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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불쾌하면서도 무서운, 그러면서도 몹시 궁금한 어떤 것. 교고쿠 나쓰히코의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공포 소설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하지만 사건이 해결되는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미스터리물인데 퍼즐을 다 맞춘 뒤에 이상하게도 우수리가 남는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교고쿠도 시리즈 중 단편집 <백귀야행 양>이다.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를 비롯한 교고쿠도 시리즈는 일본에서 전승되는 요괴담을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시대배경은 전후 일본이고, 어수선한 사회에서 전쟁의 망령과 싸우고 국가를 재건하는 시대 말이다. 전통사회가 현대 물질문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동안 구시대의 요괴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한다. 요괴의 소행이라고만 보이는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 뒤 유약한 소설가 세키구치, 이상한 것을 보는 탐정 에노키즈,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
[도서] 오싹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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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한강? 남산? 아니면 광화문? 지난해 8월20일부터 11월25일까지 약 100일 동안 시민들과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서울의 풍경을 찍은 영상 1만1천여편을 <우리의 영화, 서울>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www.seoulourmovie.com/ko/)에 올렸다. ‘Working in Seoul, Made in Seoul, and Seoul’이라는 컨셉에 맞게 박찬욱, 박찬경 두 감독은 200여편을 엄선해 새로운 작품으로 편집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고진감래>다. 상영시간이 약 1시간 정도가 될 <고진감래>는 2월11일 오후 3시 서울극장에서 열리는 언론시사회와 온라인에서 첫 공개된 뒤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우리의 영화, 서울>은 서울 시민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박원순_서울 시민과 서울에 거주하거나 관광 온 외국인들이 함께 서울을 알리면 의미가 있을 것 같
[flash on] 서울의 활력을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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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의 가족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아내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장남 인철(정의갑)은 갑작스럽게 실직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자폐증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딸 경진(이은주)은 지병인 심장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리고 막내아들 인호(전광진)는 취업을 하지 못한 채 대리운전 일을 한다. 어느 날, 막내 인호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가족의 균열이 드러난다. 전작 <처음 만난 사람들>(2007) 이후 거의 6년 만에 내놓은 김동현 감독의 신작 <만찬>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다.
-오랜만의 신작이다. 개봉을 앞두고 부담스럽진 않나.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개봉 전날 떨린다거나 그런 건 없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내놓아도 어제 만들었던 작업 같다.
-<만찬>의 가족 구성원들은 위기에 처했다. 장남은 실직 문제, 딸은 싱글맘, 막내는 청년실업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를 각각
[flash on] 그래도 행복한 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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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세 영화는 국적이 다 달랐다.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을 필두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이란 출신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만든 프랑스어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이 세 영화 모두 아버지가 등장한다. <변호인>의 아버지는 낯익다. 상고 출신의 가난한 고시생 송우석은 변호사로 성공한 뒤 정치적으로 각성된 인권 변호사가 된다. 아버지로서의 송우석의 모습은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그의 인생 행로는 해방 이후 변천해온 전형적 아버지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난을 극복하는 것이 지상 명제였던 전후의 아버지들은 고도성장의 과실을 향유하는 개발독재 시대의 아버지들로 대체되었다가 80년대를 지나면서 윤리적 각성을 경험한 새로운 아버지들로 모습을 바꾼다.
식당 밥값이나 떼어먹던 가난뱅이가 유능한 아버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은 아파트의 매입이다. 그 시절의 이상적인 아버지란 아파트
[영하의 날씨] 아버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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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가 낭만을 앞세운 첩보물이라면, 잭 라이언 시리즈는 두뇌와 이성을 앞세운 첩보물이다.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 <썸 오브 올 피어스>를 잇는 다섯 번째 잭 라이언 시리즈인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가 1월16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LA에서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가졌다.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잭 라이언 역의 크리스 파인, 윌리엄 하퍼 역의 케빈 코스트너, 영화의 감독이자 악역인 빅터 슈레이븐을 연기한 케네스 브래너 등이 참석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질문과 관심을 받은 사람은 잭 라이언을 CIA 요원으로 발탁하는 멘토 윌리엄을 연기한 케빈 코스트너였다. 톰 클랜시가 창조한 잭 라이언 캐릭터와 할리우드 첩보물 장르의 진화, 할리우드 스파이 스릴러에 단골 악역으로 등장하는 러시아에 대해 주고받은 인터뷰를 정리했다.
영화는 순간이다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 케네스 브
[현지보고] 스파이 스릴러의 진화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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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경찰이었지만 수사 중 사고로 시력을 잃은 존스턴(유덕화)은 현재 현상금을 노리는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능력으로 순조롭게 범인을 검거하던 존스턴은 의욕 넘치는 경찰 허쟈단(정수문)과 함께 새로운 사건의 조사에 착수한다. 바로 감쪽같이 사라진 소녀 샤오민을 찾는 것. 이 사건이 다른 연쇄실종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밝혀낸 두 사람은 존스턴이 찾아낸 또 다른 의문의 살인사건과 함께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에 몰두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 존스턴의 괴팍한 성격도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흑사회>나 <매드 디텍티브>의 두기봉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블라인드 디텍티브>를 보고 약간 당혹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특징은 한마디로 산만함인데, 비교적 이 영화와 비슷한 코드를 가진 <암전2>나 <절대초인>보다 더 황당한 상황 전개와 쉽게 따라 웃기 힘든 유머감각을 선보인
두기봉과 유덕화의 만남 <블라인드 디텍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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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미술사박물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요한(바비 조머)은 자신의 직업을 적당히 즐기는 훌륭한 관찰자이다. 늘 보아왔던 그림 속에서 새로운 디테일을 찾아내거나, 관람객의 얼굴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의 소일거리다. 특히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하다. 브뤼헐의 그림은 빈미술사박물관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디테일이 풍성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장점을 지녔다. 어느 날 요한은 미술관에서 유독 긴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 방문객을 발견한다. 앤(메리 마거릿 오하라)이란 이름의 이 캐나다인 여성은 몇년간 왕래가 없던 사촌이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이곳을 방문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돌보는 중년의 여성과 퇴직 뒤 느긋하게 박물관 일을 하는 남성의 만남은 뜻밖의 관점을 제시해준다. 그들의 시점에서 박물관은 사람들의 삶을 탐구하는 신비로운 교차로로 바뀌고, 빈이란 도시는 작품의 세계를 반영하는 신비로운 화판이 된다. 둘의 우정을 통해, 영화는 미술품과 일상적 풍경을
느리지만 달콤한 박물관 산책 <뮤지엄 아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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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연쇄살인마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이 아니라 살인자와 그의 아들이 겪는 심리적 고뇌에 초점을 둔 스릴러다.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은 자신에게도 범죄자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범죄 사실을 들킬까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아들은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아버지는 부성애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살인자>는 연쇄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 한국 스릴러와 차별되는 주제를 다룬다는 장점이 있지만, 평행으로 달리는 두 줄기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봉합하지는 못했다.
주협(마동석)은 외도하는 아내를 살해하고 신분을 숨긴 채 시골 마을에 숨어 산다. 주협의 아들 용호(안도규)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만 아버지에게 내색하지 않고 혼자 견뎌낸다. 불안해 보이지만 별 탈 없이 지내던 주협과 용호의 삶에 균열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는 서울에서 전학 온 지수(김현수)라는 여자아이다. 용호는 자신처럼 외톨이인 지수에게
연쇄살인범의 모순된 부성애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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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하고 아름다운 시골 처녀 지젤(질리언 머피)은 우연히 알브레히트 왕자(퀴 후안)와 마주친 뒤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의 즐거운 연애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숨겨왔던 왕자의 신분이 들통난 데다 그의 약혼녀가 마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지젤은 이성을 잃어 미쳐가고, 결국 생명을 잃는다. 이윽고 숲의 요정 ‘윌리’로 변한 그녀가 다시금 등장하지만 둘의 사랑은 지속되기 어렵다. 다만 이제 요정이 된 지젤이 자신의 무덤을 찾은 알브레히트를 주변의 윌리들로부터 지켜내려 애쓸 뿐이다.
<지젤>은 동명 로맨틱 발레의 실황 공연을 담은 영화이다. 몇몇 장면에서 감독은 무용수를 배우로 삼은 ‘환상극’ 형태를 삽입하지만, 스토리의 변동은 거의 없다. 일부 무용을 통해 전달하기 어려운 디테일한 상황들이 영상을 통해 보완되는 정도에 그친다. 주인공의 죽음을 중심으로, 극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막과 2막 무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데, 1막이 즐겁고 활기차다면 2막은 처
로맨틱 발레 실황 공연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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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만찬>의 가족은 사는 게 힘들다. 자식들 용돈받는 노부부는 눈치 보기 바쁘고, 장남 인철(정의갑)은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이혼한 딸 경진(이은주)은 심장병으로 고생 중이다. 막내아들 인호(전광진)는 대리운전을 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은데도 가족의 고통은 더해간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인철 부부와 자폐증인 경진의 아들, 동거녀의 임신 소식에도 돈 걱정이 앞서는 인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이 가족들만의 ‘불행’은 아니다. 해고, 취업난, 질병, 이혼 등 한국 사회의 보편적 고질병을 보여주는 인철의 가족은 낯설지 않게 보인다. 여동생의 이혼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인철이 “지나고 나면 다 별거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고난이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만찬>의 파국은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철의 가족에
가족이 바라는 최상의 식사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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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라이더와 파워레인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각각 대쇼커와 대잔개크 군단의 지구 정복 계획에 맞서 싸우던 가면라이더와 파워레인저(슈퍼전대). 그러던 어느 날 “파워레인저 캡틴포스”의 캡틴 마벨러스가 역대 가면라이더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 시작하고, “가면라이더 디케이드”의 츠카사 역시 전대전사들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심지어 적들과도 손을 잡은 캡틴 마벨러스와 츠카사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동료들은 일이 이렇게 틀어진 원인을 찾기 위해 결국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결심한다.
1971년에 시작한 <가면라이더> 시리즈, 그리고 1975년에 시작한 <파워레인저>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신작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 4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참신한 기획도 여러 차례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2012년 일본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극장판 가면라이더 vs 파워레인저 슈퍼히어로 대전>이다. 정의를 위해 싸워왔던 가면라이더와 슈퍼전대가
슈퍼히어로들의 대결 <극장판 가면라이더 vs 파워레인저 슈퍼히어로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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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가벼운 건망증이나 자기편의적인 기억 왜곡이야 누구든 겪는 일이지만 “내가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하는 수준이면 삶 전체가 혼란스러워진다. 연약한 육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이성을 가진 존재라서 특별한, 인간이기에 더욱 그렇다. 주로 ‘알츠하이머’를 다룬 영화들은 <아무르>나 <어웨이 프롬 허>처럼 인간의 존엄성이나 삶의 가치에 대해 매우 윤리적이고 감동적으로 접근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병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을 스릴러와 결합시킨다.
알츠하이머로 판명받고 요양원에 수용된 프랭크(레이 윈스턴)의 기억은 뒤죽박죽이다. 어느 날 한 사내가 아들 제임스(짐 스터지스)라며 찾아와 그를 자기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요양원 생활이 지긋지긋했던 그는 제임스와 함께 그곳을 탈출한다. 하지만 불쑥불쑥 분노에 차 발작을 일으키는 프랭크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프랭크는 아내 캐시를 그리워하
‘알츠하이머’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 <기억속에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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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경찰에 밀고한 마피아 보스 프레드(로버트 드 니로)는 가족과 함께 쫓기는 신세다. 프레드 가족은 증인보호제도에 따라, CIA 요원 스탠스필드(토미 리 존스)의 도움으로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 잠입한다. 프레드는 작가로 위장해 매일 총을 쏘는 대신 타자기를 두드리며 지난 시간을 들여다본다. 아내 매기(미셸 파이퍼)는 성당에서, 딸 벨(다이애나 애그론)과 아들 워렌(존 드리오)은 학교에서 각각 파괴욕을 다스린다. 그러나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가족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초호화 캐스팅이다. 원래 각본 작업에만 참여할 계획이었던 뤽 베송은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 등의 출연으로 캐스팅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감독으로 나섰다.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등 다수의 작품을 함께해온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시즈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와 제작자로 만났다. 전직 마피아 보스가 평범한 글쟁이로
마피아 가족의 근질거리는 본능 <위험한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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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딸만 셋인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수잔(폴린 에티엔)은 두 언니의 결혼 뒤 더이상 결혼 지참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녀원에 들어가길 강요받는다. 그녀는 완강히 거부해보지만 달리 탈출구가 없다. 1년의 수련기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도 잠시, 자신이 어머니(마르티나 게덱)가 외도해 낳은 딸이란 사실을 안 뒤 결국 수녀서원을 받는다. 하지만 원장수녀 크리스틴(루이즈 보르고앙)은 그녀가 마음으로 승복하지 않는다며 온갖 핍박을 가하고 참다 못한 수잔은 변호사를 통해 비밀리에 자신의 파문을 청한다. 이후 조사를 나온 주교 덕분에 겨우 다른 수녀원으로 옮겨가지만 새로운 원장수녀 유트롭(이자벨 위페르)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편애가 또 한번 그녀를 괴롭힌다.
한마디로 아름답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작가 드니 디드로의 소설 <수녀>를 원작으로 한 <베일을 쓴 소녀>의 뼈대는 봉건적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한 저항
봉건적 이데올로기와 그에 대한 저항 <베일을 쓴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