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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논현동에 있는 강제규 감독의 사무실은 토요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의 스탭들이 다음날 예정된 촬영의 사전 점검을 위해 끊임없이 사무실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이번 단편 작업은 강제규 감독의 단순한 워밍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이웨이>(2011) 이후 지난 2년 동안 그는 영화계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때문에 확인되지 않는 괴담 풍문이 돈 적도 있었다.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까지 잇달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 신기록 제조기라 불렸던 그가 <마이웨이>로 참담한 흥행 참패를 맛볼 것이라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마이웨이>의 홍콩 상영으로 인연을 맺은 홍콩국제영화제가 그에게 제안한 단편 프로젝트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은 그는 지난 시련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강제규]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껏 뒹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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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우리는 ‘TV는 내 친구’라는 생각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물론 입 밖으로 꺼내는 데는 일정한 용기와 그에 상응하는 눈칫밥이 따르겠지만 분명 오늘날 TV 콘텐츠는 지식을 제거한 바보상자가 아닌 정서를 교감하는 친구로 다가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리얼 버라이어티부터 관찰형 예능으로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사적인 정서를 향유하는 콘텐츠로 진화했다. 카메라 속 세상과 일상의 경계는 점점 가까워졌고 일상과의 교감은 TV 콘텐츠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재미의 뜻도 달라져 웃음과 함께 정서적 공감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비록 명절 연휴 내내 TV 앞에 앉아 있더라도 자책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힐링인 것이다.
일상성이 화두가 되자 MBC의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싱글턴의 정수를 파고들기보단 여성의 시각에서 싱글남의 라이프를 전시하는 데 그친다. 정확히 말하면
tv-친구찾기, 가족찾기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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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얼굴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공연장에 모인 관객의 얼굴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 환한 빛 웅덩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지만, 몸을 던지기 전 문득 두려워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때때로 혼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특하게도 혼자인 이들을 위해 정성 어린 이벤트를 준비하는 공연이 늘고 있긴 하지만, 그조차도 오로지 ‘커플’을 최종목표로 한 이들을 겨냥한 연말 특수에 그치고 말다 보니 아무 첨가 없이 오로지 ‘혼자’이고 싶은 이들은 결국 두번 죽게 되고 만다. 공부 안 해도 토익 점수 잘 받았다는 성식이 형… 아니, 성시경이 단독 콘서트에서 친히 솔로 배려자 좌석을 마련해줘도, 감성변태 희열이 형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남자솔로 방청객과 걸그룹만 모아 성탄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줘도, 그것은 솔로가 바라는 궁극적 마음의 평화와는 영원한 평행우주를 이룰 뿐이다.
다행인 것은 그 겨울 깡패 같던 연말 시즌도
play-취향의 공동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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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게 가장 싫을 때는 끼니를 챙겨먹어야 할 때다. 이 지긋지긋한 밥때. 일주일치 빨래를 세탁기에 쑤셔박는 것도, 화장실 수챗구멍에서 머리카락을 걷어내는 것도, 청소기를 돌리는 것도 모두 귀찮고 성가시긴 하지만 스스로가 처량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진 않는다. 하지만 큰맘 먹고 산 대파 한 다발이 냉장고 속에서 그대로 물이 되어가고 있거나, 김치에 하얀 곰팡이가 낀 걸 발견하거나, 오랜만에 열어본 전기밥솥 안에서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밥 위로 새로운 우주가 하나 형성되고 있는 걸 볼 때는 혼자 먹고 사는 비루함이 냉장고 쉰내처럼 훅 나를 덮쳐와 결국 코를 막고 고개를 돌려버리게 하고 만다. 내 주변의 싱글들 중 꽤 많은 이들은 심지어 그릇도 쓰지 않는다. 설거지 거리가 생기는 게 싫어 일회용 그릇과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숟가락을 서랍 가득 채워놓고 산다. 매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1/3을 밥벌이하는 데 쓰면서 정작 아무도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food-밥은 먹고 다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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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멜로디가 눈썹과 이마 사이 어디엔가 아른거린다 싶으면, 할머니께서 방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고 계셨다. 그런가 하면 한참 고민 끝에 얻어진 멜로디에 ‘이건 영국 모던록의 멜로디처럼 훌륭하군!’ 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 방문 밖에서 <6시 내 고향> 오프닝뮤직이 들려와, 나의 감정을 전남 구례로 안내했다. 드디어 30대가 되고, 20대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보.증.금.이라는 것을 손에 넣게 되자, 나는 바로 집을 나왔다.
악상은 밤 12시 전에 찾아오는 법이 없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창문 밑에 숨어 기회를 노리는 고양이처럼, 창문을 넘어 집으로 들어올지 말지 망설이며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고양이를 집에 들어오게 하려면, 조명은 최대한 어둡게 하고, 혼.자.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늦은 밤, 그렇게 내 방에 들어온 고양이가 한 마리, 두 마리 늘어나면서 나의 노래도 한곡, 두곡 늘어나 나는 지금껏 뮤지션으로
music-樂士必然獨居論(악사필연독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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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며 2030년에는 32.7%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싱글족’이나 ‘독신남녀’는 과거의 용어가 됐다. 독신, 1인 가구라는 뜻을 가진 새로운 용어 ‘싱글턴’(singleton)이 사용되고, 1인 가구가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로 소비되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와 1인 가구 예능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를 위한 음반 《이것은 1인용 음악입니다》 등 각 분야에 걸쳐 싱글턴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과 상품들도 대거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설에는 대형마트도 1인 가구를 위한 간단 제수용품을 내놓았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씨네21>도 혼자 설을 보내는 싱글턴들을 위한 비장의 아이템을 준비했다. 혼자 즐기는 데 도가 튼 각 분야의 필자들이 1인 가구를 위한 음악, 요리책, 공연, TV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혼자라서
자네, 혼자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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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수상한 그녀> 톡!
[헌즈 다이어리] <수상한 그녀>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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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팬더 댄스> <차이니즈 봉봉 클럽>으로 유명한 조경규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주력해온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하고 있는 <오무라이스 잼잼>이다. 2010년에 시작하여 벌써 시즌5에 돌입했고 얼마 전에는 4번째 단행본이 또 나왔다. 자신과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려내는 생활 속 식도락 만화다. 과연 “1일 5식, 1식 5찬”을 주장하는 그답게, 등 뒤의 칠판에 배경 그림 하나 그려 달라는 사진기자의 부탁에 햄버거, 연어알쌈, 닭다리 등을 그리더니 “오늘도 맛있는 거 많이 먹게 해주소서”라고 쓰고 나서는 인터뷰가 시작됐다.
-작가 소개글의 내용 일부가 압권이다. 1986년 MBC 어린이큰잔치 한강백일장 입선, 1987년 서울특별시교육회 바른 어린이상 수상이라고 적혀 있다. 이거 정체가 뭔가.
=마땅한 수상 경력이 없다. 아무도 상을 안 줬으니까. 그런데 수상 경력 적는 칸은 있더라. 그래서 비워두기도 그렇고 해
[trans x cross] 오늘은 뭘 먹으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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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카사노바’ 중길은 블링블링 눈빛 하나, 샤방샤방 숨결 한번에 주변 여학생들을 초토화시킨다. 앉는 자리도 언제나 맨 뒤 창가여서 복도를 지나가며 훔쳐보는 여학생들에게 최고의 각도를 제공한다. 하는 일이라곤 도시락 까먹고 잠자는 것밖에 없지만 어쨌건 그가 지나갈 때마다 여학생들은 수줍게 비명을 지른다. 이종석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코리아>(2012)의 ‘각 잡힌’ 북한 탁구선수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동안 참 많이도 ‘때가 탄’ 것 같은 능청스런 캐릭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로부터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지난 몇년간 가장 무섭게 성장한 남자배우가 바로 이종석일 것이다.
그런데 그 성장에는 이유가 있다. “답답함과 불안함에 나만큼 자신의 연기를 깊이 모니터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래서 그동안 한번도 빼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캠코더 촬영이다. “원래 내 연기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이다. 그래서 TV드라마든 영화든 캠
[이종석] 태양은 단순함 위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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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끓는 청춘>의 영숙은 작지만 또래들의 ‘짱’이다. <과속스캔들>에서도 아들 하나를 억척스레 키운 어린 엄마였지만, 이번에도 집안 식당 일과 학교 불량서클 일 모두를 관리하느라 힘들다. 그에 비하면 <늑대소년>은 너무 편한 동화의 세계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무리를 끌고 다니며, 손에는 비장의 무기인 뾰족한 컴퍼스를 든 영숙은 영락없이 ‘일진’이다. 하지만 박보영은 ‘일진’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영숙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캐릭터 이해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말장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영숙은 일진이라는 사나운 단어로 묘사하기에는 딱히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의로운 쪽에 가깝다. 그저 어쩌다보니 짱의 자리에 오르게 된 여자다. “제작발표회 때부터 ‘일진이냐?’는 질문에 뭐라고 딱히 답을 못했다. 그 단어에 거부감이 있었다기보다 영숙 캐릭터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영화
[박보영]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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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청춘스타의 만남이 ‘촌 동네’에서 이뤄진다. 1982년 충청도 홍성농고. 영숙(박보영)은 충청도를 접수한 여자 일진이지만, 홍성농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을 바라보며 애만 태운다. 홍성 일대 최고의 ‘짱’ 광식(김영광)과 어울려 다니지만 마음은 오직 중길에게로만 향해 있다. 그러던 중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가 등장하면서 삼각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중길의 마음이 도도한 소희에게 온통 뺏겨버린 것이다. 박보영과 이종석은 이른바 ‘농촌 로맨스’의 주인공이 됐다. 헐렁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면서 그 어느 때보다 느릿느릿한 그들이지만, 마찬가지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보이는 그들이다. <과속스캔들>(2008), <늑대소년>(2012)에서 ‘작지만 강해 보였던’ 박보영은 그보다 더 강하고 억센 여자가 됐고, <관상>(2013)과 <노브레싱>(2013) 그리고 TV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지난해 그야말로 최고의 해를
[피끓는 청춘] 깨지면 어때,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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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1946)는 ‘리타 헤이워스의 모든 것’이다. 오직 헤이워스에 초점을 맞춰 만든 작품이기도 하고, 또 마치 헤이워스의 실제 삶을 암시하듯 비밀스런 과거에, 강박적인 관계의 현재, 그리고 모호한 미래가 섞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헤이워스는 당시 ‘천재 청년’ 오슨 웰스의 아내였는데, 막 딸을 출산한 뒤 2년여의 공백을 깨고 <길다>에 출연했다. 말하자면 스크린으로의 복귀를 알리는 작품이었다. <길다>는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여신이 돌아왔다’는 뉴스들이 경쟁하듯 나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불과 28살이었던 그때가 삶의 절정이었고, 이후로는 팜므파탈의 운명을 보듯 탄식과 불안이 교차하는 복잡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길다’라는 캐릭터와 헤이워스의 운명이 겹쳐 보이는 것이다.
<길다>, 관능의 정점
1943년 오슨 웰스와의 시끌벅적한 결혼은 천재와 미녀의 찬란한 결합으로 보였다. <시민 케인>(1941)과 <위
[한창호의 오! 마돈나] 여신의 관능, 매혹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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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Maleficent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주노 템플, 샬토 코플리
예고편을 보면 디즈니 성을 향해 다가가던 카메라가 방향을 바꾸어 어둠의 숲으로 들어간다.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미녀>(1959)에 나오는 사악한 마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실사영화다. <아바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미술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의 첫 연출작이며 5월 북미 개봉예정이다.
[WHAT'S UP] <말레피센트> Malefi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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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피끓는 청춘> 패션의 대혼란
[정훈이 만화] <피끓는 청춘> 패션의 대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