛집 말고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