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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고민은 깊게 실행은 빠르게 회식은 배부르게’. 프로그램스 사무실 곳곳에 걸린 족자 문구의 일부다. 청년사업가들이 모인 회사답게 위트 넘치는 사훈이다. 박태훈 대표는 “영화 뭐 보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없애고 싶어” 왓챠를 개발했다고 한다. 왓챠(WATCHA)는 유저가 직접 매긴 영화의 별점을 모아 유저의 취향을 파악하고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27명의 직원이 이끌어가는 작은 규모의 사업체지만 나름대로 개발팀, 연구팀, 디자인팀 등 작업을 전문적으로 세분화해 보다 편하고 영리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외의 재미, 의외의 정보량에 유저도 점점 느는 추세다.
-별점 매기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평가 과정 자체를 단순하고 재밌게 만들었다. 특히 ‘어? 내가 본 영화인데?’ 하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유저가 봤음직한 영화들이 추천되게 했다. 영화를 모으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끔 하니 자연히 평가의 정확도도 높아지더라.
-유
[flash on] 네가 보고 싶은 영화를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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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강경 진압 과정을 보고 있자니 이런 윽박이 귓속을 파고든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입 닥치고 조용히, 주는 대로 먹고 살아. 감히 어디서 저항질이야?” 공포를 내면화시켜 우민을 양산하려는 권력자들의 저 케케묵은 관성은 참으로 변하지 않는구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상태였으니 체포영장만 가지고 어마어마한 경찰병력과 체포조를 동원해 민주노총에 불법 주거 침입한 저들. 부서지는 유리문, 난사되는 최루액, 쓰러지는 노동자들… 여기… 법치국가 맞아?
공포정치의 전형이 뻔뻔스럽게 반복되는 시대착오적인 시대. 서글프지만, 서글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공포가 내면화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공포는 현실도피는 물론 우리의 심신을 무기력과 냉소에 빠지게 한다. 냉소는 세상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항복의 포즈다. 무기력과 냉소에 오염되면 내 삶의 주인으로 살 수가 없다. 그러니 슬픈 시대일수록 정신 차려 자신의 내면을 잘 돌봐야 하리라. 물신과 공포의 노예로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함께 있어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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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쏘우>의 살인마 직쏘에게 납치되어 몸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거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면, 그리고 어디선가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아마 울면서 대답할 것 같다. “어차피 죽을 텐데 그냥 게임 안 할래요. 귀찮아요.”
머리 쓰는 건 귀찮다. 이기거나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이 클수록 피하고 싶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판에 끼었다가 바보되는 건 싫다. 하지만, 혹은 그래서 지난 시즌에 이어 요즘도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를 본다. TV에서 방송되는 콘텐츠들은 일단 쉬워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엄청난 집중력과 두뇌회전을 요하는 이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집중할 만한 가치, 즉 다른 것들로부터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출연하면 출연료를 받고 이기면 가넷(프로그램상의 가상화폐로 개당 100
[최지은의 TVIEW] 프레임 밖에서 판읽기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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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윤진서에게서 늘 ‘충격’을 받기를 원했는지 모른다. <올드보이>의 소녀로 강한 신고식을 치른 이후 지난 10년간 윤진서는 다양한 작품에서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그녀에게 더 강한 걸 요구해왔다. <그녀가 부른다>의 ‘진경’은 윤진서가 우리에게 내놓은 아주 좋은 화답이라고 생각한다. 99%를 그녀가 오롯이 끌어가는 이 작품에서 윤진서는 늘 그랬던 것처럼 속 시원한 변화나 강한 충격을 선사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라서 잘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영화를 통해서 분명히 보여준다. 영월 극장의 매표소 직원인 진경은 출생의 비밀과 엄마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여자다. 그 자신 역시 의미 없는 연애로 상처를 받지만, 그걸 삭이면서 살아갈 뿐이다. 냉랭한 껍질로 둘러싸인 진경의 아픈 내면은 배우 윤진서를 통해 비로소 생생하게 살아난다. <올드보이> 이후 10년, 배우 윤진서에게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된 이 의미 있는 영화를 눈여겨보길 바란다.
[윤진서] 그녀의 그럴듯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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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암스테르담>
2012 <로렌스 애니웨이>
2010 <어리석은 침묵>
2009 <나는 엄마를 죽였다>
2008 <맹세코 난 아니야!>
2005 <오디션>
1999 <탱고작전>
1995 <고백>
드라마
2012 <유나이트9>
2010 <섭리>
2006 <소피 파킨의 업 앤드 다운>
2005 <커버 걸>
1991 <와타타토>
사랑 앞에서는 누구보다 정열적인 여인. 여자로 살고 싶다는 연인의 고백까지도 사랑으로 감내해내는 여인. 쉬잔 클레먼트가 연기한 ‘프레드’는 화려한 겉모습을 표현하는 동시에 내면의 깊은 어둠까지 마주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배우들에게 시나리오의 원안만 가지고 출연을 부탁하며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배우들이 만든 캐릭
[who are you] 쉬잔 클레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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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2013년의 미국 문화계를 결산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할리우드와 예술적 친척 관계인 브로드웨이의 지난 1년을 돌아보자면, 흑인 배우들의 활동이 특히 두드러졌던 것 같다. 2013년처럼 흑인 배우들이 메이저 연극 무대에서 주연이나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고, 스포트라이트까지 받은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그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가 바로 지난 6월 열린 토니상 시상식이었다. 연기부문 중 절반을 차지하는 4개 부문의 상을 흑인 배우들이 수상했고, 이들이 출연한 작품들은 대부분 인기와 호평에 힘입어 장기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특히 88살의 베테랑 배우 시실리 타이슨에게 연극부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바운티풀 가는 길>은 본래 백인 여성에 관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토니상 시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흑인 배우들의 저력은 올 하반기 브로드웨이에서 관객에게 선보인 다양한 작품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9월에 공연
[뉴욕] 블랙 이즈 파워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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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보국 소속 요원 이완(숀 빈)은 테러로 아내를 잃은 테러범들을 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가 비밀 작전 중 테러범들에게 빼앗긴 고성능 폭탄은 런던 시내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에 사용된다. 이 사건으로 동료까지 잃고 직위해제를 당하지만 부국장 샬롯(샬롯 램플링)은 그에게 또 다른 비밀임무를 맡긴다. 한편 아랍계 출신의 촉망받는 법학도 애쉬라프(아빈 게일야)는 유학 중 테러 조직의 지도자를 만나 그의 권유로 테러에 관여하게 된다. 지도자의 계속되는 무리한 요구에 압박감을 느끼던 그는 결국 스스로 자살폭탄테러의 실행자가 되기로 결단하고 마지막 남은 폭탄을 자신의 몸에 설치한다.
<클린스킨>은 화끈한 액션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드라마 장르에 더 가깝다. 테러를 제대로 시행하지도, 완벽하게 막아내지도 못하는 지지부진한 설정을 가지고 있으나 연출과 더불어 제작과 각본, 그리고 편집까지 맡은 감독이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는 서로
새로운 관점의 스파이 영화 <클린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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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과시하던 세대가 있었다면 믿기는가. 아마도 지금 힘겹게 살아가는 ‘88세대’의 눈에는 20년 전에 출몰했던 ‘신세대’ 혹은 ‘X세대’가 외계인처럼 여겨질 것이다.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고 자기중심적 가치관으로 무장한, 자신감 백배의 그 청춘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청춘예찬>은 강의실 대신 당구장과 만화방을 들락거렸던, 취업 준비는 뒤로하고 온통 섹스 생각만 하던 그 별종들의 후일담이다.
‘키 크고 잘생겨서’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킹카 한태평(김남희). 양다리는 기본에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도 사귈 수 있는 자신만만한 남자다. 하지만 영광의 나날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군 제대 이후 취직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상사와 거래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제약회사 영업직의 고충이 일상이 되고, 여자친구의 임신으로 예정에도 없던 결혼까지 하게 된다. ‘아다’(숫총각)라고 놀리던 공부벌레 동창생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 샐러리맨 신세를 면치 못하는 자신을 보고 태평
40대 가장의 씁쓸한 현재 <청춘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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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모아젤C>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카린 로이펠트가 잡지를 창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0년간 패션잡지 <보그> 파리판의 편집장으로 일하던 카린 로이펠트는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다큐멘터리는 그녀가 자신의 이니셜을 딴 패션 잡지 <CR>을 위한 편집회의를 하던 날부터 패션 북을 발간하기까지 6개월간의 이야기를 담는다. 카린은 “매거진을 창간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다”라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건은 전 직장, <보그>에서 비롯된다. <보그>는 그녀의 패션지 런칭 소식에 전속 사진작가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는다. 그런데 이것은 막간 자막과 짧은 인터뷰를 통해 제시될 뿐, 정작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일들이 순탄하기만 하다.
파리와 뉴욕의 패션쇼 모습이나 화보 촬영 장면 등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것을 넘어서지 않는다. 영화는 “옷 너머의 패션”을 추구한다고 말하는 카린을 보여줄 뿐, 그
“옷 너머의 패션” <마드모아젤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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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2011)에 이어 다시 한번 ‘시애틀의 탕웨이’가 찾아왔다. 하지만 미혼모가 될 운명에 처한 여자다.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쟈쟈(탕웨이)는 국가로부터 출산 허가를 받지 못해 아이를 낳기 위해 홀로 시애틀을 방문한다.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이다. 막막하게 도착한 공항에서 운전기사 프랭크(우슈보)의 도움으로 힘겹게 산후조리원에서 머물게 되지만, 애인으로부터 연락은 뚝 끊긴 상태다. 명절을 맞아 찾아오기로 한 애인은 그저 명품가방 선물만 보낸다. 그렇게 배는 점점 불러오지만 애인에게서는 여전히 소식이 없고, 쟈쟈는 불안 속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곁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운전기사 프랭크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프랭크 역시 바쁜 아내로 인해 딸과 단둘이 쓸쓸히 지내고 있는 형편이라, 두 사람은 알게 모르게 가까운 사이가 된다.
2013년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 7위에 기록된 <시절인연>은 <시애틀의 잠 못 이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 <시절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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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대로 제국’에선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다. 기사들을 몰아내고, 엄격한 변호사들이 제국을 다스리기 때문이다. 제국 최고의 변호사 레지날드의 아들 저스틴(박형식)은 제국을 들쑤시고 다니는 사고뭉치다. 저스틴은 전설의 기사였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사의 꿈을 꾼다. 할아버지의 검이 반역자 헤라클리오의 손에 들어간 걸 알게 된 저스틴은 기사들이 사는 지혜의 탑으로 떠난다. 저스틴은 지혜의 탑의 세 기사, 뛰어난 검술을 자랑하는 순블루처(이순재), 기발한 무기를 발명해내는 구야울리오(신구), 전략에 능하고 지혜로운 레그녕티르(박근형)로부터 혹독한 수련을 받는다. 수련을 마친 저스틴은 이중인격 마법사 멜섭이데스(백일섭)의 안내로 헤라클리오의 성에 잠입한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 박형식과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출연진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더빙에 참여했다. 듣기에 편한 더빙은 아니나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각각의 캐릭터에 잘 맞게 녹아든다. 박형식은 기
전설의 기사를 꿈꾸다 <저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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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6년, 지구는 외계인 포믹의 갑작스런 침공으로 1천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며 커다란 위기에 빠진다. 한 영웅의 희생으로 겨우 이들을 물리치지만 지구인들은 방심하지 않고 포믹의 2차 침공에 대비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조금 특이하다.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포믹 함대에 맞서 더 유연하고 빠르게 싸우기 위해 십대 초반의 아이들을 군인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에 탁월한 지능과 리더십을 갖춘 12살 소년 엔더(아사 버터필드)가 발탁돼 결국 지휘관을 뽑는 최종 시험에 임한다. 과연 엔더는 포믹과 싸워 지구를 지키고 외계인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까.
<엑스맨 탄생: 울버린> 등을 연출한 개빈 후드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엔더스 게임>은 단점이 많은 영화다. 복잡한 이야기 속에 진지한 메시지를 녹여낸 원작을 무리하게 축약해 영화로 옮겼기 때문일까. 엔더의 복합적인 갈등을 몇개의 장면만으로 너무 단순히 그렸다는
전쟁터로 내몰린 아이들 <엔더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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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판타지와 로맨스가 혼합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담고 있는 블록버스터로,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벤 스틸러가 감독, 주연을 맡았다. 주로 배우로 활동한 벤 스틸러는 성장영화의 수작 <청춘 스케치>(1994)로 감독 데뷔한 이후 <케이블 가이> <트로픽 썬더> 등을 연출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기존 영화에 대한 재치있는 패러디, 예상치 못했던 화려한 액션, 북유럽의 그림 같은 풍광 등 다채로운 요소들이 조합되어 있다. 월터 미티(벤 스틸러)는 잡지 <라이프>에서 16년째 네거티브 필름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뉴욕의 직장인이다. 미혼인 월터는 신입사원 셰릴 멜호프(크리스틴 위그)에게 마음을 두고 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아직까지 말도 건네지 못했다. 그는 셰릴이 인터넷 미팅 사이트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온라인 대시인 ‘윙크’를 보내려 하지만 거부당한다. 알
늘 가까이에 있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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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12 Years a Slave
감독 스티브 매퀸 / 출연 치웨텔 에지오포, 마이클 파스빈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브래드 피트 / 수입, 배급 판씨네마 / 공동배급 프레인글로벌 / 개봉 2014년 2월
어느 날 갑자기 노예가 되었던 사람. <노예 12년>은 자유의 몸이었지만 느닷없이 납치되어 12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해야 했던 흑인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연을 맡은 치웨텔 에지오포는 흑인 남자배우로서 덴젤 워싱턴, 제이미 폭스 등을 잇는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스티브 매퀸 감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영국 출신 아티스트로 대영제국훈장을 수여받은 것은 물론 영국의 테이트를 비롯해 뉴욕 구겐하임, 파리 퐁피두센터의 초청을 받기도 했던 그는 이제 영화감독으로서 <헝거>(2008), <셰임>(2011) 등을 넘어 메이저 스튜디오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다. <노예 12년>은 이미 내
[Coming Soon] 어느 날 갑자기 노예가 되다 <노예 12년> 12 Years a Slave