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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 후 조선일보사에 근무할 무렵의 백석은 ‘녹두빛 더블부레스트’를 젖히고 한대의 바다의 물결을 연상시키는 검은 머리의 ‘웨이브’를 휘날리면서 광화문통 네거리를 건너가는 한 청년이었다. 그는 남들이 자주 잡는 문의 손잡이를 잡지 않던, 결벽증이 심한 모던보이였다. 그런 백석이 삼수군 관평에서는 누구보다 인사성이 밝고 겸손했으니 삼수군 사람들 중에는 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시인 안도현이 <백석 평전>을 썼다. 백석이 쓴 글과 삶의 궤적을 엮어, 글 읽는 이의 손을 잡고 국경을 넘는다. 그래도 잘 알려진 편인 그의 삶의 초반 40년 정도와 ‘이쪽’에서는 알기 참 힘들었던 그 이후의 시간을 전한다. 죽기 전까지의 40여년간의 세월을 좇으며 수시로 울컥하는 까닭은 그가 쓸 수 있었던 글이 그가 써왔던 글과 너무도 달라야만 했기 때문이고, 그것이 그의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60년 <문학신문> 좌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설명을 보자. “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시인이 ‘시인들의 시인’에 대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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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가 23살 때 발표한 첫 장편소설. 태평양전쟁 말기, 감화원 소년들은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산골짜기 벽촌에 맡겨진다. 그러나 전염병의 징후가 감돌자 마을 사람들은 소년들을 버려두고 피난을 간다. 버려두고 떠났을 뿐만 아니라 소년들을 통해 전염병이 번질까봐 마을을 폐쇄해버린다. 남겨진 소년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꾸려가지만 작은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오에의 사회적 문제의식을 재확인할 수 있는 초기작.
[도서] 남겨진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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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에서 최근 출간된 8권과 9권은 오 헨리와 기 드 모파상 작품집이다. 모파상은 10여년에 걸쳐 300여편의 단편과 6편의 장편소설, 3편의 기행문과 1편의 시집을 남겼다. <목걸이> <비곗덩어리> 같은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투르게네프와 톨스토이, 오 헨리, 서머싯 몸과 같은 작가들이 사랑한 그의 작품을 만날 기회다. 철학자 니체는 “당대 파리의 심층을 꼼꼼하고 섬세하게 파악한 심리학자”라고 모파상을 평하기도 했다.
[도서] 톨스토이가 사랑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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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겨울을 보낸 사람만이 진정한 오뎅 마니아라고 할 수 있지.” 무림고수 같은 말을 하는 주인장이 직접 생선살을 으깨 만든 오뎅을 파는 이곳은 마루겐스이산. <1000엔으로 가는 동경식당 100>은 술 마시는 데 삶을 헌신한 일본인 저자가 소개하는 저렴한 맛집을 모은 책이다. 상호와 약도만큼 고마운 것은 메뉴 안내. 우롱하이(소주에 우롱차를 섞은 것), 쇼츄오유와리(소주에 따뜻한 물을 넣어 희석한 것) 등 다양한 술 메뉴도 한글 발음으로 적혀 있다.
[도서] 저렴한 맛집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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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켄 로치라는 이름은 영국을 대표하는 진보주의적 감독 정도로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유럽사회 내에서 켄 로치라는 이름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혹자는 그에 대해 “영국의 국보”라며 존경을 표했지만, 그의 영화들은 매번 영국 사회 내에서 좌우를 넘어선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존 힐의 <켄 로치…>는 그러한 켄 로치의 필모그래피를 좇는 밀도 높은 감독론이다. 영화는 집단노동의 산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켄 로치의 주장처럼, 존 힐 역시 켄 로치의 작품 목록을 영국 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궤적 안에 위치시킨다. 노동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60년대 <BBC>의 프로듀서로 입사한 그가 어떻게 영국 계급 문화를 통찰하는 비판적 사회주의자 감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었으며, 그 속에서 얼마나 지난한 투쟁을 해야만 했는가는 영국 방송-영화 진영을 압박했던 정치적 검열과 상업적 자본과의 동학 속에서 설명된다. 스타일에 대한 혁신과 자의식이 없다는 부르주아
[도서] 좌파 영화학자가 본 ‘영국의 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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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 와즈다(와드 모하메드)는 멋진 녹색 자전거가 갖고 싶어 돈을 모은다. 하지만 엄마와 선생님은 와즈다에게 “여자는 자전거를 타면 임신을 못하게 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와즈다는 어른들의 경고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꿈을 이뤄낸다. <와즈다>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사우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위협과 구속을 솔직하고 사랑스럽게 비판하는 영화다. 사우디 최초의 여성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는 카이로아메리칸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시드니대학에서 연출과 영화학 석사를 마쳤고, 그의 장편 데뷔작인 <와즈다>는 사우디 현지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장편 극영화이기도 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어려움을 품고 있는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물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문제를 영화화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다들 알다시피 중동, 특히 사우디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여성을
[flash on] 희생자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사우디 여성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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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스펙트럼 섹션은 ‘카메라는 나의 심장’이라는 흥미로운 부제를 달고 세편의 중국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다. “빛이 없어 캄캄할 때 눈 대신 심장으로 본다”라는 정신에 걸맞게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지단 감독의 <위태로운 둥지>(2010)는 베이징 외곽 지대에서 폐지를 주워 근근이 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하는 소녀 시아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는 것을 희망으로 삼고 살아간다. 시아의 당찬 모습과 이들을 담담하게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지단 감독은 그녀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한 1993년부터 소수민족과 하층민의 삶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위태로운 둥지>의 상영과 아시아단편경선 심사로 내한한 지단 감독을 만났다.
-단편경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작품들에 어떤 인상을 받았나.
=‘이런 이
[flash on] 가면 벗고 팔짱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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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最古)의 빵집이라는 군산 이성당이 그냥 군산 빵집이었던 좋은 시절의 이야기다. 그때도 이성당 단팥빵은 맛있었고, 소보루빵과 야채빵도 맛있었고,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ㄱㅅ국민학교 어린이회장 선거인단 매수 사건, 일명 이성당 회동. 어린이회장을 했다고 도움이 되는 국제중학교 입시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아들 소원은 뭐든 들어주고 싶었던 장(하고 부유)한 어머니는 선거권이 있는 4, 5, 6학년 학급 임원들에게 알렸다. 모월 모일 모시에 이성당으로 오라고, 친구 데려와도 된다고. 나는 친구들과 동생 손을 잡고 이성당에 가서 난생처음 줄을 서서 테이블을 차지한 다음 빵을 양껏 먹고 밀크셰이크도 마셨다. 지금도 생각난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어색한 표정으로 테이블 사이를 돌며 수줍게 인사를 건네던 부잣집 외아들의 얼굴이. 빵으로 배가 불렀던 우리는 모두 즐거웠다. “네, 아줌마! 승훈이 찍을게요!” 부잣집 어머니와 외아들도 즐거웠다. 즐거운 마음으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개싸움 위해 희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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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6일 일기에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크>는 매우 독창적인 85분 길이의 캐릭터 스터디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인물 유형에서 벗어나는 주인공(톰 하디)의 성격도 흥미롭고,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장거리 운전의 단일한 설정으로 탐구한 형식도 확신에 넘친다. 한데 승용차 운전석 중심으로 공간이 설계된 <로크>는 적절한 마스킹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영관에서 훼손되기 쉬운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밤의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2.35:1의 비율로 촬영된 <로크>의 구도는, 화면 속 암부(暗部)나 차창의 테두리가 마스킹되지 않은 스크린의 검은 여백과 뒤섞이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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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보고 뭉클했다. 한 영화의 훌륭함을 판단하는 일과 별개로, 사적으로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경우는 해당 영화를 마치 한 사람의 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병에 담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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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유럽 영화사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이 숫자는 체코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도 결코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프라하의 봄’이 피로 물들었던 바로 그해. 그전까지 체코 영화계에서는 공산주의 체제 약화와 자유화 운동에 따른 검열 완화 아래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었고 밀로스 포먼, 이리 멘젤, 베라 히틸로바, 얀 네멕 등이 그 흐름을 이끌었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돼 있듯, 소비에트의 무력침공에 녹았던 물줄기도 다시 얼어붙고 말았다. 그 짧았던 봄과 체코의 역사를 6월17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릴 ‘2014 체코영화제: 역사적 순간들’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두편의 상영작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먼저 포먼의 <소방수의 무도회>(1967)는 당시 사회의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신랄하게 비웃는 블랙코미디다. 어느 작은 마을의 소방서에서 전임 서장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성대한 파티를 계획한다. 하지만 경품 추첨 상품들
[영화제] 진정한 ‘보헤미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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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고통을 우리는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또 그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공주>가 던지는 질문은 실로 묵직하다. 관객은 힘겹더라도 <한공주>와 마주앉기를 택했다. 다양성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0만명 이상의 관객이 <한공주>와 만났다. 지난 6월9일 CGV대학로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현장도 그중 하나다. 이수진 감독,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씨네21> 이화정 기자가 관객과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남동철_직접 각본을 썼다. 어떻게 <한공주>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나.
=이수진_기존에도 유사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많아 나까지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나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만약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해봤다. 그런데 내가 제3자로서 이런 사건을 접했을 때 빠르게 분노하던 것만큼의 빠른 자답이 나오지 않더라. 내 고민이 표피적이었구나 싶었다.
[시네마톡] 공주를 통해 본 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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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슈퍼 그랑죠>를 제작한 선라이즈에서 만든 <타이거 앤 버니>는 의외의 성공이었다.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히어로물은 미국 만화의 전유물이거나 전대물과 같은 낡은 장르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1년 방영된 TV시리즈 <타이거 앤 버니>는 ‘스폰서를 받아 경쟁하는 히어로’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마니아를 양산했다.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더 라이징>은 지난해 개봉한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에 이은 두 번째 극장판이다.
미래도시 슈테른빌트의 히어로들은 기업과 계약을 맺은 ‘샐러리맨’에 가깝다. 범죄현장에 히어로가 출동하면 <HERO TV>가 생중계하고, 그들의 활약은 곧 영업실적이 된다. 베테랑 히어로 코테츠(히라타 히로아키)와 신참 버너비(모리타 마사카즈)는 콤비를 이뤄 한동안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2부 리그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골칫덩어리다. 새로 부임한 회사 대표 슈나이더는 이를 해결
‘을’이 된 히어로의 비애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더 라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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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색정광(色情狂)을 의미하는 <님포매니악>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이다. 섹스중독증, 색정증 환자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어떤 작품들보다 과감하며 철학적이다. <님포매니악>은 뜻밖에 유머러스하고, 상당히 현학적이다. 색정광, 유머, 철학, 조금 이색적인 조합이긴 하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확실히 거장의 솜씨를 갖고 있다. 처음부터 두편의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볼륨1’과 ‘볼륨2’로 나누어 개봉된다. <님포매니악 볼륨1> 끝부분에는 ‘볼륨2’의 주요 장면이 예고되어 전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님포매니악>은 전체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편에는 5개의 장이 소개된다. 수위 높은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포르노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님포매니악>이 단지 노출 때문에 충격적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섹스가 무감각한 시대에 이토록 집요하게 섹스의 본질에 대해 파고들었다는 점이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성적 경험 <님포매니악 볼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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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제이슨 스타뎀)는 마약을 제조, 공급하는 오토바이 갱단에 위장잠입한 요원이다. 소탕작전 당일, 대치과정에서 두목 대니의 아들이 총에 맞아 사망한다. 대니는 체포되면서 브로커에게 딸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남긴다. 그로부터 2년 뒤 어느 날 브로커의 딸 매디(이자벨라 비도빅)가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아이를 호신술로 때려눕히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브로커는 상대 아이의 부모와 갈등을 빚는다. 여기에 아이의 어머니 캐시가 마약상 노릇을 하는 오빠 게이터(제임스 프랭코)를 끌어들이면서 사건은 점점 커진다.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제이슨 스타뎀이 과거를 청산하고 아버지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그가 돈을 노리고 대마초 패거리와 맞붙었던 것을 생각하면 딸을 위해 마약상과 맞붙는 지금 모습이 그럴듯하면서도 낯설다. 15년도 더 된 영화를 들먹이는 이유는 이 영화가 철 지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것 같아서다. 브로커는 말하자면 <아마겟돈> <테이큰>
아버지가 되어 돌아온 제이슨 스타뎀 <홈프론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