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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잉여로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이제야 전면에 나온 것이 외려 더 신기할 정도다. 올해 한국영화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잉여’는 실상 익숙하고 보편적인 문화코드다. 처음에는 낙오자쯤으로 인식되던 잉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더니 이제는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중이다. 혹자는 잉여들의 시각에서 색다른 창조력을 발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웃음의 도구로 활용한다. 좋든 싫든 당신도 언제든 잉여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우리는 잉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그들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오늘도 그들의 잉여로움을 보며 웃고 즐기고 있지만 여전히 잉여의 정체가 궁금한 당신, 지금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로 당신을 위해, 여기 2013년 잉여인간 생태보고서를 마련했다.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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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좋은 친구들>(촬영 준비 중)
<변호인>(2013)
<설국열차>(2013)
<도둑들>(2012)
<쌍화점>(2008)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타짜>(2006)
<말죽거리 잔혹사>(2004)
<킬리만자로>(2000)
눈썰미 좋은 관객은 금세 알아볼 것이다. 2:8로 쩍 갈라진 가르마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그 순간을, 그 의미를 말이다. 혹시라도 놓쳤다면, <변호인>의 송우석이 속물근성의 세무변호사에서 양심을 지닌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대목에서의 송강호 얼굴을 되새겨보라.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그건 배우 송강호가 가진 연기력과 파워가 이뤄낸 거다. 내가 한 건 별로 없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송우석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한 김서영씨는 자신의 역할을 애써 축소하려고 든다. 하지만 그녀의 손사래와 달리 <변호인&g
[STAFF 37.5] 내가 먼저 배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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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장률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다. 다섯 번째 극장편인 <두만강>과 <풍경> 사이, 그에게는 변화가 있었다. 평론가 정성일과의 지난 인터뷰(<씨네21> 933호 “안개 속의 풍경”)에서 그가 말했듯,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 거주지를 서울로 옮긴 것이다. 그의 지난 영화들을 돌아볼 때, 장률에게 장소의 이동, 변화는 거의 모든 것의 변화다. 그것은 삶의 조건과 태도뿐만 아니라, 영화의 형식과 리듬의 필연적인 변화를 예견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산다는 것. 사건의 공간이 아닌 일상의 공간. 그 차이가 <풍경>에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풍경>은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다큐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 안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장률의 시선을 감지할 수 있는 첫 영화가 될 터였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종종 예상치 못한 당혹감과 마주해야 했다.
[신 전영객잔] 장률의 마음이 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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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가족을 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감옥 아닐까.” 그렇게 방은진 감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을 본다. 평범한 주부 정연(전도연)이 대서양 감옥에서 악몽 같은 2년을 보내고, 한국의 남편 종배(고수) 또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하나뿐인 딸과 함께 빚을 갚고 생계를 해결하며 역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다. <오로라공주>(2005)로 데뷔해 <용의자X>(2012)를 거쳐 세 번째 장편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 이르기까지, 그는 ‘배우 출신’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만큼 굵직한 감독의 행보를 보여왔다. 방은진 감독이 이미 존재하는 실화로부터 더 캐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어느덧 감독으로서 10년의 시간을 지나온 그녀를 만났다.
-<집으로 가는 길>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혹시 한국을 떠나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나.
=아니다. 어떤 순간에도 ‘이야기’가 먼저였다
[방은진] 진짜 바다를 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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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만화가열전 『삼십 살』앙꼬 만화의 '웃픈 우리 삼십 살' 이벤트에 참가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서른 살'에 대한 사연을 보내주신 분들 중 3분을 선정하여 앙꼬 만화가가 직접 만화로 그려 주셨습니다.
'웃픈 우리 삼십 살'의 첫 번째 사연을 공개합니다.
<삼십 살>앙꼬 만화의 '웃픈 우리 삼십 살' 이벤트 사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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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치는 당신>은 희한한 책이다. 흑백 동물도감 같기도 하고, 동물에 관한 시집이나 에세이집 같기도 하며, 내 멋대로 동물사전 같기도 하다. 심지어는 때때로 자못 의미심장하게 인간 세상을 기록한 도록으로 분신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 책이 참을 수 없이 신박하여 책을 쓴 권혁웅 시인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얼마 전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는 시집도 낸 참이다. 순댓국집과 부대찌개집과 감자탕집과 김밥천국집을 어슬렁거리며 시 한 사발에 웃음과 눈물을 같이 말아내는 그의 솜씨는 또 얼마나 정겨운지. “첫 시집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쓴 서정시들로 채우고 나니 뭔 시가 다 울기만 하나, 웃는 시도 있어야지, 하는 깨달음이 오더라”고 말하는 그는 그렇게 동물과 인간 세계를 모두 한 풍경으로 끌어안는다. 그와 함께 두 세계 사이에 놓인 돌다리를 두들겨보았다.
-책이 참 예쁩니다. 동물 책에 애착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원래 교회돌이 캐릭터
[trans x cross] 태초에 입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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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 <내니 맥피2: 유모와 마법소동>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그 귀여운 꼬마가 이만큼 자랐다. 오슨 스콧 카드의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엔더스 게임>에서 아사 버터필드는 “인류의 운명을 위해 선택된 영웅이자 천부적인 지능과 전술 능력을 갖춘 천재” 엔더가 되어 우주함대를 지휘한다. 우주함대가 아닌 한편의 블록버스터를 책임지게 된 아사 버터필드. 우리가 그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이유를 전한다.
8살. 부모님에게서 고운 아쿠아마린 색 눈동자를 물려받은 아사 버터필드가 처음으로 연기라는 것을 접한 나이다. 11살의 버터필드는 홀로코스트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에서 브루노를 연기하며 연기 신동 소리를 들었고, 영국에 기가 막히게 연기 잘하는 꼬마가 있다는 소식은 금세 대서양을 건너 할리우드에까지 퍼졌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귀에도 아사 버터필드라는 이름이 흘러들어갔던지 14살의 버터필드는 스코시즈의 첫 3D
[아사 버터필드] 블록버스터의 운명을 짊어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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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 아버지 역을 맡은 정진영은 “윤제균 감독이 성의 있게 부탁해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묵직한 이야기더라”라며 “부산 바다 하면 해운대만 알고 있었다. 부산 바다가 이렇게 예쁜지 이제 알았다”고 출연 소감을 말했다.
바닷가로 뛰어가다가 다른 사람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위험한 장면은 무술팀의 몫. 최동헌 무술감독은 “이 시퀀스는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치열함을 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웃으면 계속 찍어야 합니다. 저 배에 타지 못하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달려야 합니다.” 11월16일 <국제시장> 촬영이 한창인 부산 다대포항은 슛 사인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상직 프로듀서는 “일주일째 찍고 있다. 오늘이 이곳에서 마지막 촬영이다. 날씨는 따뜻한데 보조출연자들이 물에 들어가면 얼마나 추울지…”라며 안전사고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메가폰을 쥔 조감독은 300명 가까이 되는 피난민 무리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앞만 보고 뛸 것을
[씨네스코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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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타지> Sabotage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샘 워딩턴, 테렌스 하워드, 올리비아 윌리엄스
슈워제네거 형님이 다시 한번 화끈한 액션영화로 돌아온다. <사보타지>는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마약 단속반 특수요원들이 마약왕의 금고를 털고 난 뒤 팀원들이 한명씩 사라지자 맞대응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내년 4월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사보타지> Sabo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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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어바웃 타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뒤주
[정훈이 만화] <어바웃 타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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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첫머리에는 너무도 끔찍한 사형집행 장면이 나온다. 판결문에서 지시하는 집행방법은 이렇다. “처형대 위에서 가슴, 팔, 넓적다리, 장딴지를 뜨겁게 달군 쇠집게로 고문을 가하고, 그 오른손은 국왕을 살해하려 했을 때의 단도를 잡게 한 채 유황불로 태워야 한다. 계속해서 쇠집게로 지진 곳에 불로 녹인 납, 펄펄 끓는 기름, 지글지글 끓는 송진, 밀랍과 유황의 용해물을 붓고 몸은 네 마리의 말이 잡아끌어 사지를 절단하게 한 뒤 손발과 몸은 불태워 없애고 재는 바람에 날려버린다.” 실제 집행과정에서는 말들이 잡아끌어도 팔다리가 떨어지지 않아 결국 집게로 어깨와 넓적다리 근육을 잘라낸 뒤에야 집행이 완료됐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형수 중의 한 사람, 1757년 3월 국왕 루이 15세를 살해하려다 처형된 다미엥이란 사람의 이야기다. 푸코의 책에는 직접 다미엥에게 이런 고통을 가한 사람의 이름도 나온다. ‘파리의 남자’(뮤수 드 파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사형집행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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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아티스트인 레아 룬트가 그려둔 목탄화를 보고 남편인 프랑스 작가 프레데릭 파작이 영감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짝 이룬 남녀는 서로 사랑한다. 당연하다. 짝 이룬 남녀는 서로 미워하게 된다. 그럴 법하다. 짝 이룬 남녀는 서로를 파괴할 수 있다. 이는 아주 드물고 우발적이다.” 재치와 시니컬로 뭉친 30년차 부부의 사소하고도 예술적인 기록.
[도서] 30년차 부부의 예술적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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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작가 인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총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묵직한 후광을 보고 읽어도 지우고 읽어도 참으로 아름다운 산문을 만날 수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소우주와 같아서 짧은 분량임에도 여운이 깊게, 길게 남는다. 이 단편집의 말미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단편 네편이 실려 있다.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들의 향연.
[도서] 소우주와 같은 이야기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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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생활의 편의를 최우선에 두고 집을 구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마음에 드는 동네에 내 취향대로 지은 집’에 대한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두 부부가 ‘원하는 동네’인 연희동과 부암동에 ‘원하는 대로’ 집을 고쳐 짓고 정착하기까지의 사연과 노하우, 예산 등을 정리한 것이다. 집에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진과 글의 모음. 돈도 남편도 없는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러운 책이기도 하다.
[도서] 집에 산다는 것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